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서 생계로 - 건달, 그 차이와 반복
청소년들이 집단 패싸움으로 숨지는 사건이 잇따르자, 건달패가 다시금 주요 뉴스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이 경종을 울리고, 내무부가 엄중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실상 서민층 자녀들의 사회화 장소인 이 무리들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이들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사건·사고 기사나 경찰 통계, 치안 관련 새 법안이 발표될 때마다 청소년 집단범죄 문제가 정치권과 대중매체에 오르내린다. 벨에포크 시대(‘좋은 시대’라는 뜻으로, 프랑스의 19세기 말~20세기 초를 일컬음)에는 ‘아파치’라는 갱단이 있었다. 1950년대 말에는 ‘블랙점퍼’라는 건달패가 있었으며, 1970년대에는 ‘루바르’라는 불량배들이 있었다. 지금은 슬럼가의 젊은 건달들이 위협적 존재로 떠올랐다.
범죄와 이민의 함수 찾기 열풍
사회화 공간서 잉여의 게토로
그렇다면 이른바 ‘건달패’라 불리는 청소년 집단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1950년대 말~1970년대 말 이 집단은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서민층 청년들은 그 속에서 젊은이만의 방종을 즐기는 한편, 노동력의 근간이기도 한 힘자랑을 하며 남성성을 키웠다. ‘길거리 문화’는 ‘작업장 문화’로 들어가기 전의 예비 과정이었다. 그러나 1975년 즈음 전환기에 이르러 서민층의 사회적 불안감은 점차 커졌고, 생활 여건도 불안정해졌다. 탈산업화, 실업, 고용불안 및 노동조건 악화, 비숙련 직종의 3차산업화 및 사회계층화, 이에 따른 거주지 분리 가속화, 교육제도의 ‘몰개성화’가 그 원인이었다. 일자리 확대를 명분으로(3) ‘만년 인턴’을 고용하는 것이 제도화됐다. 청년실업이 크게 증가하면서 도시 주변 서민층 거주지에서는 ‘지하경제’가 발달했다.
이런 변화는 건달패 세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서민층 이민 가정 출신들이 건달 무리로 대거 유입됐다. 이들 가정은 교육제도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고, 언어를 비롯해 사회 주류 문화에 맞는 지식과 노하우도 갖고 있지 못했다. 이들의 생활 여건이야말로 영구적인 불안과 대립을 낳는 원인이었다. 불안정한 생활 여건 탓에 갖은 고난과 역경을 겪어야 했다. 해고, 산업재해, 장애, 사망, 가정폭력, 전과 등 말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고, ‘도저히 통제가 안 되는’ 자녀들을 (특히 교육 측면에서) 통제할 문화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자녀에게 덜 엄격하되 가차없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사회복지사들의 모순된 지침을 따르다 보면 자포자기 태도를 보인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부모의 통제가 약화된 대신, 또래집단에 의한 사회화 과정이 자리를 메웠다.
계층 따라 체계적 분리와 배제
사회계층화에 따라 거주지가 분리되고 서민층 중에서도 가장 빈곤한 층에 속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자격증 취득이나 졸업률은 현저히 낮은 반면 낙제 및 유급률은 높은 학교에 다녔다. 아이들은 ‘기본’을 익히기 어렵다 보니 학교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학교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점점 뒤처지면서 학교 가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수업을 방해하거나 빠지는 현상도 늘었다. 동네 또래집단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이들에게 인정받으려 할수록 학교 세계와 동네 패거리 세계 사이의 벽은 점점 약해져가는 것이다.
인정 못 받는 자격증뿐이거나 학교 졸업장도 없는 젊은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서비스 직종이 대부분이다. 노동직이라도 생산직보다는 서비스에 가까운 직종들이다. 거리 문화와 남성성에 대한 가치와, 말단 종업원·청소부·가정부·식당 종업원 같은 3차산업 직종에서 요구하는 자질 사이에 괴리는 점점 커졌다. 유연성을 갖춘, 개방적이고 솔선수범하는 자질을 요하는 현대의 공장에서도 괴리감은 컸다. “노조화된 작업장에서 평생 일일 8시간 노동과 야근이라는 고된 작업을 이어가는 남성 중심적 프롤레타리아의 이상은 사라지고, 박봉에 극히 여성화된 말단 서비스직이라는 악몽이 자리를 잡았다.”(4) 인류학자 필리프 부르주아의 설명이다.
건달패 세계는 이제 둘로 나뉘었다. 우선, 교육받은 젊은이들은 ‘검은 점퍼’나 ‘루바르’ 무리의 투쟁적 성향을 띤다. 이들은 용기와 반항 정신, ‘호전적 남성성’을 중요시하며 자기 지역에서 얻은 명성에 따라 정해지는 위계질서 속에서 ‘가시적’ 위상을 높이고 지키며 정복해가려 한다. ‘말발’과 ‘입심’으로 타인을 조롱하고 모욕하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명예는 집단 내 싸움이나 이웃 동네 패들이나 경찰과의 싸움을 통해 얻어진다. 이런 ‘무훈’들을 비롯해 과속이나 차량 절도가 범죄 행위의 주를 이루고, 기타 소음이나 공공장소에서 통행 방해, 대중교통 시설 훼손 같은 행위를 다반사로 벌인다.
