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차량 - 업무용인가, 특혜용인가?

벨기에, 넘쳐나는 업무용 법인차량

2020-02-28     뱅상 두마이루 l 기자

1970년대의 유산인 업무용 법인차량을 문제 삼은 이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법인차량의 특혜는, 기업의 고위직 간부들이 고스란히 누려왔다. 벨기에에서 법인차량을 제공받은 이들은 단독으로 차량을 운행하며 이곳저곳을 오간다. 전체 교통량의 1/10 이상을 차지하는 이 법인차량은 환경오염과 교통체증을 유발한다. 이제, 이 비상식적인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시도들이 뚜렷해지고 있다.

 

자동차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언제나 사용할 수 있고,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이동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서유럽 인구의 4/5는 자동차를 1대씩 소유하고 있으며,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다. 이처럼 운전자가 단독으로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를 ‘오토솔리슴(Autosolisme)’이라고 한다. 100kg 이하의 사람을 운반하기 위해 1t 이상의 이동기기를 사용하는 셈이다. 

대도시 밖에서는 자동차가 교통경제를 지배하고 생활방식을 만들어낸다. 자동차는 그 역량이 발휘되는 영역을 뛰어넘어, 거의 모든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도보나 자전거 이용이 가능한 단거리 이동에도, 철도 활용이 가능한 장거리 이동에도, 대중교통이 가능한 시내에서도, 굳이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그 결과 공동체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로 시달린다. 교통체증, 운동 부족, 석유 의존, 국지적 오염(오존 전구체, 미세먼지), 전 지구적 오염(온실가스) 등이 그것이다.

르노 사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파트리크 펠라타는 “무인 셔틀의 (…) 눈부신 발전으로 2020~2030년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는 교통혁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덧붙여 “개인의 만족을 위한 자동차 생산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했다.(1) 제조업자의 말처럼, 미래의 자동차는 자율성과 공유성, 서비스 제공의 간소화 등의 요소를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런 점진적인 변화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결정적인 요소가 있다. 오토솔리슴의 지속에 유리한 ‘법인차량’이다. 법인차량이라는 관행은 1970년대를 전후해 회사의 임원 제도가 정착하고 발전하면서 유럽에서 등장했다.(2) 법인차량은 고용인이 피고용인에게 제공하는 차량으로, 업무수행이 아닌 개인적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업무수행을 위한 도구에서, 소득 및 사회적 인정을 상징하는 도구로 변모했다. 

2017년 프랑스에서 운행된 장기 렌터카는 51만 대로, 주로 기업에서 임대한 차량들이었다.(3) 벨기에에서는 이런 업무용 법인차량이 2015년에 자동차 보유 대수의 11%를 차지했다(플랑드르 지역에서는 ‘베드리에프스바헨(bedrijfswage: 회사 차량이라고 함). 브뤼셀 자유대학(ULB) 연구원인 하비에르 메이에 의하면 이 중 42만 5,000대는 직원들이, 20만 대는 경영진이 보유했다.(4)

 

상위 10%를 위한 세금 특혜

논란의 핵심은 법인차량의 세금혜택이다. 실제로 세무행정에서 법인차량은 실물급여로 취급된다. 급여총액은 차량의 구입 금액과 연식,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에 따라 산정된다. 고용주 측에서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사회분담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차량 소유주가 자영업자인 경우 사회분담금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납세자는 업무용 주유 카드와 함께 사용되는 고가의 자동차에 대해 연간 1,527유로만 신고하면 되고, 고용주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 381유로의 분담금만 내면 된다.(5) 하비에르 메이는 이렇게 세금 특혜를 받는 법인에 투여되는 공적자금을, 연간 20억 유로로 추산하고 있다.

메이는 “이런 규정은 무엇보다 고소득층에 특혜를 준다”라고 강조했다. 법인차량의 51%를 상위 10%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안데를레흐트의 벨기에 노동당 시(市) 자문위원으로 재직 중인 앙드레 크레스팽은 공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재직할 당시 오랫동안 법인차량의 혜택을 받았다. 그는 “우리 모교인 공대 동문회에서는 법인차량을 주제로 자주 토론을 벌인다. 우리 회사에서는 엔지니어들만이 법인차량을 받을 권리를 얻을 수 있다. 법인차량은 고위급 간부들만이 누릴 수 있는 상류 사회의 상징이다”라고 지적했다.

