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공장으로 간 뉴스, 디멘드 미디어

2011-04-08     이냐시오 라모네

검색창에 입력된 검색어를 통해 대중이 무엇을 읽고 싶어하는지 파악해 일군의 집필자들에게 글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은 이른바 ‘콘텐츠 농장’의 운영 방식이다. 이런 콘텐츠 생산 방식이 인터넷에서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수익성을 좇는 미디어는 대중이 어떤 뉴스를 읽고 싶어하는지 어느 때보다 관심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의 신문 독자가 관심을 갖고 읽는 기사는 전체의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공급이 수요를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셈이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어떤 뉴스를 제공해야 하는가? 정확히 언제 제공해야 하는가?
매스미디어의 역사만큼 오래된 질문이다. 인터넷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제공해준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다. 이 서비스는 “특정 검색어가 구글 검색창에 입력되는 빈도를 지역별·언어별로 시각화해서 보여준다.”(1) 이를 통해 현재 어떤 뉴스가 네티즌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대중의 관심 실시간 파악

구글은 이 정보들을 이용해 ‘구글 뉴스’(Google News)라는 무료 웹뉴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웹소스와 기타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뉴스를 실시간으로 자동 업데이트해주는 서비스다.  2006년 ‘맞춤형 뉴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건 미국의 ‘디멘드 미디어’(Demand Media, www.demandmedia.com)라는 사이트였다. 디멘드 미디어는 “상업적 가치가 있는 콘텐츠에 대한 전세계적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2)을 ‘소명’으로 삼는다. 물론 어떤 콘텐츠인지가 중요하다. 디멘드 미디어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질문에 답을 주고, 돈과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콘텐츠를 창조하겠다”(3)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가히 행복을 제공하는 미디어라 할 만하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매우 간단하다. 한 기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디멘드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어떤 주제를 다룰지 결정하기 위해 웹상에 가장 많이 입력된 검색어, 광고업체가 가장 선호하는 키워드, 그리고 웹상에 그 주제에 관한 기사가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파악한다. 이 정보들을 통해 네티즌이 어떤 기사를 읽고 싶어하는지, 광고업체가 그 기사에 광고를 게재할 용의가 있는지 가늠한다. 일단 알고리즘에 의해 수요가 파악되면 관련 주제가 ‘디멘드 스튜디오’라는 사이트에 게시된다. 글이나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는 1만 명 가까운 프리랜서 기자와 동영상 창작자가 이 사이트에 등록돼 있다. 사이트에 게시되는 주제의 종류는 하루 평균 6만2천 개에 달한다. 콘텐츠 공급자는 글 한 건당 10달러, 동영상 한 편당 20달러를 받는다.”(4)
디멘드 미디어는온라인 콘텐츠 대량생산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뉴스를 공급했다. 구체적인 예로, 지난해 2분기에 프리랜서 가입자 1만여 명이 공급한 콘텐츠가 하루 평균 6천여 개에 달했다. 물론 이 정도 속도라면 양질의 콘텐츠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유튜브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 공급자로 부상했다. 한 달에 1만~2만 개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급하고, 하루 평균 검색자 수만 150만 명에 달한다. 디멘드 미디어는 2009년 2억~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온라인 미디어 분야에서 이 정도 성공을 거둔 예는 찾기 힘들다.

뉴스, 아니 행복을 드립니다

구글의 강력한 경쟁 포털 사이트인 야후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업숏’(The Upshot)이라는 뉴스 블로그를 공개했다. 이 사이트 역시 뉴스 주제가 기자에 의해 선별되는 것이 아니라 야후! 미디어를 비롯한 야후의 모든 사이트에서 집계된 네티즌 검색 정보 통계로 결정된다.(5) 지난해 5월 야후는 저가의 맞춤형 콘텐츠 생산업체인 어소시에이티드콘텐츠(Associated Content)를 인수했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매달 38만 명에 달하는 독립 생산자가 보내오는 5만 개가 넘는 글, 이미지, 음성과 동영상을 검토한다.”(6) 이 사이트를 통해 네티즌은 자신이 작성한 글을 발표할 수 있고 약간의 돈도 벌 수 있다. “교육적인 정보, 비평, 가이드, 인터뷰, 사설 기사 등을 제공하는 사람은 누구든 능력에 따라 보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7)는 게 이 사이트의 취지다.
이를테면 자유기고의 ‘전세계적 대량생산’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사이트는 ‘콘텐츠 팜’(Contents Farm) 혹은 ‘뉴스 공장’(News Factory)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저가’의 뉴스 콘텐츠를 구입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검색 수를 늘리고 싶은, 다시 말해 판매나 광고수입, 잠재 소비자층을 늘리기 원하는 각종 단체, 기업, 인터넷 사이트, 잡지사나 언론사”(8)이다.

대량생산 통한 박리다매

‘인터넷의 개척자’로 인정받은 미국의 AOL그룹은 타임워너에서 독립한 뒤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시작했다. AOL은 ‘뉴스 공급업체’로 거듭나기 위해(9) 지난 2월 온라인 신문 <허핑턴 포스트>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콘텐츠 팜인 ‘Seed.com’을 개설했다. 이 사이트에는 젊은 아마추어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나 문학작품, 사진 등이 올라온다. 주제는 레저, 건강, 스포츠, 애완동물, 첨단기술, 경제, 금융, 여행, 정치 등 광범위하다. 이 콘텐츠들은 다양한 전문 사이트(Daily Finance, Stylelist.com, AOL Travel, Moviefone, Wow.com, AOL Food 등)에 개시된다. Seed.com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인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 솔 한셀은 이런 시스템이 “기존 자유기고 모델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10)고 설명한다.

