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디지털의 결합, 환경파괴 부른다

내일의 기술, 어제의 에너지

2020-04-29     세바스티앙 브로카 l 파리8대학교 정보통신학과 교수

석유산업과의 제휴, 에너지와 자원의 막대한 소모. 디지털 경제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사실 ‘비물질적’이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디지털 경제는 엄청난 환경파괴를 초래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세계 여러 나라가 불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소속의 한 엔지니어가 출장 중에 실제로 경험했던 이야기다. 어느 날 남자는 카자흐스탄 서부에 있는 아티라우 주로 출장을 떠나게 됐다. 미국 굴지의 석유회사 쉐브론이 카자흐스탄 정부와 제휴를 맺어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전을 개발 중인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1)이 어떻게 석유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지에 대해, 쉐브론의 임원진 앞에서 강연을 해야 했다. 

청중은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강연 내용을 절반도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그리고 그 자신도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회사가 주문한 대로 맡은 역할을 나름 충실하게 연기했다. 분명 그 강연은 매우 엄중한 일이었다. 사실상 쉐브론은 2017년 빌 게이츠가 창립한 이 기업을 원격지원서비스 사업자로 선정하며 7년간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때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센서로 도배된 유정이 매일 쏟아내는 수백 테라바이트의 막대한 정보를 저장 및 분석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아티라우의 세미나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 쉐브론의 임원들이 이 엔지니어에게 알고리즘을 이용해 직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개인 이메일을 분석할 수 있는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판옵티콘식 노동자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문제를,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2)

수년 전부터 디지털 자본주의를 이끄는 주역들이 메이저 석유회사와 손잡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아마존은 석유산업계의 투자를 받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AWS 오일 앤 가스 솔루션’을 개발하고, 에너지 부문에 정통한 수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를 채용했다. 한편 구글은 구글 클라우드에 석유·가스·에너지 사업부분을 신설하고, 토탈·아나다코·나인 에너지 서비스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질세라 마이크로소프트도 쉐브론뿐 아니라, BP·에퀴노르·엑손과 줄줄이 제휴를 맺었다. 

두 업계 사이에 제휴물결이 이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밝은 미래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석유산업은 신기술에 의지해, 석유가 매장된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거나, 생산비용을 절감하기를 희망한다. 역으로 디지털 공룡도 석유산업이 자신들이 개발한 데이터 저장·처리서비스, 머신러닝(컴퓨터가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역주) 솔루션 등에 쏠쏠한 시장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재생에너지와 석유산업, 공존이 가능할까?

하지만 여기에는 모순이 있다. 현재 IT 기업이 홍보팀을 통해 실리콘 밸리가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철석같은 약속을 줄기차게 되풀이하는 가운데, 석유산업과 손을 잡는다는 사실이다. 2019년 9월,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석유산업과 제휴하지 말라는 일부 직원의 요구를 물리치고, 오히려 석유산업이 친환경 에너지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가능한 최고의 도구”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3) 주요 사업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화석연료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겠다고?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석유채굴 산업과 데이터채취 산업이 손을 잡는다면, 19세기 탄생한 ‘열-산업 자본주의(Thermo-industrial capitalism)’ 대 이른바 ‘비물질’, ‘포스트산업’, ‘그린’ 등의 접두어로 수식되는 디지털 자본주의 간의 대립구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석탄과 함께 시작된다.” 2013년 마크 P. 밀즈는 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다른 어느 곳도 아닌 광산업계의 투자를 받아 수행한 연구였다.(4)

사실상 우리 디지털 사회는 2세기 전 대대적인 석탄 채굴과 함께 영국에서 시작된 역사의 궤적을 지금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후 시대의 변천과 함께 천연가스·석유·원자력·태양에너지 등 다양한 일차에너지원이 개발됐지만, 그럼에도 전 세계 석탄 소비는 계속 증가해 왔다.(5)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중국·인도·동남아시아 생산에 투입되는 석탄 사용량은 향후 몇 년 안에도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6) 

전체적으로 보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는 항상 증가(2018년 2.3%)해왔고, 그 중 80% 이상이 화석에너지였다.(7) 에너지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소비량 역시 꾸준히 증가해 왔는데, 특히 저품질 원유나 소위 ‘비전통’ 석유로 분류되는 오일샌드(4~10%의 중질 타르의 원유가 섞인 모래나 바위. 열수처리 등으로 원유를 뽑아내 예비정제를 하면 원유와 비슷해진다-역주) 등의 개발이 확대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흔히 말하는 ‘투자에너지수익률(EROI, Energy Return On Investment)’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1세기 전 석유 1배럴로 채굴할 수 있는 석유량이 100배럴이었다면, 지금은 일부 시추 구역의 경우 고작 35배럴이 전부”(8)다. 

