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빙하의 종말에 직면하다

지구온난화로 갈증에 시달리는 라파스

2020-07-31     세드릭 구베르뇌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다. 바로 빙하의 대부분이 녹고 있다는 사실이다. 30년 전부터 안데스 산맥의 열대지방에 있는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으며, 이로 인해 관개 및 전기와 물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볼리비아의 라파스 등 대도시에서는 자원의 상당 부분이 위협받고 있다. 

저 멀리 수천 개의 붉은 점이 우글거린다. 수도 라파스와 급성장하고 있는 이웃도시 엘알토의 벽돌들이다. 레알 산맥에 위치한 해발 5,395m 차칼타야 산은 볼리비아 행정 수도에서 북쪽으로 30여km 떨어져 있다. 정상에서 100m 아래, 구불구불한 길이 끝나는 곳은 안데스산맥 고원인 알티플라노에 불쑥 솟아있는 작은 주차장이다. 안데스산맥의 중앙에 뜬금없이 등장한 주차장을 보고 방문객들은 약 10년 전 차칼타야에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스키장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U자형 급커브길과 고산병을 무릅쓰고 부유한 고객들이 남반구의 여름(12~3월) 바캉스를 보내려고 찾았던 곳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볼리비아에서 겨울은 건기다. 그러므로 우기인 여름에 눈이 내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전에 ‘내렸었다’. 

“1990년대에는 15m 두께의 빙하가 있었죠.” 에드손 라미레스 교수는 자갈 투성이의 비탈을 가리키며 안타까워했다. 비탈에는 스키장 리프트의 흔적인 녹슨 금속기둥이 휘어져 있었다. 라미레스 교수는 산 안드레스 국립대학(UMSA)의 수리학‧수문학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수리학 관련 기술자이자 빙하전문가다. 약 30년 전부터 안데스 열대지방에 있는 빙하를 관찰해왔다. 

“2003년에 1만8,000년 동안 형성된 빙하가 2015년에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제가 너무 낙천적이었던 거죠. 실제로는 마지막 빙하가 2009년에서 2011년 사이에 녹았습니다. 상당히 걱정스러운 상황이죠.” 라미레스 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차칼타야’는 안데스 원주민인 아이마라족 언어로 ‘얼음 다리’라는 의미다. 이름만 남기고 차칼타야 빙하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레알 산맥 빙하 37%가 사라져

레알 산맥을 지나 몇 시간 걸어가면 와이나 포토시 산 서쪽 기슭에 도착한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이 위풍당당한 설산도 사망 선고를 받은 상태다. 산을 둘러싼 검은 바위가 햇빛에 달궈지면서 눈이 녹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매년, 이 빙하는 두께가 2m씩 줄어들면서 20m나 후퇴했습니다. 저희가 계산을 해봤는데 1980년부터 레알 산맥에 있는 빙하 37%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 빙하가 수백만 명의 볼리비아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거든요.” 

라미레스 교수가 자세히 설명했다. 이윽고 에드손 라미레스와 프란치스코 로하스는 빙하 맞은편에 있는 허름한 농장 근처로 향했다. 강우량, 기온, 풍속, 풍향을 기록하는 수문기상학 연구소가 여기 있다. 기술자인 로하스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이 시설을 직접 만들었다. “3D 프린터기와 깔때기, 플라스틱 튜브를 이용해서 25가지 장비를 2만5,000달러에 만들었죠. 상점에서 사려면 장비 한 대 값이에요.” 

프란치스코 로하스는 자랑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73세인 돈 기예르모 아루기파는 소와 양, 라마를 키운다. 그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1974년 가족과 이곳에 정착할 당시, 저기 보이는 수로까지 빙하가 있었죠.” 그는 현재 빙하 하단부보다 훨씬 아래에 있는 지평선을 가리키며 기억을 더듬었다. “시퍼런 빙하가 있었는데, 이제 없네요.” 기온이 오르면서 생태계가 변화했고, 그 영향은 그대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애벌레들이 득실거려요. 라마가 그걸 먹고 병에 걸립니다.” 