프리랜서들이 염가로 생산

유럽에도 이런 종류의 콘텐츠 팜이 등장하고 있다. 선구자 격인 이탈리아의 ‘포퓰리스’는 ‘콘텐츠 창작이 웹의 과학과 만날 때’라는 야심찬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사이트는 매달 1800만 명의 개별 방문자 수를 자랑하고, 네티즌이나 배너 광고주가 관심을 가질 만한 1600만여 주제의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이 콘텐츠는 전문 기자가 아닌 특정 주제에 대한 지식과 글쓰기 능력을 겸비한 아마추어 프리랜서 작가들이 생산한다. 원고료는 기사 수준이나 품질에 따라 5~150유로로 다양하게 결정된다.
프랑스에서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11) 유럽의 정보 집계 포털 사이트 위키오(Wikio)의 월평균 개별 방문자 수는 300만 명을 헤아린다. 자매 사이트 ‘LesExperts.com’은 네티즌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주제- 특히 일상생활(12)- 와 관련한 글을 제공한다. 매월 10만여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이 사이트의 목표다. 그 뒤에는 엄청난 수의 블로거가 존재한다. 이들은 자신의 글이 채택될 때 기본 보수를 받고 글 조회 수, 광고 수익, 다른 블로거들의 평가에 따라 책정된 추가 보수를 받는다.
2009년 9월부터 프랑스에 서비스를 개설한 캐나다 온라인 잡지 <스위트(Suite)101>(프랑스 사이트 www.suite101.fr)은 프리랜서 콘텐츠 제작자에게 기본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대신 매우 저렴하게 공급된 배너광고의 클릭 수로 계산한, 이른바 ‘광고 수익’을 지급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 독자의 79%는 배너광고를 전혀 혹은 거의 클릭하지 않는다고 한다.(13) 기자 수를 줄이면서까지 비용 절감에 골몰하는 언론사들은 ‘참여적’ 콘텐츠 제작 방식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10여 개국에서 186개 잡지를 발간하는 독일의 후베르트 부르마 메디아는 <Suite101>의 지분 35~40%를 사들였다.

유력 언론들도 독자 맞춤형 서비스

이 ‘뉴스 공장들’은 과연 전통적 뉴스 미디어나 전문 기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의 경쟁자가 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뉴스 공장 경영자 대답은 부정적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뉴스 포털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둘째, 경영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짧고 읽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기사들은 무엇보다 일상생활과 웰빙, 자기치료, 건강, 돈, 직업, 여가, 여행 등에 관한 유용한 정보에 집중돼 있다. 저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 사이트들은 광고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방문자 수를 늘려야 하는 ‘클릭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 포퓰리스의 창업자 루카 아스카니는 자신의 사이트가 시장에서 보완적 위치에 머무를 것으로 본다. “인터넷에서 소비되는 정보 중 20~25%는 기존 미디어에서 공급된다. 60~65%는 검색을 통해, 약 15%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된다. 우리는 세 영역 모두에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한다.”(14)
전통적인 미디어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무료 뉴스 사이트는 콘텐츠 팜의 성공을 관심 있게 지켜본다. 일부 유명 언론사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컴퍼니는 지난해 7월, 네티즌에게 ‘독자 맞춤형 신문’을 제공하는 벤처회사 ‘아이커런트’(iCurrent)를 인수했다. 이 신문은 2만7천여 개 언론 사이트와 블로그에 실린 콘텐츠를 검색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선별해 제공한다.(15) <뉴욕타임스> 사장 빌 켈러는 이 새로운 경향에 대해 “뉴스의 운명을 구글 손에 넘겨줄 수는 없다”(16)며 우려감을 감추지 못한다.

글 · 이냐시오 라모네 Ignacio Ramone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전 발행인.

번역 · 정기헌 guyheony@gmail.com

<각주>
(1) 위키피디아, ‘Google Trends’ 항목, 2011년 2월 10일.
(2) Idem.
(3) www.demandmedia.com/about/demand-media-manifesto.
(4) Caroline Boudet, ‘디멘드 미디어, 웹뉴스 공장’, <Les Echos>, 파리, 2009년 11월 23일자.
(5) Cècile Ducourtieux & Xavier Ternisien, ‘뉴스를 주문하는 네티즌’, <르몽드>, 2010년 7월 13일자..
(6) <AFP>, 2010년 5월 18일.
(7) L’Expansion.com, 2010년 5월 19일.
(8) www.tubbydev.com, ‘콘텐츠 팜: 비즈니스 플랜과 메트릭’,  2010년 12월.
(9) L’Expansion.com,  2010년 3월 17일.
(10) Ibid.
(11) Nicolas Rauline, ‘프랑스 시장을 공략하는 맞춤형 콘텐츠 팜’, <Les Echos>, 2010년 12월 21일자.
(12) 가령 ‘취업면접 성공비결’, ‘아파트 매매 요령’, ‘지성 모발을 위한 샴푸 방법’, ‘카네이션 싸게 살 수 있는 곳’ 등.
(13) <르몽드>,  2010년 3월 20일자.
(14) Nicolas Rauline, art. cit.
(14) <AFP>, 2010년 5월 18일.
(15) Maris-Catherine Beuth, ‘미국 뉴스 사이트의 새로운 배후’, LeFigaro.fr, 2010년 7월 18일.
(16) <El Pais>, 마드리드, 2010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