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능주의는 만병통치약인가?

2020-04-29     펠릭스 트레게 l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산하 인터넷 사회 연구소 연구원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한 여러 국가 지도자들은 이제 국민들을 잠재적인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게 됐다. 바야흐로 국민들을 IT기술로 통제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영상 보안사업과 정교한 보안기술이 황금기를 맞이했다.

 

호주 서부지역에서는,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에게 전자팔찌를 착용시키고 자가격리를 강제한다. 중국에서는 음식 주문을 하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배달부의 실시간 지리 위치정보뿐 아니라 체온이 표시된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직장, 교통시설, 주거지역에 접근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지도 위에 감염위험도를 색상으로 표시해준다. 중국 경찰관들은 증강현실 안경을 착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헬멧에 부착된 열 감지 카메라를 통해서 군중 가운데 발열증상이 있는 사람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폴란드에서는 격리조치 대상자들은 노트북 프로그램을 사용해, 정해진 시설을 이탈하지 않았음을 확인시키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촬영해 주기적으로 경찰에 전송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디지털 신고 플랫폼을 활용해 시민들 스스로 통행금지령 위반사례를 적발해 경찰에 신고한다.

 

‘국민 여러분을 위한’ 감시와 통제

언뜻 보면 역설적이다. 전대미문의 보건 위기 속에서 정부가 가장 먼저 취하는 태도가 ‘국가안보’니 말이다. 환자용 침상, 선별검사 및 보호 마스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바이러스 확산에 속수무책인 현 시점에서, 정부는 국민을 가장 두려워하게 됐다.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이 역설은 명백하기만 하다. 이미 지난 수세기에 걸쳐, 감염병으로 인해 국가권력은 변형되고 확장되었다. 그리고 일반 시민에게 신상명세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는 등, 새로운 경찰식 관행이 일반적으로 실시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비친 공중보건의 안전관리에 대한 이미지는 구태의연한 것이다. 우리는 의학이 발달할수록, 대규모 감염병 사태나, 그와 관련된 정치적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의 영향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생활공간과 자연의 파괴,(1) 국제유통의 점진적 증대, 농업의 기업화 등 자본주의는 질병확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계보건기구나 억만장자 빌 게이츠 등은 1990년대 무렵,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한 신기술로 알고리즘과 ‘빅 데이터’를 신봉했다.(2) 당국이 빅 데이터 분석기술을 사용하면, 상황을 예측하고 위기를 예방하며 감염병의 확산을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을 것처럼 알려졌다.(3)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기술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예방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 결과, 위기에 압도된 국가들은 여러 세기에 걸쳐 확대돼던 자유를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국가는 이동제한령이나 기타 격리조치를 제한적으로 실시했다. 역사학자이자 인구통계학자인 패트리스 부르들레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조치는 19세기 전체주의 체제에서 흔히 행해졌던 것이다. 영국의 자유당은 선박에 승선한 승객을 대상으로 새로운 방역제를 제안했다. 승객들은 하선 직후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고, 병세가 있으면 전용병원에 입원해야 했으며,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보이는 승객도 몇 주 동안 관찰 대상이 되었다. 당시에는 감염사실을 알고도 공공장소에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자는 벌금을 내거나 며칠간 투옥되는 등 법적인 책임을 져야 했다.”(4) 

공중보건과 국가의 결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이동 자유의 제한은 더 이상 도시나 지역, 무역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공중보건은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2월 이후로 중국 당국이 실험한 전략을 수용하면서, 관련 기술과 보안을 강화해가고 있다. 국가와 그 협력기업들은 감염병의 확산을 모델링하거나 인구를 이주시킨다. 혹은 감염자들의 경로를 추적하며 지금까지 사회적 일탈자들을 식별하고 통제하는 용도로만 사용해 오던 여러 수단들을 정당화한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젊은 여성, 첸 웨이위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이렇게 평했다. “이미 감시는 어디에나 있다. 다만, 이 감염병 사태 속에서 더 심해진 것뿐이다.”(5)

오늘날 역사가들은 이 비상사태가 막을 내리면, 정부가 모든 국민들에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개인의 이동기록을 추적할 수 있도록 전자 팔찌나 그에 상응하는 기기 휴대를 의무적으로(프랑스의 경우 권장)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20세기를 주름잡았던 무시무시한 권위주의 정권도 이토록 정교한 전체주의적 통제방식을 본다면, 감탄하며 부러워했을지 모른다. 그들마저도 이렇게까지 국민들을 통제할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각국의 지도자들이 제시하는 주장은 독재자들이 늘 내세우는 정당화의 논리를 연상시킨다. “이것은 모두 다 여러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기술만능주의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쳤다”