농부들은 방문객들에게 치즈를 대접하며 반갑게 맞이했다. “다들 우리를 환영하는 분위기예요. 우리가 하는 일과 의도를 잘 설명하면 돼요.” 라미레스 교수가 슬쩍 언급했다. 예전에는 도시인들의 난입을 경계하고 그들의 의도를 오해한 주민들이 과학시설을 파괴했다. 2014년 안데스 공동체(CAN)의 4개국(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의 수리학자들이 미주개발은행(IDB)의 지원을 받아 그들의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교육연감을 만들어야 했을 정도였다. “이제 농부들이 장비를 파괴하는 일은 없어요. 장비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정보를 원하는 거죠.” 

19세기 중반의 ‘소빙하시대’가 끝난 후, 지구상 빙하 대부분이 줄어들고 있다. 1970년대 말부터 엄청난 양의 빙하가 빠르게 녹기 시작했는데 안데스산맥에서 최근 몇십 년간 벌어진 변화는 18세기 초 이래 전례 없는 사건이었다.(1) 프랑스 빙하 연구팀에 의하면 안데스산맥 빙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이는 해수면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2) “최근 몇 년 동안 빙하가 엄청나게 많이 녹은 시기와 2010년 이후의 심각한 가뭄 시기가 겹친다. 가뭄으로 부족해진 물을, 녹은 빙하로 인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2019년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를 맞이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다음 내용을 강조했다. “볼리비아에서 1980년대 이후 전체의 2/3가 녹은 빙하도 있고 이보다 더 많이 녹은 빙하도 있다.”(3)

 

“아무도 농부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세기 안데스산맥 열대지방에서 비가 눈으로 바뀌는 해발고도가 ‘평균 45m’ 높아졌다. 21세기 말에는 이 지역 기온이 ‘2도에서 5도’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마지막 빙하는 2021년부터 사라질 것이고 2050년이 되면 이 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정상에 있는 거대한 빙하’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낙천적인 예측에서조차 안데스 열대지방에서 마지막 빙하도 21세기 말 전에 78~97%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 빙하가 녹은 물이, 평소에는 라파스의 물 공급량 중 61%를, 갈수기에는 무려 85%를 차지한다. 

이 지역 대부분이 이미 ‘수량이 정점인 순간’에 도달했고, 그 이후 빙하가 녹아 생긴 물의 총량이 엄청나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지역도 있다.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이 산악지대는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대하고 급격한 기후변화와 함께 발생한  티와나쿠 문명(6세기 볼리비아 지역에서 번성)의 종말과 비교했다. 

“1990년대부터 우리는 당국에 경고했어요. 그러나 당시에는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에드손 라미레스 교수가 말했다. 게다가 하류에 사는 사람들은 빙하가 빨리 녹는 덕택에 당장은 물을 구할 수 있었다. 마가리 가르시아는 “21세기초 조차, 지구온난화 문제를 이해시키기에는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며 한숨지었다. 농업 기사인 그녀는 산 안드레스 국립대학(UMSA)의 화학기법 연구개발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지구온난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안데스산맥의 농부들은 빙하에 이어 구름 덮개도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햇볕은 더 강해졌고, 집중호우 현상이 일어났으며, 물은 더 빨리 사라졌습니다. 강수량은 그대로인데 말이죠. 농부들은 이미 25년 전부터 변화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매일 기후와 마주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나 아무도 그들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특히 도시에 사는 엘리트들은 말입니다.” 

