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해양 심층 민영화

분할매각 된 중남미 최대의 다국적기업 페트로브라스

2020-07-31     안 비냐 | 독립 저널리스트. 중남미 전문기자

시카고대 유학파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감추지 않는다. 게지스 장관에 의하면, 국가의 개입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시장의 지혜에 맡겨야 한다. 브라질 당국은 페트로브라스 매각 계획을 부인하고 있지만, 브라질 석유업계의 보석과도 같은 이 기업은 이미 이런 신념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노동자 2만 명 집결, 130개 공장과 시추 플랫폼 및 정유공장 가동 중단. 2020년 2월, 브라질 석유 업계에서 지난 25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이 발생했다. 리우데자네이루주 석유노동자연맹(FUP) 집행부의 세르지우 보르지스 코르데이루에 의하면, 이번 파업은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를 민영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속내’를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파업 노동자들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페트로브라스는 어떤 회사인가? 민관합작으로 출범한 브라질, 중남미 최대 석유기업으로, 1995년에는 정부 지분이 75%였으나 현재 50.2%로 줄었다. 

그러나 정부에 의하면 페트로브라스 매각은 더 이상 현안이 아니다. 2019년 7월,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은 국영기업들에 대한 ‘야심찬’ 매각 계획을 발표하며 우체국, 은행, 복권 기업, 조폐소 등 17개 기업을 언급했다. 매각기업 목록에는 중남미 최대 전력 생산 기업 엘렉트로브라스, 상파울루주 산투스에 위치한 중남미 최대 항구 같은 몇몇 ‘보석’ 기업이 포함됐다. 하지만 페트로브라스 매각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국민의 65%가 반대하는 일을 하려면?

그렇다면 페트로브라스의 노동자들이 피해망상에 빠진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매각 목록에 기업명이 포함되진 않았지만 모두들 매각을 짐작하고 있었다. 게지스 장관은 페트로브라스 매각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고, 한 달 후 ‘페트로브라스 민영화의 의지’(1)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군부를 비롯한 모두에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2) 여론조사 기관 데이터폴랴가 2019년 8월 실시한 한 조사에서는 브라질 국민 65%가 페트로브라스의 민영화에 반대했다(찬성 27%). 그렇다면 국민이 반대하는 일을 계획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면 된다. 2020년 2월 경제부의 술림 마타르 민영화 특별비서관은 “페트로브라스의 민영화는 연방정부의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렇다면 민영화를 한다는 것인가, 안 한다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부의 모순적인 선언 너머 이미 기업 매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펠리피 코치뉴 페트로바스 엔지니어 협회(AEPET) 회장은 “페트로브라스의 민영화는 분야별로 이뤄지는 ‘분할’ 민영화에 가깝다. 물론 경영진은 ‘투자중단 전략’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진적 접근방식의 이유는 뭘까? 페트로브라스의 엄청난 규모도 이유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의회의 개입을 피하기 위함이다. 단번에 기업을 매각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는 모든 국영기업의 민영화에서 필수적인 절차인데, 정부는 국회와 상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

브라질이 처음부터 거대 석유기업을 무처럼 잘라버리려는 계획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분할 매각이라는 아이디어는 2016년, 노동당(PT, 좌파)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이후 브라질 민주운동당(MDB, 우파)의 미셰우 테메르 임시 정부 내에서 나왔다. 그동안 페트로브라스는 국가의 경제 운영 방식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역할은 특히 2005년, 두께만 2,000m에 달하는 염분을 함유한 지층 즉 암염하층 아래, 해저 5,000~7,000m에 위치한 거대유전 발견 이후 더 두드러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PT)이 집권하는 동안(2003~2010), 브라질은 페트로브라스를 통해 나라의 경제발전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확인했다. 

