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질서를 위한 힘인가, 정권의 하수인인가

‘군사화’하는 경찰 특수기동대

2020-06-30     로랑 보넬리 | 파리 낭테르 대학 정치학과 부교수

“모두가 경찰을 싫어한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위 당시 쓰인 이 슬로건은 더 이상 사회 운동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사회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력은 극도의 잔인성을 드러내면서, 권력 수호가 경찰의 임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민심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동료 경찰들이 태연히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경찰이 행한 무력으로 질식해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참상은 미국 전체에 이례적으로 거대한 항의 시위의 물결을 초래했다. 수많은 사람이 곳곳에 모여 격렬하게 때로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회소수자를 차별하는 행태를 고발했다. 며칠 후 정의와 진실규명위원회의 요청으로 몇만 명의 시위자들이 2016년 7월 경찰에 체포된 후 사망한 아마다 트라오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파리와 프랑스 도시 곳곳에 모였다. 정치권 인물들이 선두에서 일반 시민들과 같이 거리를 행진했고, 이 운동은 영화계, 축구계, 가요계 유명인사들의 지지를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크리스토프 카스타네 내무부 장관의 자리까지 위태로워졌다. 카스타네는 체포 시 경찰이 목을 조르는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경찰력의 직업윤리, 특히 인종차별과 관련한 윤리의식 개선을 약속했다. 

이 사회운동이 정치권과 언론에 불러온 거대한 파급 효과는 과거에 발생했던 경찰 폭력 사건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유세프 카이프, 라민 디엥, 위삼 엘-얌니, 이브라힘 바 사건부터, 지에드 베나, 부나 트라오레, 압델카데르 부지안, 알랑 랑방, 아민 벤툰시 사건 등 다른 사건은 얼마든지 더 있다. 서민층 젊은이가 죽은 사건으로 직접적 혹은 우회적으로 경찰력이 연루됐지만, 책임을 돌릴 수 있을 만한 사건의 목록은 길다. 사회·환경 이슈를 다루는 인터넷 언론 <바스타(Basta!)>에 의하면 1977년 1월부터 2019년 12월 사이 676명이 경찰과 헌병대의 손에 사망했다. 평균적으로 매년 16명이 죽은 셈이다. 이 중 절반은 26세 미만이었고, 절반에 가까운 사건이 파리 수도권과 리옹, 마르세유에서 일어났다.(1)

비극에 대한 반응과 그 후 수순은 반복되고 매번 비슷하기 마련이다. 피해자가 살던 지역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고, 친지들은 지역 시위를 조직한다. 가족과 몇몇 끈질긴 운동가들은 몇 해에 걸쳐 이어질 기나긴 법정공방을 시작하지만, 기소된 공무원이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2) 최근까지도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 법적인 토대를 마련하려는 노력은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이 재판이 그다지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가 있다. 피해자가 ‘불량’하고, 경찰에 이미 ‘탐탁지 않게’ 얼굴이 알려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있었던 형사재판에서 언론이 경찰에게 관대한 여론을 조성하던 것처럼 ‘명예가 실추된 피해자’라는 꼬리표는 사건 추이 과정에서 의심을 낳고, 결국 경찰 측의 진술에 무게가 실린다. 또한 이러한 사건이 좌파 정치세력 및 노조단체의 지지를 얻기 미묘한 부분이 있다. 이들 조직은 역사적으로 노동자 탄압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일찍이 룸펜 프롤레타리아(최하층 노동자)라고 명명한 임금노동자 계층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다. 좌파 정치세력이나 노조단체와 같은 조직과 자신이 속한 사회계층에 동화되지 못해 존재 상태만 겨우 알려진 교외지역 청년들 간에 거리는 점차 벌어지고 불편한 감정은 깊어진다.(3) 서민 동네에 정치적 자치성을 구축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끌어내고자 조직 차원에서 이뤄진 시도는 일회성의 성과만을 남긴 채 실패로 돌아갔다.(4)

그렇다면 2020년 6월 저항 시위의 화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프랑스에서 있었던 시위와 미국에서 일어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그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폭발한 감정이 시기상으로 일치하는 것은 이미 널리 퍼져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관련 있는 게 분명하다고 연상할 수 있다. 더불어 이민·교외 지역 운동본부(MIB)와 같은 시민보호단체 출신 사회 운동가들의 끈질긴 노력도 잊어선 안 된다. 아다마 트라오레의 누나 아사 트라오레는 여러 경찰 폭력 소송 사건을 연합하고자 카리스마 있는 대변인으로 나섰다. 그러나 과거에 국한된 영역에서만 문제시됐던 경찰력에 대한 불신이 모든 영역을 넘어서 폭넓게 퍼지지 않았다면 앞서 언급한 이유는 전부 무용지물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경찰을 싫어한다” 

