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이 된 미국 경찰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2020-06-30     리처드 카이저 | 칼튼 대학교 정치학 교수

미국에서 사회질서 유지는 주정부 관할이다. 미니애폴리스처럼 진보적인 명성을 가진 도시에서 경찰의 인종차별적인 공권력 남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경찰은 흑인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거의 처벌받지 않는다. 그리고 조지 플로이드는 사망했다. 

미국 정치사에서 미네소타는 예외적인 곳이다. 미네소타는 1984년 로날드 레이건 재선에 반대를 표결한 유일한 주이다. 미네소타가 마지막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에 표를 준 것은 거의 50년 전인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좌파의 성지인 미네소타는 그동안 휴버트 험프리, 월터 먼데일 의원을 배출했으며, 최초의 이슬람 여성 의원 두 명 중 한 명인 일한 오마를 당선시켰다. 이러한 미네소타의 명성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경찰에게 살해당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과 이로 인해 촉발된 대중의 폭동이 뜻밖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트윈 시티즈 즉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 폴(미네소타 주도)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네소타는 미국에서 교육, 소득, 복지 수준이 가장 높은 주에 속한다. 그러나 5월 25일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으로 폭동이 일어난 밤, 민주당 팀 왈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백인이라면 이러한 통계가 모두 맞지만, 백인이 아닐 경우 모든 통계 수치는 바닥으로 떨어진다.”(1) 미네소타주는 중등교육 학위를 소지한 흑인의 수에서는 50개 주 중 39위에 불과하다. 직장을 가진 흑인의 수는 45위이다. 자기 집을 소유한 흑인 수는 순위가 더 내려가 48위이다. 미니애폴리스의 백인 가정의 중위 소득은 연간 10만 달러에 달하는 데 반해, 흑인 가정은 단 2만8,500달러에 불과하다. 백인과 흑인은 분리되어있고, 불평등하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인종 차별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백인보다 흑인이 훨씬 더 많이 사망하고, 직장을 잃고, 살림살이에 타격을 받은 점은 전혀 놀랍지 않다. 등교가 중지되고 일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셧다운 상황에 흑인들이 가장 큰 직격탄을 맞았고, 이 또한 흑인들이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에 매일 참여할 계기로 작용했다. 유사한 성격의 분노 폭발 시위에서 자주 그랬듯이 시위대는 거주지역의 사유지를 공격했고 드문 일이지만 멀리 떨어진 거리의 고급 상점, 레스토랑, 은행도 공격했다. 

 

폭행 경찰들을 옹호하는 경찰노조 

경찰의 폭력은 확실히 이러한 불평등의 가장 난폭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질서유지는 시 또는 주 정부가 행사하는 특권이며 연방 법원이나 연방 정부의 권한 밖이다. 미니애폴리스 경찰(MPD)은 흑인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사망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 동영상으로 촬영된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집단폭행 사건 전까지 경찰은 거의 예외 없이 처벌을 받지 않았다. 과거 자마 클라크, 필란도 카스티야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들도 처벌 받지 않았다. 인종차별적인 폭력 행위는 아주 많이 일어난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유색인종의 비율은 40%에 불과하나 경찰이 폭력을 행사한 대상의 74%는 유색인종이다. 2018년 국선변호단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흑인은 미니애폴리스 거주민의 1/5에 불과하지만, 수배된 차량의 소유주 4명 중 3명은 흑인이다. 또한 수배 대상이 운전자일 경우 흑인은 76%, 백인은 13%이다. 경찰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경찰은 다양한 근거를 대며 경찰권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다. 미국의 모든 흑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운전 중에도 피부색만으로 의심을 받는다. 트윈 시티즈 주민들은 경찰이 노예를 추격하던 순찰대였다는 사실을 거의 모두 다 알고 있다. 

