‘도미노 인플레이션’ 생활빈곤 시대 도래하나

[Corée 특집] MB노믹스, 빈곤에서 살아남기

2011-03-11     장상환/경상대 교수·경제학

식량 가격 폭등이 시민혁명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촉발된 원유 가격의 고공행진이 다시 식량 가격을 밀어올리는 ‘도미노 인플레이션’ 파장이 글로벌 경제 회복세를 위협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월 명목 및 실질 식품가격지수(2002~2004년 식량 평균가=100)는 236을 기록해 이전 최고치인 1월의 231보다 2.2% 높았다.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세로, 글로벌 식량 위기로 곡물 가격이 급등한 2008년 6월(224)보다 심각하다. 곡물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3.7% 올랐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밀은 75%, 옥수수는 7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육류도 20% 이상 올랐다. 면화 가격 상승도 두드러진다. 파운드당 가격이 2009년 2월 42센트에서 2010년 2월 82센트, 2011년 1월 1달러68센트로 올랐다.
 

개도국, 특히 중국 농산물 수요 증가

세계적인 곡물 파동의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기상이변으로 세계 주요 국가의 곡물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지만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곡물 수요가 급격히 늘어 수급 불균형이 가속화됐다.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한 곡물의 대체 에너지화도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의 1차적 원인은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러시아·중국·브라질 등 경제성장이 두드러진 신흥국의 곡물 소비량이 늘면서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최대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콩 등 일부 곡물을 제외하고 오랫동안 자급자족 상태를 유지해왔지만 근래 들어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콩은 소비량의 85%를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식용유 생산에 많이 쓰이는 콩 수입은 2001년 1천만t에서 2010년 5700만t으로 늘어났다. 식량자급도가 95%를 넘지만 콩을 포함하면 92%로 떨어진다. 1인당 육류 소비량이 2001년 49.2kg에서 2010년 59.9kg으로 늘어난 결과, 사료용 옥수수 수입이 늘어나 2009년 8만4천t에 그쳤으나 2010년에는 157만3천t으로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밀 역시 2008년 4만여t에 그친 수입량이 2009년 90만4천t, 2010년 123만1천t으로 치솟았고,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최대 300만t을 수입할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국 곡물 수입량(콩 제외)은 571만t으로, 2008년(152만t)의 4배가량 됐다.
 
바이오연료의 영향

중국은 농산물 순수입 국가로 전환됐다. 2009년 중국의 농산물 수출은 395억 달러, 수입은 525억 달러로 230억 달러 적자였고, 지난해 1~7월에는 수출 261억 달러, 수입 392억 달러로 131억 달러 적자였다. 최근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미국 농산물 수출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미국 농산물 최대 수입국은 중국으로 수입액이 175억2224만 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2007년 미국의 제5위 농산물 수입국에서 2008년 4위, 2009년 2위, 지난해엔 마침내 1위에 올라섰다. 미국의 대두 수출액 186억 달러 중 58%가 중국으로 향했다.

기상이변에 따른 농산물 공급 불안정

농작물에서 얻을 수 있는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연료 수요 증가도 식품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현재와 같이 바이오연료 생산을 촉진하는 보조금 지원 정책이 계속되면, 2007년 약 2%에 불과하던 수송용 연료 중 바이오연료 비중이 2020년에는 6%, 2030년에는 9.3%에 달할 것이다. 바이오연료가 식량시장을 왜곡하는 경로를 보면 우선 곡물을 식량에서 연료로 전환한다. 스포츠유틸리티차의 기름탱크 100ℓ를 채우는 데 사용되는 240kg의 옥수수는 한 사람의 1년 식량이 될 수 있다. 미국 농무부는 2011~2012년 옥수수 생산량 가운데 40%는 바이오에탄올 연료로 사용될 것으로 본다. 유럽 유지작물의 절반은 바이오디젤 생산에 사용된다. 바이오연료 생산은 곡물에 대한 금융투기를 조장해 가격을 더욱 오르게 한다. 2008년에 공개된 세계은행의 보고서는 연구 대상 농산물 가격이 2002년~2008년 2월 140% 상승했는데, 에너지 가격과 비료 가격 상승이 가격 상승분의 15%를 차지하는 데 비해 바이오연료 생산 증가 몫은 75%라고 추정했다.

바이오연료 수요 증가는 유가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것은 중국의 자동차 사용 급증이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2009년 1364만 대, 2010년 1806만 대로 증가하며 세계 1위 자동차 판매국으로 올라섰다. 올해도 약 10% 성장한 2천만 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중국의 석유 수입 증가가 유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수요 증가에 반해 농산물 생산은 개도국의 공업화로 농지와 노동력이 감소하고, 단위면적당 생산성 증가 둔화로 한계에 이른데다 기후변화 영향도 크다. 최근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의 큰 원인은 기상이변이다. 가뭄·호우·혹한·혹서가 미국(옥수수·밀), 오스트레일리아(밀·사탕수수), 아르헨티나(콩), 브라질(콩·옥수수) 등 세계 주요 곡창 지역을 휩쓸며 곡물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세계 3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가뭄으로 수확이 급감하자 수출을 중단했고, 올 연말까지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가뭄으로 수출을 제한했다. 러시아산 곡물 수출 금지는 국제 빵 가격 급등을 초래해 튀니지·이집트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와 올겨울 북반구를 강타한 폭설과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의 엄청난 홍수도 곡물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식량 전쟁’ 시대로 접어들다

