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이 내쫓기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2020-06-30     엘리사 페리게르 | 기자

2019년, 3500만 명의 외국인이 그리스를 방문했다. 그리스 인구의 3배에 달하는 기록적인 수치다. 2020년 5월 말, 아직은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호텔, 음식점 운영자들과 계절성 근로자들은 7월이 되면 관광객들이 돌아오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관광객의 귀환을 오히려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관광객, 당신들은 여기 온 이유를 파괴하고 있다.”, “관광객,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관광산업 반대 움직임이 활발한 엑사르치아 지구를 비롯해 수도 아테네의 일부 건물 벽에서 눈에 띄는 문구들이다. 

대안적인 생활 방식의 엑사르치아 지구는 긴축 정책 반대 투쟁이나 난민 지원 운동에 이어 대규모 관광단 규탄을 또 하나의 새로운 투쟁 목표로 정했다. 엑사르치아에서는 그라피티와 집회를 통해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관광지화를 뜻하는 투어리스트파이(touristfy)와 지역 상업화로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역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부동산 위기 해결 단체 ‘재건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반대하는 운동(Action Against Regeneration & Gentrification)’의 회원인 페니 트라블루는 “과잉 관광(over tourism)은 지역의 고유성을 파괴”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단체에서도 관광을 제한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관광업은 여전히 많은 그리스인의 생계유지에 필수적인 경제활동이다. 

 

규탄의 대상이 된 에어비앤비

포화상태에 다다른 관광지, 요트 계류장의 급격한 발전으로 잠식당한 환경, 연 단위로 임대 가능한 거주지의 품귀현상과 가격 상승, 전통적인 상점들의 폐업…. 관광의 폐해는 그리스의 일부 섬들을 휩쓴 뒤, 팬데믹 사태 발발 전 이미 아테네까지 확산됐다. 아테네 대학교 정치 경제학 교수인 니콜라스 테오카라키스는 정부가 이러한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정부는 과잉관광이 정착되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넘치는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에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구제금융 합의로 무너진 그리스 경제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공백 속에서 성행하고 있는 에어비앤비(Airbnb)가 첫 번째 규탄의 대상이다. 2015년 이후 많은 그리스인이 더 이상 살 집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 와중에도 에어비앤비는 건물들을 휴가철 임대 숙소로 개조했다. ‘엑사르치아 주민 이니셔티브 운동’ 소속의 마리아는 엑사르치아에서도 개인 또는 투자 펀드 소유의 건물들에 숙박비가 저렴한 에어비앤비가 들어서자 여행객 수가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 “임대료가 상승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친구들이 동네를 떠났다.” 2007년부터 엑사르치아에 살고 있는 공무원인 마리아의 이야기다. 그녀는 반자본주의의 상징이며 은행도, 대형 프랜차이즈 상점도 없는 이 무정부주의 지역에 이끌려 찾아오는 여행자들이 정작 “엑사르치아만의 고유한 사회적 유대나 정치적 색채를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반체제적인 정신은 마케팅 대상이 되어 버렸다. 여행사나 지역 가이드를 자처하는 개인이 만들어낸 엑사르치아 지구 테마 관광 상품이 그 증거다.

봉쇄조치가 이러한 관광 체계에 일격을 가하긴 했지만,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과잉 관광 반대 운동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비관적인 입장이다. 그들은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계절성 임대 숙박 시설 수 제한 또는 영세 임대업자와 대형 임대 업체에 각기 다른 세율 적용 같은 다양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그리스 정부의 우선 과제가 아니다. 그리스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200명의 공식 사망자가 발생한 그리스에 관광객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홍보에 열심이다. “정부는 수익성 있는 관광업을 기반으로 하는 현 모델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다른 해결책은 찾으려 하지 않는다.” 테오카라키스의 설명이다.  

 

 

글·엘리사 페리게르 Elisa Perrigueur
아테네에서 활동 중인 기자. 유럽 이주와 밀수 문제를 전문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번역·김은희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