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재앙 이후, 내 주위의 모든 것
어머니는 저자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군사 쿠데타,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태풍,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홍수, 세습 독재, 이제는 지진까지…, 이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모두 본 것 같구나.” 저자는 내레이션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는 20년 동안 아이티에서 일어난 엄청난 자연재해라며 상세히 예를 들어주지만, 독재도 자연재해라 봐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저자는 독재가 자연재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아이티 사람들이 열렬하게 정치를 토론하던 모습을 자주 떠올린다. 수동적으로 듣는 정보보다 적극적인 여론을 좋아하는 아이티 사람들에게 정치토론은 매일 먹는 빵과 같다. 지진과 관계없이 아이티는 여전히 ‘사회계급이라는 혹독한 현실이 존재하는’ 나라다. 이 사회계급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저녁마다 지진 이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매번 흥분하면서 꺼내드는 단어들을 적었다. 갈라진 땅, 잔해, 피난처, 텐트, 식량과 구호품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이 아이티의 계급사회, 부정부패, 무능한 정부, 무역 봉쇄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저자는 아이티 시민 르네 드페스트르의 말을 인용해, 사람들은 재난 뒤 큰 용기를 보여주지만 결국 생계를 위해 일상으로 돌아온다고 본다. 저자는 지진 이후에 얼마나 많은 상인이 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다시 장사를 시작하고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웃과 필요한 것을 나누느냐며 힘주어 말한다. 지진 뒤에도 사람들은 많이 이야기하고 웃고 기도를 했다. 신에게 감사하기 위해, 그리고 악마를 몰아내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신이 필요하다. 신을 통해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혼자가 아니며 인간의 삶에는 늘 불행과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위로를 받는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언제든 신에게 기도를 드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질은 유한하지만 신앙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이티 사람들의 참을성과 인간성을 겸허하고 따뜻한 시각으로 상세히 전한다. 희망은 아이티 문화 속에 녹아 있다. 저자는 두 조국 아이티와 퀘벡에 대해 여러 주제를 다룬다. 두 조국에 대해 똑같이 애정 어린 시각을 가지면서….
글 · 크리스토프 바르니 Christophe Wargny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