 

노트북 1대당 이산화탄소 330kg 발생

디지털 경제가 유일한 원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암울한 상황을 지속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두 최신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디지털 경제는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의 4% 이상을 차지한다. 더욱이 신흥국이 디지털 설비를 확대하고 다양하게 이용하면서, 매년 9%씩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추세다.(9) 우선 단말기·인터넷망 설비 제조에 가장 많은 에너지가 들고, 그 다음으로 각종 인터넷 장비·인터넷망·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적지 않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노트북 1대를 생산하기까지는 약 330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팔라듐·코발트 등 금속이나 희토류 같은 원자재, 혹은 물이 막대하게 소모된다. 

한편 데이터센터 가동에도 디지털 분야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9%가 발생한다. 2018년, 거대한 물적 인프라에 저장된 동영상들을 그저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스페인 등 한 나라가 배출한 것과 동일한 규모의 온실가스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비록 애플이나 구글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과시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의 주역 중 하나인 아마존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그린피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70% 가량이 거쳐 가는 버지니아주에 설치된 아마존의 대형 데이터센터는 재생 에너지 비중이 고작 12%에 불과하다. 더욱이 인근 애팔래치아 산맥의 산봉우리들을 폭발물로 마구 깎아내며 채굴한 석탄으로부터 생산된 저가의 전기를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경우,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73%는 석탄으로 생산한 에너지다.(10) 그러니 앞으로 사물 인터넷이 더욱 늘어나고 정보량이 급증한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막대한 환경비용, 환경피해의 전가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디지털 자본주의가 기대고 있는 기술들은 대개 환경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마구잡이로 개발되는 경향을 보인다. 인공지능 부문이 대표적인 예다. 애머스트 대학이 실시한 한 연구 조사에 의하면, 오늘날 표준적인 머신러닝 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전체 개발 과정에서 약 284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차 1대가 제조에서 폐차에 이르기까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의 무려 5배에 달한다.(11) 

카를로스 코메즈 로드리게즈 연구원이 지적했듯이, “최근 인공지능 연구는 대부분 에너지 효율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 대규모 신경망이 훨씬 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 풍부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과 기관이 한층 더 높은 비교우위를 누리기 때문이다.”(12) 다시 말해, IT 공룡들은 그들 자신이 에너지 효율성을 추구하거나, 사용자가 친환경적 생활습관을 갖춘다고 해서 얻을 이득이 전혀 없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사용자들이 즉 전기 스위치보다 인공지능 스피커에 익숙해질수록 더 큰 번영을 누릴 수 있다. 

사실 이 두 가지 행위가 초래하는 환경 비용은 차이가 크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음성지원이 가능한 고도의 전자기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 기기 개발에 막대한 양의 원자재와 에너지, 노동이 소요된다.(13) 그런 의미에서, “사물 인터넷을 장려하는 동시에 이상기후를 해결하겠다”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인터넷 접속기구가 증가할수록, 환경파괴는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환경 측면까지 고려할 때, 디지털 자본주의는 단순히 실리콘밸리의 공룡들이나 벤처업계의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디지털 자본주의는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이 말한 의미의 ‘세계-경제’를 형성한다. 다시 말해, 중심부와 주변부의 분업 관계에 의해 구조화된 서로 긴밀한 성격을 띠는 경제주체들의 집단을 형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심부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주로 아프리카의 콜탄 광산이나 아시아의 조립공장, 가나의 전자폐기물처리장 등 피지배 지역들과 맺은 불공정한 관계를 기반으로 번영을 누린다. 이런 시스템에서 산업 프로세스는 불평등한 환경 비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불공정한 환경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아기리 에마뉘엘이 1960년대 ‘불평등한 교역’이라고 말한 것과 유사한, 일종의 환경적 측면에서 불평등한 교역의 형태를 띠고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일견 공평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중심부와 주변부 간에 천연자원이 비대칭적으로 교환되는 현실에 근거하고 있다.(14) 가령 선진국의 기업이 1,000달러를 주고 원자재를 구매하고, 개발도상국의 기업이 1,000달러를 주고 지적재산권을 사들인다고 치자. 이때 겉으로 보이는 금전적인 가치는 동일해 보인다. 하지만 양자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중심부는 대개 개발에 뒤따르는 환경피해를 다른 나라에 전가하는 식으로 ‘위험을 외주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본주의는 이런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노트북과 휴대폰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23%, 희토류의 19%가 소모된다.(15) 그런데 여기서 코발트는 주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들여온다. 대개는 분쟁지역에서 인권유린과 환경파괴마저 서슴지 않으며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에 채굴된 것들이다.(16) 한편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대부분은 중국이 책임지고 있다. 때로는 중금속으로 인한 토질·수질 오염이나 산성비 피해와 같은 무거운 대가를 감수하면서 말이다. 기욤 피트롱 기자는 현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중국인과 서구인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와 디지털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서로 철저히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중국인이 녹색기술 제품을 직접 생산하며 손을 더럽힌다면, 서구인은 중국인이 만든 부품을 구매하며 자신들은 환경을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고 자찬한다.”(17) 한 마디로 디지털 세계-경제는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다른 곳으로 떠넘기는 것이다.  

