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거리의 저항시인 HK

2020-06-30     아크람 벨카이드 | 기자 겸 작가

예술가가 정치적인 신념을 표명하게 되면 여러 위험이 따른다. 잠재적인 팬들의 유입을 차단하고, 대중으로부터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창작의 범위가 정치적 메시지에 국한될 우려가 있다. 시위 현장에 모인 사람들을 들끓게 한 노래 ‘On ne lâche rien’(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의 주인공, HK는 대중 매체의 외면 속에서 팬들과 형제애의 감정을 형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다. 

 

“On ne lâche rien!” (HK 동영상 - https://youtu.be/tN0ipJq9nac)

HK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카두르 하다디는 프랑스의 음악그룹 ‘HK & Les Saltimbanks’의 보컬이자 리더다. 그가 작곡하고 작사한 이 노래는 거의 10년 동안 프랑스 각지의 시위행진 중에 불렸다. 2009년에 설립된 이 그룹은 전형적인 좌파의 틀에 갇혀있지 않다. 이들은 락앤롤, 블루스, 랩, 레게, 사하라 이남의 음색, 알제리의 샤비 및 복잡한 아랍계 음악을 결합한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자랑한다. 이 그룹의 첫 번째 앨범 <Citoyen du Monde>(세계의 시민, 2011)의 수록곡 ‘On ne lâche rien’은 2012년 대선 후보 장뤼크 멜랑숑의 선거 캠페인 노래로 사용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이 제목 자체가 ‘노란 조끼’ 운동의 슬로건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자신을 ‘음악 장인이자 좌파 인사’로 정의하는 HK는 “이 노래를 통해서 저는 현재 좌파 세력뿐 아니라 모든 대중의 목소리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부당하고 불평등한 경제 체제를 감내해야 하는 그리고 때로는 체념으로 짓눌린 모든 사람을 위해서 말이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자본주의 체제가 거둔 (잠정적인) 승리와 그 희생자들 사이의 분열을 인정함으로써 시작된다. “내 도시 HLM(habitation à loyer modéré. 프랑스에서 저가 임대 주택을 통칭)의 바닥으로부터 / 너의 깊은 들판에 이르기까지 / 우리의 현실은 모두 다 마찬가지죠 / … 노숙자, 실업자, 노동자 그리고 / 농민, 이민자, 서류 미비자까지 / 그들은 우리를 분열시키고 싶어했죠 / 그들이 그것을 이루어낸 건 틀림이 없죠” 계속해서 그는 시민들의 행동을 요구한다. “친애하는 동지, 유권자 여러분 / 친애하는 시민, 소비자 여러분 / 시간을 요란하게 알리는 알람시계 / 이제 계산기를 초기화할 차례 / 싸움이 있는 한 희망은 있고 / 삶이 있는 한 싸움은 있죠 / 우리가 싸우는 한, 우린 서 있죠 / 우리가 서 있는 한, 결코 포기하지 않죠.”

알제리 이민자들의 아들, 카두르 하다디는 프랑스 북부의 도시 루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자서전 『J'écris donc j'existe 나는 적는다. 그러므로 존재한다』(Riveneuve, 2012)에 등장하는 루베는 공공 서비스 감소와 높은 실업률로 점차 쇠락해가는 도시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시장에 간 그는 ‘외국인 혐오증으로 악화된 계급적 인종 차별’을 매우 일찍 경험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경험은 훗날 그가 사회적 불평등과 최빈층의 처우를 노래한 곡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런 배경을 가진 그는 힙합 그룹 ‘Ministère des affaires populaires’(MAP, 대중의 문제를 담당한다는 의미)의 멤버로 데뷔했다. 매우 절충적인 랩을 선보인 이 그룹은 국제적 현안에 참여를 표방했다. 그는 최전방에 나서기보다는 서류 미비자와 이민자와의 연대, 그리고 특히 서구 국가들의 무관심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아랍 세계의 독재 권력에 대한 규탄 등을 주요 테마로 삼았다. 

“저는 우리가 국경이나 확인서도 필요 없는 이 세계의 동지들이라고 노래해요. 그런데 ‘국경 너머에 있는 저 땅은 모든 사람의 것이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소유하지 말아야 하죠’라는 제 가사에는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카두르 하다디는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런 급진적인 가사를 통해서 우리는 사회 문제를 더 분명하게 의식할 수 있고, 현실 개혁의 필요성을 더 빨리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테러 공격으로 비탄에 빠진, 그리고 정체성 논란으로 고통을 받는 프랑스 사회의 연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2017년에 발표한 앨범 <L'Empire de papier>(문서의 제국)에서 이 그룹은 ‘Ce Soir Nous Irons Au Bal’(오늘 저녁 우리는 무도회장으로 갈 것이다)로 세상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이 노래는 ‘다른 세대로부터 오는 혐오’를 배격하는 한편,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력의 유혹에 대해 경고함으로써, 2015년 11월 13일 파리에서 발생한 희생자들에게 경의를 표한 곡이다. 

그러나 시위 행진곡으로 불릴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 노래는 HK가 대부분의 콘서트에서 불렀음에도, 시위 현장에서는 좀처럼 불리지 않았다. 프랑스 가수 장 페라(1930~2010)와 마찬가지로, 그도 ‘유령’처럼 지냈던 적이 있었다. HK & Les Saltimbanks는 국영방송 ORTF, 라디오와 텔레비전뿐 아니라 공공 부문 영역에서도 한동안 사라진 존재로 지내야 했다.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는 이 암흑의 시기 속에서, 그는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가수로서의 최우선순위는 방송이 아니라 콘서트에 있다고 인정했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생각해봅시다. FM 라디오 방송국의 피디는 저희 그룹의 노래 ‘On ne lâche rien’ 또는 ‘Sans haine’(혐오 없이)를 선곡한 뒤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어떠한 무기나 폭력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불이익을 감당해야 했을 거예요.”

생태학은 이 그룹의 또 다른 관심사다. 기후 문제를 다룬 <Niquons la planète>(지구를 사랑하자)에서부터 비디오 클립 <Alors on change>(이제 우리가 변한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Fukushima mon amour>(후쿠시마, 내 사랑) 등에 이르기까지, HK의 관심사는 상당히 넓다. 음악가인 동시에, 화학 공장에 의해 오염된 행성을 묘사한 디스토피아 만화의 작가(1)이기도 한 그는 사회 운동에 참여한 지 한참 지난 최근에야 비로소 ‘근본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올해 가을에 나오기로 예정된 그룹의 다섯 번째 앨범 <작은 땅>(Petite Terre)을 통해서 우리는 그가 얻은 깨달음을 접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이동제한령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초, HK는 최신 앨범에 수록된 가장 상징적인 노래 <La Fin du moi, le début du nous>(나의 끝, 그리고 우리의 시작)를 집에 모인 연주자들과 함께 몽타주 형식의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알제리 출신의 언론인이자 작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자. 저서로는 『L'Algérie, un pays empêché [en 100 questions] 알제리, 어려운 처지의 나라(질문 100가지)』(2019), 『Pleine Lune sur Bagdad 바그다드의 보름달』(2017) 등이 있다.  

번역‧이근혁
번역위원


(1) Dounia, 제1권 L’or bleu 푸른 빛의 금, Cédic Van Onacker와 공저, Riveneuve, Pari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