확산되는 불신은 아직도 정확한 측정이 어려운 상태다. 설문조사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알려줄 뿐이다. 비평 전문지는 아니지만 지난 1월20일 주간지 <렉스프레스>에 실린 설문조사에 따르면 단지 응답자의 43%만이 “경찰을 신뢰한다”고 답했고, 20%는 경찰에 대한 “우려”를, 10%는 “반감”을 표현했다. 과학계의 연구 또한 이 같은 경향을 뒷받침한다. 2011~2012년 유럽 전역에서 총 응답자가 5만1,000명에 달하는 조사가 시행됐다. 그 결과 프랑스 경찰은 특히 인식이 좋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을 대할 때 경찰이 보이는 존중 부문에서 프랑스 경찰은 26개국 중 19위를 기록했다. 프랑스를 앞지른 나라로 체코, 그리스,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이스라엘이 있었다.(5) 시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이제 “모두가 경찰을 싫어한다”는 슬로건이 시위 레퍼토리에 추가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당화되든 그렇지 않든, 무력의 사용은 확실히 점점 눈에 띄고 있다.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으로 그 현장은 수없이 기록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간다. 경찰노조의 요청에 따라 30여 명의 하원의원이 최근 “어떤 수단을 이용하든 간에 경찰, 군인, 시·도 경찰, 관세경찰 등 공무원의 모습을 촬영해 유포시킬 시” 1만5,000유로의 벌금과 1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을 정도다(프랑스 국회, 2020년 5월 26일). 스페인에서는 2011년 일어난 15-M운동 이후 이미 시행 중인 법이다. 공권력의 무력행사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더 쉬워졌다. 경찰의 활동 범위가 도심 주변의 교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이 같은 경험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도 대상에 포함됐다. 코로나19 사태의 강제 격리기간 동안 행해진 감시체제처럼 노란 조끼 시위 당시 노동법 개정과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행렬에서 경찰의 무력개입으로 인한 피해자와 목격자가 속출했다. 현실은 사회학자들이 전통적으로 ‘경찰의 사냥감’이라고 부르는 표현 그 이상을 보여줬다.(6) 오늘날 관찰되는 경찰에 대한 집단적 저항은 분명 경찰의 세력범위 확대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같은 저항운동을 설명하려면 우선 경찰이 범죄단속만을 한다는 낡은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몇몇 특수기동대를 제외하면 범죄단속은 경찰 활동의 20%를 넘지 않는다.(7) 대개 경찰은 형사재판소의 소관이 아닌 무수히 많은 상황을 해결한다. 이를테면 가내, 혹은 이웃 간의 갈등, 공공장소 점거, 교통 규제, 행정업무 안내, 공공 집회 관리, 불법 체류 감독, 정책 감시, 타 기관 지원(긴급의료상황이나 세입자 강제 퇴거) 등이 있다. 미국인 사회학자 에곤 비트너는 “실제 문제든 상상 속이든 간에 인간의 문제에 관한 한 어떤 경우라도 경찰의 관할이 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8) 경찰이란 영미권에서 쓰이는 ‘법의 집행부(law enforcement agency)’라는 용어처럼 법을 집행하는 조직이라기보다 공권력, 즉 정해진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기관에 더 가깝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남반구와 북반구 간의 불평등 같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서구사회에서 점점 심화됐다. 이때 불평등이 초래한 결과에 맞서려 정치인들이 마련한 마법 같은 해결책으로 경찰이 등장한다. 사회 불안과 불법 체류라는 주제는 과거에 수많은 역사적 시점에서 다양한 어조로 정치화됐고, 시류에 편승한 여러 정당의 선거 각축전에 이용됐다. 예방과 개발중심의 사회정책이 완전히 버려진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공공의 안전을 우선한다는 원칙에 점차 자리를 내주었다. 통제와 강제를 동원한 방식이었다. 그때부터 (상류층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불평등의 구조적인 원인에 맞서 투쟁하기보다, 국민을 분열시켜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사회질서, 더 나아가 세계적 사회질서에 순종하지 않는 이들을 솎아내고자 규율을 잡는 것이 주가 됐다.

