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학공장 폭발사고, 인적·환경적 피해

2020-04-29     모하메드 라르비 부게라 l 화학자

화학산업은 환경과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한편, 국가 경제발전의 핵심 원동력이기도 하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오늘날 직면한 모순적인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 순방을 막 시작한 무렵인 2019년 3월 21일, 상하이에서 북서쪽으로 250km 거리에 위치한 장쑤성 옌청시의 티안지아이 화학공장(JTC)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78명이 사망하고 56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전에도 수많은 폭발사고가 있었으나 2019년 이후에는 처음이었다.(1)

2007년 역 근처에 문을 연 이 공장에서는 195명의 직원들이 화장품·살균제·항균제 등에 방부제로 사용되는 파라벤과 향수에 사용되는 열가소성 폴리머, 아니솔을 생산하고 있었다. 해당 사고로 도시 전체가 연기로 뒤덮이면서 대기와 하천에 초래될 악영향이 우려되는 가운데, 옌청시는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장쑤 성의 환경보호부는 공장 인근 하천에서 중국 국내 기준치의 111배에 달하는 고농도 독성물질을 검출했다.

참사 이후, 중국 국무원(장관 회의)은 위원회를 구성해 장쑤성의 지방당국이 법 집행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음을 밝혀냈다. 당국은 JTC가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여러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영업을 지속하도록 눈감아줬던 것이다. 2019년 4월 공장은 전면폐쇄 됐으며 JTC의 임원과 관련 공무원 24명이 구속됐다. 반면, 장쑤성의 고위관료 2명은 경고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환경과 건강의 적 vs. 경제발전의 핵심동력

옌청시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기 4개월 전인 2018년 11월 28일에는 허베이 성의 장자커우 시에 위치한 중국 국영기업 켐차이나 소유의 염화 비닐 생산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2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허베이성은 2022년 동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이기도 하다. 8개월 전인 2018년 7월 12일에는 쓰촨성 이빈시의 항다 기술공단에서 일어난 사고로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같이 연이은 폭발사고들은, 173명의 사망자와 800여 명의 부상자를 내고 수천 명의 이재민을 만든 2015년 8월 12일 텐진 폭발사고 이후 도입된 각종 정책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중국판 세베소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이 폭발사고로, 중국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항구도시 중 하나이자 인구 1,500만 명의 대도시 텐진시의 경제개발구역 빈하이 신구의 대부분이 공중분해됐다.(2)(3) 국립지진센터에 의하면 당시 폭발사고가 일어난 공장 인근에서 규모 2.2의 지진이 관측됐다. 89채의 주택이 붕괴됐고 시민들은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야 했다. 집단기억 속에 이날의 공포는 8과 12(8월 12일)라는 두 개의 숫자로 각인됐다.

연이은 폭발사고는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이 가져온 폐해 중 하나다. 화학산업은 분명 국가성장에 중요한 동력이다. 그러나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주거지와 위험지역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은 문제다. 2001년 도입된 규정에 의하면 위험지역은 공공장소로부터 1k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야 한다. 그러나 7년 뒤, 재해관리부는 공식 보고서를 통해 이 규정이 “비현실적이므로 적용이 어렵다”라는 결론을 내렸다.(4) 그 뒤로 해당 규정의 위반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이와 같은 폭발사고들은 효율성과 부패척결을 전면에 내세운 시진핑 정부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다. 폐쇄적인 정치제도 하에서 산업화가 급하게 진행되다보니 겪을 수 밖에 없는 비싼 대가다. 사실 중국경제가 세계 2위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데는 GDP의 13.8%를 차지하는 화학산업의 역할이 컸다. 중국 정부 소유의 중국석유화공(시노펙, Sinopec)은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이자 포브스가 뽑은 세계 제3위 기업이다. 2017년 5월에는 중국석유화공의 상하이 공장에서 벤젠 저장 탱크가 폭발해 6명의 직원이 희생되는 사건이 있었다.

“우리는 현재, 불균형하고 부적절한 개발과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중국인들의 간절한 열망 사이의 거대한 모순에 직면했다.” 2017년 10월 18일 개막된 중국 공산당 당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 칭화대 화학과 출신인 만큼, 2011년 8월 중순 다롄시에서 일어난 격렬한 시위에서 느낀 바가 있었을 것이다. 태풍 무이파가 다롄시를 휩쓸고 간 뒤 수천 명의 시민들은 후지아 화학공장 이전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태풍이 통과하며 발생한 높은 파도로 화학공장에 물이 찼다가 빠져나갔고, 그 과정에서 인화성 액체인 ‘파라자일렌’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당국은 곧바로 공장폐쇄를 명령했다. 대형사고에 대한 공포와 우려는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2008년 이래로, 학계와 과학계는 주거 지역, 학교, 역 등 시민들의 생활공간과 가까이 위치한 화학기업들이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환기하고 있다. 그들에 의하면, 빈하이 신구의 경우 2015년에 이미 위험물질의 누적수준을 의미하는 ‘사고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 같은 폭발사고가 연속적으로 일어났던 것이다.(5)