경찰노조는 이러한 시스템의 톱니바퀴 중 하나이다. 미니애폴리스 경찰노조의 밥 크롤 위원장은 경찰의 폭력성을 억제하려는 민주당 시장들의 노력을 파괴하며 경찰들의 충성심을 얻었다. 제이콥 프레이 현 시장은 “무언가를 바꾸려고 시도했던 의원들과 경찰서장들은 끊임없이 노조의 반목과 폭행 가해자를 보호하는 법에 부딪쳤다”(2)라고 말했다. 제이콥 프레이 시장과 제인 하르토 전 경찰서장은 죄지은 경찰에 대한 모든 제재를 방해한 혐의로 노조를 고발했다. 죄를 지은 경찰은 노조가 협상한 중재안에 의해 보호를 받는데, 이 중재안은 모든 경찰권 남용을 정당방위와 동일시시킨다. 조지 플로이드를 무릎으로 9분 동안 누르며 질식시킨 데릭 쇼빈은 20년간의 경찰 경력 중 폭행혐의로 17번 고소를 당했지만 그 중 단 한 건만 징계를 받았다. 노조와의 협약 덕분에 고소 내용들이 밖으로 드러날 일은 없다. 조지 플로이드가 고통을 호소하는 동안 수동적으로 옆에 있던 경찰 3명 중 2명은 경찰이 된 지 1년이 되지 않았다. 세 번째 경찰인 토우 타오는 폭행혐의로 6번 고소당했고, 5번 불기소처분 받았다. 타오는 2017년 수갑을 채운 사람을 경찰 동료와 함께 폭행했다. 시는 고소인에게 2만5,000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했으나, 타오는 노조의 보호를 받았고, 한 번도 처벌받지 않았다.

2019년 공화당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선언한 밥 크롤 위원장은 미니애폴리스를 지도하는 민주당 인사들을 매국노처럼 간주했다. 그는 폭력을 진압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다며 그들을 비난했다. 그가 가진 불만들은 이 나라의 경찰의 특징이랄 수 있는 좌파에 대한 반감과 갇혀있는 정신세계를 잘 드러내 준다. 시장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경찰서장들이 경찰관들이 가진 암묵적 편견을 누르고, 단계적 긴장완화 기술을 가르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 할 때마다, 경찰 노조는 꼼꼼하게 이 프로그램을 실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근무하는 도시에 거주하며 시민들 곁에 가까이에 있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구상했지만 경찰 로비의 압력에 굴복하여 상원의원은 법안을 포기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92%는 그들이 일하는 도시의 외부에 거주하고 있다.

 

“경찰 예산을 끊어라”... 시민 요구 확산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경찰관에게 흑인을 일종의 위협처럼 인지하도록 가르치는 군사 훈련을 금지하는 바람직한 결정을 내렸다. 이는 우리 안에 내재 되어있는 약탈 충돌을 경찰관들에게서 해방시켜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살해학’이라는 깃발 아래 미국 경찰들이 많이 받는 숙련 훈련이다. 이러한 세계관에 사로잡힌 크롤 위원장은 시장이 공언한 단계적 긴장완화 정책에 격분하여 노조가 재정지원하고, 살해학의 영향을 받은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빼들며 반격했다. 크롤은 단계적 긴장완화 정책이 미니애폴리스 경찰에게 적용될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그는 “경찰이 물러서도록 가르치길 원하느냐, 그것은 본능에 맞지 않다. 경찰은 자유로이 체포한 후, 조용히 하지 않으면 감옥에 넣고, 필요할 경우 폭력을 쓸수 없다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3) 크롤 노조위원장은 조지 플로이드를 폭력적인 범죄자라고 평했고, 시위를 테러행위라며 비난했다. 경찰 노조는 그에게 한결같은 충성심을 보였다. 지난 노조 선거에서 그에게 맞서는 사람도 없었고, 스스로 자신을 후임자로 지목하며 쉽사리 재선되었다. 살인을 비롯한 가장 폭력적인 행위 등 모든 상황에서 노조가 경찰들의 뒤를 봐주기 때문에 노조위원장에 대한 경찰관들의 애착은 유지된다. 이는 미국의 모든 경찰노조의 관례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네소타주를 비롯한 미국 전역의 많은 노동자 중앙 조직들은 조지 플로이드와의 연대 차원에서 경찰노조를 냉담하게 비난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과 어용조합 사이의 공범 관계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별로 관심받지 못했다. 경찰들이 투표한 만큼 어용조합은 명백히 경찰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크롤은 조만간 은퇴해야 하지만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미니애폴리스 경찰노조의 폭력 문화는 지속될 것이다. 경찰이 가진 인종차별적인 편견과 강압적인 폭력 성향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5월 말 시위가 폭발한 이후 현재 시위대와 미니애폴리스 의원들은 “경찰 예산을 끊어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명확히 정의 내려지지는 않았으나 이 구호의 의미는 경찰에게 지원되는 재원의 일부를 끊은 후, 이 재원을 지역사회 또는 지역 자문단의 후원 아래 사회복지 정책 특히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프로그램에 지원하라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가지고 있던 권한의 일부분을 지역이 맡고, 경찰은 계속해서 범죄와 폭력 사건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경찰 예산을 끊으라는 구호의 또 다른 극단적인 해석은 미니애폴리스 경찰을 해체하고, 새로운 것을 재창조하라는 의미다. 미네소타의 백인 도시에서 (약간의) 열정과 (수많은) 근심을 동시에 심어주는 무언가 새롭고 야심 찬 것을 재창설하자는 설명이다. 