이러한 사회격동을 합리화는 수단 중 ‘깨진 유리창 이론’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이론으로, 사소한 도시범죄를 방치하면 점점 심각한 범죄로 발전한다고 주장이다.(9) 윌슨이 이론의 사변성을 직접 인정했을 만큼(<뉴욕 타임스>, 2004년 1월 6일자 기사) 경험에 기반을 둔 근거가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1994~2001년 당시 뉴욕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와 경찰청장 윌리엄 브래튼이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 영감을 얻어 경찰권을 개편하자 엄청난 유명세를 얻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스페인 할 것 없이 두 가지 상호보완적 조치가 우선적으로 취해졌다. 공공장소에서 행한 경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은 강화됐고, 때때로 합법인지조차 의문스러운 행정 조치들이 생겨났다. 구걸행위 반대법, 미성년자나 집단의 통행금지 등 영국에서 ‘반사회적인 행동(Anti Social Behaviours)’으로 불리는 행동을 예로 들 수 있다.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거나 약을 하는 행위, 공공장소 점거, 대중교통 내 사기행위, 도박, ‘공격적인’ 구걸, 빨간불에 정차한 차량의 앞 유리를 닦는 행위, 노점상(음료수나, 복제CD/DVD, 핸드백, 선글라스, 허리띠 등), 거리 매춘행위 등이 경찰의 우선 단속대상이었다. 

정부는 경범죄와 ‘몰상식한 행위’의 단속을 주로 경찰에게 일임했고, 그렇게 경찰은 새로운 권력을 얻었다. 윌슨과 켈링이 말한 대로 “경찰은 ‘수상한 사람’, ‘유랑자’, 혹은 ‘공공장소에서 만취’ 등 법적인 뒷받침이 부실한 사유를 들어 시민을 체포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사회가 정말로 방랑이나 음주벽이 법의 심판을 받길 원하기 때문에 이런 죄목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질서를 유지하려는 비공식적인 노력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을 때, 특정 지역에 사는 달갑지 않은 인물들을 추방할 수 있도록 경찰에게 법적인 수단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어진 문제의 해결을 특정 기관에 일임하는 행동이 못 믿을 만한 것만은 아니다. 문제 상황을 효과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으며, 문제에 대한 분석 또한 강한 호소력을 갖는다. 미국인 정치학자 머레이 에델만이 환기하듯 관료주의는 “관료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을 정당화 할 목적으로 문제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10) 관례, 매뉴얼, 노하우, 권고 등 어떤 형태든 간에 공무원은 연수받을 때나 매일의 업무를 수행하면서(조언을 받거나, 선임들이 주는 경고를 통해)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관료주의 사고방식을 강요받는다. 경찰관은 “우리는 사회복지사가 아니다”라는 말을 즐겨 하며 경찰이 행사하는 강제력에 더 무게를 둔다. 경찰은 시민들을 괴롭히는 전략을 포함한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도시 질서를 지켜나갈 것이다. 카탈로니아 경찰을 일컫는 ‘모소스 데스콰드라(Mossos d’Esquadra)’ 소속의 한 경찰서장은 인터뷰에서 바로셀로나 공공장소에 모여드는 청년들에게 경찰이 취하는 방침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장에 출동해서 윽박지르며 압박을 준 다음, 매일 와서 확인할 거라고 경고한다. 내일도 그 자리에 여전히 있다면 신분증을 보이라고 요구할 거고, 길거리에서 음주하거나 대마초를 소지하고 있다면 소송을 건다. 즉, 어떤 식으로든 쫓아내서 문제를 옮겨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불량하다고 찍힌 이들을 향한 탄압과 추방이라는 조합은,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찰력이 어떤 상식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 같은 책략의 표적이 된 이들은 자연히 저항세력을 형성한다. 경찰을 모욕하거나 명령에 불복종하고, 때로는 개인이나 집단이 경찰과 정면대결을 벌인다. 바로 이 순간, 힘의 균형은 경찰에게 불리한 쪽으로 기운다. 프랑스에서 공무 집행 과정 중 일어난 법률 위반과 폭력의 건수는 1990년 2만2,000건에서 2019년 6만8,000건으로, 30년 사이에 세배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맞서 경찰은 방어구(방탄조끼, 최루탄)와 무기(전자충격기와 공포탄)를 갖추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프랑스 경찰, 특히 범죄전담반(BAC) 같은 특수기동대가 ‘군사화’ 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일었다. 호랑이, 늑대, 사자, 악어, 코브라 등 자연의 포식자가 수 놓인 휘장을 달고서 모두가 잠든 도시를 뜬눈으로 지키며 도시와 시민을 정찰한다(삽화 참조). 뉴욕의 길거리범죄 전담반(Street Crime Units)은 2002년에 비무장 상태의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청년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 이후 해산됐다. 당시 그들에겐 “밤은 우리 것이다(We Own the Night)”라는 모토가 있었다. 공격적인 방식의 경찰개입이 점점 늘어났고, 그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무수한 폭력사건 중 일부는 사망 사건으로 이어졌다. 전담반이 출동하는 곳마다 긴장이 고조됐다.

