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수입 위기에 몰린 이탈리아, 버틸 수 있나?

2020-06-30     제랄디나 콜로티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이탈리아어판 발행인

“세상은 표 한 장 값으로 소비할 수 있는 벽에 걸린 포스터다.” 역사가 에릭 J. 리드의 글이다.(1) 그렇다면 팬데믹 이후 세상의 관광객에게 이 표 한 장의 값은 얼마일까? 그리고 누가 이 표를 사려고 할까? 이탈리아 국립 관광청은 2020년 이탈리아 방문객 수가 41% 감소하고 관광객들의 지출도 1,540억 유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탈리아는 관광산업이 국내 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고(2) 비공식 경제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베네치아, 피렌체와 같이 전통적으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들과 계절성 관광업이 여름철에 집중된 관광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노동력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호텔, 모텔, 캠핑장, 산장과 같은 숙박업에서는 특유의 계절성 때문에 유연한 근로계약의 비중이 높다. 이탈리아에서는 숙박서비스 분야의 피고용자 절반 이상이 유기 계약직이다. 시간제 근로자도 많은데 주로 여성과 청년, 이주 노동자들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약 20%가 호텔과 음식점에서 일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거나 기간제 계약직 형태로, 이탈리아인보다 35%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3) 5월 말 이탈리아 언론은 아브루치 해안가 호텔에서 웨이터로 일하다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자살한 어느 루마니아 청년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이 사건이 있기 며칠 전 한 아프리카 청년도 똑같이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유로화 사용국가 중 3번째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적어도 300만 명이 정식 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코로나 사태 동안 정부가 지급한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팬데믹 발발 이전 이미 25%의 이탈리아인들이 개인별로 800유로 이상의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할 경우, 빚을 지지 않고서는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탈리아 국민 1/3 이상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빈곤 상태에 처하지 않고 3개월 이상 버틸 만한 돈이 없다고 밝혔다. 

얼마 전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집행위원이 ‘관광업을 위한 마샬 플랜(Marshall Plan, 제2차 세계 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구제하기 위한 미국의 원조 계획)’을 발표했다. 이탈리아 국립 관광청은 이 계획이 실현되길 기다리는 동안 양질의 관광 자원 개발과 더 현지화된 지속 가능한 관광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많은 이탈리아 국민에게 그저 벽에 걸린 포스터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제랄디나 콜로티 Geraldina Colotti
진보성향의 <일 마니페스토>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Eric J. Leed, 『The Mind Of The Traveler : From Gilgamesh to Global Tourism』, Basic Books, 1992.
(2) Bollettino n.1, ‘Osservatorio nazionale turismo’, Rome, 2020년 5월 7일, www.enit.it
(3) ‘Gli stranieri nel mercato del lavoro in Italia’, 연례 보고서, 이탈리아 노동 사회 정책부, 2019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