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일부 재활용, 한국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2011-04-08     프레데리크 오자르디아

한국 정부는 3년 전 ‘불법 체류자’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국외로 추방했다. 경비는 쫓겨나는 당사자가 부담했다. 아시아 출신의 이 노동자들은 대부분 처음엔 합법적인 경로로 입국했지만, 노동비자의 가혹한 제약 조건 때문에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출입국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서울의 한 공장을 덮쳤다. 35살의 베트남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려고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그는 닷새 뒤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에게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등록 외국인인 아내와 태어난 지 넉 달밖에 안 된 아이가 있었다. 그는 2002년부터 한국에 살면서 일을 해왔다. <<원문 보기>>
2008년부터 이런 식의 단속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점점 강도를 높여왔다. 2008년은 한국 법무부가 5년 안에 불법 체류자 수를 22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해이기도 했다. 2010년 벌써 그 수가 16만8500명(1)으로 줄어 목표치에 거의 근접했다.
2009년 발표된 국제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한 보고서(2)는 작업장과 기숙사에서 단속원들의 폭력, 단속 규정 불이행, 열악한 수용 시설, 얼굴색을 기준으로 한 검문 등을 고발하고 있다. 단속을 피하는 과정에서 미등록 노동자들은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낮에는 단속이 무서워 시장 같은 곳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 화학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미등록 노동자 라프의 말이다. 몽골 출신의 섬유공장 노동자 투야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항상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시아 출신인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단속과 추방의 공포는 일상이 되었다. 추방당하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비용은 고스란히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항공권 구입 비용을 구하지 못해 몇 달씩 수용시설에 갇혀 있기도 한다. 대부분은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꾸지만 때로는 고용주가 밀린 월급 명목으로 항공권 비용을 낸다. 드물긴 하지만 정부가 직접 비용을 부담할 때도 있다. 가령 적극적인 노조활동가를 급하게 추방하려고 할 때다.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취업하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 대부분은 미숙련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특별 비자로 입국한다. 2004년 한국의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고용허가제(EPS·Employment Permit System)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노동력 수출국들(3)과 양자협정을 체결한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노동자는 대부분 낮은 임금을 받으며 한국인이 기피하는 3D(Dirty·Dangerous·Difficult) 업종에서 일한다. 2008년 30명 이하 중소기업 작업장에 근무하는 미숙련 노동자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77%에 달했다.
고용노동부의 이부용 사무관은 “고용허가제는 고용 투명성을 높이고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라고 한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앞선 제도로 알려졌다. 이 제도 덕분에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 노동자와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으며, 특히 산업재해와 관련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까다로운 제약 조건을 감내해야 한다. 가족 초청이 금지되고, 나이는 35살 미만으로 제한된다. 사업장 이동은 총 3번만 허용되고, 전 고용주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자 유효기간은 5년이다. 한국에 정착하려는 이들에게는 어떤 합법적 가능성도 열려 있지 않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는 임금 체불, 무급 잔업 강요, 언어적·신체적·성적 폭력 등 고용주의 횡포를 고발하고 있다. 이런 관행이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피해자의 법적 고발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장기간의 소송에 미리 겁먹고 고소를 단념하는 경우가 많다. “이주노동자는 피해를 당해도 고발을 꺼린다. 피해 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힘들뿐더러 자칫 체류 자격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에서 활동하는 황필규 변호사의 말이다. ‘공감’은 이주노동자에게 무료로 법률적 도움을 주는 비정부기구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득한 비자가 만료되면 연장이 불가능하고, 고용주의 횡포에 대해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노동자는 한국에 더 머물기 위해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미등록 외국인이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고용주와 분쟁이 발생해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병원에 가는 것도 힘들어진다. 이 중 상당수는 단속이 두려워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못한다. “한국에 온 지 10∼15년 된 이들도 있다. 그들 대다수는 이곳에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대안노동자운동(AWM·Alternative Workers Movements) 연구원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리엠 월산의 말이다. “고용주들은 그사이 숙련노동자가 된 이들을 계속 쓰고 싶어한다. 한국어도 잘하고 불법적인 신분 때문에 다루기도 쉽기 때문이다.” 분야는 전자, 건설, 자동차 등 다양하다. 한국 경제의 높은 성장(2010년 경제성장률 6.1%)을 이끄는 주요 산업 현장 어디를 가도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다문화’ 사회 캠페인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한국 농촌 남성과 결혼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여성을 한국 사회에 동화시키려는 의도에서 추진되는 정책이다.(4) 그러나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은 빠져 있다. 그들의 노동은 환영하지만 장기간 체류는 불허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여성 1인당 1.2명에 불과한 한국은 외국인 인력을 필요로 한다. 세계화를 위한 개방과 과거의 고립주의적 사고방식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국은 아직 세계화의 결과를 감당할 준비가 안 돼 있는 듯하다.

글 · 프레데리크 오자르디아 Frédéric Ojardias

번역 · 정기헌 guyheony@gmail.com

<각주>
(1) 2009년 한 해 동안 추방된 사람은 3만 명에 달한다. 프랑스는 같은 기간 2만9천 명을 추방했다. 한국의 전체 인구 5천만 명 중 미등록 외국인을 포함한 전체 외국인은 130만 명이다.
(2) Amnesty International, <Disposal Labour>, 2009년 10월.
(3)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중국, 인도네시아, 키르기스스탄, 몽골, 버마(미얀마),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타이, 동티모르,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4) 한국의 여성 100명당 남성 수는 107명이다. 성비 불균형은 농촌으로 갈수록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