 

폭발사고는 가난한 노동자들을 저격한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 1~8월 중국에서 평균 1일 1회 화학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들로 인한 사망자는 총 199명, 부상자는 400명이었다.(6) 중국 정부의 집계에 의하면 분야와 상관없이, 근무 중에 사망한 이들의 수는 2002년 14만 명에서 2018년 3만 4,000명으로 감소했다. 응급관리부 차관인 순 후아샨은 “석탄산업의 경우 상황이 개선되고 있으나, 화학산업에서의 대형사고는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19년 1~8월에도 “3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해 103명이 목숨을 잃었다.”(7) 

이 3건에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고들은 제외돼 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농촌 출신의 가난한 노동자다. 한편, 폭발사고와 재해를 겪지 않은 기업들은 100만 시간 동안 노동손실일수(Lost Time Injury, LTI) ‘0일’을 자랑하듯 공개적으로 기념하기도 한다. 일례로, 화장품 제조기업인 상하이 자화 프로젝트(Shanghai Jahwa Project)가 2016년 8월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옌청 JDC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톈진의 루이 하이 인터내셔널 로지스틱스도 물류창고의 위치가 주거지에서 매우 가까웠다. 게다가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2015년 8월 12일에는 허용량을 크게 초과하는 3,000톤의 위험물질을 창고에 보관중이었다. 특히 이 중 1,300톤은 질산암모늄이었는데, 이는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사망 168명, 부상 600명)에서 사용된 질산암모늄의 500배에 달하는 양이었다. 사고 1년 전에도 해당 기업은 4,261톤의 위험물질을 창고에 보관했다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

이 사고가 있고 난 뒤 당국은 인허가와 관련된 착복 행위와 허술한 기업 감시감독의 행태를 적발하기 위해 조사를 벌였고 직원과 고위 간부 12명이 구속됐다. 이들 중에는 2012년 11월에 설립된 루이 하이 그룹의 최대 주주인 유 쉐웨이와 공동 경영자 동 셰수안도 포함돼 있었다. 유 쉐웨이는 국영 기업 시노켐의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루이 하이 그룹의 주식을 비밀리에 매입한 상태였다. 동 셰수안은 해양 경찰서장인 아버지 덕분에 화재 및 환경관리청의 각종 사업 인허가권을 손쉽게 취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11명의 공무원들이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됐다. 노동안전총국장을 거쳐 톈진 부시장이 된 양동량도 여기에 포함됐다. 그가 중국 공산당에서 제명되면서 재계와 부패관료들 간의 은밀한 관계도 드러났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인 2016년 9월, 톈진 시장이자 톈진시 공산당 임시보좌관이었던 황 싱궈도 부정부패로 구속됐다. 

중국 당국은 제13차 5개년 계획(2016-2020)에서 “맑은 물과 울창한 삼림”을 국가정책의 목표로 설정하면서 환경에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2018년에는 서구권 국가들로부터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이 전면금지됐다. 또한, 공장설립시 허가취득을 의무화했고, 화학제품 생산공장들을 정부 소유의 공업단지로 이전하도록 유도했다. 상하이 화학산업단지(SCPI)는 이렇게 탄생했다. 아시아 최초로 정밀화학 및 석유화학 분야에 특화된, 거대 규모의 공업단지다.

2017년 그린피스는 “상하이 하천의 85%”는 “수영 또는 산업용수로 사용되기에 부적합하며 약 60%는 어떤 용도로든 사람이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경고했다.(8) 중국 인구의 92%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해로운 공기를 1년에 120시간 이상 마시고 있고, 중국 전체의 연간 사망자 중 17%에 달하는 160만 명은 대기 오염으로 인해 조기사망한 경우다.(9)

 

공장을 따라 유목하는 빈곤노동자들

2017년 8월부터 중국 국무원의 지침서 ‘회보 77’에는 ‘위험 화학물질 목록’에 포함된 제품을 생산하는(국내 및 국외 기업) 공장의 이전을 명시하고 있다. 위험물질을 생산하는 기업은 2020년까지, 덜 위험한 물질을 생산하는 기업은 2025년까지 정부가 운영하는 공업단지로 이전해야 한다. 국무원은 지방 당국과 시청 측에 이 기업들을 위한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직원들에게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주고, 새로운 근무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10) 그러나 아직은 공장을 이전한 사례가 없다.

