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관광에서 부르디외식 자유문화 또는 책임여행으로

2020-06-30     베르트랑 레오 외

기적은 갑자기 일어났다. 부옇던 베네치아 운하 수질이 맑아졌다. 보통 때의 베네치아라면 사람들과 크루즈선으로 북적였겠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지난 3월 말부터 코로나19의 여파로 세상이 조용해지자 사람들은 통제되지 않던 관광으로 인해 발생했던 엄청난 결과들, 또 그 관광이 사라짐으로써 발생한 결과들을 각각 보게 됐다. 그리고 지구를 덜 파괴하는 활동으로 여가를 즐기는 세상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적(敵)은 바로 ‘대중관광’이었다! 

 

귀족자제는 ‘그랜드 투어’, 노동자는 ‘사회적 관광’  

특정 여행지들(바르셀로나, 베네치아, 두브로브니크 등)이 과잉관광으로 먹고산다는 증거는 명백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자비한 사회적 판단이 숨겨져 있다. 관광객은 다른 문제다. 사회학자인 장 디디에 위르뱅의 말을 빌리면, ‘여행 바보’인 관광객들은 강물 속 메기 마냥 맹목적이고 소란스럽고 시끄럽고 경박하며 상스러운 존재들이다. 이들은 자신과 상반되는 ‘여행자’들이 즐겨온 여행지의 평온한 풍경을 순식간에 파괴했다. 교양 있는 계층은 대중의 밀집으로 인한 여행지의 혼잡함, 과거 자신들이 독점적으로 누린 여행이라는 특권의 대중화를 염려하기 시작했다. 상업적인 외피를 벗겨내면 관광에 대한 문제는 먼저 사회적 시간과 그 내용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광은 서민들의 자유시간을 규제하는 문제이며 상류층이 여가에 할애하는 시간의 고유한 가치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여름 휴가철에는 공항에서 어마어마한 전세 터미널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본래 관광이라는 것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관광은 ‘그랜드 투어’라고 불렸는데, 이는 17세기 말 영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귀족 자제들이 이탈리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 방문해서 그곳의 유적과 법, 풍습을 배우고 감시에서 벗어나 긴장을 푸는 기회를 뜻했다. 귀족 자제들은 그랜드 투어를 하면서 앞으로 물려받게 될 작위를 관리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언어 및 문화적 소양을 쌓고, 계승하는 법을 배웠다.

19세기 동안 해수욕장과 ‘짧은 여행’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관습은 부르주아 계층으로 확대됐다. 이때까지도 관광은 여전히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간이 재편되면서 관광은 부유층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먼저 학교법에 따라 부르주아 계층이 아닌 다른 계층의 아이들에게도 ‘자유시간 관습’이 생겨났다. 동시에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유급휴가가 확대되면서 노동 외 시간이 생겨났다. 1936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유급휴가제가 도입됐으나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했고, 실제 유급휴가가 대규모로 확대된 것은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후였다. 그동안 종교·정치·재계 및 노동계 지도층은 이 자유시간을 규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역사학자 안느 마리 티에스에 의하면, 지도층들에게 관광이란 1세기가 넘도록 상반되는 두 가지 접근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타고난 재능을 계발시킬 힘과 의지를 드러내는 엘리트의 특권이자 고급 문화"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계급을 구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대중을 집단적으로 교육시키기에는 좋은 대중 문화" 가 그것이다.

1890년에 설립된 프랑스 관광클럽(Touring Club de France)의 엔지니어에서부터 트레킹 전문 여행사인 테르 다방튀르(Terres d’aventure)의 ‘뉴에이지’ 트레커와 클럽메드를 설립한 스포츠 선수들에 이르기까지, 19세기 이후 최첨단 문화라고 할 수 있었던 여가 산업 관련 기업가들은 상류층과 중산층을 위한 별도의 관광 시장을 만들어냈다. 이에 맞서 노동조합과 공산당을 포함한 좌파 정당들은 전쟁이 끝나자 연합체와 국영기업 위원회에서 조직한 사회적 관광과 가족 관광을 장려했다.(2) 198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인 가운데 대략 60%가 휴가를 떠났고, 나머지 40%는 집에 머물렀다. 이 수치의 이면에는 노동자 계층에 비해 고위 경영진과 지식인 계층이 휴가를 떠나는 비율이 3배나 높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비중(친지 방문 제외)은 6배나 높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3) 휴가를 떠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면 절반은 경제적인 이유였고 나머지 절반은 건강과 가족 내부 문제 등의 이유였다. 