바로 그때 보완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 경찰’ 또는 ‘인근 경찰’ 등 나라마다 용어는 다양했지만, 목적은 같았다. 거리순찰 덕에 얻은 눈에 띄는 존재감으로 일반시민에게 다가가고, 지역사회 문제에 관한 대화의 장을 열고자 함이었다. 이 같은 시도는 여러 장애물에 부딪혔다. 시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했고, 폭력행위가 재발하기도 했다. 게다가 인력충원을 위한 비용 때문에 고질적인 예산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자 경찰의 중앙집권이 강화됐고, 시민들의 사회적 상호 작용 규제를 안보의 문제라고 재정의하기에 이르렀다.(11) ‘탄압’과 ‘예방’이라는 경찰의 두 가지 역할은 대조를 이루기보다 상호 보완에 가깝다. 점점 늘어나는 인구의 일상생활을 영역별로 나누어 각각 감독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이 도시의 작은 범죄를 억제한다는 보장은 과연 현실이 됐을까? 물론 아니다.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대책 없이 범죄근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정말 진지하게 믿을 수 있을까? 인터뷰를 해보면 다수의 경찰관이 이 문제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실패했다고 해서 정부가 취하는 정책의 흐름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정부는 오히려 정책실패를 안보에 허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경찰력 강화를 주장할 빌미로 이용할 뿐이다. 

경찰력 구축이라는 정치적 선택은 도시 질서 수호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다. 그 위상은 관료주의 안에서 재평가됐고, 정부를 경찰과의 상호의존이라는 불리한 관계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자기 분야의 이익에만 신경 쓰는 협동조합단체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랑스와 미국에서 두드러진다(본지 7쪽의 Richard Keiser 기사 참조). 공공부문이 19%, 민간 부문의 임금노동자가 8%의 조합가입율을 보이는 반면 경찰노조는 70%에 가까운 가입율을 자랑한다. 경찰은 체계적인 조직과는 거리가 멀다. 경찰 조직은 경관, 총경, 경찰서장이라는 세 집단으로 구성되는데 노조는 승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노조는 각 분야의 당국을 제외하면 언론 등 외부에 발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무원 집단이기도 하다. 공무원의 비밀 준수 의무 때문이다. 그 결과 내부의 불화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고, 경찰의 하나로 똘똘 뭉친다는 환상은 강해진다. 노조세력은 협상이나 공개권고, 혹은 시위, 병가, ‘긴급하지 않은’ 임무 중지와 같은 단체 행동을 통해 조직 내부의 일을 경찰 당국과 공동으로 관리한다.

 

경찰, 외부의 특권 혜택 지적에 민감하게 대응

경찰은 자유주의 발 개혁에 맞서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다른 분야의 공무원보다 독보적으로 뛰어나다. 경찰의 위상은 재평가되고, 운영예산과 임금은 인상된다. 예컨대 2019년 12월 연금법 개혁 당시 경찰노조는 경찰연금을 즉각 개혁안에서 제외한다는 가능성을 흘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반면에 운송, 의료, 공교육 등 타분야의 수많은 임금 노동자들은 몇 주 동안 파업과 시위를 이어나갔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경찰은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에 의문을 제기하면 그게 누구든 효과적으로 저지한다. 최근 크리스토프 카스타네가 언급한 목을 조르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가능성에 대해 경찰은 즉각적으로 “배신”이라고 반발했고, 몇몇 지역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카스타네가 내무부 장관 자리를 재고할 정도였다. 

