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디지털 조작이 선거를 위협하다

‘테크노-유토피아’라는 머나먼 약속

2020-06-30     앙드레미셸 에수응구 | 작가

아프리카에서는 지난 30년간 민주주의 선거가 훌륭하게 뿌리내렸다. 그러나 인터넷 네트워크가 등장함에 따라 사회관계망을 통한 디지털 조작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조작은 대체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만큼 위협은 더 심각하다. 구체적인 사례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브렉시트 관련 국민 투표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했는데, 이때 사용한 정보 수집 기술을 나이지리아와 케냐에서 시험한 것이다.(1) 이들 국가의 유권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3단계 전략의 실험 대상이 됐다. 먼저 주로 페이스북에서 수백만 시민의 나이, 성별, 외모, 문화, 정치성향 등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 다음 이 정보들을 분석해 세분화하고, 마지막으로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디지털 플랫폼에서(2) 개개인에게 맞춰진 광고를 내보내며 개인의 선택 방향을 유도한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전 직원 브리트니 카이저와 크리스토퍼 와일리의 폭로에 따르면 2013년과 2017년 케냐 대통령 선거 당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의 고문 역할을 했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프로필을 통해 유권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이를 이용해 거짓말과 과장으로 채워진 홍보를 펼쳤다.(3) 와일리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는 2015년 대선 6주 전 야당 후보인 모하마두 부하리의 승리 가능성에 불안해하던 현지 갑부 한 명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서비스를 대가로 2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이 기업은 디지털 정보 절도 전문가(해커)들의 도움을 받아 당시 72세였던 부하리 후보의 의료 기록을 사회관계망에 유출해 부하리 후보가 대통령직을 수행할만한 건강상태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게 만들었다. 또한 이들은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살해당한 시민들의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며 북부지역 출신의 무슬림 야당 후보 부하리가 승리할 경우 폭력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당 후보 부하리는 승리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플랫폼이자 사용자만 2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은 온갖 종류의 조작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기반을 뒀다가 금세 사라진 사설 정보기업 아르키메데스는 위조된 신분들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2019년에 치러진 토고,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튀니지 대통령 투표에서 특정 후보들을 지지했다.(4) 280만 명 가까이 표적으로 삼은 작업이었다. 잠비아와 우간다 정부는 중국 거대 통신 기업 화웨이 직원들의 도움으로 야당 인사들의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기도 했다.(5) 우간다에서는 유명 뮤지션이자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의 반대 세력인 보비 와인의 왓츠앱 계정에 경찰이 몰래 접속한 일도 있었다. 이런 부정행위 때문에 당국은 반대파들의 집결을 저지할 수 있었다.

 

나이지리아와 케냐 대선에서 이어진 SNS 정치참여 시도들

하지만 폭로가 이어지며 오랜 기간 지속됐던 평화로운 날들은 끝이 났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사회관계망은 오랫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정치 참여 촉매제, 결집 방식 확대를 위한 매개체 그리고 표현의 장으로 여겨졌다.(6) 2007년에는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차기 대선 입후보 사실을 페이스북에서 발표했는데, 아프리카 정치인들이 현대 정치 소통의 장으로 발을 들이는 첫 시도였다. 2008년 케냐에서는 대선 후 국내 갈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젊은 엔지니어와 블로거들이 투표 관련 폭력 발생 상황을 보여주는 일종의 협업 지도 서비스 플랫폼 ‘우샤히디’를 만들기도 했다.(7) ‘테크노-유토피아’ 선구자들의 꿈이 마침내 실현된 것 같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아프리카의 여러 지도자는 디지털 조작을 막는다는 구실로 사회관계망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2006년 에티오피아 정부가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이런 자유 침해 조치를 시행했고 이후 차드와 부룬디,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카메룬 토고에서도 같은 조치가 실행됐다. 2016년에서 2019년 사이, 아프리카 22개 국가에서 주로 선거 기간에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늦췄다.

