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치 사건, 프랑스가 연루된 부정부패

2011-04-08     로슬린 로슈로

파키스탄에서 세 번째 잠수함 아고스타 조립 작업을 하는 DCN사 노동자와 엔지니어들이 매일 타고 다니던 셔틀버스가 2002년 5월 8일 폭파됐다. 이 사건으로 11명이 목숨을 잃었고, 12명이 다쳤다. ‘카라치 사건’이라 부르는 비극적인 폭탄 테러는 국가 최고위층에게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 기자인 파브리스 아르피와 파브리스 르옴이 카라치 사건을 조사하는 책(1)을 발표했다. 다양한 증언과 새로 공개되는 자료로 가득한 이 책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스파이 소설처럼 스릴이 넘친다. 물론 이 책은 픽션이 아니라 테러라는 조직범죄의 실체를 파고드는 시도다. 공포와 망상, 어두운 비밀이 가득하다.
카라치 사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이렇다. 카라치 사건 판결을 맡은 장루이 브뤼기에르 판사는 왜 무조건 알카에다의 짓이라고만 생각하며 증거를 찾으 려 했을까? 조사 과정은 일관성이 없고 투명하지 않았다. 일부 증언은 공개되지 않았고, 증거가 되는 사진들은 파기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오랫동안 애를 태워야 했다. 그런데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마크 트레비딕 판사와 새로운 변호사가 임명돼 카라치 사건을 맡았고, 언론을 통해 속속 증언들이 공개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카라치 사건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제 알카에다의 흔적을 찾는 대신 폭탄 테러와 무기 계약 커미션 거래 중단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주목하는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그야말로 수사가 논리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무기 계약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1995년에 집권하면서 진두지휘한 사안이었다. 무기 계약에 따라 오고 간 커미션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은 국방부와 재정부 관계자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는 예산부 장관을 맡고 있었다. 폭탄 테러가 일어나고 무기 계약 관련 커미션 거래가 갑자기 중단되자 브로커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또한 2002년 프랑스 정보부 DGSE의 폭로에 이어 2008년 클로드 테브네 DCN 노틸러스 보고서 작성 담당자의 폭로, 나중에 전직 장관 샤를 미용과 프랑수아 레오타르의 폭로까지 나오자 카라치 사건이 무기 계약 커미션 거래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었다.
아르피와 르옴은 퍼즐처럼 복잡한 카라치 사건이 폭력·돈·정치가 긴밀하게 얽히고 국제적인 부정부패와 프랑스의 부정부패가 맞물려 일어났다고 확신한다. 두 사람은 이 퍼즐에서 부족한 정치 및 금융 관련 조각을 조금씩 모았다. 1995년 에두아르 발라뒤르의 대선 자금,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들을 위한 수백만 유로, 사르코지의 지지를 받아 1994년 설립된 룩셈부르크 회사 하이네의 미스터리, 맨(Man)섬의 조세천국, 파나마 기업 메르코르 파이낸시즈. 그리고 아미르 로드히, 압둘 라흐만 엘 아시르, 리아드 타키에딘과 같은 엘리제궁의 ‘성가신 친구’가 된 비밀스러운 사람들이 그 조각들이다.
하지만 정부 최고위층의 농간으로 진실을 밝혀줄 수 있는 증거들이 계속 차단되고 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가 이끄는 의회 정보 대표단이 대표적으로 방해공작을 펴는 존재다. 여기에다 2009년 7월에는 접근이 제한되거나 차단되는 자료의 범위가 법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아르피와 르옴이 책에서 내세운 결론은 알쏭달쏭하면서도 낙관적이다. “아무리 더 오랫동안 물속에 잠기게 만들어도 잠수함은 언젠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한편 마갈리 드루에와 상드린 르클레르크는 카라치 사건을 개인 에피소드 중심으로 다룬 책을 내놓는다. 카라치 사건으로 각각 아버지를 잃은 두 사람은 서둘러 공개적으로 장례식을 치르게 된 일, 가족들이 협박과 침묵을 강요받은 일을 분노 어린 목소리로 들려준다. 허심탄회한 두 사람의 증언을 통해 정치권의 비열한 조작과 왜곡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겠죠. 정부는 전혀 신뢰하지 않습니다.”

글 · 로슬린 로슈로 Roselyne Rochereau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

<각주>
(1) 파브리스 아르피·파브리스 르옴, <계약: 카라치, 사르코지가 잊고 싶어하는 사건>(Le Contrat: Karachi, l’affaire que Sarkozy voudrait oublier), Stock, Paris, 2010.
(2) 마갈리 드루에·상드린 르클레르크, <우리는 카라치 사람들이라 불린다>(On nous appelle ‘Les Karachi’>, Fleuve Noir, Pari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