시위의 영향으로 미네소타 대학, 미니애폴리스의 학교들, 공공 공원과 같은 주요 기관들은 미니애폴리스 경찰과 맺은 계약을 파기했다. 경찰은 대학의 스포츠 이벤트 및 교육 기관들의 보안을 담당하며 얻었던 추가 소득을 잃게 되었다. 주로 경찰 본 업무 시간 이외에 행해졌던 업무라서 수입이 상당했다. 시위자들은 불충분하다 평가했지만, 이러한 유례없는 계약 취소 행렬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로 인한 여파는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다시 추가 소득을 얻기 위해 경찰은 크롤 위원장이 열렬히 반대했던 변화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미니애폴리스 경찰과 노조의 재협상 때 가능성이 있다. 결국 주지사는 인권부에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유색인종 차별 관행에 대한 조사를 맡겼다. 인권부는 특별한 변화를 지시할 권한과 경찰과 노조에 대한 임시 지휘권을 가질 것이다.

 

‘썩은 사과 이론’과 모호한 재판관 구성

미국에서 흑인을 살해한 경찰관이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보여주듯이 미국에서는 늘 흑인의 생명을 괘념치 않았다. 조지 플로이드와 같은 희생자의 목록은 앞으로도 끝이 없을 것이다. 단번에 여러 이름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6월 12일 레이샤드 브룩스는 자신의 차 안에서 자고 있다가 애틀란타 경찰의 검문에 사망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만의 예외적인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흑인, 유럽에서는 이민자들, 다른 나라에서는 원주민과 노숙자들이 차별의 대상이다. 재부상한 민족주의와 현대 자본주의가 결합하면서 시민권과 권리의 정의가 변질되었다. 이로 인해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도 국가가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사람 유형이 생겼다. 타겟이 된 집단은 반사회적이라며 평판을 잃을 수 있고, 노숙자는 거리에서 쫓겨나는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난민은 사회에 동화되지 못한다고 심판받을 수 있고, 유색인종은 지배적인 질서에 저항하는 내부의 적으로 간주 될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데릭 쇼빈 전 경찰관이 무릎으로 오랫동안 조지 플로이드를 누르고 있는 동영상만으로는 데릭 쇼빈과 부하 3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기에는 불충분할 수 있다. 과거의 전과, 부검에서 발견된 마약 흔적, 담배 판매원이 위조지폐를 신고한 것처럼 플로이드가 불법행위를 했을 가능성 등으로 대다수의 백인 눈에는 희생자가 유죄로 둔갑 될 수 있다. 마약과의 전쟁 이후 더욱 심각하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마약류 전과기록에 벌금까지 체납한 흑인은 폭력적으로 죽음을 당해도 정의의 심판과 동정심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재판 결과는 재판관 구성에 달려있다. 4명의 경찰관이 유죄라는 가정 속에서조차 백인 좌파 일부와 보수 진영 전체는 썩은 사과 이론을 내세우며 바구니 안의 나머지를 구하려 할 것이다. 경찰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는 장엄한 호소가 쏟아질 것이다. 이 경찰들은 그 누구보다 백인 중산층과 상류층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서 일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니애폴리스는 뉴욕, 파리, 시드니, 리오데 자네이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글·리처드 카이저Richard Keiser 
미네소타주 칼튼 대학교 미국 정치학 교수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팀 왈즈 주지사의 기자회견, 2020년 5월 31일
(2) 인용, 데이비드 K. 리, <State of Minnesota files civil rights charge against Minneapolis police department>, NBC News, 2020년 6월 2일
(3) 인용, 라이언 그림, 아이다 차베즈, <Minneapolis police union president :"I've been involved in three shootings myself, and not a one of them has bothered me>, The Intercept 2020년 6월 2일, www.theintercep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