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관료 출신들, 세계를 상대로 ‘공포’를 팔다

2011-05-09     피에르 코네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보며 원자로를 판매한다? 어떤 이는 말도 안 되다고 하겠지만, 이미 이런 기적을 이룬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안전 보장만 확실히 해주면 설비 판매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아부다비의 원자력 사업 수주와 관련해 한국이 프랑스를 누르고 수주에 성공한 이유에 대해 기사를 쓰려 하는데, 혹시 인터뷰가 가능할까요?”

“죄송하지만 인터뷰는 불가능합니다.”

단호하게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이 사람도 사실 할 말이 무척 많을 것이다. 그는 아랍에미리트전략연구센터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얼마 전 연설을 했다. ‘미래 스마트 시티의 안전’을 주제로 삼은 연설에서 그는 거의 30분 동안, 최근 몇 년간 일어난 주요 위기들을 열거했다. 9·11 테러, 지진과 쓰나미, 오스트레일리아 산불, 허리케인 카트리나, 스턱스넷 바이러스(1) 등을 줄줄이 나열했다. 이를 듣다 화가 난 나머지, 청중석에서는 서구 정부들이 무기와 각종 설비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공포와 걱정을 과장하려는 수작이라고 비난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연설은 해도 언론 인터뷰는 사절
그는 위협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국제 위협 특별고문’, ‘안보 및 반테러 협력관’, ‘온라인 안보 특별고문’으로 조지 부시 1세, 클린턴, 조지 부시 2세까지 3명의 미국 대통령을 보좌했다. 곧 업계로 건너간 그는 ‘굿하버컨설팅’의 파트너로서 걸프 지역 미국 정책에 관련된 주요 인물로 활동했다. 2003년 창립된 이 컨설팅 기업은 안전 및 보안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처리하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창구다.(2) 이 기업 홈페이지는 11개에 이르는 사업 분야를 나열하고 있다. 항공 및 해상 활동 안전, 관련 인력 보호, 원자력 시설 및 주요 인프라 안전까지 다룬다. ‘월드시큐러티’라는 산업체 안전 및 안보 관련 현지 기업과도 협력하는데, 월드시큐러티는 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의 안전 관련 서비스 공급자인 마무드 아민이 대표로 있다. 굿하버컨설팅은 ‘국제 선박 및 항구시설 안전기준’(ISPS)이 요구하는 해상 안전 기준에 맞춰 항구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이며, 직원 대부분이 전직 중앙정보국(CIA)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출신이다.

민간기업으로 옮겨 돈방석
이 기업의 마케팅은 능수능란하다. 인재든 자연재해든 각종 재난이 상상을 초월한 피해를 가져왔는데, 이는 사전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사전 대비를 위한 방법·기술·노하우는 존재하며 이를 섭렵한 굿하버컨설팅이 통합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다. 그의 말에 빠져든 청중에게 연설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결정적 사례로 들었다. 원전 펌프가 몇m만 높은 곳에 설치됐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세상은 위험천만… 그러나 우리가 있다
그가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훌륭한 역할을 도맡을 자질은 충분히 가진 모양이다. 항간의 말로는 프랑스 항공산업을 주춤하게 만든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F16 블록(Block) 60’ 전투기 60대 판매계약 체결 협상자였다고 한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셰이크 모하메드가 왕세자이던 시절 그의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셰이크 모하메드가 오사마 빈라덴과 중앙아시아 어느 지역에서 사냥을 하던 중 CIA의 미사일 공격을 받을 때 마지막 순간에 발사를 막았고, 아랍에미리트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셰이크 모하메드는 그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있지도 않았던 일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운 셈이다. 어찌 위대하다 하지 않겠는가. 계약이 체결된 것은 1998년이다.

30명의 컨설턴트 덕분에 굿하버컨설팅은 아랍에미리트 원자력 사업 시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은 두 가지 전략을 썼다. 산업체 경쟁을 벌이는 한편, 이 계약을 위해 에미리트원자력(Emirates Nuclear Energy Corp)과 연방원자력규제청(Federal Authority for Nuclear Regulation)이라는 두 기관을 설립했다. 연방원자력규제청은 원자력 관련 안전 기준을 결정하는 기관으로, 프랑스도 여기에 참여하려고 했다. 두 기관의 설립은 4곳의 원전 안전에 필수적인 미사일방어체제의 향후 판매를 위한 간접적 준비 단계인 셈이다. 프랑스는 미국의 원자력 경쟁자들을 견제했고, 내부적으로도 경쟁업체 간 견제가 심했다. 그 결과 한국의 원전과 미국 하청업체들이 덕을 보게 된 것이다.

오늘날 대규모 인프라 판매에는 품질보다 안전이 주요 기준으로 작용한다. 판매계약 체결에 주요 역할을 하는 것은 더는 의사 결정자의 군사 측근이 아니라, 독립적 평가를 제공하는 민간기업에 고용된 ‘국제안전안보 전문가들’이다. 굿하버컨설팅은 얼마 전 영국의 애봇리스크컨설팅과 협력해 걸프협력이사회 6개 회원국을 잇는 1500km 길이의 철도와 관련한 차기 TGV 사업에서 안전 분야 계약을 따냈다. 미국이나 영국이 TGV 분야, 특히 안전 분야에서 뛰어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미처 몰랐던 일이다. 산업서비스 공급업체 최종 선정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니 눈여겨봐야 한다.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 주인공과는 달리,(3) 우리의 주인공들은 테러까지 시도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들은 사업을 따내기 위해 위기와 공포를 선전한다. 비록 미국 CIA는 9·11 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했고 빈라덴도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전세계에 미국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들을 내놓게 되었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안전한 도시라는 미래의 ‘스마트 시티’(Smart City)라는 개념도 내놓았다. 미국 도시들이 평화로움으로 유명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군수, 에너지, 운송 및 원자력 분야에서 굵직한 사업을 수행하는 프랑스는 두 가지 면에서 미국을 본받아야 한다. 먼저, 프랑스의 전문가 평가 체계는, 특히 국방 및 안전 분야에서 지나치게 세분화됐고, 사업을 만들어내거나 앞서가기보다는 사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한 예로, 국제국방위원회(Défense Conseil International)는 국방 관련 사업 계약이 체결된 뒤, 계약 상대방인 고객사 교육을 위한 전문가들을 고용한다. 다음으로, 프랑스 전문가 재활용은 민간기업에서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국가위원회에 한 자리를 내주거나 해외 대사직 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글 · 피에르 코네사 Pierre Conesa

번역 · 김윤형 hibou98@naver.com

<각주>
(1) 필리프 리비에르, ‘이란 핵 프로그램 공격, 바이러스는 누가 퍼뜨렸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3월.
(2) www.goodharbor.net.
(3) 그레이엄 그린, <조용한 미국인>, 마르셀 시봉 번역, 10/18, 파리, 2003(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