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봉쇄된 도시

2020-03-31     제랄디나 콜로티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이탈리아판 발행인

이탈리아의 참담한 상황은, 흑사병이 로마를 강타해 인구의 절대 다수가 희생당한 2세기와 16세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치명률은 10.14%로 전 세계 1위이며, 누적 사망자 8,000명, 누적 확진자는 8만 명이 넘었다. 3월 26일 기준 이탈리아 전국 누적 사망자 수는 8,165명, 누적 확진자 수는 8만 53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로마는 어디로 갈 것인가?

 

준(準) 자유국가 혹은 감시받는 거주지, 여기 이탈리아에서 평소처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를 출판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소니아 샤가 (3월호에서) 지적했던 내용 덕분에 일일 희생자 수를 분석하고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넘쳐나는 정보를 분류할 수 있었다. 3월 18일에도, 이탈리아는 유럽 내에서 가장 슬픈 기록을 세웠다. 이날까지 이탈리아에서 2,500명 이상의 누적 사망자와 3만 1,500여 명의 누적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참사는 이탈리아 정부의 공공보건정책 예산이 여러 해 동안 마구잡이로 삭감된 결과다. 이탈리아(약 6,046만 명)와 인구가 비슷한 프랑스(약 6,527만 명)는 국민을 위한 병상이 2만 개인 반면, 이탈리아는 5,000개에 불과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선 이탈리아 북부에서 퍼졌다. 이 북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외국인 혐오 정책을 실시해온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산업계와 상업계가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대한 걱정 때문에, 정부가 지시한 전염병 관리수칙에 따르기를 거부하고 있는 곳이다. 그 때문에 귀중한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 

 

공장과 국가의 ‘완전봉쇄’가 해답이 될까?

이탈리아 지역단체장들은 몇 달 전부터 북부의 자치를 주장하면서 남부에 일종의 경제적 차별 정책이 실시되기를 원했다. 이들은 이를 결의하고 중앙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들이 ‘불균형한 지방분권주의’를 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방분권주의가 실시되면 식량이나 보건 등 일부 주요영역을 그들 스스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악인 것은 그들의 악독한 지도자(이탈리아 극우 정당 ‘북부 동맹’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전 내무부 장관)는 이제 불만을 선동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점이다. 360도 방향전환을 한 그는 공장과 국가의 ‘완전봉쇄’를 주장한다. 

부패 스캔들을 일으키며 경제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몇 년 동안 이탈리아를 무릎 꿇게 했던 또 다른 인물이 있다. 바로 극우정당 ‘이탈리아의 형제’의 조르자 멜로니다. 극우파 ‘이탈리아 사회운동당’의 당원이었던 그녀는 의회 부의장(2006~2008년)을 거쳐 제4차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청년부 장관(2008~2011년)을 역임했다. 라티움 지역의 국회의원인 그녀는 양심의 가책 없이 선동하는 데 능하며 곧잘 미디어를 끌어들인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미디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재앙의 두려움 속에서 이전의 근심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불안을 촉진하고 희생양을 지목하는 것이 미디어다. 어제도 우리는 미디어가 외국인 혐오를 잔뜩 내세우며 ‘중국 바이러스’를 향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날 이 새로운 페스트의 전파자는 일터에 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예방조치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죄인 취급을 당한다. 

우리는 이제 중국의 효과적인 대응에 감탄한다. 그러나 이 팬데믹을 완전히 뿌리 뽑으려면, 어제는 필요하다고 여겼으나 오늘은 격리로 인해 불필요해진 분야의 생산을 중단시켜야 한다. 긴급상황을 마주해 의료 장비와 시설 등 보건에 필요한 생산을 하도록 방향을 바꿔야 한다. 

 

위험 속에서도 일터에 가야 하는 사람들

‘국가 단결’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부호들의 ‘관대한’ 손길이 핵심기사로 떠오르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1천만 유로를,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와 유니크레디트 재단은 2백만 유로를, 대형 유통업체 에셀룽가는 250만 유로를 각각 기부했다. 마르크스주의가 여전히 수백만 명의 상식을 자극하는 이데올로기라면,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희생된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털지 않고서,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서 왔는가? 이런 식의 기부행위는 상당히 흥미롭다. 이 위기로 철저히 짓밟힌 국민들의 반발이 두려운 나머지, 빼앗은 것의 일부를 생색내며 내놓은 것 아니겠는가?

아이티나 푸에르토리코에서 발생했던 재해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 등 여러 재앙은 사회 취약계층에 타격을 주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해 빈곤층은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몰고 온 거대한 전쟁을 치러야 한다. 강자들의 유럽이 다국적 기업과 은행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정책을 이용해 강력한 격리조치를 취하는 동안,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중에도 일터에서 죽어간다. 

