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중상주의자들

2011-05-09     웬디 크리스티아나센

터키기업인연합(투스콘) 회장인 리자누르 메랄은 이렇게 말한다.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터키에 아프리카는 구명조끼와 같은 존재였다. 이제는 남미와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차례이다. 아랍 사태에서 촉발된 난기류에서 터키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투스콘의 성공 기반은 2005년 설립 이후 늘려온 회원의 수적 규모이다. 주로 아나톨리아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조직으로 2만9천여 명의 기업 회원이 소속돼 있으며, 대부분 중소기업이지만 대기업도 500여 개가 가입돼 있다. 투스콘 하면 보통 아프리카를 떠올린다. 2005년 대규모로 이뤄진 첫 회동에서는 31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대표단 500여 명이 이스탄불을 찾았다. 이 조직의 활동 반경은 러시아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유럽과 유라시아뿐 아니라 이제는 (아랍 사태 전만 해도 가장 전도유망한 시장이던) 터키 주변 인접 국가 및 아시아, 남미까지 포함한다.

메랄 회장에 따르면, 이런 성공이 가능했던 것은 “우선적으로 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투스콘은 아나톨리아에서 굳건한 생산구조를 갖고 있다. (메카에서 성지순례를 하며) 발로 뛰던 부모 세대가 이런 구조를 구축해놓았고, (넥타이를 맨) 자식 세대가 발전시키려고 한다. 우리는 터키의 기업인과 잠재적 해외 파트너 사이에 만남을 주선하며, 이들에게 여러 나라로 방문할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터키로 바이어들을 초대해 새로운 수출시장활로를 열어준다.” 소비재, 건축자재, 가구, 섬유, 공작기계, 부품 등의 수출은 투스콘 회원의 기업 활동 가운데 90%를 차지한다.

아나톨리아 기업인들 사이에서 투스콘의 인기가 높은 또 다른 이유는,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라고 메랄 회장이 설명한다. 다른 사용자 단체와는 달리 “투스콘에서는 정경유착이 없다. 또 다른 기업인 연합인 아스콘(아나톨리아기업인연합)은 (1997년 짧게 정권을 잡은) 레파당(복지당)의 네지메틴 에르바칸 총리와 관계를 유지했다. 그 다음에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과 연계된 무시아드(1)가 나타났다. 투스콘은 여러 가지 사안에서 정의개발당과 손잡고 있지만, 비정치적 입장을 유지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과거 무시아드가 아랍권 국가에만 국한된 것과 달리, 그 이상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할 수 있었다.”

투스콘은 페툴라 굴렌이 세운 종교적 네트워크와 손잡는 데 별로 개의치 않는다. 아랍권 국가에 한정하지 않고 전세계에 걸쳐 수많은 사립학교를 건립한 터키 종교지도자 굴렌의 성공을 이용한다. 메랄 회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굴렌의 무슬림 네트워크는 그동안 터키가 접촉할 만한 공식 창구가 없었던 나라에서 고위급 공무원과의 접촉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장의 포문을 열어준다. 전체 53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터키는 25곳에만 대사관을 설치할 뿐이다.”

지난 3월, 투스콘은 압둘라 귈 대통령 인솔 아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가나와 가봉을 방문했다. “가봉에는 터키의 대사가 없다. 하지만 굴렌의 교사 4명이 재직하는 학교가 한 곳 있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교섭 상대를 만날 수 있었고, 여러 정보를 얻으며 재계와 접촉할 수 있었다. 투스콘 회원 대부분은 재정 면에서 굴렌 학교를 지원하며, 여기에는 가봉도 포함된다. 우리는 굴렌 학교가 터키의 발전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굴렌 학교의 교육적·정신적 목표뿐만 아니라 인력 개발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글 · 웬디 크리스티아나센 Wendy Kristianasen
런던에 거주하면서 중동과 이슬람 관련 글을 주로 쓰고 있다.

번역 · 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졸. 역서로 <미래를 심는 사람> 등이 있다.

<각주>
(1) 터키의 주요 대기업을 회원으로 두는 비종교적 경영자협회 투시아드를 견제하려고 아나톨리아에서 설립한 독립 기업인 및 실업인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