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환경기업인 알프스 회사의 자연파괴

2020-06-30     바르나베 뱅탱 외

프랑스 정부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예금신탁금고(CDC)에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 이에 CDC는 여가 부문에 16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공공금융기관이 항상 공익을 위해서만 움직였나? CDC의 주요 자회사 중 하나인 알프스산맥회사(CDA, Compagnie des Alpes)의 그간 행적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아스테릭스 놀이공원의 회전목마, 라플라뉴 스키장의 리프트, 그레뱅 박물관의 밀랍인형.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코로나19의 여파로 이 시설들이 최근 3차례 폐쇄되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이 세 곳의 어마어마한 대기 줄이 하나의 회사, 즉 CDA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CDA는 프랑스 관광업계의 거물이다. 세계 1위 리프트 운영 기업인 CDA는 티뉴, 발디제르, 메리벨, 레메뉘르, 레자르크, 세르 슈발리에 등 프랑스 유명 스키장의 슬로프와 리프트 11곳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유럽 4위의 놀이공원 운영 기업으로서 퓨튜로스코프, 샤플랭스 월드, 왈라비 론-알프, 프랑스 미니어처 등 13개 놀이공원도 소유하고 있다. 2019년 CDA 시설의 이용객 수는 2,300만 명이고 매출액은 8억 5,400만 유로로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한 상승세에 있으며, 수익은 스키장 분야와 놀이공원 분야에서 거의 비슷하게 나고 있다.(1) 

 

공공금융기관의 자회사인 알프스산맥회사 

그런데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CDA와 5,000여 명의 풀타임 근무자들은 직격탄이라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시설들이 강제로 폐쇄되면서 CDA의 가치는 2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 이익은 1사분기(2019년 10월 1일-2020년 3월 30일)에 29% 하락했고, 특히 스키장 부문의 매출액은 20% 급락했다.(2) 그러나 CDA의 CEO인 도미니크 마르셀은 놀라울 정도의 평정심을 보였다. “엄청난 충격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 거대한 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파리 국립 오페라 극장이 위치한 오스만 대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CEO 마르셀은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 인형으로 천장이 가득 채워진 배경을 뒤로한 채 단호하게 말했다. 

“앞으로 프랑스 국민들은 외출을 줄일 것이고 또 장거리 여행을 자제할 것이다. CDA는 도시 근교의 놀이 시설, 짧게 머무르는 공간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최적화되어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에 다양한 경쟁력과 직무들을 개발했다. 거기에 우리 기업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CDA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프랑스 정부와 지자체들을 위해 일하는 공공금융기관 CDC를 대주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CDC는 언제나 전략적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우리의 발전을 뒷받침해 주었다. CDC와 함께라면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마르셀은 정부가 발표한 관광업계 활성화 계획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DA는 CDC의 자회사이다(지분 39.2%). CDC는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 기관인 동시에 주식 시장에 상장된 주식회사로 “사기업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자본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있다”고 마르셀은 설명했다. 이러한 ‘긴장감’이 항상 회사를 옥죄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3) 그러나 힘의 관계는 거의 변한 것이 없다. 1989년 1월 도산 직전의 스키장을 살리기 위한 명목으로 설립된 CDA는 삼림 지역 개발을 지원하는 공적 도구로써 사용됐다. 당시 아르크 스키장과 티뉴 스키장 등의 리프트를 운영하던 민간 업체들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CDA는 어떻게 여가 시설의 제국, ‘경험 마케팅’의 전문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1994년 파리 주식 시장에 상장된 뒤 신생 기업 CDA에는 자금이 넘쳐났다. 1985년 산림법에 따라 리프트 관리 책임을 맡게 된 지자체가 ‘공공 서비스의 위탁’을 명목으로 CDA에게 리프트 운영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이 민관 파트너십의 추진 배경에는 재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CDA의 집행위원회 위원을 지내고 현재는 삼림 지역 호텔 건설 프로젝트의 투자자이자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로랑 쉘은 “리프트는 대당 가격이 600만~1,000만 유로에 이르고 곤돌라형 리프트는 당연히 더 비싸다. 따라서 감가상각기간이 최대 30년에 이를 정도로 매우 길다. 수익률이 높지 않고 순마진도 낮은 편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주식 상장 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품목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CDA는 CDC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서, 조금은 특별한 교통 인프라이자 향후 알프스 지역 개발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는 리프트의 투자 및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10년간 한 번도 공공기관과 일한다는 느낌이 없어”