그들은 말한다. “집에 있으세요.” “대중교통을 피하고 거리를 두세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서민들은 생계를 위해 위험 속에서도 일터에 나가야 한다. 간호사들은 항상 부족하고, 그들의 급여도 낮다. 병원 침대 또한 부족하다. 사기업 이익을 위해 공공보건 조직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빈곤층은 부모, 조부모와 함께 꾸역꾸역 같이 산다. 사회의 쓰레기장 격인 교도소에서는 폭동이 일어났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힘이 얼마나 약한지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의 권리를 무시하는데 적극적인 극우 정당은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며 엉뚱한 곳으로 표적을 돌리고 있다. 몇 년 전 공산주의 재건당(PRC)이 국회에 입성하는 데 지지가 미약했던 이탈리아에서는 이제 이성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력이 사라졌다. 

최근 거의 텅 비어버린 로마 길거리에는 경찰의 표범들(1)만 어슬렁거린다. 베네치아에서는 지방 사투리로 “진짜 죽여 버리겠어, 이번엔 진짜 죽일 거야”라고 쓴 간판이 눈에 띈다. 격리돼서 짜증 난 남편이 아내에게 화풀이하는 모습을 언급한 것이다. 이 악질적인 농담에 페미니즘 단체는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런 가운데, 토리노에서는 3명의 판사가 에디 마르쿠치에게 ‘특별 감시’ 2년을 구형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여성은 시리아에 가서 이슬람국가조직(IS)의 지하디스트와 맞서 싸우는 쿠르드족을 지원한 바 있다. 이런 법적 절차는 아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나 ‘사회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의 행적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글·제랄디나 콜로티 Geraldina Colotti 
이탈리아 일간지 <일 마니페스토(Il Manifesto)>와 함께 출간되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이탈리아어판 발행인.

번역·이정민 minuit15@naver.com 
번역위원


(1) 경찰차를 가리키는 이탈리아 은어.

 

코로나와 관련된 말 말 말

 

“지금 진실을 말해볼까요? 10년 후, 병원 침대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있을 겁니다.”

- 니콜라 부주, 트위터, 2014년 9월 24일 

 

“절망적인 병은 절망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기에.”

- 셰익스피어, 햄릿 (제4막 제3장) 

 

“(2017년,) 프랑스에서 약 제조에 사용되는 원재료는 인도, 중국, 미국 3개국에서 들어온다.” 

- 2017년 프랑스 각 부처 간 경제 변화 전망 보고서 

 

“국경은 마리 르펜, 마테오 살비니와 같은 국수주의자들의 영원한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 벽을 세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결국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저항력을 키우는 데 걸리는 시간과 똑같다. (…) 의사들은 도시를 지키려는 생각으로 바이러스와 싸워서는 안 된다.”

- 가스파르 코에닝, <레제코>, 2020년 3월 4일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차가 있다. (…)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닥친 지금 개인 차량은 작은 보호 공간이 돼줄 것이다. 게다가 기름값까지 하락하고 있어서, 운전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것이다.”

-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2020년 3월 5일 

 

“정부는 과도한 확장 정책으로 국가를 파괴하고 있다. 공공지출, 적자, 채무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복지 국가가 도리어 국가 고유기능을 잠식시킨다.” 

- 니콜라 바버레즈, <르포앙>, 2020년 3월 5일 

 

“미국에서는 1일 입원 비용이 평균 4,293달러, 즉 3,850유로다.”

- <레제코>, 2020년 3월 4일 

 

“오늘은 싼값에 주식 사기 좋은 날이네요.” 

-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재정경제부 국무장관이 경제부에 한 말, 2020년 3월 10일 

 

“직원 여러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때야말로 매일 우리 모두를 연결해주는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오늘 아침, 새롭게 일어난 파업으로 인해 여러 방송이 차질을 겪었습니다. 현재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각자가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자리를 지켜야 하고 우리 임무를 계속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공영방송은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프랑스 국민들, 특히 가장 취약한 계층 및 프랑스 곳곳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 시빌 베이, <라디오 프랑스> 부국장, 2020년 3월 12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더 오래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재정적으로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 

- 호세 비날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학자, 예상보다 더 오래 사는 사람들로 인한 위험에 대비해 연금 삭감을 옹호하는 보고서를 발표할 때, 2012년 4월 11일. 

 

“우리는 만반의 준비가 끝났기에 프랑스에서 전염병이 도는 일은 없을 겁니다. 환자가 나온다고 해도 신속히 저지할 수 있을 겁니다.” 

- 야즈단 야즈단파나, 감염내과 교수, 파리의 비샤(Bichat) 병원 감염병 서비스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