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희생된 요양시설 노인들

정부의 시야에서 벗어난 특수시설

2020-05-29     필리프 바케 | 기자

5월 초 프랑스 내 코로나19 사망자들 중 절반이 노인 요양시설(EHPAD)에서 나왔다.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검사부족과 마스크 부족, 그리고 위기관리 계획에 이들 시설을 포함시키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대규모 희생은 예견된 일이었다. 시설 종사자들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재정 부족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경고해왔다. 

“어제 56명의 입소자가 생활하는 한 요양시설에 다녀왔다. 그곳에는 4명의 요양보호사만이 일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탈진한 상태로 울고 있었다. 전날 3명의 입소자가 사망했는데, 이날 2명이 또 사망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프랑스 공공 노인 요양시설 연합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르아브르의 ‘레제스칼’지부 노동총동맹 사무총장이자 요양보호사인 타티아나 뒤비크의 설명이다. 

그녀는 4월 11일의 상황도 전했다. “이 시설에서 입소자 3명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고, 50여 명이 의심환자로 분류됐지만 진단검사를 받지 못했다. 당시 요양보호사들은 충분한 방역장비를 갖추지 못했고 검사도 받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이 다른 입소자들과 동료, 가족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전염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계속 일을 했다.” 

하지만 4월 6일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노인 요양시설 내에서 “첫 확진사례 발생 시 모든 입소자 및 직원을 검사한다”는 대규모 ‘진단검사 계획’을 발표했다.(1) 그러나 장관의 발표 일주일 뒤, 타티아나 뒤비크는 “우리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사망증명서에 서명하는 일만 남았다”

보건위기에 대처하며 노인 요양시설을 위기관리 대상에 넣지 않은 정부의 무관심은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들 요양시설은 재정부족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입소자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고,(2) 5월 초부터는 입소자들에 대한 가족과 지인의 면회도 금지됐다. 정부는 뒤늦게 노인 요양시설 내 전염병 확산 및 사망자 급증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3월 중순, 봉쇄조치가 시작됐을 때부터 보건부 장관은 노인 요양시설 내 진단검사 대상을 최초 3명으로 제한했다. 최초 3명의 검사결과가 양성이면 증상을 보이는 다른 입소자들도 양성으로 간주한 것이다. 노인 요양시설 전담 의사회·사회 의료 분야 연합(Mcoor)의 가엘 뒤렐 회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정부에서는 노인 요양시설의 희생이 있은 후에야 진단검사 부족 문제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노인 요양시설의 전담 의사들이 도움을 요청할 곳은 대학병원 검사소밖에 없는데, 대학병원에서는 요양시설로 검사인력을 보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응급환자들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진센터 측에서는 우리 환자들이 특수치료나 실험적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증상이 경미하면 해열진통제를, 증상이 심각하면 완화치료를 권고한다.” 

실제로 4월 7일 베랑 장관이 서명한 한 공문을 보면, 전날 장관 자신이 발표한 내용 중 일부는 적용되지 않았다. 노인 요양시설 내에서 최소 1명의 확진사례가 있을 경우 ‘최초 3명의 환자’만 진단검사를 한다는 원칙이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3) 

남부의 옥시타니 지역은 프랑스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3월 초, 몽펠리에 인근 모귀오의 한 노인 요양시설에서 처음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해 20명의 입소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러자 3월 20일 이후, 툴루즈와 몽펠리에의 대학병원 노인전문 센터에서는 중앙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지역 보건청(ARS)의 지원을 받아 첫 번째 유증상자 발생 시부터 이동검사 팀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몽펠리에 대학병원 노인전문 센터의 위베르 블랭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노인 요양시설은 외부와 차단된 곳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없다. 바이러스를 유입시킨 요양보호사는 무증상자일 수 있다. 따라서 긴급히 바이러스 전파자를 찾아내 격리시키고 최대한 빨리 전염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요양보호사 다음으로 모든 입소자들이 차례로 검사를 받았다. 입소자들 중 다수에게서 설사, 정신운동성 초조, 낙상 등 노인질환의 성질을 가진 코로나바이러스의 비정형적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양성 판정을 받은 요양보호사와 입소자들은 필요한 경우 입원했고 격리됐다. 검사결과를 100%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음성판정을 받은 사람이라도 코로나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다가 옮길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극도로 엄격한 방역조치를 세울 필요가 있다. 

몽펠리에 대학병원 노인전문 센터는 처음으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체온 측정을 의무화했다. “많은 동료와 정치 지도자들은 내가 정한 이런 수칙들 때문에 검사 건수가 엄청나게 많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 상황이 초기진화가 중요한 문제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불이 계속 번지게 두면, 그 다음은 검사 유무가 문제가 아니라 사망증명서에 서명하는 일만 남을 것이다”고 블랭 교수가 말했다. 