그러나 이런 조치의 실제적인 효과는, 어플리케이션 사용자에게 감염위험을 경고하는데 있다. 모든 사람들이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한, 감염경로를 추적하는 일은 쉽지 않다. 관련 연구를 고려해 볼 때, 정부는 이 어플리케이션 사용정책을 강제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격리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이다.(6) 그러나 캐나다 밴쿠버의 보건과학 교수인 수잔 에릭슨은 이렇게 경고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건위기를 관리하려 한다면, 보다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전략을 놓칠 우려가 있다.”(7) 에릭슨 교수는 2014년 아프리카 서부 일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바로 그 ‘기술만능주의’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한다.(8)

한편, 데이터에 대한 이런 광란의 질주로 인해 가장 큰 득을 보는 것은 다국적 IT 기업들이다. 지난 3월 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러스 확산과 맞서 방대한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그 경쟁사들과 대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자본주의가 낳은 최첨단 감시 시스템은 지난 몇 년 동안 맹렬한 비판에 노출됐음에도, 자연스럽게 국가의 파트너가 됐다. 그리고 공중보건 관리 분야에서 역할을 맡아, 사회적으로 유해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대표적인 예로, 전 세계에 유통되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를 관리하는 구글과 애플이 당국과 협력해, 이동경로 추적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제 국가는 빅 데이터 처리도구를 개발하는 한편, 병원에 지급해오던 지원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보건관련 기업들과 새로운 제휴를 체결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병원예산은 큰 폭으로 삭감될 것이다. 이런 사례는 지금까지 충분히 보고되어 왔다. 소위 ‘빅 데이터’는 조세회피를 통해 공공서비스를 약화시키고, 정부가 긴축재정 정책을 취하도록 촉구한다. 3월 28일, 영국 국립보건원(NHS)은 구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하나로 묶는 컨소시엄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컨소시엄의 총지휘는 정보분석 전문회사인 ‘팔란티어(Palantir)’가 담당할 것이다. 

 

위기 속에서 황금을 캐는 이들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이 회사는 불법이민자들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또는 미국 이민국의 협력기관과 연결돼 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국가가 큰 혜택을 주고 보건시스템 구축을 위한 자금지원 확보를 약속했음에도, 감염병은 관리자들의 논리를 심화시킬 것이다. 아울러 주요 디지털산업은 외주가 되어 IT기업들의 배를 불릴 것이다.

대규모 통신사업자들 역시 득을 볼 것이다. 낙후된 지역의 고객들에게도 비싼 통신료를 받던 그들은 이제 스마트폰 지리위치 정보를 활용해 응급환자들을 구조하면서 극적인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새로운 도구들은 합법성 측면에서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기업들이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역공동체에 판매하고자 노력해온 것들이다. 감염병이 확산된 후, 프랑스 당국은 종합적인 인구 이동 수치, 특히 파리 거주자들이 지방에 보유하고 있던 주거지로 이동하는 수치를 발표했다. 

프랑스 당국자들과 각종 미디어는 이 통계수치를 근거로 삼아, 이동제한령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여기에 통행금지 조치를 거부하는 감염자들에게는 손가락질을 했다. 붐비는 기차역 장면을 전면에 내세운 채, 수십만 건의 보고서와 숱한 사건 경위 조서, 다수의 폭력사건과 신기술 사용 장면을 시각적으로 제시했던 이들은 대규모 경찰 배치를 정당화하는데 일조했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드론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다. 드론은 시위 감시를 위해 과거 몇 년 동안 유행했지만, 법적 모호성 때문에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사용이 제한됐다. 원격으로 조정되고 스피커 또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으며, 종종 고가로 사기업에 임대되기도 하는 이 비행물체는 감염병 예방수칙을 방송하거나 도로와 광장에 보행자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지상정찰을 수행하며 무단통행하는 사람들을 적발할 수도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현 상황을 잘 활용해, 4월에 650대의 드론 관련 입찰공고를 올렸다.(9)

또한 경찰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마트 도시’ 보안사업 시장 속에서 무수히 생겨난 전문회사를 활용할 수 있다.(10) 프랑스의 한 신생기업 Two-I는 사법기관에 전국 공원에 설치된 CCTV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특수 알고리즘 기능의 무료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을 위반한 사례를 탐지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기업의 공동창립자인 기욤 카제나베는 “경찰의 임무는 통제가 아니라 예방”이라고 주장하며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가 만든 이 기술로 군중이 모이는 것을 탐지할 수 있다. 그러면, 경찰이 예방조치를 하기 쉽게 된다.”(11) 

