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고조시킨 미·중 간의 지정학적 긴장

2020-05-29     필립 S. 골뤼브 | 국제관계학 교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사태로 인해 전 세계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주요 강대국은 산업 및 통상 전략을 재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앞으로 새로이 구성될 국제환경 속에서도 지정학적 긴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은 계속될 것이다.

 

“집요하게 찾아오는 위기는 혹독한 시련이다. 강한 국가들은 이 시련을 견뎌내지만 약한 국가들은 무릎을 꿇고 만다. 충격이 한두 번 찾아온다고 해서 중심부가 흔들리는 법은 없다. (…)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강하고 고된 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지 않지만, 만에 하나 뉴욕이 시련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면, 세계는 새로운 중심부를 찾아야 한다. 미국이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 이 시련이 끝날 때 미국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우리가 감수하고 있는 이 적대적인 환경에서 다른 국가들은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이 1977년에 쓴 글이다.(1) 그는 14세기 이후 19~20세기에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도래하기까지 유럽세계의 경제가 느린 속도로 탈집중화됐다가 다시 집중화되는 현상을 분석하면서 위와 같은 진단을 내렸다. ‘세계 경제의 지속적 위기’ 속에서 탈집중화와 집중화가 전개됐다는 그의 평가는 아직도 유효하다. 비록 2000년대 미국이 일으킨 전쟁 이후 미국의 국제적 권위가 약해졌음에도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세계 경제의 중심부’는 흔들리지 않았다.

 

코로나 위기는 중국의 기회일까

전례 없는 이번 위기로 인해 미국이 약해지고 중국이 이득을 취할 것인가?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재앙 속에서 경제·사회 시스템뿐 아니라, 행정제도의 취약성을 드러낸 미국이 내리막길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번 위기는 동서양이 구조적 차원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촉진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각각이 지닌 장단점을 고려해보면, 이런 지각 변동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더 많은 분열과 극심한 경쟁 속에서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가 재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팬데믹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사회 시스템에 더욱 심각한 충격을 야기한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자본주의 경제를 구조화해오던 생산 사슬이 끊어지면서 찾아온 수요와 공급의 전 지구적 충격파는 갑작스럽고 강력했다. 이동제한령이 광범위하게 실시되자 세계 경제는 축소됐고 수요는 급감했다(4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외출에 제한을 받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국제경기의 침체는 길고도 깊을 것이다.

국가 간 고도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으로 인해 충격은 전 세계로 퍼졌다. 글로벌 생산방식 및 가치사슬(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기업의 활동과, 그 활동을 위한 생산과정이 밀접하게 연결돼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체과정을 일컫는 경영학 용어-역주)은 비교우위에 따라 전문산업 및 지리적 연결망에서 각 생산단계(연구개발, 디자인, 원료 추출, 혼합물 생산, 조립, 판매)를 초국가적으로 세분화한다. 24개국에 산재한 200여 개의 하도급 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애플사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 가운데 중국은 39%, 타이완과 동남아시아는 23%, 일본은 16%로 아시아 국가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하도급 업체는 원료 및 부품을 세계시장에 공급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계획은 모든 전자, 전기, 자동차, 의류 분야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40여 개국의 하도급 공장을 보유한 나이키 사는 여러 대륙에 걸쳐 11개 국가로부터 부품을 수입하는데, 그중 다수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집중돼 있다. 글로벌 제약 시장 역시 대륙을 가로지르는 국제적인 사슬 속에서 형성된다.

지리적으로 집약된 공간에서 생산해오던 항공산업 같은 전략적 부문조차도 이제는 국제적으로 세분화된 생산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에어버스사는 다수의 하도급 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을 뿐만 아니라 중국(톈진)과 미국(앨라배마 주의 모빌)에 조립공장을 두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하도급 업체의 부품 사용비율을 꾸준히 늘려온 보잉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보잉 727기는 대부분 미국 현지에서 제조됐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보잉 787의 설계 및 제조 작업 가운데 70%는 하도급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센터’, 중국이 받은 타격

