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서평]
이 책에 담긴 12개의 대담은 미국 사회에 인종 구분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뿌리박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백인이건 흑인이건, 인종차별주의자이건, 인종차별을 반대하며 투쟁하는 사람이건, 누구나 피부색을 먼저 의식하고 상대를 본다. 피부색을 의식하며 구분하는 생각은 뿌리 깊이 박혀 있기도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940~50년대에 인종분리 정책이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시민운동을 통해 인종분리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는 쪽으로 변화한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피부색에 대한 의식은 개인, 사회계층, 성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뿐이다. 이 책은 인종에 관해 변화의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많은 모순으로 가득한 평범한 미국인들을 조명한다.
미국 법과대학에 존재하는 사회 및 제도 서열을 면밀히 조사한 이 책은 1983년에 처음 발행되었다. 저자 던컨 케네디는 전도유망한 대다수의 법률가들이 대기업 법무팀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기존과는 다른 시스템을 구상한다. 1970년대에 뜻이 맞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비판적인 법률 연구’라는 운동을 일으켰던 저자는 변론과 반론의 플레이는 실질적으로는 가능성을 제한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생각의 자유로운 표현을 누르려는 사람들을 반대하는 것이 오히려 법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경제 불평등에 대한 반대가 법 교육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처럼 법의 영역이 축소되면서 미국의 정치활동 영역 역시 축소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카네기, 록펠러, 포드 혹은 소로스. 미국 거대 재단들은 20세기 유럽 대륙의 지성과 정치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여러 사례별 연구를 모은 이 책은 미국 거대 재단들의 네트워크 정치를 다룬다. 뤼도빅 투르네에 따르면, 미국 거대 재단들이 끼치는 영향력은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 첫째, 장학금 제공과 연구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20세기에 유럽 과학 분야가 재조정되는 데 막대한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록펠러의 베이비’라는 별칭으로 불린 런던 정치경제대가 좋은 예다. 둘째, 미국 거대 재단들은 미국이 공산주의에 맞서 이끌어가던 문화 냉전에 참여했고 유럽 건설을 지지했다. 셋째, ‘평화, 민주주의, 시장경제’로 대변되는 미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 질서가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
이 책은 경제위기의 메커니즘을 새롭게 분석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이미 이해하고 있는 경제위기 메커니즘을 다시 돌아본다. 저자 프레데리크 르바롱은 지난 30년 동안 지배계층의 사고에 일어난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공식적인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낙관주의에서 비관주의로 돌아섰을까? 주지사들의 주장으로 금융 규제에 정부가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일까? 르바롱은 다양한 통계자료를 내세워 “현 위기 앞에서 경제가 이룬 성과의 현실은 신자유주의 이론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공공금융 위기는 패러독스를 낳았다. 정부의 지지 아래, 신자유주의적 금융시장이 형성됐지만, 이제 금융시장은 사회보장 시스템을 축소해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정부와 맞선다. 이제까지 사회보장 시스템이 있었기에 불황에도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지만 말이다. 르바롱은 ‘포스트 자본주의’의 해법을 언급하며 결론을 맺고 있지만, 포스트 자본주의 해법이 현 상황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문화 분야에서 중요한 사상가로 떠오른 아르망 마텔라르는 1962년 칠레에서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사회주의 정부가 집권한 3년(1970년 11월~1973년 9월 11일) 동안 마텔라르는 미디어 개혁 프로젝트, 커뮤니케이션 정치 발전을 위해 참여했고, 그 후 ‘미디어는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왔다. 이 책에서 마텔라르는 “연구를 통해 국제화·세계화·글로벌화의 개념, 정보사회 혹은 문화 다양성을 통해 나타나는 이들 개념의 미묘한 차이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론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이 전략적으로 미디어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