이와 비슷한 일화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1983년 법무부 장관 로베르 바당테르에 대한 항의 시위부터, 2000년 6월 15일 무죄추정 원칙에 관한 법안 반대 시위, 2011년 4월 14일 경찰유치 법안 개정 반대, 2014년 8월 15일 형사구속 법안 개정 반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같은 반감은 경찰 활동을 통제하려는 모든 외부 조직에 대한 저항으로 설명된다. 국립 직업윤리 및 안보 위원회(CNDS), 법의 수호자(DDD), 혹은 자유 박탈 지역 감시단(CGLPL) 같은 독립된 행정기관은 임무 수행 과정에서 끊임없이 투쟁해야 했고, 활동영역은 항상 초기의 야망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사법관의 일상 업무는 경찰 활동에 달렸을지라도, 사법부가 경찰을 직접 심판하기엔 불편한 입장인 것이 사실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독립 행정기관은 존재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경찰관에겐 두려움의 대상인 국립 경찰 총감사국(IGPN)은 외부로부터 접수된 불만사항을 알리기보다는, 내부규정 위반을 처벌하는데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감사국 국장 브리짓 쥘리앙은 노란 조끼 운동 관련 사건을 포함한 378건의 사건 중, 단 2건 만이 행정처벌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2020년 6월 11일 방영된 France 2 채널 방송 <특파원(Envoyé spécial)> 참조) 사회질서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수행하는 핵심적인 역할과 특유의 독립성 때문에 경찰관 개개인이 사회와 맺고 있던 관계는 완전히 변해버렸다. 사고, 폭력, 갈등, 고통 등 힘든 업무환경에 노출된 경찰관은 전통적으로 사회에 대한 비관주의적 시각을 갖게 된다. 소방관에게서도 비슷한 원리가 관찰된다.(12) 게다가 경찰의 ‘손님’이라고도 불리는 범죄자들의 부정적인 표상도 한몫한다. 경찰관의 인종차별적 태도는 이런 과정에서 생긴다. 물론, 인종 간의 불평등을 인식하고 있는 이상주의자 경찰관도 소수 존재한다. 그러나 그의 동료 대다수는 매일같이 일부 서민층과 까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 상당부분을 이민자 출신이나 사회 비주류가 차지함으로써 인종적 고정관념이 굳어지고, 그들과 비슷한 외형을 지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그런데 30여 년 전부터 경찰활동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의심의 대상이 되는 집단 또한 자연히 확대됐다. 경찰과 헌병대가 ‘주범 혹은 공범으로 범죄, 경범죄, 법률 위반 등에 가담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부합하는 중요한 상황증거’가 있는 사람들을 기록하는 사법 이력 처리(TAJ) 파일을 보면 충분히 납득 할 만하다. 이 파일로는 재판 전, 범인이 아닌 용의자의 사법적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2018년 11월 15일을 기준으로 1,890만 명이 파일에 기록됐는데, 이는 거의 프랑스 인구 30%에 육박하는 수치다. 유럽국가 중 프랑스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가장 깊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13) 

 

사회질서 하수인이 된 경찰

경찰 당국과 엘리트 정치인들은 경찰이야말로 질서와 혼돈 사이를 가르는 마지막 성벽이라고 입을 모아 독려한다. 이제껏 강력범에게만 사용되던 수법은 이제 일반 시민에게 서슴없이 쓰인다. 목이 졸린 후 숨진 운전배달부 세드릭 슈비아, 경찰의 공격으로 루아르강에 빠져 죽은 스티브 마야 카니코, 노란 조끼 운동이나 반연금개혁 시위자들에게 가해진 과도한 무기 사용, 고등학생 시위자나 여성인권 운동가에게 강요된 모욕적인 행동(2018년 12월, 망트 라 졸리에서 관찰된 무릎꿇고 손을 뒷목에 대는 자세 등), 혹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비상사태 동안 일어난 일은 경찰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는 경찰 당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경찰노조 위니테 SGP(Unité SGP Police)의 사무총장 이브 르페브르는 최근 경찰이 목을 조르는 행위에 관해 “사람들이 점점 경찰 검문을 피하려고 해서 더 빈번하게 행해진다”고 개탄했다. (<리베라시옹>, 2020년 6월 8일자 기사) 르페브르는 별안간 핵심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왜 경찰에 복종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찰에 복종하는 정도는 개인이 느끼는 정당성에 비례한다. 그런데 이 정당성이란 결코 확정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형법이 “역사 속에서 주어진 어느 시점에 특정 인구집단의 감정을 보호한다”(14)고 설명한다. 즉, 형법은 한 사회의 도덕적 경계를 규정함으로써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과 소수의 ‘범죄자’ 집단을 구분한다. 그런데 사회질서 유지, 이민자 유입, 사회저항, 정치시위 같은 문제가 점점 더 경찰에 위임되면서 두 집단의 상대적 비중은 변한다. 이때부터 뒤르켐이 말하던 집단 감정 “특유의 명료함”은 흐릿해지고, 사회질서가 부당하다고 여기는 개인이 늘어날수록 경찰이 공익의 수호자가 아닌 사회질서의 하수인처럼 보일 수 있다. 시민들이 예전처럼 순종하지 않자 경찰은 존중받으려 더 자발적으로 힘을 사용하고, 그럴수록 불신의 골은 더 깊어진다. 경찰 또한 시민을 향한 불신을 키우게 되고, 보안 조치를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는 강해진다.

