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거든 보톡스를 맞아라

2011-03-11     모나 숄레

2007년 봄, 미국 버몬트주 미들베리칼리지 연구실에서 로리 에시그는 두 명의 은행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미국이 중대한 위기 직전에 처해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경제력은 모닝커피 계산서를 해결할 정도에 불과하지만, 미용성형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전공 덕에 마치 오페라하우스 2층 박스 좌석에 앉아 관람하듯이 자신이 “몸의 서브프라임 위기”(1)라고 부른 현상을 지켜볼 수 있었다. <<원문 보기>>

빚내서 수술, ‘몸의 서브프라임 위기’

미국에서는 미용 행위(외과적 수술뿐 아니라 레이저나 주사 포함)의 85%가 대출을 받아 이뤄진다. 대출에는 최소한의 담보도 필요 없다. 멕시코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다른 세계 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취한 조처, 즉 의료광고 허용과 대출규제 완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의료 행위에 필요한 대출 전문기관- 그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기관은 제너럴일렉트릭의 계열사인 케어크레디트(CareCredit)다- 은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 대출금리는 28%에 달하고, 채무자가 한 달이라도 상환을 못하면 두 배로 뛴다.(2) 예전에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성형수술은 이제 대대적인 ‘얼굴과 몸의 획일화’ 사업이 되었다. 한 외과의사는 “성형수술이 월마트에 오는 회사 간부 부인이나 미용사나 가릴 것 없이 고객을 끌어모은다”고 말한다. 성형수술 고객의 90%는 여성이고, 80%가 백인이다. 2000∼2010년 미국인들은 매년 125억 달러를 미용 행위에 지출했다.

미용산업은 최근 10년간 465% 성장하면서 빈부 격차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이런 성장은 각종 매체를 통해 보이는 특권층의 라이프스타일에 자극받아 점점 더 커져가는 꿈과 점점 더 줄어드는 소득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욕구를 반영한다. 하지만 성형수술은 한 주체가 대단히 유연하다고 보는 시각, 즉 모든 결정에서 자유롭고 자신을 완벽하게 개선하면서 영구적으로 변형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자유주의적 시각에 부합한다. 성형수술은 그것의 문제점이나 해결책, 성공이나 실패, 그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 집단적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 속한다는 확신을 이용한다.

그런 논리의 폐쇄성이 왜 이 산업이 경제위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는지를 설명해준다. 로리 에시그는 미국인들이 자신의 집을 또다시 저당 잡히는 한이 있더라도 수술을 받기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할 기회를 갖기 위해 시장- 애정 시장이나 노동 시장- 에서 가치를 높여야 할 자본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그 몸을 더 호감이 가도록 바꾸는 일은 합리적인 투자가 된다. 자영업을 하는 에시그의 한 친구는 “아마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고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빈털터리- 이런 표현을 써서 미안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빈털터리다- 임에도 그녀는 코 양옆에서 입꼬리 쪽으로 난 팔자주름을 없애는 주사를 맞는 데 800달러를 썼다. 이것이 구조적 차원의 불안정성을 인식하는 그녀의 유일한 이해 방식이다.

최근 <엘르>에 실린 ‘스페셜 젊음 되찾기’가 증명하듯이, 프랑스에서도 미용산업은 이런 불안정성을 틈타 번창하고 있다. 36살의 클로에는 ‘피부과 전문의의 견해’에 따라 성형수술을 받은 경우다. “앞으로 깊게 파인 주름에는 히알루론산보다 보톡스가 필요하다.(3) 달걀형 얼굴은 지금부터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50살이 되면 탄력이 완전히 없어지기 때문에 리프팅(안면 주름살 제거 수술)으로 ‘보정’해줘야 한다.”(4)

선택의 자유는 없다, 숙명이다

   
▲ <미스 유니버스>, 2008-앙키 퍼반도노
로리 에시그는 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선택의 자유’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녀의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보여준 대답이 온통 무기력하다는 사실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외모다”, “일자리는 남자든 여자든 관계없이 항상 더 젊어 보이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들은 리프팅이나 보톡스를 “세금 또는 죽음과 마찬가지의 숙명”으로 여긴다고 에시그는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이 집단적 영향력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들이 감당해야 할 현실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모두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언제나 이마는 주름 없이 매끈해야 하고, 얼굴선은 더 뚜렷해야 하고, 가슴은 더 커야 하는 부조리한 경쟁이 성립된다. 모델이나 유명 연예인의 매끈하고 빛나는 인공적인 몸의 이미지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한 경멸과 증오, 불안이 커져간다.