장-피에르 소누아는 Havas Tourisme에서 경력을 쌓은 뒤 CDA의 설립과 함께 CEO직을 맡았다. 아르크 스키장을 성공시킨 인물이자 미쉘 로카르의 측근인 로제 고디노와 함께 일했던 그는 CDA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일조했다. 소누아는 CDC의 지원을 바탕으로 여러 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했는데, 대신 고도가 2,000m 이상으로 높고 숙박 가능 인원이 15,000명 이상이며 높은 중기 수익률을 보장하는 스키장만을 투자 대상으로 했다. 그러자 CDA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3년 샤모니몽블랑의 시장이었던 미쉘 샤를레(무소속 우파)는 “10년도 넘게 CDA와 협상을 해왔지만 저는 단 한 번도 공공 기관과 일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CDA는 철저한 자본주의 기업이다”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4) 소누아는 다른 방식으로 이를 인정했다. “한쪽에 기업과 경쟁력을 놓고 다른 한쪽에 수공업과 지역 사회의 이익을 놓고 본다면, 우리는 기업 쪽에 가깝다.”(5) 현장에서는 CDA의 새로운 업무 접근 방식을 생소하게 받아들였다. 플라뉴 스키장의 경영진 출신으로 현재는 관광업계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 베르나르 장은 “CDA가 회사를 인수한 뒤로 직원들은 ‘수익 관리'나 ’관리 보고서'과 같은 새로운 표현을 익혀야 했다. 그리고 1년에 두 번씩 하나의 주제를 놓고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어쨌거나 불과 10여 년 만에 CDA는 프랑스 스키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무박으로 스키를 즐기는 인구가 1,400만 명에 달하면서 2019년 말 기준으로 CDA 소유 11개 스키장의 매출이 프랑스 전국 스키장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그러나 CDA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2000년대부터는 다각화, 민영화, 국제화를 목표로 전략을 수정했다. CDA는 그레뱅 앤 컴퍼니와 아스테릭스 놀이공원을 연달아 인수했다. 사계절 내내 일정한 매출을 올리고 운영 위험을 낮추기 위한 방편이었다. “놀이시설로의 다각화는 재정 논리에 따른 것이었는데, 회사별로 직원들, 계절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달라서 사회적 측면에서 다소 논란이 되기도 했다.” CGT(노동총동맹) 여가 부문 노조 위원인 모하메드 소코바는 이렇게 분석했다. “CDA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스키장은 코뮌(commune)의 소유이기도 해서 정치적인 부분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작거나 수익성이 낮은 12개의 놀이공원은 곧바로 매각됐다. 이 모든 작업에서 공권력은 늘 가까이 있었다. 심지어 언제나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CDC의 자회사라는 것은 은행과 거래할 때 최고의 보증서이다. 아마도 CDA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대출 이율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CDA에 새로 합류한 직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위험의 잠재적 국유화가 가져온 뜻밖의 소득도 있었다. CDC가 주식회사를 포함한 모든 자회사의 임원 연봉에 공기업 임금 상한선인 45만 유로를 적용하려 하자 CDA의 임원진이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2017년 임금 상한선 제도는 폐지됐다.

2004년 5월 6일에는 CDA가 시장경제논리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이던 니콜라 사르코지가 “CDA의 경영권을 민간 업체에 양도”하는 법령에 서명한 것이다.(6) 이로써 CDC의 지분은 과반을 넘지 않게 되어 이제 단독으로는 CDA의 전략을 결정할 수 없게 됐다. 전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CDA의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활짝 열린 셈이었다. CDA는 먼저 자문 및 엔지니어링 합작 형태로 해외에 진출했다. 러시아의 경우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이용되는 시설 운영 계약을 체결해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고, CDA가 꿈꾸는 엘도라도인 중국의 떠오르는 겨울 스포츠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임기 말에, 클럽메드와 랑방을 인수해 유명세를 탄 중국의 대기업 푸싱 그룹과 CDA의 지분 10%를 놓고 협상이 시작됐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도가 숨어 있었다. 첫 번째는 CDA의 경험과 노하우를 중국 기업에 전수함으로써 중국의 주요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프랑스를 더 많이 찾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아녜스 파니에-뤼나쉐는 설명했다.(7) 그녀는 ENA 출신의 전문가로 공직과 사기업을 오가며 경력을 쌓아왔다. 당시에는 CDA의 2인자였고 2018년 10월부터는 재정경제부 국무장관(차관급)으로 재직 중이다(보건 위기 기간 한시적으로 보건 기관 및 인력을 위한 장비 공급 담당).

