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2020-04-29     비올렛 고아랑 l 프리랜서 기자

대부분의 유럽국가들과는 반대로, 스웨덴은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자율적인 노선을 택했다. 스웨덴 정부는 국민에게 이동 및 접촉 자제를 권고하지만, 완전한 격리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

 

“밖으로 나와 공원을 만끽하세요.” 스톡홀름 거리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시청 포스터는 세계 곳곳에서 격리상태로 버티는 40억 명의 사람들을 발끈하게 만들 만하다. 물론 이번 3월 말, 아브라함스버그 지하철역은 러시아워 시간에도 한산했다. 대중교통 이용량은 한 달 동안 2/3가 감소했지만 거의 모든 시설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다음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은 끊임없이 빨간색 메시지를 내보낸다. “꼭 필요할 때만 외출하세요.” 맞은편에서 버스 한 대가 선다. 파란 비닐장갑을 낀 버스기사가 뒷문으로 타라고 알린다. 백미러에는 요즘 부쩍 줄어든 승객을 찾는 기사의 시선이 비친다. 기사의 뒤로 둘러진 방역띠는 승객의 자리인 뒷줄과 운전석을 가른다. 

보건당국의 권고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스톡홀름 사회의 리듬은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 3월 29일부터 50명 이상의 모임이 금지됐다. 재택근무,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원격학습이 ‘장려’된다. 그러나 학교, 도서관, 스포츠센터 등 사람이 모이는 기관들은 열린 상태다. 바와 식당은 테이블들 사이의 간격이 충분해야 하고, 손님 전원이 앉을 자리가 있어야 한다. 수영장에서 수영강사가 기본수칙을 알려주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거나 전염되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물에 빠지지 않게 처신하는 것도 각자의 책임이다.

4월 1일, 보건복지부는 공식행동수칙을 거듭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책임감있게 행동하십시오.” 평상시에도 이 원칙은 스웨덴 사회에 깊게 자리해 있기에, 스웨덴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기만 해도 저녁약속을 취소하거나 재택근무를 택한다. 또한,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에서 각자 거리를 유지하는 행동에 익숙하다. 

재택근무도 마찬가지다. 일일 인터넷 사용자가 전인구의 90%에 달하는 스웨덴에서는, 모든 것을 디지털로 전환하려는 바람이 불고 있다. 권고사항의 전달이 용이해지고, 보건당국이 인구이동과 관련된 익명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1) 취미활동부터 온라인 행정업무, 배달서비스 등 인터넷 덕분에 각자가 홀로 자신의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평상시라면 해롭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정부기관을 신뢰하는 스웨덴 국민은 이런 전략을 지지하고 있다. 강제적인 격리조치는 없을 것이다. 스웨덴 헌법이 보장하는 “국내외 이동의 자유”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토록 중시하는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훗날 오늘을 되돌아볼 것을 생각해야 한다.” 룬드 대학교 공법 교수 티티 맷슨은 이렇게 강조했다.(2) 학교와 국경을 폐쇄한 인접 북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스웨덴은 국가비상사태 선포 등 예외적 상황에 대한 법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이는 관련 부처가 2월부터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학계에서는 과학잡지 <사이언스> 를 통해 팬데믹 시국을 선언했고, 민방위와 사회복지분야의 전문의들은 계속해서 보건당국을 위한 방침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사민당 출신의 스테판 뢰벤 총리는 정기적으로 과학계 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다른 당대표들과 함께 대책을 협의한다. 70세 이상의 노령인구나 호흡기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은 사회접촉을 제한하고 야외보다 실내에서 산책할 것을 권고한다. 장보기는 자원봉사자들이 대신 맡았다. 친지방문을 위한 양로원 출입도 금지됐다. 