 

 

글·세바스티앙 브로카 Sébastien Broca
파리8대학교 정보통신학과 교수. 저서로는 『Utopie du logiciel libre. Du bricolage informatique à la réinvention sociale 프리소프트웨어 유토피아. 컴퓨터 조립에서 사회 재창조까지』(Le Passager clandestin, Neuvy-en-Champagne, 2018)가 있다.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번역위원


(1) 멀리 떨어진 서비스사업자의 서버에서 고객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2) Zero Cool, ‘Oil is the new data’, <Logic>, 제9호, 샌프란시스코, 2019년 12월 7일.
(3) David McCabe, Karen Weise, ‘Amazon accelerates efforts to fight climate change’, <The New York Times>, 2019년 9월 19일.
(4) Mark P. Mills, ‘The cloud begins with coal’, <Digital Power Group>, 뉴욕-워싱턴 DC, 2013년 8월.
(5) Jean-Christophe Bonneuil, Jean-Baptiste Fressoz, 『L'Evénement Anthropocène 인류세 사건』, Seuil, Anthropocène 총서, 파리, 2013년.
(6) ‘Coal 2019. Analysis and Forecasts to 2024’, IEA, 파리, 2019년, www.iea.org/reports.
(7) Christopher J. Rhodes, ‘Endangerd elements, critical raw materials conflict minerals’, <Science Progress>, Thousand Oaks(캘리포니아), 2019년.
(8), (15), (17) Guillaume Pitron, 『La Guerre des métaux rare. La face cachée de la transition énergétique et numérique 희토류 전쟁. 친환경 에너지, 디지털 체계로의 전환에 숨겨진 이면』, Les Liens qui libèrent, 파리, 2018년. 
(9) Frédéric Bordage, ‘Empreinte environnementale du numérique mondial 전 세계 디지털 환경 발자국’, GreenIT.fr, 2019년 10월, Maxime Efoui-Hess, ‘Climat : l'insoutenable usage de la vidéo en ligne 기후 : 지속불가능한 온라인 동영상 이용’, <The Shift Project>, 파리, 2019년 7월, http://theshiftproject.org. 
(10) Naomi Xu Elegant, ‘The Internet cloud has a dirty secret’, <Fortune>, 뉴욕, 2019년 9월 18일.
(11) Emma Strubell, Ananya Ganesh, Andrew McCallum, ‘Energy and policy considerations for deep learning in NLP’, 제17회 국제전산언어협회, 피렌체, 2019년 7월.
(12) Karen Hao, ‘Training a single AI model can emit as much carbon as five cars in their lifetime’, <MIT Technology Review>, 캠브리지(매사추세츠), 2019년 6월 6일.
(13) Kate Crawford, Vladan Joler, ‘Anatomy of an AI System’, AI Now Institute & Share Lab, 뉴욕대, 2018년 9월 7일.
(14) Alf Horborg, 『Nature, Society, and Justice in the Anthropocene: Unraveling the Money-Energy-Technology Complex』, 캠브리지 대학 출판부, 2019년.
(16) Annie Kelly, ‘Apple and Google named in US lawsuit over Congolese child cobalt mining deaths’, <The Guardian>, 런던, 2019년 1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