 석유가 가져다주는 엄청난 부는 조선소를 발전시키고, 연구 개발을 증진시키며, 소규모 하청산업들을 번창하게 하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시킬 수 있다고 브라질은 생각했다. 요컨대, 브라질이 산업분야에서 보다 쉽게 ‘고급’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당시에 페트로브라스는 석유생산과 정유공장들의 생산을 확대했다. 생산, 가공, 유통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6년 8월 31일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이 전환점이 됐다. 페트로브라스의 새로운 경영진은, 설령 자사의 일명 ‘물류’ 사업 대부분을 팔게 되더라도 재정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망으로, 암염하층 유전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페트로브라스가 보유한 3만 4,000개의 주유소(BR distribudora) 가운데 70%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2019년에는 가스 연합 수송회사(TAG)의 자본금 90% 그리고 브라질 북부에 설치된 4,500km에 달하는 가스 공급망이 약 78억 유로에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와 캐나다 예금투자기금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페트로브라스는 해외 사업도 모두 중단했다. 아프리카(나이지리아, 앙골라, 가봉, 베냉, 적도 기니)와 중남미(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콜롬비아, 파라과이)에서는 석유 탐사와 유통에 대한 합작투자 활동에서 떨어져 나왔고, 미국에서는 패서디나의 정유공장을 셰브론에 5억 970만 유로에 팔았다. 

2020년 2월 말, 호베르투 카스텔루 브랑쿠 페트로브라스 대표는 1만km 규모의 가스 유통 자회사 가스페트로의 자본 51%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페트로브라스가 브라질에 보유한 8~13개의 정유공장을 올해 안에 팔겠다고도 약속했다. 또한 질소비료 공장들과 석유화학 및 바이오 연료 관련 계획들을 포기하고, 천해 육지 및 해양 석유 개발을 중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은 ‘민영화’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2만 2,900명의 일자리와 맞바꾼 수익

이런 전략은 몇몇 성과를 낳았다. 2020년 1월 페트로브라스는 사상 처음으로 일일 석유생산량이 2012년 대비 100% 급등하며 400만 배럴 문턱을 넘어섰다.(3) 에너지 정보 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보고서에 의하면,(4) 페트로브라스는 전 세계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 기업이다. 2030년부터는 페트로브라스가 러시아의 로즈네프트와 중국의 페트로차이나를 제치고 세계 1위의 국영 석유 기업이 될 수도 있다. 

2019년 수익 역시 기록을 세웠다. 2013년 페트로브라스의 매출액은 500억 유로, 순이익은 47억 유로였다. 2019년 매출액은 21%, 순이익은 130% 이상 증가했는데, 자산매각과 생산증가, 비용인하가 결합된 결과였다. 같은 해 8.9%라는 대규모 인원 감축(4년간 총 2만 2,900개 일자리 폐지)을 실시했고, 2018년 16억 유로였던 배당금은 2020년 27억 유로로 증가했다.

이런 매력적인 수치에도 불구하고, 석유·가스·바이오 연료 전략 연구소(INEEP)의 윌리엄 노자키 연구원은 이 상황을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페트로브라스는 민간부문이든 공공부문이든 다른 석유업체들과는 정반대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사업들을 ‘통합’하고, 생산-유통-판매-파생상품을 한몫에 통제하고자 한다. 즉 타 기업들이 ‘우물에서 펌프까지’를 추구하는 반면, 페트로브라스는 원유수출로 만족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가 생산에 제한이 없는 설비를 보유한 만큼, 포기를 이해할 수 없다.”

그 결과 2016년 이후 브라질은 부가가치가 낮은 원유수출은 증가시켰지만 더 많은 휘발유와 경유를 수입했다. 원유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하고, 휘발유의 60%는 미국에서 수입한다. 이 때문에 페트로브라스 엔지니어 협회(AEPET)는 자사에 ‘21세기 신식민지’라는 불미스러운 별명을 지어줬다. 과거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수출하고 설탕을 수입했고, 이제는 원유를 수출하고 휘발유를 수입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배럴당 원유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설득력이 부족한 논리다. 

페트로브라스는 이런 투자중단 전략의 원인이 ‘부채’라고 주장한다. 경영진에 의하면 부채는 2014년부터 드러난 불량경영과 부패의 결과다. 2015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643억 유로였던 반면, 부채는 1,000억 달러에 달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기업이었다. 민간 컨설팅업체인 브라질 인프라 센터의 아드리아누 피레스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노동당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노동당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명목으로 주유소 가격을 관리했다. 그들은 또한 일자리를 만들려고 이 기업으로 하여금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 정유공장을 건설하게 했다. 부패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다시 말해 국가의 개입주의가 횡행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대기업을 이용하려던 것이 독직을 부추기며 페트로브라스를 파멸로 몰고 간 것이다. 

