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착오의 일지

2020-04-29     피에르 랭베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16일 ‘대국민 담화’에서, “우리가 코로나를 이긴 이후에는,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전 마크롱은, “내일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순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하나의 길을 따라야 하는 ‘신성한 단결’이 필요한 때다.” 

 

지난 3월 17일 이동금지령이 시행된 이후, 대중적 논의는 정부가 결정하고 다수가 따르는 시간의 범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즉 코로나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시간이 있고, 사태가 종식된 ‘이후’라는 시간이 있다.

이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는 법을 집행하고 이동·집회·시위 등의 자유를 제한하며, 노동법을 전 부분에서 새롭게 적용하고, 재판에서 방어권 행사를 유보하면서 집단 감시체제를 가동한다. 이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내무부는 신속하게 약 1,260만 건(바이러스 검사 건수보다 많은)의 불심검문을 실시했고, 거리의 시민들에게 76만 건(아마도 시민들에게 배포한 마스크 수보다 많을)의 벌금형을 부과했다. 그 ‘동안’ 고발은 시민의 미덕으로 자리 잡았다. 

자가격리 중인 파리의 지식인들은 이동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시민들이 이동금지령을 준수하도록 지역 사냥꾼들을 동원한 센에마른 시의 행태에 대해 트위터로 분노를 표출했다. 센에마른 시는 “경찰력의 대리인 자격으로 지역 사냥꾼들에게 이동금지령을 위반한 모든 사례를 제보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센에마른 시의 사법 책임자는 ‘법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이 시민순찰대를 해산했다. 

이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붉은 깃발과 ‘노란 조끼’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물론, 감염학자, 바이러스학자, 최고 의료 책임자 등이 포함된 의료진의 흰 가운에 자리를 내줬다. 이들 의료진은 언론이 무엇보다 정치적인 이 사태를 엄격하게 의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바이러스에 가장 많이 노출된 임금 노동자들의 보호가 미흡했음을 규탄하기 위해 노동총동맹(CGT)이 파업을 예고했을 때, 정부는 이런 행동을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3월 27일).

임금 노동자와 자유, 여러 계획들과 이 사태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들에 관해서는 ‘이후’라는 시간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지금 모든 상황은 ‘이후’라는 시간을 가정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중에는 불가피하게 지속적인 이동이 발생하고, 새로운 전투가 끊이지 않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이동금지령을 취하기 위해, 그 다음에는 금지령을 풀기 위해, 국가적 화합 또는 경제 재건을 위해 ‘상당한 노력’, 다시 말해 ‘긴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등이 언급한 바 있다(2020년 4월 2일, TF1).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는 반역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정부는 평상시보다 제약이 덜한 상황에서 여러 규정을 시행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TV 담화를 통해 “지금이 중대한 순간”이라고 여러 차례 부르짖었으나, 엄중한 시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전의 상황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상태에서 또 새로운 상황이 시시각각 시작되고 있다. 대중매체가 이런 상황을 노래처럼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대중들이 이에 폭발적으로 반응하면, 마침내 하나의 황금률이 우세해진다. 그러나 여기에 하프 타임은 없다. 그 무엇도, 지속되는 ‘동안’과 불확실한 ‘이후’를 가르는 경계를 표시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각종 비용을 정산하는 문제도 절대 논의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일부 사회적 저항 세력들은 바로 이 순간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 정치권에서 노란조끼 운동이나, 연금개혁에 반대해 파업을 주도하는 세력과 보조를 맞춰왔다. ‘이후’라는 시간은 미디어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모든 논쟁을 빨아들이는 하나의 지점이 되며, 결코 닿을 수 없지만 늘 어렴풋이 우리 주위를 맴도는 신기루가 된다. 따사로운 봄날, 사람들은 집에 갇혔다. 그리고 경제가 파탄 나자 새로운 업계의 계획들이 움트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호장구 대신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써야 했던 간호조무사들이, 이제는 사회에 유익한 직업으로 분류되면서 광고업계를 치고 나갈 것이다. 

이런 발상은 코로나가 종식됨과 동시에 주도권을 되찾을 것이라는 일종의 명확한 사실을 통해 탄력을 받는다. 유보된 희망은 권력에 완전한 자유를 내주고, 권력은 이런 유보된 희망이 한껏 부풀려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한다. 그랑데스트(Grand Est, 프랑스 북동부) 지역 보건소장이 기존의 병상 폐지 방침(2025년까지 낭시 대학부속병원의 병상 및 의료진을 축소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정부는 코로나 ‘이후’의 신화를 깎아내렸다는 이유로 그를 해임했다. 

일간지 <레제코>는 “총리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엄중한 원칙을 지켜달라고 정부와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했다”고 논평했다(2020년 4월 9일). 코로나 ‘이후’에 ‘일상의 행복을 되찾은 다음’에는, 봉쇄조치로 인해 사회가 불안정하되 폭발은 하지 않도록 제시된 이 착오의 일지를 한 장 한 장 읊어나가야 할 것이다.  

 

글· 피에르 랭베르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조민영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