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중국 통계의 미스터리

투명한 정보공개 요구와 정치적 영향력 사이에서

2020-05-29     카린 밀상 |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

비난의 화살을 맞은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5월 18일~19일 개최한 총회에서 향후 개발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을 세계적 공공재로 다루자고 제안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이 발표한 사망자 수가 실제보다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미국의 주장에 동조할 이유는 없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는 통계치가 감추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확산으로 인해, 미국 보건이 위기에 빠졌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중국을 향해 “전염병의 심각성을 축소해 공개했다”라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호주 역시 이 ‘중국 비난론’에 가세했으며, 미국은 국제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나아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편향적이며 중국과의 유착관계가 의심스럽다”라며 날을 세웠다.

이번 논란을 이해하려면, 시기별 경과를 살펴봐야 한다. 최초로 바이러스가 확인된 시점은 2019년 11월이며, 12월 초부터 다수의 의료진이 체포와 협박을 감수하고 위험 상황을 외부에 알렸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이 우한 야생동물 암시장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했다고 밝혔다. 2020년 1월 5일, WHO는 중국 측 보도를 인용해 “인간 사이의 중대한 전염사례가 확인되지 않았고, 의료진 감염도 보고된 바 없다”라고 발표했다. WHO가 인류에게 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시점은 1월 15일로, 중국 소재 연구소가 과학계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 2형(SARS-CoV-2)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한 시기와 일치한다. 공교롭게도 이 내용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 연구소는 문을 닫았다.

1월 22일, 우한시를 수도로 두고 있는 후베이성이 강경한 봉쇄조치를 단행하면서 중국 내 상황이 급물살을 탔다. 곧이어 중국 전역에서 봉쇄조치가 시행됐지만, 후베이성에 집중된 관심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았다. 중국은 확산 중인 전염병을 완전히 진압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외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때까지도 WHO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를 하지 않았다. 중국 밖 확진 사례가 11건에 그쳤던 당시 상황이 이런 결정을 설명해준다. 1월 24일, WHO는 모든 국가가 진단 프로토콜을 따르도록 권고했다. 같은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연설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중국의 노력과 투명성’에 감사를 표했다.(1) 

이어 중국이 약 1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와 213명의 사망자를 발표하자, WHO는 극히 이례적 조치에 해당하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기로 했다. 1948년 4월 7일 WHO가 창설된 이래로, 국제적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A(H1N1), 2014년 소아마비와 에볼라, 2016년 지카바이러스감염증 그리고 2019 에볼라까지 단 5회뿐이었다. WHO는 2월 10일이 돼서야 다국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독일, 한국, 미국, 일본, 나이지리아, 싱가포르 및 러시아)을 현지에 파견했다.(2)

 

중국 사망자 4,633명, 믿을 수 있을까

이후로 미국은 줄곧 WHO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4월 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WHO는 ‘적절한 시기에’ 전 세계 모든 국가 앞으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경고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극복한다”라는 공동의 약속으로 국제 공조 이니셔티브(ACT-Accelerator)에 착수했다.(3)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특정 국가나 지역, 또는 세계인구의 절반만을 위해 사용돼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4) 그의 발언은 유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에 대한 독점권 확보를 시도했던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WHO가 다른 방식을 도입하거나 더 신속히 대응해야 했을까? 규정에 따라 상황에 대응하는 WHO는 중국이 발표하는 통계 결과(혹은 조작된 수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5월 중순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사망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4,633명에 머물러 있는 중국의 공식 사망자 수가 현실적인 수치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통계치에는 몇 가지 매개변수가 작용한다. 우선, 실제 데이터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어느 국가든, 어떤 전염병(예:독감)이든 ‘실제’ 수치는 사후에 소급해서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병원에서 누군가가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을 동시에 앓다가 사망할 경우, 역학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병원 밖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의도적으로 결과를 왜곡하지 않더라도) 사인 파악은 더욱 어려워진다.