지하경제에서 찾는 자존심
‘연장자’급이라 볼 수 있는 두 번째 집단은 ‘지하경제’ 활동이 주를 이룬다. ‘지하’라 함은 이 집단들의 경제활동이 은밀함을 일컬으며, ‘암시장’이라고도 한다. 이는 합법적 시장과 분리될 수 없되 모호한 시장의 특성을 가진다. 또한 ‘불법 시장’이라 하는데, 범죄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사법 용어에서 비롯됐다. ‘변두리 시장’이라는 표현은 ‘생존’과의 연관성을 부각시킨다. 여기서 건달패에 속한다는 것은 곧 자신이 낙오했음을 부정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사업’은 ‘체면을 세우는 데’ 필요한 젊음의 탁월한 특성을 획득하게 한다. ‘지하 시장경제의 근본 정신’인 ‘자신만의 사업을 열겠다’는 의지가 이들 사이에 놀라울 만큼 공유되고 있다. 합법적 취업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비숙련 직종의 처우, 경제적 필요성과 형식상 제약 간의 갈등, ‘먹고살아야 한다’는 압력, 마약밀매업자로서의 신분상승이 아무런 문제 없이 사회적 성공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각 속에서, ‘사업’에 대한 도덕적 합리화가 이루어지고 불법 경제활동은 덜 자존심 상하면서도 더욱 확실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선택일 것이다.(5)
‘사업’이나 ‘거래’는 건달패가 전문적인 범죄 세계에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시카고학파의 초기 사회학자들이 전제한 바와 같이, 한 지역 내 ‘범죄의 중심지’가 존재함으로써 이곳에서 범죄자 집단에 들어갈 젊은이들이 모집되고, 범죄와 관련한 노하우를 전수한다. 따라서 ‘탈선 행위를 저지를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 된다. 투쟁적 태도를 신봉하는 논리는 왜 진열대 절도에서 무장 강도로의 중범죄화가 신속히 진행되는지 설명해준다. ‘미친 짓’을 하는 것이야말로 명예와 특권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도소는, 전문 범죄인들이 인맥을 쌓는 장소이자 범죄 노하우를 전수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건달이 전문 범죄자로 변해가는 공간이다.
이상과 같은 분석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건달패 집단은 사회구조에 따른 결과물이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인 사회학이 가끔 비난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로지 희생자를 위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도덕적 혼란’을 막기 위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사람들이 보기에 사회학은 ‘지나친 순수주의’에 빠져 있다. 이들은 자신이 옹호하는 희생자들 중 첫 희생자 대부분이 건달패에 속한 젊은이들임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지만 말이다. 이성적 행위론이 범죄에 적용되면서 자유의지론이 바탕이 되어 형성된 형사철학이 큰 지지를 얻고 있다. 또한 범죄자 성악설(6)이나 공공연한 인종차별적 ‘분석’이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극단주의적 생각에 물든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무정부주의의 오랜 전통을 끄집어내, 바쿠닌이 말한 ‘프롤레타리아의 꽃’을 건달패 집단에서 찾으려 한다. 바쿠닌은 “수백만에 이르는 이 군중은 개화되지 않았고,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으며, 가난하고 문맹하다. 이 하층민들은 부르주아식 문명의 영향을 일절 받지 않았고, 그 때문에 이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열정과 본능, 동경, 가난과 욕구에는 미래의 사회주의 씨앗들이 담겨 있다. 이들이야말로 사회혁명 실현에 진정한 원천이 될 힘을 안고 있다”고 썼다.(7) 이런 환상은 2005년 11월 ‘환희의 발포’를 ‘약속으로 가득 찬 차세대를 알리는 서막’으로 보고, “정치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진정으로 순수한 정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예찬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8)
우파엔 절대악, 좌파엔 혁명의 원천?
이상과 같은 미사여구 속에 담긴 자극을 알지 못한 채 정치권와 대중매체, 과학자들이 청소년 범죄와 그 원인에 대한 적법한 표현을 만들겠다고 벌이는 경쟁에는 두 가지 사안이 있다. 건달패 집단을 향한 윤리적 차원의 분노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 지지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런 분노는 하층 무산계급에 대한 경찰 통제를 강화하는 데도 이용된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기존 시각을 대신해 ‘기득권층’과 ‘소외계층’의 대립관계가 형성됐다. 기득권층은 불안정한 중산층과 사회적 신분 상승의 꿈만을 좇는 서민층을 말하며, 소외계층은 불안정한 노동자들과 실업자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외계층의 사회 통합을 가져올 민중운동을 조직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두 계층 사이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지배계층을 등에 업은 정치인들과 대중매체들이 ‘특권층’과 ‘사악한 소외계층’, 혹은 ‘빈민층’을 돌아가며 공격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글 · 제라르 모제 Gérard Mauger
최근 <청소년 범죄의 사회학>(파리·라데쿠베르트·2009)을 출간했다.
번역 · 김윤형 hibou98@naver.com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 졸.
<각주>
(1) 휴그 라그랑주, <문화에 대한 거부>, Seuil, 파리, 2010.
(2) 국립연구소(Observatoire National)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 취약 지역 거주 청년 중 43%가 실업 상태이다.
(3) 로랑 보넬리, <겁에 질린 프랑스: 불안의 사회사>, La Découverte, 파리, 2008.
(4) 필리프 부르주아, <존중을 향해>, Seuil, 파리, 2001.
(5) 나세르 타페랑, <지하경제와 거래>, PUF, 파리, 2007.
(6) 이와 관련해, 범죄학자 케빈 비버는 최근 “갱은 전형적인 사회학적 현상의 하나로 취급돼왔지만, MAOA(Monoamine oxidase genotype A)라는 폭력 및 갱 성향과 관련한 특수한 유전자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종합정신의학>(Comprehensive Psychiatry), 엘제비어, 2009.
(7) 쿠닌, <외브르>(Œuvres) 4부, Stock, p.414, 파리, 1908.
(8) 코미테앵비지블(Comité invisible), <다가오는 폭동>, La Fabrique, p.8~9, 파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