 

‘여행객들’은 부르디외의 ‘자유 문화’를 학습

저가 ‘패키지여행’이 유행하자 휴가를 떠나는 부유한 여행객들은 그들이 ‘관광객’이라고 부르는 이들과 마주칠 위험이 높아졌다. 이들은 낮은 예산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여행 방식(도시 탐방, 겨울 스키, 외국 여행, 클럽 체류 등)을 늘리고 다양화함으로써 이에 대비했다. 부유층은 ‘그랜드 투어’의 연장선으로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귀중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잡식성’ 관광을 통해서 문화적인 면에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이들은 여행을 통해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가 ‘자유 문화’라고 말한 것을 형성하는 지식과 노하우를 학습했다. 이것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실력 위주의 사다리에는 없지만 사회 계층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는 데에는 필수적이었다.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한 해외여행 제한조치는 위와 같은 전략을 약화시킬 수 있다.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이제 자사의 활동을 국내로 집중시키고, 이제까지 여행을 떠나지 않거나 거의 떠나지 않았던 사람들을 모으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관광 수입이 높은 국가들(미국, 스페인, 프랑스, 태국, 독일, 이탈리아) 가운데 미국은 국가 순자산 대비 관광산업의 비중이 7.8%로 낮지만, 태국의 경우에는 22%로 매우 높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관광산업에 지출하는 돈은 8조9,000억 달러(세계관광위원회(WTTC)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 GDP의 10.3%에 해당한다고 함)로 관광 수입을 벌어들이고자 자국을 사람들이 꿈꾸는 여행지로 만드는 일은 정치적이고 지정학적인 작업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모로코를 방문했던 관광객은 1,300만 명(2012년 기준 950만 명)이었는데, 이는 모로코 정부가 ‘2020년에는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라는 다소 유토피아적인 슬로건 아래 여러 개발계획(아가디르 인근의 타가주트 베이 개발 등)을 추진한 결과였다. 하지만 지정학적 변화나 테러행위나 전염병이 생기면 관광객 수는 금세 감소하거나 정체되어 버린다. ‘아랍의 봄’ 당시 튀니지의 경우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비자에 따라서 특정 국가 관광객들의 여행 편의성이 높아지는 등 비자 문제가 전체 관광객 수에 영향을 미친다. 한 국가의 관광객이 많다는 것은 여행 수용국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수단이 된다. 2019년 1분기에 해외를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8,000만 명으로 그 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매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이 점을 소프트 파워로 이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유럽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로 2018년에는 중국 관광객 수가 220만 명에 달했으나, 현재 중국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관광객 수가 급격하게 감소할 위험에 처했다. 태국이나 베트남, 일본의 경우에는 몇 년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 수가 늘고 있다. 지정학적 무기인 관광은 정부가 자국민을 통제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중국은 국내 관광산업의 발전을 장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인은 스스로 중국을 방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만든 분류법에 따라 국내 여행지의 서열을 정해놓았다(자금성과 만리장성은 5A이고, 그 아래에는 4A, 3A 등의 여행지가 있다). 