이런 악순환은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숨 막히는 감정을 유발한다. 경찰의 보건 조치 당시 답답함은 절정에 이르렀다.(2020년 3월 17부터 5월 11일 사이 2,070만 건의 검문이 이뤄졌고, 110만 건의 법률 위반이 있었다.) 이 감정은 오늘날 사회운동에서 다음과 같은 슬로건으로 표현되면서 조지 플로이드 질식사건과 함께 울려 퍼진다. “우리 숨 쉬게 놔두세요!” 

 

 

글·로랑 보넬리
파리 낭테르 대학 정치학과 부교수. 저서로는 파비앙 카리에와 공동집필한 『급진주의 공장, 젊은 지하디스트의 사회학 La Fabrique de la radicalité. Une sociologie des jeunes djihadistes français』이 있다.

번역·정나영 
번역위원


(1)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분석 Ivan du Roy & Ludo Simbille, https://bastamag.net
(2) Cf. Mogniss H. Abdallah, 『Rengainez, on arrive ! 그만두세요, 우리가 갑니다!』, Libertalia, Paris, 2012.
(3)Olivier Masclet, ‘Le rendez-vous manqué de la gauche et des cites 좌파와 교외지역의 엇갈린 만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4년 1월호.
(4)Abdellali Hajjat, ‘Quartiers populaires et désert politique 서민 동네와 정치 불모지’, <Manière de voir>, n°89, 2006.
(5)René Lévy, ‘La police française à la lumière de la théorie de la justice procédurale 소송 절차론으로 조명한 프랑스 경찰’, <Déviance et Société>, vol. 40, n°2, 2016.
(6) Fabien Jobard, ‘Le gibier de police immuable ou changeant ? 경찰의 사냥감은 불변하는가 혹은 변화하는가’, <Archives de politique criminelle>, vol. 32, n°1, 2010.
(7)Richard V. Ericson & Kevin D. Haggerty, 『Policing the Risk Society』, University of Toronto Press, 1997.
(8)Egon Bittner, ‘Florence Nightingale à la poursuite de Willie Sutton. Regard théorique sur la police 윌리 서튼의 뒤를 따르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경찰에 대한 이론적 관점’, <Déviance et Société>, 제네바, vol. 25, n°3, 2001.
(9)Cf. James Q. Wilson & Georges L. Kelling, ‘Broken Windows : The Police and Neighbourhood Safety’, <The Atlantic Monthly>, 1982년 3월호. 
(10)Murray Edelman,『Pièces et règles du jeu politique 정치게임의 법칙』, Seuil, Paris, 1991.
(11)스페인 진보주의 도시정부의 실험에 관한 참조기사 cf. ‘El giro preventivo de lo policial’, <Crítica Penal y Poder> 잡지 특집호, n°19, 바르셀로나, 2020.
(12)Romain Pudal, ‘Les pompiers entre dévouement et amertume ‘국가의 왼손’ 소방관의 고통과 헌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7년 3월호, 한국판 2017년 8월호.
(13)Juha Kääriäinen & Reino Sirén, ‘Do the police trust in citizens? European comparisons’, <European Journal of Criminology>, vol. 9(3), 런던, 2012.
(14)Émile Durkheim, 『Les règles de la méthode sociologique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 』, Paris,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1996 (재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