인터넷 차단과 더불어 야당 지도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체포 및 가택 연금 처분이 이어졌다.(8) 경제 주요 분야의 인터넷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억압 행위는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가져왔다. 2019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인터넷 차단으로 발생한 손실은 21억 달러(약 18억5,000유로) 이상이었고(9)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를 도입한 국가들의 명성에도 흠이 갔다. 

그런데도 일부 아프리카 정부들은 최근 사회관계망 서비스 접속에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우간다에서는 페이스북, 트위터, 왓츠앱에 접속하려면 하루에 200실링(약 50상팀)을 지불해야 하고. 베냉에서는 1메가비트당 5세파프랑(0.7상팀)을 내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10) 새로운 세금 때문에 빈곤 계층은 더욱 소외돼 인터넷 접속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지만 인터넷 접속 차단이 어떻게 디지털 조작을 감소시켰는지는 알 길이 없다. 디지털 조작에 가담하는 기업은 주로 금융 자본 상당 부분을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해외 활동 기업이기 때문이다.

사회단체와 입법부의 주도하에 아프리카 25개국에서는 이제 개인 정보 수집이 법으로 제한되거나 규제를 받는다. 온라인 조작과 관련한 가장 어려운 문제만 남는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선거위원회에서는 수백 명을 고용해 부정행위를 추적하고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국가 기관들에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같은 기업이나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거대 플랫폼을 통제하고 제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2000년대 아프리카에서 유선 전화의 희소성과 비싼 요금 때문에 휴대폰이 빠르게 확산된 것처럼 10년 뒤, 컴퓨터의 높은 비용과 희소성 때문에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에 접속하는 주요 수단이 된 일명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다. 또한 케냐의 엔지니어들 덕분에 휴대폰을 기반으로 한 결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아프리카는 매번 필요 때문에 새로운 길을 열고 이는 곧 전 세계적 추세가 된다. 전자지갑처럼 말이다.(11) 

아프리카에서는 휴대폰의 대량 도입보다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 덕분에 사회관계가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했다. 왓츠앱 애플리케이션은 아프리카인들 사이의 시공간 제약을 현저하게 줄였는데 페이스북이 소유한 왓츠앱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신저로 매일 수백만 건의 대화가 오가며 현지의 모든 생활 분야에 파고든다. 2억 명가량의 아프리카인들이 문자 메시지, 사진, 동영상을 주고받고 정보를 교환하며, 아프리카 전역에 흩어져있는 가족과 즉각적인 연락을 취한다. 여러 가지 온라인 메신저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의 이용자들과는 달리 아프리카에서 왓츠앱의 우위는 절대적이고 거의 독점에 가깝다. 