2014년 12월, ‘더 나은 세상 연맹(Bond Beter Leefmilieu)’을 비롯한 몇몇 환경보호 단체들은, 이런 세금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며 네티즌 2만 5,000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며칠 전 벨기에의 경제신문 <드 테이드(De Tijd)>에 실린 한 칼럼에서 정치학자 데이브 시나르데는 이렇게 지적했다. “세금 특혜에는 주유 카드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주말에 바닷가나 아르덴(숲이 유명한 프랑스-벨기에 접경 지역)에 놀러 가면서도 보조금을 받는 셈이다. 법인차량 이용자들은 차량 소유주들보다 사실상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한다.”(6) 

사장들은 교통량을 증가시키는 규정들을 지지하고, 직원들이 차를 타고 다니도록 장려함으로써 교통량 증가에 일조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차가 막힌다고 짜증을 낸다”라고 시나르데는 비판했다. 크레스팽은 “나는 개인적으로 대중교통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지만 바다에 갈 때는 법인차량을 이용했고, 친구를 만나러 갈 때는 택시를 탔다. 우리 사장은 브뤼셀 수도권 대중교통(STIB)에 비용을 지출하기를 원치 않았고, 내가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하기를 강요했다”라고 회상했다. 

벨기에 렌터카 회사들을 대표하는 압력단체 ‘렌타’의 대표 프랑크 반 골은 “오히려 법인차량에 혜택을 주는 세무규정 덕분에 오염이 적은 차량을 이용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환경을 좋게 하고 공원을 되살릴 수 있다.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법인차량은 경제 전반을 살릴 것이다. 단, 세금 특혜가 있는 주유 카드의 퇴출에는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벨기에 정부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2018년 ‘이동수당’ 또는 ‘자동차 현금(Cash for car)’이라 불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임금 노동자가 법인차량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대신 받을 수 있는 수당이다. 

이듬해에는 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규정을 도입했다. 즉 피고용인이 법인차량을 거부하면, 고용인은 오염이 적은 차량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숙소에 드는 비용, 또는 이른바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7)의 이용에 상응하는 비용을 직원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규정이다.(8) 그러나 운행되는 법인차량 수에 관한 이 법률들이 발휘할 효력을 측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이 주제로 브뤼셀 자유대학에서 석사 논문을 발표한 클라라 그뤼네르는 여전히 회의적이다.(9) 그녀는 “기존 정당들의 대변자들은, 세금 특혜 폐지를 미루고 있다. 그편이 선거판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2018년 9월 타블로이드판 일간지 <헤트 라스트 뉴스(Het Laatste Nieuws)>의 기사에서 언급된 인적자원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법인차량은 2015년부터 22% 증가했고, 차량 이용자는 30세 이하 임금 노동자의 48%를 차지했다.(10) 그뤼네르는 자신의 지인들 중 이 세대에 속한 이들 상당수가 이런 특권의 제공 여부에 따라 회사를 선택한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겼다.

 

신흥국가들로 번지는 ‘오토솔리슴’

법인차량의 이런 폭발적 증가는 2000년 이후 벨기에 전역의 주춤한 교통량 증가세와 대조된다.(11) 자동차의 우위는 대개 얼마나 많은 개인이 자동차를 타기로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이는 강도 높은 세금정책으로 억제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법인차량의 우위는 기업주가 어떤 보상정책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까? 법인차량은 대중교통뿐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카셰어링 및 카풀 제도의 시행과도 경쟁한다. 카셰어링의 목적은 차량 이용시간을 늘리는 것, 카풀의 목적은 탑승 인원을 채우는 것이다.

택시스톱(Taxistop) 협회는 1975년 벨기에의 헨트(Gent) 지역에서 안전한 무료 편승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출범했다. 운전기사와 편승 정류장은 협회에 등록돼있고, 편승 정류장 팻말에 적힌 숫자로 정류장을 식별할 수 있게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방식도 달라졌다. 오늘날 택시스톱은 기업과 직접 접촉하면서 직원들이 카셰어링을 조직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택시스톱의 프로젝트 담당자인 산드린 보카어는 “여러 공동체가 우리 회사에 공동으로 출자했다.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 사이의 서비스 교환에 기초한 이 시스템은, 수익성이 있는 사업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카셰어링을 원하는 개인마다 거주지와 출퇴근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경로를 통일(동기화)하기가 어렵다. 보카어는 “반대로 이 서비스는 볼스트(Vorst) 아우디 공장에서는 잘 운용된다. 공장작업은 팀 단위로 이뤄지며, 수입이 적고 법인차량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교통비 분담에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카풀 이용자들은 법인차량 때문에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다. 고위 간부급의 법인차량은 노동자에게는 카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카셰어링은 최근 시행됐지만, 그 개념은 소련을 이끈 니키타 흐루쇼프가 미국을 방문할 당시 고안해낸 것이다. 흐루쇼프는 꽉 막힌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꼼짝 못 한 채 고생한 적이 있었다.(12) 현재 벨기에에서 운영 중인 차량공유 회사 캄비오(Cambio)의 고객 담당 이브 리골은 카셰어링의 영업실적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셰어링 이용자들이 대부분 도시 출신이고, 생활에 여유가 있는 고학력자라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내 고향, 피카르디 지방의 왈로니아 사람들은 자동차를 단지 이동수단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신분과시의 수단으로 여긴다. 농촌의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자동차 튜닝이 이런 욕망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카탈로그에 튜닝 차량을 포함할 계획이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BMW의 차량공유 자회사 드라이브 나우(Drive Now)는 벨기에에서 큰 손실을 기록했고, 사장인 크리스티앙 랑베르는 이를 법인차량 탓으로 돌렸다.(13)