차칼타야 빙하가 사라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기후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명확한 사실에 직면한 안데스 공동체의 4개국(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볼리비아)은 2012년 ‘안데스 열대지방 빙하의 급격한 용해로 인한 영향 및 적응계획’을 확립했다. 본 계획의 임무는 “감시체계 강화”와 “결정에 유용한 정보산출”이었다.(4) 그 후로 카메라, 관측기구, 드론으로 빙하를 감시하고 있다. 심지어 18세기 스페인 정복에 맞선 아이마라인 이름을 붙인 볼리비아 통신위성 ‘투팍 카타리’까지 동원됐다. 동시에 당국과 비정부기구(NGO)는 국민이 지구온난화가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도록 힘썼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었다. 볼리비아는 25년 전부터 가뭄에 시달리다가 2016년 11월~2017년 3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 엘니뇨 현상(남아메리카 태평양 연안의 해수면 온도상승 현상)으로 강수량이 40% 감소했고 기온은 평균 2~3도 상승했다. 그러다가 2016년에 처음으로 물 부족이 코차밤바, 오루로, 포토시, 수크레뿐 아니라 라파스와 엘알토 도시권까지 덮쳤다. 이 도시권 인구는 정확히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2백만 명이 넘는다. 보통 4~9월 건기가 그해에는 계속 지속됐다. 10월부터는 수돗물이 끊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며칠을 물 없이 지냈어요. 씻지도, 요리도 못하고요.” 도심의 상인이 단수 사태를 회상하며 분노했다. 

“코차밤바 마을 주민들은 가뭄에 훨씬 익숙했어요. 대비도 해뒀고, 저수지도 있었어요. 그들은 1983년, 1987년, 2006년 최악의 가뭄을 겪어봤으니까요. 그런데 라파스 거주민들로서는 갑작스러운 사태였던 겁니다.” 농업기사 마가리 가르시아가 덧붙였다. 물은 대도시의 1/3에 해당하는 94개 지역, 특히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남쪽 지역에 배급됐다. 수도만 틀면 물이 나오는 것이 당연했던 중상류층에게 단수는 큰 충격이었다. 주민들은 빈 그릇을 들고 거리를 헤맸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생수를 샀다. 시골에서는 식수가 없는 라마 무리가 떼죽음을 당했고, 농부들은 파산했다. 단수 사태로 방학도 앞당겨졌다. 곳곳에서 시위와 난투극이 벌어졌다.

2016년 11월 21일,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가뭄으로 인한 재해를 지진에 비교하며 비상시국을 선포하고 군대를 소집했다. “이 위기를 조직적으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국민에게 이 상황을 견뎌주기를 요청했다. 농촌에서 물을 끌어 오자 물을 빼앗긴다고 생각한 농촌주민들은 그 대가로 기반시설 건축을 요구했다. 많은 액체 운반차가 연료를 운반하느라 오염된 상태였기에, 물을 옮기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적합한 차량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볼리비아 정부는 이웃 국가인 아르헨티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마침내 액체 운반차가 도착했을 때는, 분노가 극에 달한 시민들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물 위기는 정치판으로 번졌다. 이미 2000년에 수도 민영화로 코차밤바 지역에서는 수도세가 2배로 오른 상태였다. 이로 인해 벌어진 대규모 시위가 난폭하게 진압됐고, 곤잘로 산체스 데 로사다 대통령은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리고 2018년, 곤잘로 산체스 데 로사다 대통령과 그 당시 국방부 장관은 플로리다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5) 사회주의운동(MAS) 소속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2006년 취임 후 민영화를 재검토했고 환경·수자원부를 만들었다. 2009년에 국민투표로 채택된 볼리비아 다민족국가 신헌법은 물 접근을 기본권, 나아가 ‘국민 주권의 증표(16조 373단락)’로 여기고 있다. 유엔총회는 볼리비아의 제안에 따라 2010년 7월 28일 ‘마실 수 있는, 위생적이고, 청결한 물에 대한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결의안을 채택했다.(6) 

 

습지를 살리려는 과학자들 

그럼에도 2016년 가뭄이 닥쳤다. 대도시 남부의 부유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3,000~5,000명이 시위를 벌여 당국에 항의했다. 물 위기는 대통령과 라파스 중산층을 갈라놓았다. 중산층은 회담이 있을 때마다 “정부가 빈곤층과 원주민만 챙긴다”는 비판을 되풀이했다.(7) 2016년 11월, 모레이라 환경·수자원부 장관과 3명의 고위 공무원이 해임에 이어 기소까지 당했다. “의무를 저버렸고,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행위까지 했다”라는 혐의였다.