의료접근성도 통계 결과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03년) 유행을 계기로 지난 10년에 걸쳐 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의료보험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제도의 맹점은, 지역사회 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는 큰 경제적 부담을 준다는 데 있다.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항목에 해당하는 치료를 받을 경우,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중국의 일부 국민은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전염병 위기에 노출돼 있다. 중앙 당국의 검진비 환급정책은 장애물을 제거하기보다는 우회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후베이성의 주요 병원이나 수도 소재 병원에 가지 못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들이 많다고 봐야 한다. 의료접근성으로 발생한 편차가 필연적으로 진단 결과의 편차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울러, 의료체계의 지리적·계층적 구조는 의료접근성을 낮추고 결과집계를 어렵게 만든다. 중국의 피라미드식 의료체계에서는 인력 등 모든 의료자원이 대형병원에 집중돼 있다.(5) 간호사를 포함해 의료진이 취득하는 학위는 그들이 일하게 될 의료기관에 따라 연한이 달라진다. 즉 지방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도 단위 병원에서 진료할 수 없으며, 환자 관리 절차도 의료기관의 형태별로 다르다.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지역별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관련 합병증과 사인을 균질하게, 일률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염병 환자 수의 추정치는 항상 오차범위 내에 있으며, 중장기 비교를 통해 수정이 이뤄진다. 물론 수정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보건 위기와 관련된 수치는 통계적 요인 외에도 중국 내 정책과 지정학적 요인에 좌우된다.

 

전염병 차단 조치, 의료와 생활까지 차단해

중국 당국은 국민의 불안을 억제하는 것을 대내 목표로 삼았다. 후베이성이 고의로 상황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한 점은 거의 확실하다. ‘부패척결’의 열망을 바탕으로 집권한 시진핑은 부패한 지역 관료들을 겨냥했다. 따라서 지역 지도부는 중앙권력과 최대한 거리를 두려 한다. 우한의 지도자들도 소란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가 개입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오래, 아마도 지나치게 오랫동안 권력의 고삐를 쥐고 버텼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 지도부의 당 진출 가능성은 실적에 달렸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양한 기준(성장률, 오염처리 능력, 사회적 수준)이 실적에 포함된다. 이런 식의 대응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두드러지지만, 자치분권이 강한 경우에도 발생한다.

반면, 중국 정부는 양립 불가능한 두 가지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하려 했다. 한편으로는 극단적인 봉쇄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전염병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한편으로는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14억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고자 했다. 의료보건의 관점에서,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으로 불리는 지역 거점 병원에 자원이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척도는 프랑스와 차원이 다르다. 후베이성의 규모는 프랑스 국토면적의 1/3이 넘는다. 결국 전염병을 차단하려던 봉쇄조치로 인해, 대부분 인구가 첨단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프랑스 지역 거점 병원이나 대학병원에 해당하는 중국의 대형 병원 의료진은 서구 의료진에 상응하는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나머지 의료시설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평균 소득이 높은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는 거점 병원이, 근린도시나 농촌에는 영세한 병원이 들어서 있다. 엄격한 봉쇄조치를 시행할 경우, ‘지역별 의료서비스 불평등’이 심화된다. 게다가, 주거지 인근에 들어선 사설병원은 국공립 병원보다 치료비가 비싸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적 불안까지 더해진다. 대개 대도시 외곽 거주자들이 근무하는 중소기업들은 봉쇄령 기간에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며, 복직도 보장하지 않는다. 농촌 주민과 이주 노동자의 경우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소득수준 최하위 가정은 생활비에 치료비까지 이중고를 겪는다. 중국의 내부고발자 중 한 명인 리원량 박사가 사망하자, 중국의 ‘시민사회’는 사회관계망 감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만과 분노를 분출했다.