 

검사인력, 마스크…모든 게 부족

검사 부족은 아주 잘못된 예측에서 비롯됐다. 4월 초 젊은 임상병리학자 노조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우리의 진단검사 전략은 우리 능력에 맞춰진 것이다. 한국이 대규모 진단검사와 한정된 대상의 격리조치를 행하는 반면, 프랑스는 대규모 격리와 한정된 대상의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4) 약 2주가 지났을 무렵, 프랑스는 단 10만 건의 검사를 진행한 반면 독일에서는 1,700만 건의 검사를 진행했다. 독일의 사망자 수는 프랑스의 1/5에 불과하며, 확진자 중 80세 이상 비율도 10%에 그친다.(5) 

검사 부족과 마찬가지로 마스크와 방호물품 부족도 재앙을 부추겼다. 방역수칙 역시 오랫동안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요양보호사이자 노동총동맹 보건 분야 대표인 말리카 블라르비에 따르면 “봉쇄조치가 시작됐을 때, 요양보호사들에게는 손을 씻으라는 요구밖에 없었다. 마스크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몇몇 요양보호사들이 업무 중에 마스크를 착용하려고 했다가 상관에게 징계 위협까지 받았다. 상당수의 요양보호사가 감염된 후에야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마스크 수급과 관련한 프랑스 정부의 물류 관리 무능력도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았다.(6) 국내 마스크 생산은 국제시장의 희생 제물이 됐고, 특수 공공기관(Eprus)은 전략비축물자 독점 관리권을 상실했으며, 당국은 프랑스의 주요 마스크 공장이 2018년 플랭텔(코트다르모르)에서 문을 닫았을 때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위기 초반, 정부의 급선무는 프랑스에 있는 공급업자들에게서 마스크를 거둬들여 병원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한 지역들에 공급하는 것이었다. 노인 요양시설 인력들은 많은 혼란 후에야 외과용 마스크를 1인당 1일 1개씩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외과용 마스크는 착용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것을 막아주고, 잘 사용할 경우 그 효과가 최대 4시간이다. 전염시키는 것과 전염되는 것을 모두 막아주는 FFP2 마스크(KF94 마스크와 유사한 등급의 유럽 표준 마스크-역주)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함께 있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데, 순식간에 희귀물품이 됐다. 노인 요양시설에서는 아예 구경도 할 수 없었다. 

3월 24일 보건부 장관이 업데이트한 ‘마스크 관리 및 사용 전략’은 “입소자들에게서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 시설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전용구역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전용구역에서 요양시설 인력들은 외과용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해당 마스크의 기능적 한계와 무증상 요양보호사들이 전용구역 외에서 다른 입소자들을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간과한 것이었다. 

 

보호 밖에 있는 요양보호 인력

노인 요양시설 경영진들은 병원들의 과부하를 막고자, 확진된 입소자들을 요양시설 내에 수용했다. 확진자들은 각자의 방에 격리됐고, 시설에는 ‘코로나 플러스’, ‘코로나 마이너스’ 팀도 구성됐다. Mcoor 협회의 스테팡 메예르 부회장은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병원 의료진과 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다. 병원 의료진은 매우 엄격하고 복잡한 규칙으로 FFP2 마스크, 방역모자, 방호복, 방역고글 등을 사용하지만, 노인 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들에게는 FFP2 마스크도, 방호복도 없다”며 분개했다. 그러니 요양시설 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프랑스 의사 협회가 이미 언급했듯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지역 내의 요양보호 인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진단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요양시설 인력의 감염은 이번 전염병 사태의 사각지대로 남았다.”(7) 상황이 위급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강조해왔고 당국에서 수차례 약속했던 체계적인 진단검사 시행은 5월 11일 ‘봉쇄 해제’ 전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수년 전부터 노인 요양시설 인력의 이직률은 매우 높았다. 이 때문에 별도의 의료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병원 보조 인력들이 점점 더 많은 요양보호사를 대체했다. 이들은 평소 청소나 식사 준비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보건위기가 닥친 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수많은 직원들의 부재로 업무가 과중되는 상황에서 의료진이 단 시간 내에 대체 인력들에게 엄격한 무균 수칙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메예르 부회장은 “우리는 20여 년 전 설립된 노인 요양시설의 운영비를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인력들로 이전보다 더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취약한 사람들을 더욱 많이 입소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3월 말 국립 노인질환 전문가 위원회(CNPG)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중증 환자인 요양시설 입소자들이 겪게 될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병세가 매우 위중해 노인 요양시설 내에서 돌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8) 위원회는 의료구급대와 협력해 병원의 노인질환 전문팀과 코로나바이러스 치료 팀에 연계될 수 있는 단계적인 치료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요양시설 안에서는 경증 환자와 증상이 심각하더라도 우리가 완화치료를 해줄 수 있는 입소자들을 돌볼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환자들에 대해서는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최적의 치료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노인 요양시설에는 야간근무 간호사도, 산소호흡기도 없다. 전담의사가 없는 곳도 많다. 많은 지역에서 이 환자들은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중환자실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근 병원이나 대부분 일부만 활용되는 민간의원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몇 주 전부터, 노인을 전담할 수 있는 특수분과를 설치해줄 것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메예르는 절망하는 표정으로 설명했다. 