2017년 2월, 정부는 가뭄과 지구온난화 대비를 위해 2억 달러를 모았다. 2019년 11월 모랄레스 대통령이 사임하자(8) 그때부터 물 정책 비전은 국가의 비전만큼 불투명해졌다. 본래 2020년 5월에 예정됐던 총선은 9월로 연기됐다. 2016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식수 및 정수 관청에서 국장을 역임한 빅토르 휴고 리코 아란시비아는 그가 근무했던 당시 정부가 물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은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실행하고 필요한 경우 단위(국가, 지방, 시)별 민방위 모집도 계획하고 있었다. 가뭄관리 계획은 늘어나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개량하고 건축할 시설을 확인해야 했다. 

가뭄 위기를 겪은 이후, 2016~2019년 3개의 새로운 저수지가 라파스에 지어졌다. 엘알토에서는 새로 우물을 팠다. 누수를 줄이기 위해 수도관을 수리하고 방수 가공처리를 했다. 그 결과 엘알토의 4구역에서는 수도관 누수로 인해 유실되는 물이 송수량의 39.6%에서 26.5%로 줄었다. 이와 관련해 리코 아란시비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메커니즘에 관해 심화연구를 진행하고 환경파괴에 대처하는 재개발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라파스에서 최근 몇십 년간 벌어진 산림 파괴로 인해 지하수층을 형성하는 개울이 감소했다. 

에드손 라미레스는 가뭄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더 이상 녹은 빙하로 물 부족을 해소할 수 없을 때가 오면 말이다. 우리는 라미레스 교수와 투니의 저수지를 방문했다. 1975년에 와이나 포토시 빙하 하류에 지어진 이 저수지는 2,600만㎥의 물을 저장할 수 있고, 라파스와 엘알토에 물을 공급한다. 

“2016년에는 빙하가 녹은 물 덕분에 저수량이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어요. 빙하가 사라졌을 때 어떤 재앙이 벌어질지 상상되고도 남죠.” 라마레스 교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의하면 와이나 포토시 빙하의 수명은 약 60년 남았다고 한다. 라파스와 엘알토의 다른 저수지의 수원은 “빙하에서 녹은 물이 아니라 인접한 아열대 평야에서 온 습기의 흐름으로 생성된 강수”라고 리코는 설명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그때그때 대응할 수 있는 기후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엄청난 호우로 인해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안데스산맥의 과학자들은 이제 습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고산지역의 습지는 눈과 빙하가 녹은 물, 흐르는 빗물, 스며든 지하수를 빨아들인다. 이 ‘자연의 스펀지’는 약 10m의 깊이로 침적물이 여과된 물을 저장하고 있는데, 생태계가 취약해지면서 퇴적물이 줄어들자 이곳에 스며드는 물도 줄어들 위험에 처했다. 토양은 건조되고 악화된다. 이는 생물 다양성도 위협하지만, 습지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9)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지구온난화는 더욱 악화된다. “안데스 고산 습지는 건기일 때 빙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에드손 라미레스 교수는 예상한다. 습지 보존을 위해 산 안드레스 국립대학(UMSA)은 습지 주변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콜럼버스 이전의 수로를 연구 중이다. 에드손 라미레스 교수는 “이 도수로가 물의 방향을 바꾸면 습지는 물을 공급받을 것이고, 물의 흐름이 안정되겠죠.  2~3년 안에 대규모 도수로를 마련할 방안을 찾을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농부들을 도와준 온난화의 역설

미겔 앙헬 로페스와 모리치오 쿠시 농업기사는 산 안드레스 국립대학(UMSA)에서 지구온난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를 아차카치 마을에서 가까운 초나파타 공동체로 이끌었다. 해발 4,000m보다 더 높은 고산 습지 비탈에서 수십 가구가 농사를 짓고 있다. 저 멀리 티티카카 호수가 반짝거린다. “비탈에 보이는 단구는 형성된 지 1,000년이 넘습니다. 침식작용으로부터 토양을 보호하고 있는 거죠.” 페레스가 말했다. 