중국에는 근본적으로 농업 생산을 감소시킬 요인이 널려 있다. 경지 면적은 1998년 1억3천만ha에서 2008년 말 1억2172만ha로 줄어 연평균 67만ha 감소하고 있다. 1인당 경지 면적은 1996년 1059㎡에서 2008년 919㎡로 감소했다. 2009년 중국의 국민 1인당 평균 수자원은 세계 평균 수준의 24.45%에 불과하다. 농업 재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홍수 피해도 매년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동 지역의 정국 불안에 따른 유가 오름세가 식품 가격 상승을 가중한다. 국제 유가가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상태다. 유가 상승이 곡물가 인상을 초래하는 이유는 곡물 경작에서 농기계 사용, 곡물 건조와 운송 등에 원유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투기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되는 자금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지난 2월 농산품 관련 ETF로 유입된 자금은 9억8400만 달러로, 지난해 12월보다 5배 증가했다.

곡물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의 영향으로 세계 곡물 재고율은 2000~2001년 30.3%에서 2007~2008년 17.6%로 급감했다. 2009~2010년에는 22.2%로 높아졌다가 2010~2011년 19%로 다시 낮아질 것이다. 식품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 수급 우려는 완화되겠지만, 공급이 늘어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식품 가격 상승, 빈곤층 위협

곡물가의 가파른 상승세에 ‘식량 전쟁’이 빚어질 수 있다.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수출 금지나 제한 조처를 취하기 때문이다. 2008년 6월 식량 위기 때는 25개국이 곡물 수출을 중단해 국가 간 분쟁이 생겼다. 식품 구매 여력이 떨어지는 아프리카와 동남아 국가에서는 폭동이 발생할 정도로 사회문제가 됐다. 최근 중동 지역의 민주화 물결에도 식품가 급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오는 7월 1일까지 곡물 수출을 금지한 러시아는 이 조처를 연말까지 연장할 듯하다. 버마도 유가 상승을 이유로 쌀 수출을 중단했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면서 주식인 쌀 가격의 안정을 위해 수출을 중단한 것이다. 버마는 연간 100만t가량 쌀을 수출한다. 전세계 쌀 거래량(3천만t)의 3% 수준이지만, 각국의 식량 안보 조처 확산을 부채질할지도 모른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국내 식품 가격 상승에 반영된다. 쌀만 자급할 뿐 나머지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콩 8.7%, 옥수수 0.8%, 밀 0.8%(이상 2010년 정부 추정치)로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010년 추정치로 26.7%다.

농민소득 보장해 경지이용률 높여야

농산물 수입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산 배추 수입 가격은 kg당 499원으로, 전달보다 35% 올랐다. 중국산 양파와 미국산 콩 가격도 각각 29%, 23% 올랐다. 물가 안정을 위해 2월부터 할당 관세가 적용된 돼지고기와 냉동 명태도 수입 가격이 상승했다.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5% 상승했는데, 서민 생활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농산물(21.8%), 축산물(12.3%)이 구제역과 폭설 등의 여파로 대폭 상승했다. 수산물도 11.4% 상승했다.

곡물가 상승은 빈곤층에 더 큰 타격을 준다. 소득계층별 소비지출 비중을 고려해 지난 1월 물가상승률을 추정해보면, 소득 1분위는 4.7%인 데 비해 소득 5분위는 4.1%로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가 훨씬 높다. 통계청의 ‘2010년 연간 가계 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국 가계의 월평균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명목가격 기준)은 31만6936원으로, 2009년 29만7652원보다 6.5% 증가했다. 소득 1분위(하위 20%)의 엥겔계수는 20.47%로, 2009년의 19.98%보다 높아졌다. 소득 5분위(상위 20%)는 지난해 11.45%로 훨씬 낮다. 빈곤층일수록 석유 가격 상승에 더 큰 타격을 입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월소득 100만원 미만 계층 중 상대적으로 비싼 등유를 이용하는 가구 비율이 25%로 전체 평균의 약 2.5배다. 실내등유는 난방용으로 쓸 때 단위열량(kcal)당 가격이 122.1원으로 도시가스(34.8원)보다 3.5배 비싸다. 반면 월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도시가스(36.0%)와 지역난방(25.7%)을 주로 이용했다.

정부는 안정적 곡물 확보를 위해 미국에 국제곡물회사를 세우고 해외 농장도 개척해 곡물 수입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정부 비축 곡물 대상을 콩, 밀, 옥수수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해외 농장 개척으로 생산된 농산물도 수입 농산물이다. 해당 국가가 수출을 금지하면 들여올 수 없다. 국제 곡물시장은 카길 등 곡물 메이저 회사가 80% 이상 장악하는 독과점 구조로, 진입장벽이 높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세계 식량 위기에 대응해 식량 자급도를 30%, 나아가 40%로 높이려면 다양한 직접 지급을 늘려 농가소득을 보장함으로써 105%까지 떨어진 경지이용률을 15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글•장상환
농업경제학자. 한국사회경제학회 회장,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국 사회의 이해> <제국주의와 한국 사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