이런 상황에서 무인 자동차의 등장은 이슈가 될 만하다. 펠라타는 “무인 자동차가 등장함으로써 “주행비용은 1/3로 줄어들 것이다. 파리로 이동하는 비용은 대중교통 비용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14) 이런 추세라면 아마도 대중교통과 오토솔리슴 간의 경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일드프랑스에서는 대부분 전기로 움직이는 지하철과 수도권 고속전철(RER)을 이용하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이 이동수단들은 배터리 충전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 골도 여전히 회의적이다. “무인 자동차 이용자는 이동시간에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사용법을 숙지해야 하고, 초기에는 교통 혼잡을 가중할 수도 있다.” 어떤 싱크탱크는 탑승 인원이 차량당 1인 이하가 될 수도 있다는 과장된 우려를 드러내기도 한다.(15) 

한편 이동성을 서비스 개념으로 주장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점점 더 도시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사륜구동 차량) 판매에 열을 올린다. SUV는 일반 승용차인 세단보다 차체가 무겁고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의 과시, 특히 오토솔리슴을 구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기업이 보유한 법인차량들은 본능적으로 SUV 같은 종류의 차량을 특히 선호한다. 

자동차는 개인별장처럼 우월함을 과시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대도시화에 따라 이동형태와 주거형태의 변화가 필요함에도 이런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오토솔리슴이 미치는 영향력은 이제 신흥국가들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환경문제 분석가들은 교통수단의 공유화를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다. 그 시작은, 법인차량을 폐기하는 것에서 이뤄져야 한다. 

 

 

글·뱅상 두마이루Vincent Doumayrou
기자. 주요 저서로 『La Fracture ferroviaire. Pourquoi le TGV ne sauvera pas le chemin de fer 철도의 균열. TGV는 왜 철도를 구하지 못하는가?』(2007) 등이 있다.

번역·조민영 sandbird@hanmail.net
번역위원


(1) ‘Les changements majeurs arriveront entre 2020 et 2030(2020~2030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Challenges>, Paris, 2017년 12월 14일.
(2) Luc Boltanski, 『Les Cadres. La formation d’un groupe social(경영진. 사회적 그룹의 형성)』, Minuit, coll. ‘Le sens commun’, Paris, 1982 참조.
(3) Fédération nationale des loueurs de véhicules(전국 렌터카 협회).
(4) Xavier May, ‘L’épineuse question du nombre de voitures de société en Belgique(벨기에에서 법인차량 수의 민감한 문제)’, Brussels Studies Factsheet, Bruxelles, 2017.
(5) 2만 7,000유로에 구매한 가솔린 차량의 경우, 1년 미만인 차량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당 118g이다. 배출량은 www.bdo.be에서 산정할 수 있다. 
(6) ‘File shift: zet voordelen bedrijfswagens om in daling lasten op arbeid(파일 시프트: 법인차량 혜택을 인건비 부담 감소로 전환)’, <De Tijd>, Bruxelles, 2014년 11월 26일. 
(7) 이동수당 예산 수립을 포함한 2019년 3월 17일의 법안.
(8) 차량 비용은 보험료, 주유비, 유지비, (렌트했을 경우) 렌트비, 감가상각비(고용주가 소유주일 경우)를 포함한다. 
(9) Clara Gruner, 『Les facteurs de l’expansion du système des voitures de société en Belgique selon le discours des acteurs-clés 핵심 요인의 담론에 따른 벨기에에서 법인차량 시스템의 확대 요인들』, Université libre de Bruxelles, 2018, 미출간.
(10) “22% 이상 증가”, <Het Laatste Nieuws>, Asse, 2018년 9월 13일.
(11) 연방 대중교통 서비스에 따르면 2000~2016년에 자동차 교통량은 4% 증가했고, 철도 교통량은 43% 증가했으며, 전체 교통량은 8% 증가했다. 
(12) Hélène Richard, ‘À Moscou, rêves de liberté et grand embouteillage 교통체증과의 전쟁에 지친 모스크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5년 8월호.
(13) ‘Autodelen met BMW’s en Mini’s slaat niet aan BMW와 Mini의 차량 공유는 실패했다’, <De Tijd>, Bruxelles, 2018년 8월 8일.
(14) ‘Les changements majeurs arriveront entre 2020 et 2030(2020~2030년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것)’, <Challenges>, art. cit.
(15) ‘Rebound-Effekte im Verkehr gefährden Klimaziele(기후 목표를 위협하는 교통에서의 반동 효과)’, VCÖ, Vienne,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