현재 중국은 지역적, 지구적 사슬의 중심에 놓여있다. 1990년대에 중국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기업의 제품 조립용 플랫폼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용어를 빌리면, “다른 주요 (경제적) 거점과 연결된 부가가치 상품을 위한 글로벌 공급센터”로 자리 잡았다.(2) 그러나 중간부품을 제조하고 최종제품을 조립해오던 공장들이 이번 사태로 갑자기 폐쇄되자 지역 수준(동아시아)과 세계 수준의 모든 공급 및 생산 사슬이 끊어졌다. 미국의 상위 500개 기업 중 167개 기업이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 자본 투자의 허브, 후베이성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두 번째 단계에서 이 충격파는 양방향으로 파급될 것이다. 위생상의 우려 및 국경폐쇄로 인해, 중국산 제품의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경제의 회복은 앞으로 더디게 이뤄질 것이다. 중국에서 제조된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는 한동안 기대하기 어렵다. 감염의 공포는 사회적 계층 및 빈곤 문제와 연결돼 있다. 물론 중국도 이에 해당한다. 중국은 도시 실업률이 6.2%라고 발표했는데 이 수치에는 4억 4,000만 명의 도시 활동 인구 중 농촌 지역 실업자와 대규모의 내부 이민자가 빠져있다. 반면 중국의 실제 실업자가 전체 노동력의 1/4인 2억 5백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3) 이 수치에 의하면 중국의 실업률은 지난 4월 말 22%를 기록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치사슬을 더욱 심도 있게 재구성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회사와 국가는 더욱 엄격하면서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지역 회로를 구축함으로써, 외부에서 오는 충격 및 교란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 경제, 식량, 보건 등 안보상 중요한 지역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발전의 정치적 의미는 중요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 속에서 교훈을 얻는다”라고 주장하는 에마뉘엘 마크롱은 “우리의 식량, 안보, 생활환경을 남의 손에 맡길 수는 없다.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유럽에, 중국은 어떤 존재인가

이번 위기는 선진국 사이에서 실제로 다국적 기업들의 국제적 전략과 개별 국가 안보 사이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그뿐 아니라 공급 분야에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정책의 위험성도 강조했다. 미국의 상원의원이자 자유무역주의자인 마르코 루비오는 말한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우리 국가들은 가장 효과적으로 자본을 투자하기 위해서 생산시설을 해외로 분산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중국은 생산비용이 저렴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중국 말고도 생산비용이 저렴한 국가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만 선택했던 우리의 결정이 초래한 문제가 이제야 드러났습니다. (...) 이처럼 가장 효율적인 자본투자가 국가적 이익과 배치되기도 하는 것입니다.”(4)

최첨단기술 분야에 중국이 침투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커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는 이미 이번 위기 이전부터 있었다. 2019년에 유럽위원회가 작성한 문서에는 이런 문단이 있다. “중국은 유럽연합이 구체적으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파트너다. 중국은 유럽연합이 이익의 균형을 꾀하기 위해서 협상해야 하는 파트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첨단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하는 우리의 경제적 협력 대상이면서, 우리가 더 나은 통치체제를 이룩하도록 촉진하는 체제의 경쟁자이기도 하다.”(5) 

그러나 여러 다른 국가처럼 유럽 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외교적 입장은 일관되지 않다. 예를 들어 유럽 국가 중 12개국은 중국 국영기업이 자국의 항구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소유하거나 양도하는데 서명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해온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감염병 사태 이전부터 중국을 미국 및 세계 경제와 분리해왔다. ‘무역전쟁’이라 불리는 강압적 경제외교는 중국과 연계된 경제 사슬을 줄이고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며 다국적 기업의 재배치를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6) 

한편, 일본과 대만은 더욱 주의 깊게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2억 달러의 지원금을 투자해 일본 기업들이 중국 밖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팬데믹 사태 이후에도 미국 정부의 방침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미국 내 제약 회사가 미국에서 생산 및 공급하도록 강제하고 기술 부품을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일련의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주요 인사들의 언사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와 양당의 선출직 공무원들은 중국이 대유행의 원인을 숨기고 있으며, 자국만이 유일한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고 감염병의 확산을 고의로 꾀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상원 사법위원회 위원장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등 일부 사람들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부채 탕감, 중국상품에 대한 ‘팬데믹 관세’의 적용, 그리고 전염병 관리에서 ‘중과실과 고의적 속임수’에 대해 중국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요구했다. 

중국의 외교적 대응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은 특히 정치적으로는 미국에 우호적이고 경제적으로는 중국 시장에 의존적인 호주 같은 국가를 대상으로 경제보복의 위협을 휘두르고 있다. 또한, 폼페이오의 원색적인 비난에 대해 중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 공동의 적’이라고 응수했다. 

 

트럼프로 인해 중국은 더욱 강해졌다?

현재 미국 인구의 거의 2/3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보다 20%나 증가한 수치다.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는 서로 자신의 경쟁자에게 “중국 정부에 지나치게 협조적”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지난 4월 29일 미국 대통령은 말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저를 낙선시키기 위해 중국은 어떤 일이라도 다 할 것입니다.” 