 

‘살아갈 권리’는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노인전담 진료소의 부재는 여전히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완화치료의 확산을 불러온다. 프랑스 남동부에서 일하는 한 노인전문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신경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입소 노인들에게 호흡 문제가 생길 경우, 소생을 위한 기도삽관을 실시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85세 이상 코로나 양성환자 산소 필요 → 완화치료’라는 식의 처방뿐이다. 과연 이들에게 ‘살아갈 권리’는 없는 것인가?”

프랑스 완화치료 협회는 3월 초 발행한 추천서에서 진정 및 완화치료 결정을 내릴 때,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페이드라루아르 지역 노인전문센터의 질 베뤼 센터장은 명백한 상황분석을 내놓았다. “전 국민 외출봉쇄조치는 노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며, 봉쇄해제 조치 역시 마찬가지다! 노인 요양시설의 상황, 가정에 있는 노인들의 처지, 대부분이 노년층인 만성질환자 치료, 지속적인 지원 등 노인과 관련된 모든 분야는 정부의 시야 밖에 있다. (...) 우리는 앞으로 긴 시간 동안 이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고, 노인과 노인을 돕는 사람들은 태풍의 눈 속에 있게 될 것이다. (...) 그러므로 질병에 취약한 사람들의 처지가 외면받지 않도록 요구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9) 

한편 행정재판소는 여전히 행정 기관을 보호한다. 이에 민간 의료분야 노동자의 힘(FO) 전국 노조연합 및 노동 총동맹의 여러 노조들은 노인 요양시설 입소자 및 인력에 대한 철저한 진단검사 실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및 보호 장비 보급 전면적 확대, 산소 치료 장비 보급 등을 정부에 요청할 것을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인 국사원에 긴급히 요구했다. 

그러나 4월 15일 국사원은 “국가의 재정상황과 이미 시행된 조치들을 고려할 때 정부가 국민의 기본 자유에 심각하고 명백히 불법적인 침해를 가할 수 있는 책임회피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5월 3일 기준 프랑스에서 1만 2,563명의 사회복지 및 의료복지 시설 입소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었다.(10)  

 

 

필리프 바케 Philippe Baqué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 ‘Point de situation du 6 avril 2020 (2020년 4월 6일 상황 분석)’, 보건부 홈페이지 https://solidarites-sante.gouv.fr
(2) Philippe Baqué, ‘Vieillesse en détresse dans les Ehpad 노인 요양시설에서의 비참한 노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3월호.
(3) 2020년 4월 7일 공문 Minsante/Coruss n.67
(4) 젊은 임상병리학자 노조, ‘Suivi de la mise en œuvre de la stratégie de lutte contre l’épidémie de Covid-19 코로나19 전염병 퇴치를 위한 전략 수립 모니터링’, 상원 사회문제위원회의 질의에 대한 답변, 2020년 4월 3일. 
(5) 출처: 로베르-코셰 연구소, 프랑스 공중보건청
(6) Aurélien Rouquet, ‘Coronavirus : la pénurie des masques, l’incompétence logistique de l’État français 코로나 바이러스: 마스크 부족, 프랑스 정부의 물류 관리 능력 부족’, <르몽드>, 2020년 3월 24일.
(7) 2020년 4월 14일 발표 내용.
(8) ‘Lettre ouverte au ministre des Solidarités et de la Santé, Olivier Véran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프랑스 노인질환 ·노인학협회 홈페이지, 2020년 3월 29일.
(9) Gilles Berrut, ‘L'endémie de la fragilité 취약함의 전염병’, 노인 전문 센터 뉴스레터 코로나19 특별호 n.3, 2020년 4월 10일.
(10) 출처: 프랑스 공중보건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