 

“파산은 민영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허구”

상파울루 대학교 정치경제학 교수이자 관련 연구를 진행한 지우베르투 베르코비시 교수(5)는 현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본다. “페트로브라스의 파산은 민영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허구에 불과하다.” 또한 부채가 장래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고, 페트로브라스의 부채에 대해선 “2009~2014년 심해 시추기술을 보유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진 2,720억 유로에 가까운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람들 생각처럼 부패 때문이 전혀 아니다. 부채의 규모가 크지만 프로젝트들은 수익성이 있다. 사람들이 지금 자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석유업계에서 페트로브라스는 ‘딥 오프쇼어’ 또는 초심해대 유전개발에 있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기업매각 결정은 경제적 이유보다는 세상의 이데올로기를 따르려는 이유가 더 크다. 페트로브라스의 현 대표는 그의 친구인 경제부 장관이 임명했다. 두 사람 모두 1970년대 말 시카고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철저한 통화주의자인 두 사람은 국가는 시장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조심스럽게 민영화를 주장한다. 2018년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이들의 의견을 따랐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브라질 개발은행(BNDES)과 카이샤 에코노미카(국영은행)가 보유하던 페트로브라스의 주식을 팔았고, 그 결과 대통령 당선 당시 62.7%였던 지분이 50.2%로 줄었다.

2005년 암염하층의 석유 매장층 발견 이후 브라질은 ‘전리품’을 발견하기까지의 투자에 대한 보상으로 페트로브라스에 경쟁에 대비한 ‘선취 특권’을 부여한 채 매장층을 경매에 넘겼다. 이에 따라 페트로브라스는 매물로 나온 주요 블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경쟁업체들에 대항할 수 있는’(6) 페트로브라스의 ‘특혜’라 여겨지는 장치를 폐지하려 하면서 더 많은 석유 매장지를 경매에 내놓았다. 

브라질 INEEP 전문 연구소에 의하면, 엑손 모빌, 토탈, BP는 현재 각각 암염하층 유전에서 116억 및 40억 배럴의 석유를 개발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은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기업들이 유전개발 시 브라질의 설비와 기술을 사용하는 데 부과되는 의무사항을 완화했다. 현재 브라질에 퍼진 이데올로기에 의하면, 경쟁과 개방은 투자를 장려하며 규정을 강요할 필요도 없다. 브라질의 에너지 시장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브라질 석유청(ANP)의 데시우 오도네 청장은 “과도한 규제는 시장을 불안하게 한다. 나는 투자를 늘리기 위해, 이 분야를 경쟁에 개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윌리엄 노자키는 이를 비웃었다. “흔히 공공기업이 민간에 자리를 내줄 때 ‘비로소’ 민간이 투자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실제로 일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1954년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통령은 ‘민간 자본의 국영 석유기업’을 만들고자 했었다. 민간자본은 광활한 영토 내 석유탐사에 관심이 없었고, 결국 국영기업 페트로브라스가 탄생했다. 그리고 첫 유전을 발견하기까지 20년 동안 홀로 투자에 나서야 했다.

1997년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정부가 페트로브라스의 국내 탄화수소 독점에 종지부를 찍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민간부문은 여전히 석유탐사에 있어서 공공 부문을 대신하지 못했다. 윌리엄 노자키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심해탐사 분야에서 아무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셸과 셰브론은 이 사안을 검토하긴 했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며 단념했다. 그래서 페트로브라스 홀로 사업에 나섰던 것이다”라고 배경 설명을 했다. 

즉 심해 유전탐사는 국영기업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심해 유전개발은 민간기업에 이익이 된다. 

 

 

글·안 비냐 Anne Vigna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독립된 활동을 하는 저널리스트로 중남미, 특히 브라질과 멕시코 보도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 언론에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아르트>, <라디오 프랑스> 등과 협업하고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 ‘Guedes retoma processo de privatização da Petrobrás iniciado na gestão Temer’, <Estadao de SP>, São Paulo, 2019년 8월 22일.
(2) Raúl Zibechi, ‘Que veulent les militaires brésiliens ? 브라질 군부, 무엇을 원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9년 2월호.
(3) Agência nacional do petróleo.
(4) Ucube Research and Analysis, Rystad Energy, 2019년 11월.
(5) Gilberto Bercovici, ‘A inconstitucionalidade do regime de desinvestimento de ativos das sociedades de economia mista' , Revista de direito, Associação dos advogados da caixa econômica federal (ADVOCEF), Brasília, 2019.
(6) 'Perda de preferência não incomoda Petrobrás', <Valor econômico>, São Paulo, 2020년 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