IT기술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몇 개월 전 중국의 한 보안업체가 선보인 안면인식기술로 완성될 듯하다. 프랑스 정부의 디지털 담당 국무장관 세드릭 오는 감염병 사태 초기 단계에 이 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이렇게 논평했다. “안면인식기술은 공공질서 뿐 아니라, 질병관리 차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12)

무려 10만 대의 CCTV 카메라가 끊임없이 공공장소를 촬영하고 있는 모스크바에서는 이 기술이 검역요건을 위반한 사람들을 추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뉴욕의 외곽을 지키는 경찰들은 감염병 사태를 통해 ‘비접촉’ 해결 방법이 여권을 일일이 확인하며 이동 인원의 신원을 확인하던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위생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생체인식 감시의 확산은, 개인의 위생에 대한 고려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3월 16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 방송 중에 “우리는 전쟁 중입니다”라고 언급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대테러부대를 투입하겠다는 저의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자살폭탄 테러를 극비리에 예방하기 위해 구축된 특별정보 서비스를 3월 14일 이후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지금까지 저는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이 특별정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13)

한편, 인권운동가와 언론인의 기밀정보 스파이 스캔들과 연루된, 대표적인 사이버 방첩 회사 NSO 그룹은(14) 통신 네트워크에서 포착된 메타 데이터 및 통신내용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NSO 그룹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총동원해 각 개인의 ‘감염 위험도’를 계산해 1에서 10까지 수치를 부여한다. 다른 12개국에서도 이 시스템을 테스트할 것이다. 이번 위기가 종식되면, 이 인프라가 다른 목적으로 전환돼 은밀하게 사용될 것이다.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위기가 잦아질수록, 보안업체는 국가와 공·사기업 사이의 결탁 속에 더욱 큰 호황을 맞이할 것이다. 동시에,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시도들을 좌절시키는 새로운 걸림돌이 될 것이다. 

 

 

글·펠릭스 트레게 Félix Tréguer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산하 인터넷 사회 연구소 연구원. 『L’Utopie déchue. Une contre-histoire d’Internet, XVe-XXIe siècle (실추된 유토피아: 거꾸로 보는 인터넷의 역사, 15세기-21세기)』 (Fayard, Paris, 2019)의 저자. 네티즌 권리 옹호를 위한 시민운동 단체 ‘La Quadrature du Net’(2008년 프랑스에서 결성)의 멤버이기도 하다.

번역·이근혁
번역위원


(1) Sonia Sah, ‘Contre les pandémies, l’écologie 한국어판 제목: 왜 팬데믹은 야생동물에서부터 시작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0년 3월호.
(2) Effy Vayena 외, ‘Policy implications of big data in the health sector’, <Bulletin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Genève, Vol. 96, n°1, 2018년 1월. 
(3) Tim Eckmanns, Henning Füller et Stephen Roberts, ‘Digital epidemiology and global health security: An interdisciplinary conversation’, <Life Sciences, Society and Policy>, vol. 15, n° 1, 2019년 3월.
(4) Patrice Bourdelais, ‘Le retour des dispositifs de protection anciens dans la gestion politique des épidémies 감염병을 상대하며 벌이는 정치적 조치 속에서 다시 출현한 구식 보호대책들’, Extrême-Orient Extrême-Occident, n° 37, 2014년 9월.
(5) <The Guardian>, 런던, 2020년 3월 9일.
(6) Luca Ferretti 외, 『Quantifying SARS-CoV-2 transmission suggests epidemic control with digital contact tracing』, <Science>, 워싱턴, 2020년 3월. 
(7) Susan L. Erikson, ‘Cell phones ≠ self and other problems with big data detection and containment during epidemics’, Medical Anthropology Quarterly, vol. 32, n° 3, 2018년 9월.
(8) Evgeny Morozov, ‘Covid-19, le solutionnisme n’est pas la solution 코로나 바이러스,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블로그 (https://blog.mondediplo.net/), 2020년 4월 5일.
(9) Avis n°20-51423, Bulletin officiel des annonces des marchés publics, 파리, 2020년 4월 15일.
(10) ‘La ville sûre ou la gouvernance par les algorithmes 한국어판 제목: 공공성을 앞세운 도시계획 2.0’’,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9년 6월호.
(11) <Le Journal des entreprises>, 낭트, 2020년 3월 25일. 
(12) Liberation.fr, 2020년 3월 13일에서 인용.
(13) <Times of Israël> (version française), 예루살렘, 2020년 3월 15일, www.fr.timesofisrael.com
(14) ‘WhatsApp attaque en justice une entreprise israélienne pour espionnage 왓츠앱이 이스라엘 기업을 스파이 혐의로 고소하다’, <Capital>, 2019년 10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