 

단기간 내 실업 급증, 1992년 이후 처음

3월 초, 스웨덴 정부는 코로나19 극복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스웨덴의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건수, 1만 명당 75명은 프랑스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다른 북유럽 국가들 특히 4월 중순까지 국민 1만 명당 평균 1,000명이 검진을 받은 아이슬란드에 비해서는 매우 낮다. 몇 주 후에는 상점 계산대에 얇은 강화유리 보호막이 생겼고, 대기 줄 바닥에는 앞뒤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표식이 생겼다. 그리고 갑자기 손소독제, 휴지, 쌀, 베이킹파우더가 동이 났다. 문화행사는 취소되거나 온라인 형태로 대체됐다. 호숫가를 산책하다가 기침 한 번만 해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월급날이나 토요일 밤이면 외출하던 스톡홀름 시민들은 이제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3월 초부터 6만여 명이 해고당했고 10만여 명이 조업정지로 실업자가 됐다. 이런 단기간 내 실업 급증은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올해 실업률이 6.8%에서 최소 9%, 최대 13%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3) 스웨덴은 질서와 아름다움만이 가득한 지상낙원이 아니다. 스테판 뢰벤 총리는 “스웨덴은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냉전 이후 비상사태에 사용할 국가 전략적 준비금이 서서히 바닥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스웨덴 의료제도 역시 30년간 이뤄진 민영화와 예산삭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스웨덴 인구 1,000명당 배정된 병원침대는 2.2개로(4) 독일의 1/4, 일본의 1/6에 불과한 수치다. 병원, 보건소, 노인요양원은 물자와 전문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유럽의 여느 나라처럼, 스웨덴도 보건기관에 환자가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을 취한다. 노력의 일환으로 군대와 시민예비군이 설치중인 간이병원은, 4월 중순 스톡홀름에는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의 수치를 근거로 격리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아직은 소수지만 꾸준히 커지고 있다. 4월 20일, 스웨덴 인구 대비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덴마크의 2배, 핀란드의 10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사망률은 프랑스의 1/2, 스페인의 1/3에 불과하다. 게다가 4월 10일 이후 신규감염 사례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수도 비슷한 추세다.(5)

“스웨덴의 전략은 집단면역이 아니다.” 지난 4월 4일 열린 스웨덴 보건당국의 기자회견 당시, 수석 역학연구원 안데르스 테그넬은 스웨덴과 이웃국가들 사이에 벌어진 수치상의 격차에 대한 질문세례를 받았다. 테그넬은 이를 주로 시간차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YLE(핀란드 공영방송)에서 온 기자에게 이 연구원은 이렇게 토로하기도 했다. “모든 국가들이 집단면역을 기대하는 듯 하다. 다수에게 면역력이 생겼을 때 비로소 확산률이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6)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합의가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좌파의 참여 없이 사민당과 녹색당의 동맹으로 이뤄진 소수정부(제1당의 의석수가 과반의석에 미치지 못하는 의회-역주)는 3개월 동안 강력한 공권력을 얻었다. 4월 18일부터 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회는 사후관리 역할만 수행한다. 이런 운영방식 때문에 정부가 전지전능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스테판 뢰벤 총리는 “바이러스 때문에 법률을 새로 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국민들의 ‘양심’에 호소한다.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스톡홀름 거리에 붙어있던 “밖으로 나와 공원을 만끽하세요” 포스터는 4월 초부터 자취를 감췄다.  

 

 

글·비올렛 고아랑 Violette Goarant
프리랜서 기자

번역·정나영
번역위원


(1) ‘Folkhälsomyndigheten tar hjälp av mobildata’, 스웨덴 보건당국 공식 홈페이지, 2020년 4월 8일, www.folkhalsomyndigheten.se
(2) ‘Därför kan Sverige inte utfärda utegångsförbud’, SVT Nyheter, Stockholm, 2020년 4월 2일, www.svt.se
(3) Svenska Dagbladet, Stockholm, 2020년 4월 15일.
(4) 2018년 OECD 데이터. 
(5) 스웨덴 보건당국 공식통계자료. 
(6) YLE(핀란드 공영방송), Helsinki, 2020년 4월 4일, https://svenska.yle.f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