 

다국적 기업을 위해 경영권 참여 허용해 

그러나 CDA를 다국적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던 계획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푸싱 그룹은 그저 수동적인 투자자에 머물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반대를 주도한 사부아지역위원회의 회장인 에르베 게이마르가 주장했다. “CDA는 자본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중국 그룹에 인수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설사 자본을 늘리려고 했더라도 삼림 지역 공동체들을 새로운 주주로 영입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르셀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손사래 쳤다. “그것은 가장 먼저 주주들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저는 현재 CDA의 자본이 일반 주주, 민간 협력 업체, 주요 지역 단체 간에 균형 있게 분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주주의 영입은, 론알프 지역을 넘어서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CDA의 전략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CDA의 해외 진출에 대한 집착은 한풀 꺾인 상태다. “우리 지역에도 평생 단 한 번도 스키를 타보지 않은 주민들이 많은데 굳이 중국인 관광객까지 유치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CDA의 CGT(노동총동맹) 대표인 파스칼 샤르보는 이같이 비판했다. “예전에는 단체 관광객들이 리옹에서 버스 20여 대를 대절해 타고 오거나, 스키 강습반, 회사 모임 등의 소규모 그룹이 스키장을 방문하곤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도심 근교의 스키장은 사라지는 추세다. 경영진은 돈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클럽메드와 5성급 호텔을 짓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단기적인 비전은 환경과 같은 CDA의 다른 전략적 측면들에 신경을 쓸 수 없게 만든다. ‘자연 친화적’ 시설이 늘고 있기는 하다. 티뉴 스키장의 경우 새롭게 도입된 곤돌라형 리프트는 사계절 내내 운영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로지 스키장 이용객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이는 “스키 단일 종목에 기반한 기업에서 다양한 활동과 시즌을 아우르는 기업으로의 변신을 꿈꾸는” CDA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중간 규모의 스키장에나 해당하는 말이라고, 스키장 관리 컨설턴트인 아르멜 솔레악이 귀띔했다. CDA는 인공눈 제조 사업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높은 고도의 스키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후 변화를 (단기적인) 경제적 기회로서 보고 있다. 2년 전 마르셀은 CDA의 “비교 우위”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는데, 눈이 많이 오지 않은 해에도 “높은 위치의 스키장이 갖는 ‘지연효과’” 덕분에 CDA가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가능할까? 

CDC의 전 대표는 최근 CDA의 행보가 명백한 경로 이탈이라고 지적했다. “본래 CDA는 영리 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 아니라 프랑스의 겨울철 관광 산업을 지원하고 이끌어주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역사적으로 CDA는 공익 추구라는 소명을 지니고 있다.” 더 많은 해외 고객을 유치하겠다고 아름다운 삼림을 파괴해 관광지를 확대하는 것이 과연 공익에 의거한 것일까? 무늬만 공기업인 CDA에게 여가 활동을 민주화하고 여가 시간을 풍부하게 만들겠다는 당초 설립 취지는 이미 관심 밖인 것 같다. 

 

 

글‧바르나베 뱅탱 Barnabé Binctin
피에르 뒤켄 Pierre Duquesne

바르나베 뱅탱은 저널리스트로 생태계 보호에 관심을 갖고 보도를 하는 한편 투사로 적극 활동하고 있다. 피에르 뒤켄은 <위마니테>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서 편집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번역위원


(1) 2019년 9월 30일 기준 그룹 공식 수치, www.compagniedesalpes.com
(2) 2020년 5월 26일 기자회견
(3) CDC 감독위원회의 2008년 의회 제출 보고서
(4) <L'Expansion>, 2003년 10월
(5) <L'Express>, 1997년 2월 13일
(6) 관보에 발표된 n.2004-398 법령
(7) 기 인용된 보고서
(8) Ib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