옛 1차 경선 때 후보자이기도 했던 민주당의 인사 한 명이 이틀 뒤에 이렇게 응수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트럼프야말로 중국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죠. 중국은 트럼프를 또다시 4년 동안 교섭파트너로 삼고 싶어 합니다. 트럼프가 임기 중에 중국을 굴복시키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십시오. 그 결과 중국은 이전보다 더 강해지지 않았습니까.”(7)  

그렇다면 중국이 더 강해졌다는 것은 사실일까? 중국이 미국 정치에 개입할 만큼 강한 힘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취약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시장과 접촉면이 넓은 중국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국제화 정도가 낮은 미국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중국의 국내 총생산량(GDP) 중 무역 비중은 38%로, 미국의 28%보다 높다. 중국의 에너지와 농업 해외 의존도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계속 증가해왔다.

생태적 한계와 관련돼 야기되고 있는 중국의 식량 안정성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미 중국 경작지의 20%가 집약적 농경법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토질이 악화됐다.(8) 국내 총생산량 중 수출 비중은 2000~2009년 평균 28.4%였지만 2010~2018년에는 20.9%로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에 있는 외국기업들은 중요한 성장과 기술확보의 원천으로 남아있다. 

전반적인 기술 수준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항공산업 등의 일부 분야에서 아직 첨단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9) 개방경제 체제의 종말은 중국에 위로가 되지 못할 것이다. 아직 첨단기술 및 군사 분야 등 일부 분야에서는 입지가 탄탄하지만 미국의 경제도 심각하게 약화됐다.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 찾아올 지구적 차원의 환경에 대한 가설을 세워볼 수밖에 없다. 국제기구가 국제적 차원의 공공재 공급을 담당하며 여러 국가 사이에 긴밀한 협력을 꾀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국제적 연대 속에서 세계보건, 환경보전, 식량 공급 및 빈곤감소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급격한 탈집중화 속에서 여러 국가가 제로섬 게임에서 자신의 힘을 최대화하고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쟁을 강화하는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그랬듯 경쟁의 논리와 각자도생의 시대로 돌아가 또 다른 붕괴의 시대로 접어들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국제정치 분야의 협력과 경쟁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환경이 등장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이 마지막 가설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진행 중인 역학관계는 첫 번째 가설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순수한 형태의 국제적 무정부 상태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가설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는 1947년 이후 잠시 경험했던 ‘탈집중화되고 세분화된 세계’와 재회하게 될 것이다.  

 

 

글·필립 S. 골뤼브 Philip S. Golub 
파리 아메리칸 대학교 (Université américaine de Paris, AUP) 국제관계학 교수

번역·이근혁
번역위원


(1) Fernand Braudel, La dynamique du capitalisme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Arthaud, Paris, 1985년.
(2) Global value chain development report 2019. Technological innovation, supply chain trade, and workers in a globalized world, 세계무역기구, Genève, 2019년.
(3) Frank Tang, ‘Coronavirus: China’s unemployment crisis mounts, but nobody knows true number of jobless’, <South China Morning Post>, 2020년 4월 3일. 
(4) <Fox News>, 2020년 3월 17일.
(5) Communication conjointe au parlement européen, au conseil européen et au conseil sur les relations UE-Chine – Une vision stratégique 전략적 비전 : 유럽의회, 유럽이사회, 유럽연합-중국 관계 협의회 공동 커뮤니케이션, 외교안보 정책 연합 유럽위원회 및 고위 대표(Commission européenne et Haute représentante de l'Union pour les affaires étrangères et la politique de sécurité), 2019년 3월 12일.
(6) ‘Entre les États-Unis et la Chine, une guerre moins commerciale que géopolitique 한국어판 제목 : 미국이 중국을 옥죄는 이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9년 10월.
(7) Pete Buttigieg, ‘China wants four more years of Trump’, <The Washington Post>, 2020년 5월 1일.
(8) Marie-Hélène Schwoob, ‘Progrès et contraintes de l’écologie : l’exemple des chemins de dépendance de l’agriculture chinoise 생태학의 진보와 제약 : 중국 농업의 의존 경로의 사례’, <Monde chinois>, 제56호, Paris, 2018.
(9) Jean-Paul Maréchal,  ‘Le C919, un A300 chinois ? C919 여객기는 중국판 A300인가?’, <Choiseul magazine>, 제9호, Paris, 2020년 1-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