지력의 쇠퇴를 방지하기 위해 토지구획 별로 차례차례 휴경지를 둔다. 농업기사들은 우리에게 후안 마마니를 소개했다. 올해 70세인 그는 부인과 둘이 살며, 농사를 짓고 라마를 키운다. 10명의 자녀들은 라파스, 칠레, 아르헨티나로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났다. 10월 폭우가 쏟아졌을 때 이들은 “파차마마(잉카문명에서 대지를 관장하는 여신)에게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봉우리를 세 번 돌았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마마니는 근처의 산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마마니는 일상에서 온난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크게 불평하지는 않는다. “젊었을 때는 더 추웠죠. 얼음 때문에 고구마 농사를 망친 적도 있어요. 20여 년 전부터 눈이 오지 않아요. 덕분에 더 많은 작물을 키울 수 있죠!” 

역설적인 것은 온난화가 단기적으로는 안데스산맥의 농부들 삶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기온상승 덕택에 감자 등 덩이줄기 채소를 비롯해 잠두콩, 완두콩, 보리, 귀리도 키울 수 있다. 마마니는 이렇게 재배한 채소를 도시에 판다고 설명했다. 초나파타 공동체는 경제적 여유가 생겨서 트랙터를 일정 기간 임차해서 사용한다. “이제 트랙터를 쓸 수 없는 구간에서만 삽을 씁니다.” 

애벌레 습격으로 라마 사육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농부들은 이런 식의 개선을 환영하고 있다. 두 농업기사는 최근 경작된 땅에 가서 흙을 채취하고 탄소 농도를 측정한 후 한숨을 쉬며 말했다. “트랙터는 삽보다 더 깊게 땅을 파는데, 결국 토지가 황폐해지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즉각적인 이익이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상황은 악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도 농부들의 상황을 알기에 트랙터를 사용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제 수입이 좀 나아지기 시작한 가난한 농부들에게 말하기 민감한 문제죠. 돈을 벌지 말라는 소리니까요.”   

 

 

글·세드릭 구베르뇌르 Cédric Gouverneu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독립 저널리스트. 국제 시사 문제 현장을 찾아 탐사보도를 하고 있다. 

번역·이정민
번역위원


(1) A. Rabatel, ‘Current state of glaciers in the tropical Andes: a multi-century perspective on glacier evolution and climate change’, <The Cryosphere>, Göttingen, n°7, 2013년 1월 22일.
(2) E. Berthier, ‘Two decades of glacier mass loss along the Andes’, <Nature Geoscience n°12>, 런던, 2019년 9월 16일.
(3) ‘Atlas de glaciares y aguas andinos : el impacto del retroceso de los glaciares sobre los recursos hidricos’, Koen Verbist, Tina Schoolmeester, <UNESCO>, GRID-Arendal, 파리, 2018년 12월. 영어판도 있음. 
(4) ‘Monitoreo de glaciares tropicales andinos en un contexto de cambio climatico’, <산 안드레스 국립대학(UMSA) 수리학 및 수문학 연구소 보고서>, 2019년 5월.
(5) <이븐 더 레인(Tambien la Lluvia)>, Iciar Bollain의 영화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 2010). 
(6) 총회 결의안 A/64/L.63/Rev.1.
(7) Maëlle Mariette, ‘En Bolivie, sur la route avec l’élite de Santa Cruz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엘리트와 도로 위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7월호. 
(8) Renaud Lambert, ‘En Bolivie, un coup d’État trop facile 볼리비아, 너무 쉬운 쿠데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12월호.
(9) ‘Rapid decline of snow and ice in the tropical Andes : impacts, uncertainties and challenges ahead’, Mathias Vuille 감수, 뉴욕주립대 알바니, <Earth-Science reviews n°176>,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