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자들이 말하는 미테랑의 유럽
미테랑이 생각한 유럽은 신자유주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돼도 흔들리지 않는 곳이었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없었다. 독일에서 마르크를 철수시키려면 유로화 도입이 시급했다. 유로화의 디플레이션 영향은 금융 거품이 꺼진 뒤에야 비로소 약화되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유럽 경제가 통합되면서 좌파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기존 기관들(공공서비스)과 주권(화폐)이 빠르게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슈벤망은 미테랑이 알게 된 흥미로운 ‘부조리의 조화’를 강조한다. 1972년 미테랑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가 공산당과 좌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그램에 필요한 균형을 마련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1년 뒤, 그는 글로벌 유럽을 통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서서히 도입할 수 있으리라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멜량숑 역시 슈벤망과 마찬가지로 지난 30년 동안의 유럽 정책에 비판적이다. 아니, 더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낸다. “우리 프랑스공화국의 살 속에 깊이 뿌리박은 자유주의 유럽이라는 암을 없애려면 고군분투해야 한다.” 과거 연방주의자였던 그는 이제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멜랑숑의 비판은 오히려 미테랑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하다. 멜랑숑이 언급한 상황에 큰 책임이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미테랑에게 말이다. 멜랑숑은 실제로 노동과 자본의 불평등한 분배, 역행하는 조세혁명, 빈곤 증가, 쉽게 돈 버는 투자자, 의존적인 중앙은행, 에너지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비판한다. 그런데 우파,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현재의 (개량적)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미테랑을 계속 칭송할 수 있을까?
글 · 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
<각주>
(1) 장뤼크 멜랑숑, <모두 사라지라고 해!>(Qu’ils s’en aillent tous!), Flammarion, 2010. 장피에르 슈벤망, <프랑스는 끝났는가?>(La France est-elle finie?), Fayard,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