중국은 지역 간 의료서비스의 불평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사망자 수를 발표해 중앙정부 역량을 과시하는 길을 택했다. 국민의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엄격한 봉쇄정책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위신회복을 위해 중국을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닮은꼴이다. 위기의 본질인 사회적·경제적 문제로부터 국민의 이목을 돌리려 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속셈은 같다.

공식수치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2002~2003년 사스(SARS) 사태 때와는 달리 정보공개(특히 과학적 데이터 공유)를 위한 중국의 노력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중국 당국은 통계수치 외의 수단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일례로, 2020년 1월 21일 주 프랑스 중국 대사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한에서 출발한 파리행 비행기에 탑승한 여성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감염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경고했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 당국은 그 여성을 검사했지만, 당시 중국이 보낸 경고 메시지를 가볍게 여긴 나머지 별도의 방역 및 격리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

 

시진핑의 자국 홍보 마케팅

오늘날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획득하려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 중국 내외부 상황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국가로 자국을 홍보한다. 여기에 각종 ‘상징’도 동원된다. 1월 28일, 중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환자들을 수용할 전담 ‘병원’을 2개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건물 취재를 요청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는 언론의 재량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따라서 카메라는 건설현장만을 비추는 데 그쳤고, 수정이 가해진 사진이 중국 내 언론과 외신에 보도됐다. 실제로는 우한에 있는 국제 전시 센터를 비롯한 다른 용도의 구조물이 들어섰다.

전염병의 진원지가 유럽과 미국으로 옮겨간 지금,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발발과 앞서 공개했던 통계수치가 사람들에 뇌리에서 사라지기를, (대상국에 따라) 중국이 협력국이나 원조국으로 각인되기를 희망하며 과거 미국이 수행했던 역할을 자처하기도 한다. 중국은 은근히, 이번 위기를 극복한 최초의 국가모델로서 자국을 해외에 홍보하고자 한다.

중국이 도입한 대응책은 감염경로 추적방식에 대한 국민의 대대적인 수용에서 시작된다. 중국 국민은 이동하기 전에 사전등록을 하고, QR코드를 소지해야 한다. 휴대전화에는 이동 경로를 비롯해 소비, 여행, 인간관계, 건강정보 등 모든 개인정보가 담겨있다. 이미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은 휴대전화는 개인 생활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가 됐다. 즉 중국 국민은 생존권을 획득하기 위해 사생활을 완전하게 공개해야만 하는 것이다.

중국이 우위를 점한 특정 기술이 의료에 적용되기도 했다. 우한을 비롯한 몇몇 지역의 병원에서는 간병인 보조 로봇을 선보였다. 위기 이전부터 시작된 보건개혁의 일환으로, 중국의 3대 인터넷 기업(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은 원격상담을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병원 예약 서비스를 제공해 병원에서 길게 대기해야 하는 상황을 줄였다. 이들은 기술된 병리기전에 따라 환자의 의료기록과 개인보험 기록을 저장한다. 급성장하는 이 시장에서, 중국은 선두주자로서 쌓은 경험을 이용해 이익을 얻을지도 모른다.  

 

 

글·카린 밀상 Carine  Milcent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 파리경제학교 Ecole économicique de Paris  교수. 주요 저서로는 『Health Reform  in  China:  from  violence  to digital  healthcare 무력에서 디지털 보건까지』(Palgrave McMillan, 런던, 2018) 등이 있다.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트위터, 1월 24일.
(2) ‘Report of the WHO-China joint mission on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2019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질병에 관한 WHO 중국 공동보고서’, WHO, 2020년 2월 16~24일, www.who.int
(3) <프랑스 앵포>, 2020년 4월 24일.
(4) ‘L’OMS lance une initiative pour rendre les outils contre le Covid-19 accessibles à tous WHO,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치료수단을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니셔티브 발표’, <ONU Info>, 2020년 4월 24일.
(5) ‘Évolution du système de santé-Inefficacité, violence, et santé numérique 의료체계의 변천-비효율성, 폭력과 디지털 보건’, <Perspectives chinoises>, Hongkong, 제4호,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