왓츠앱 덕분에 아프리카인들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시 거리나 생존을 위한 이동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지속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계절노동을 찾기 위해 떠나거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주하는 일이 많은 서아프리카의 여러 공동체에서, 고향의 이슬람 성직자 이맘이 들려주는 설교는 떠나온 이들의 여정에 늘 함께한다. 몇 달 전 토고의 수도 로메 공항 로비에서 벌어진 풍경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디지털 조작의 위협에 직면한 아프리카 다당제 투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하는 말리 출신의 한 여성 상인이 로메 공항에서 바마코에 있는 이맘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 며칠 전 물건을 사기 위해 로메에 온 한 콩고 여성 상인 역시 같은 곳에서 고향 키상가니에 있는 카톨릭 신부의 강론을 듣고 있었다. 두 여성은 모두 왓츠앱과 로메 공항의 무료 인터넷을 이용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나이로비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나타나는 이런 광경은 제대로 된 지역 언론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고국을 떠나 대륙을 이동하지만 고국이나 가족들의 ‘소식’을 놓치지 않으려는 수많은 아프리카인의 모습을 잘 나타낸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방식의 사회관계 유지는 매우 어려웠고,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으며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 가지 주요한 동향이 사회관계망과 연계된 정치적 진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먼저 웹 접속자 수의 증가다.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최소 50%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그 비율이 단 39%에 불과하지만 이 비율은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인터넷 월드 스탯츠(IWS)’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아프리카의 인터넷 접속자 수는 500만 명에서 5억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결정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투자 계획들 덕분에 접속자 수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2020년 5월 14일 페이스북과 오랑주, 차이나 모바일 인터내셔널, MTN(남아공), STC(사우디아라비아), 보다폰(영국), 텔레콤 이집트, 웨스트 인디언 오션 케이블 컴퍼니(모리셔스 섬) 등 8개 기업 컨소시엄은 3만7,000km 연장의 해저 케이블 2Africa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케이블이 설치되면 2024년 아프리카의 인터넷 접속자 수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두 번째 주요 동향은 아프리카의 정치적 논쟁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간다는 사실이다. 전통 언론은 점점 신뢰를 잃고 있지만 사회관계망에 대한 접근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말리에서는 2018년 총선 당시 도시와 시골 모두에서 사회관계망을 통한 선거 운동이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가장 결정적인 세 번째 주요 동향은 이 플랫폼들을 소유한 기업들이 취하는 태도다. 과연 이 기업들이 대부분 불안정한 상태인 아프리카 국가들의 선거를 있는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했던 대로 편안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논리 즉,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을 아프리카에서도 적용할 것인지 말이다. 때때로 폭력까지 동반되는 아프리카 선거의 운명은 이 질문들에 달렸다. 코피 아난 재단의 한 보고서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후진국들의 민주주의 안에서 이뤄지는 선거들은 증오 서린 연설, 정보 조작, 내정 간섭, 디지털 플랫폼 조작의 표적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12)

가장 부유한 이들이 선거 운동을 조작할 수 있게 되고, 상대적으로 덜 부유한 후보들을 위해 값싼 클릭과 ‘좋아요’, 맞춤 댓글을 판매하는 전문가들의 암거래 시장이 존재하게 되는 순간, 30년에 걸쳐 자리 잡은 아프리카의 다당제 투표는 새로운 종류의 대규모 부정 선거 때문에 끝이 날 수도 있다.  

 

 

글·앙드레미셸 에수응구 André-Michel Essoungou
작가, 국제공무원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Franck Pasquale, ‘Mettre fin au trafic des données personnelles(디지털 귀족의 과두정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5월호, 한국어판 2018년 6월호.
(2) Cf. 특히 R. Kelly Garret, 『Social media’s contribution to political misperceptions in US presidential elections』, Plos One, San Francisco, 2019, journals.plos.org
(3) Cf. ‘The Cambridge Analytica files’, 더가디언 온라인 기사, 런던, guardian.com
(4) Cf. Simona Weinglass, ‘Who is behind Israel’s Archimede group, banned by Facebook for election fakery?’, 〈The Times of Israel〉, Jerusalem, 2019년 5월 19일.
(5) Joe Parkinson, Nicholas Bariyo, Josh Chin, ‘Huawei technicians helped african governments spy on political opponents’, 〈The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15 août 2019년 8월 15일
(6) Cf. Martin Ndela and Winston Mano (ed), ‘Social media and elections in Africa’, Volume 1, Palgrave MacMillan, 런던, 2020.
(7) André-Michel Essoungou, 『Young Africans put new technologies to new uses』, United Nations Africa Renewal, New York, 2010년 4월.
(8) Collaboration on international ICT Policy in East and Southern Africa (CIPESA), State of Internet freedom in Africa 2019, Kampala, 2019년 9월.
(9) Cf. Samuel Woodhams and Simon Migliano, 'The Global cost of internet shut downs in2019', Top10vpn, 런던, 2020년 1월 7일, www.top10vpn.com
(10) Babatunde Okunoye, ‘In Africa, a new tactic to suppress online speech: taxing social media’,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Washington, 2018, www.cfr.org
(11) 다음 기사 참조. Sabine Cessou, ‘Fièvre numérique au Kenya(우상화된 아프리카 창업가 정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12월호, 한국어판 2019년 9월호.
(12) ‘Protecting electoral integrity in the digital age’, Kofi Annan Commission on Elections and Democracy in the Digital Age, 제네바, 2020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