 

‘생태적 책임’과 ‘책임 여행’의 과제 

관광은 소수민족의 문화 연출을 통해서 좀 더 교묘한 방식으로 소수민족 통제에 이용되기도 한다. 관광에서 소수민족의 전통과 춤, 생활방식은 비역사적이고 원초적이며 거의 자연화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현지인들을 토속화시키고 박물관의 전시물로 치환시킴으로써 현지인들의 미래를 과거로 돌려서 ‘얼려버린다’. 말레이시아(타만 미니 말레이시아)나 중국 하이난섬 등 남아시아 등지에서 특정 민족에 대한 테마파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이곳은 명백하게 정치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이난 민속촌에서는 리족의 직조물과 전통가옥, 의상을 볼 수 있는데, 오두막 내 이곳저곳에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교묘하게 배치돼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강력한 여행 중단 현상과 함께 환경을 걱정하고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쾌적하고 유익하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휴식하자는 구조적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친환경적이고 활동적이며 자기계발을 중시하는 추세에 발맞춰, 부유한 고객들이 프랑스의 산이나 해변에서 ‘환경친화적인 숙박 시설’에 머물며 자연 속에서 스포츠를 즐기거나 요가 수업을 받는 상품이 생겨났다.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서핑 휴양도시 세뇨스에서는 어느 여행사가 자격증이 있는 강사의 입회하에 낮 동안 서핑을 즐긴 후 ‘자연적이고 전통적인 재료’로 지은 건식 화장실이 갖춰진 ‘친환경’ 숙소(‘재활용 자재로 지은 집’이라는 장식물이 달려 있다)로 돌아와서 그 지역에서 수확되거나 멀지 않은 곳에서 공수한 재료로 만든 식사를 즐기는 상품을 선보였다. ‘자연과 함께’ 하는 ‘소박하지만 화려한’ 사치였다.

지중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52%와(4) 도미니크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97%가 관광 때문에 발생했다.(5) 2017년을 기준으로 카니발그룹 소속 크루즈선 47척(코스타 크루즈, P&O, 아이다 크루즈, 프린세스, 큐나드 라인, 씨번, 홀란드 아메리카 라인)은 그 수가 유럽의 전체 크루즈선의 1/4도 못 미쳤지만, 유럽 내 모든 자동차를 합한 것보다 10배나 많은 황산화물을 배출했다.(6) 관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효과적으로 측정하면 관광이 교통·레저·숙박업·요식업 등 관련 분야 각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 수 있다. 프랑스에는 ‘생태적 책임’을 총괄하는 중앙부처가 없어서 지방행정관청(지방의회, 도의회 및 시)에서 ‘생태적 책임’을 장려하고, 이 문제를 개발계획에 넣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책임여행’에 대한 새로운 명령이 만들어지면 사회적 격리도 변하게 될까, 아니면 반대로 자유시간에 대한 세계 정책의 틀 안에서 관광을 생각하는 기회가 될까? 국토개발을 계획하고, 관광 형태와 관광객의 유입을 조율하고, 관광의 사회적 소명과 환경적 소명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해 단호히 나서야 한다.  

 

 

글·베르트랑 레오 Bertrand Réau
크리스토프 기베르 Christophe Guibert

각각 프랑스국립공예원 소속 사회학자 및 앙제대학 부속 호텔관광학교(UFR Esthua Tourisme et Culture) 소속 사회학자. 두 저자 모두 연구에 도움을 준 로르 파가넬리에게 감사를 표한다.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Alain Corbin (dir.), ‘L’avènement des loisirs, 1850-1960(여가활동의 도래, 1850-1960)’, Aubier, Paris, 1998.
(2) Cf. Bertrand Réau, ‘Les Français et les vacances. Sociologie des offres et pratiques de loisirs(프랑스인과 휴가. 여가활동의 제공과 관행에 대한 사회학)’, CNRS éditions, Paris, 2011.
(3) Saskia Cousin et Bertrand Réau, ‘Sociologie du tourisme(관광 사회학)’, Repères, la Découverte, Paris, 2016.
(4) Mauro Randone. et al., ‘Reviving the economy of the Mediterranean Sea: Actions for a sustainable future’, WWF Mediterranean Marine Initiative, Rome, 2017.
(5) Daphne Ewing-Chow, ‘The Environmental impact of caribbean tourism undermines its economic benefit’, <Forbes>, New York, 2019년 11월 26일, www.forbes.com
(6) ‘One corporation to pollute them all. Luxury cruise air emissions in Europe’, <Transport et Environnement>, European Federation for Transport and Environment, Bruxelles, 2019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