한 가지 아이러니는, 대부분의 개업의가 처음에는 교정수술이나 성형수술을 생각하지만, 그들 역시 대출을 갚아야 하는 순간부터 유방 임플랜트나 지방흡입 전문가가 된다.

일부는 자신들이 페미니스트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단언하기까지 한다. 자신의 활동이 여성에게 더 많은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다. 로리 에시그는 몸과 권력에 대한 미셸 푸코의 ‘몸 담론’을 간결하게 종합해, 이런 생각은 “자신감과 지배 질서에 대한 충성심을 입증하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안도감을 혼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에시그는 처음부터 성형수술은 인종적이면서 성적인 투기(投企·실존철학에서 현실에 내던져진 인간이 능동적으로 미래를 향해 자신을 내맡기는 것)였음을 강조한다. 즉 성형수술은 하나의 주체를 ‘비(非)백인’으로 분류하는 모든 낙인을 없애고 ‘쇠퇴한’ 몸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할 뿐만 아니라, 성형 자체로서 인종적 우월성의 표시로 인지되는 성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기의 개업의들은 ‘유대인이나 아일랜드인의 코’를 원망했지만, 오늘날 이란인 외과의는 “디즈니가 페르시아인의 코를 문제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고 단언한다. 백인 여성을 더욱 ‘여성스럽게’ 만들기에 전념하는 메스 달인들의 열정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더욱 여성스러워져라’, ‘자신감을 높여라’라는 목표가 프랑스 국립고용청(Pôle Emploi)이 에렐(Ereel) 재단과 함께 장기 실업자들을 위해 연 ‘리루킹(Relooking) 액션 데이’의 핵심을 이루었다. 이 자선단체 명예회원 중에는 파리 16구 부구청장 2명, 총리관저 수석요리사, 여성 철학자 신시아 플뢰리 등이 포함돼 있다. 이곳의 ‘핵심적인 대모’는 피용 총리 부인 페넬로프 피용이다. 총리 부인과 ‘실업자 말소 기계’라 불리는 고용청이 그들의 직접적인 희생자들의 응석을 받아주는 데 하루를 할애한 것은 감동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주간지 <카나르 앙셰네>는 신의 없게도 “여성 실업자에게 에나멜 도료를 칠하는 일을 하는 ‘이미지 개선 서비스’ 사이트에서는 국영TV <프랑스2>의 프로그램 <토론합시다>에서 이미 방송됐던 것처럼, 덥수룩한 머리 모양으로 도착한 모델들이 몇 시간 뒤에는 윤기 나는 파마 머리로 변해 있었다”(5)고 표현했다.

실업 대책이 된 미용 강좌

지난 1월 언론을 통해 이 행사가 떠들썩하게 홍보될 무렵(6) 배우 마리안 샤젤은 <여자들의 비결>이란 프로그램에 나와, 대량실업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신의 비결을 털어놓았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피용 부인은 검은색과 회색 옷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좀더 화사하고 선명한 색조의 옷을 입고 자신의 여성성을 더욱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머리 염색은 어떨까? 에렐 재단의 명예회장이자 주간지 <현재의 가치> 기사에 자주 등장하며, ‘평등주의의 역설’(7)에 대한 긴 글을 이 주간지에 기고한 하원의원 베르나르 드브레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여자들은 일어나서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하는 일에 서투르다.”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는 외모를 가꾸려 노력하는 ‘라티파’라는 이름의 가련한 여성에게 “눈가의 잔주름을 없애려면 눈밑을 잘 마사지하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조만간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 최저생계의 사람들을 위한 ‘스페셜 리프팅 대출’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글•모나 숄레 Mona Cholle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학사>(2006)와 역서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

<각주>
(1) 로리 에시그, <아메리칸 플라스틱, 유방확대수술, 신용카드, 그리고 완벽 추구>, 비컨, 보스턴, 2010.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하의 인용문은 이 저서에서 인용한 것임.
(2) 2010년 8월, 뉴욕 검찰총장은 고객을 속인 혐의로 케어크레디트와 다른 의료비 신용대출기관에 대한 수사를 했다.
(3) 보톡스 주사는 안면근육을 경직시켜 일시적으로 주름을 완화해준다.
(4) ‘스페셜 젊음 되찾기’, <엘르>, 2011년 2월 4일.
(5) ‘페넬로프, 고용국에서 자신의 룩을 관리하다’, <카나르 앙셰네>, 2011년 1월 26일.
(6) ‘실업자들을 위한 리루킹 수술’, www.nouvelobs.com, 2011년 1월 11일.
(7) <현재의 가치>, 2010년 1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