사실 새로 도입된 규정이 석유화학공장과 중합체 및 중간체 생산공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들은 이미 폐기물 관리·처리 수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농가와 지방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살충제, 염료, 계면활성제, 식품첨가물 등을 제조하는 소규모 공장들이 입은 타격은 크다. 그러나 수천 개의 소규모 민간업체들이 이미 폐업했음에도, 총생산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일례로 산둥성에서는 소규모 공장의 25%가 영업을 중단했지만, 생산량 감소는 5%에 그쳤다. ‘맥킨지 앤드 컴퍼니 케미컬’의 전문가들은 향후 3~5년 내에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한 구역, 즉 중국 화학제품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는 공업단지를 대상으로 새로운 강경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11) 2017~2018년에만 해도 살충제, 글루탐산나트륨, 염료의 생산량이 30~40%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예상되는 결과들은 더 있다. 앞으로 중국의 화학산업 분야는 새로운 환경기준에 따라 높아진 영업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민간기업 및 국영기업들은 다국적 기업들과 협력해, 현재로서는 불충분한 합성 중간체의 생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 과학계가 활발하게 연구 중인 각종 신기술을 도입하고,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 니켈 수소 전지, 전기 이중층 콘덴서 등 최첨단 산업을 개발하기 위한 전략기획인 ‘중국 제조 2025'에도 참여할 것이다.(12)

공장의 이전은 빈곤층 인력의 이동으로 이어진다. 노동자 출신의 시인 궈 진뉴의 시집 서문에서 시인 양량은 “유목하는 노동자들”의 대이동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벙어리들의 세상, 버려진 마을, 집과 가정을 버리고, 방향도 모른 채 사막처럼 메마른 도시로 떠나, 사회의 맨 밑바닥에서 열악한 근무환경을 감내하며, 그 누구보다도 쓸쓸하고 비참한 삶을 이어가는, 수많은 젊은이들.”(13)  

 

 

글·모하메드 라르비 부게라 Mohamed Larbi Bouguerra
화학자, 튀니지 바이트 알-히크마(Bait Al-Hikma) 과학예술인문 아카데미(카르타고) 회원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번역위원


(1) 언론에 보도된 사고들로는 3월 31일 장쑤성 쿤산시 사고(7명 사망), 7월 19일 허난성 이마시 사고(15명 사망), 10월 15일 광시좡족자치구 소도시 사고(4명 사망), 12월 3일 광시좡족자치구 룽저우현 사고(9명 사망)와 베이징 니우란샨 사고(4명 사망)가 있다.
(2) 1976년 7월 10일,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주 세베소 시에 위치한, 지보단(Givaudan)의 자회사 이크메사(Icmesa) 공장에서 다이옥신 누출 사고가 일어났다.
(3) Andrew Jacobs, Javier C. Hernández & Chris Buckley, ‘Behind deadly Tianjin blast, shortcuts and lax rules’, <The New York Times>, 2015년 8월 30일.
(4) John Woodside, Si Chen, Xu Wenjuan & Liu Huilan, ‘Too fast, too soon : how China’s growth led to the Tianjin disaster’, <The Guardian>, London, 2017년 5월 23일.
(5) Andrew Jacobs, Javier C. Hernandez & Chris Buckley, ‘Behind deadly Tianjin blast, shortcuts and lax rules’.
(6) Jean-François Tremblay, ‘Chemical blast kills dozen in China’, Chemical and Engineering News, vol. 97, n° 13, Washington, DC, 2019년 4월 1일.
(7) Hou Liqiang, ‘Casualties from natural disasters, workplace accidents fall sharply’, <China Daily>, Beijing, 2019년 9월 19일.
(8) ‘Nearly half of Chinese provinces miss water targets, 85% of Shanghai’s river water not fit for human contact’, <Greenpeace East Asia>, Jiulong, 2017년 6월 1일.
(9) ‘Killer air’, <Berkeley Earth>, 2015년 8월
(10) Jean-François Tremblay, ‘Relocating chemical plants in China’, <Chemical and Engineering News>, vol. 95, n° 38, 2017년 9월 25일.
(11) Sheng Hong, Yifan Yie, Xiaosong Li, Nathan Liu, ‘China’s chemical industry : New strategies for a new era’, <McKinsey & Company Chemicals>, 2019년 3월.
(12) ‘China may have pulled ahead of US in race for top spot in global science R&D’, <Chemical and Engineering News>, vol. 98, n° 3, 2020년 1월 15일.
(13) Alain Badiou, Méfiez-vous des Blancs, habitants du rivage 강가에 사는 이들이여, 백인들을 조심하시오, Fayard, Paris, 201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