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경제모델, 사이버섹스 산업
인터넷 성인 콘텐츠의 폭발적인 증가는, 지구 반대편에서 자신의 웹캠을 마주한 ‘연기자들’과 컴퓨터 앞에 앉은 ‘고객’ 간의 관계를 알선하는 산업을 양산했다. 모든 수법이 허용되는 이런 불투명한 경제 시스템은 ‘콘텐츠 생산자’가 선보이는 컴퓨터 운용 체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이뤄지는 분산 작업을 기반으로 번창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들을 ‘모델’이나 ‘연기자’, ‘진행자’라고 부른다. 모델들 가운데는 젊은 여성이 특히 많지만 남성도 있고, 커플과 중년 여성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컴퓨터 앞에 설치된 웹캠 앞에 앉아서 주로 음악을 켜놓은 채 인터넷에 접속해 작업을 한다.
모델들은 자신의 전산망에서 ‘고객’을 유혹해 내밀한 ‘채팅방’으로 끌어들인다. 대륙을 넘나들며 스트립쇼를 펼치는 이들은 대화, 노출, 성적 흥분, 쾌락, 오르가슴을 흉내내며, 고객이 키보드나 음성으로 지시한 짧은 내용들에 응대한다.
웹을 타고 흐르는 생산·소비·분배
성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신체적 만남이 목적인 다른 웹사이트와는 달리, 이런 플랫폼의 새로운 성적 소비 공간은 완전히 가상세계다. 많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용 약관에 ‘모델과 만남을 시도하는 이들은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한다. 고객 4명이 동시에 접속해 10분간 즐길 경우 모델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사이트에 따라 다르지만 5~10유로밖에 안 된다. 최상의 경우 매일 카메라 앞에서 10여 시간씩 일하면 고작 월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을 올리고, 최악의 경우 몇십 유로밖에 벌지 못한다. 기업들이 추진하는 일자리와 연계된 이 새로운 ‘실험실’(사이버섹스 산업)은 주로 조세회피국(네덜란드령 앤틸리스 제도, 코스타리카, 룩셈부르크, 지브롤터)이나, 델라웨어나 오리건처럼 성인 콘텐츠 사업 허가를 잘 내주는 미국의 일부 주에 뿌리내리고 있다.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연기자’들
임금 측면에서 보면, 프랑스와 대부분의 서구 국가에서는 포르노와 스트립쇼 종사자를 비정규직 공연자로 간주해 성과급 형태로 급여를 준다. 한편 만남을 주선하는 ‘미니텔 로즈’(Minitel Rose)나 고객을 초대하는 전화 메시지 서비스 기업의 직원들은 정보통신 회사가 고용했다. 프랑스는 영업세 과세 원칙이 아닌 소득세 과세 원칙에 따라 성매매 여성에게 세금을 부과하며, 세금을 낼 때에 한해 이들의 지위를 법적·행정적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이런 신자영업자들이 섹스업계 종사자들의 지위 영역을 한층 확장시켰다.
종래의 재택근무 구인광고처럼, 웹상 구인광고들은 (여러분이) 진행자가 돼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시간 제약이 전혀 없이’, ‘돈을 벌자’며 ‘아마추어 사례비’에 대한 말만 한다. 플랫폼은 새로운 모델을 상시 채용하며, 이들에게 ‘개인 쇼’를 보여준 대가로 분당 수십 센트에서 1유로(방문자 국가에 따라 다름)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한다. 쇼는 분당 각자 1유로를 내는 여러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수익 결산은 매월 모델의 은행 계좌나 페이팔(Paypal) 결제 시스템을 통해 익명계좌로 송금한다.
이런 가상세계의 경제는 계약이나 금융 및 부동산 자산은 물론, 어떤 투자도 필요 없다. 다만 서버가 임대되어 있고, 비디오와 음향을 전송하는 시스템이 갖춰 있으면 된다. 이런 모호한 섹스산업의 주인과 주주들의 실체는 노출되지 않는다. 기술, 가상성, 마케팅, 이용률에 따른 성과급 제도, 유통, 조세회피국, 그리고 빈곤 등으로 만들어진 경제는 실체가 없는 새로운 경제의 극치처럼 혼동을 초래한다. ‘콘텐츠 생산’은 콘텐츠를 편성하고 홍보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낮다. 서버 운영자들의 수익은 완전히 불투명하다. 빈곤화와 경쟁이 나머지 일들을 알아서 처리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신프롤레타리아 계층, 어떤 노동 법규도 인정하지 않고 초상권이나 지적 재산권에 대한 어떤 법률도 적용시킬 수 없을 것 같은 정보통신 콘텐트 제공자들이 등장했다. 섹스 산업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법보다 한발 앞서 가고 있다.
판타지, 그리고 온갖 신기술의 총화
여러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웹사이트의 12%와 인터넷 검색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이 산업은 온라인 소액 결제 시스템, 비디오 압축, 그리고 웹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 산업은 접근은 무료지만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쇼윈도 사이트’ 구축을 통해 마케팅 모델을 탄생시켰다. 또한 링크 공유의 모든 기술들을 창안하고 세련되게 다듬어, 사이트를 넘나들며 단골 고객을 확보했다.
프랑스에서는 남성 2명당 1명, 여성 5명당 1명이 정기적으로 포르노를 본다고 밝혔다.(1) 남성들의 성매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1992년 3.1%에서 2006년 3.3%)를 보이는 반면, 온라인 섹스 소비는 폭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새너제이 섹스 및 성 센터’ 소장인 심리학자 앨빈 쿠퍼는 “인터넷 섹스는 남성들이 주로 활용하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데, 충실한 고객이 되면 이런 관행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된다”고 말했다.(2) 예컨대 도박·약물·알코올 중독처럼 인터넷 섹스도 중독된다. 그는 “이런 행동이 분노·실망·권태·긴장·불안·외로움·슬픔을 상쇄해줘, 컴퓨터 앞에서 편안한 가상의 삶에 과도한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습관은 우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이런 습관이 타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를 초래하고, 현재 삶과의 단절을 야기하고, 현실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 때로는 사회적 고립을 부를 수 있다.”
몇몇 ‘큰손’들이 섹스산업을 독점하진 못했다. 그래서 업체 간에 상시 경쟁을 하며, 무료 사이트들은 단순히 불법 복제 필름이나 ‘아마추어들’의 필름 화면을 재송신하며 네티즌을 유료 서비스 쪽으로 ‘빨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 분야의 경제적 우수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2006년 도메인 ‘sex.com’은 1400만 달러에 거래됐다. 이 업체는 인터넷에서 도메인 이름을 할당하는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로부터 특별 확장 도메인 주소 ‘.xxx’의 출범을 허가받았다. 이 주소가 출범한 날, 20만을 웃도는 도메인이 이 사이트에 둥지를 틀겠다고 선예약을 했다.
이런 경제의 기능과 활용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 사이트 제작자들을 연구한 크리스티안 플래처, 엔진 키르다, 크리스토퍼 크루겔 등 세 연구원은 직접 이들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체험을 통해 경쟁사 데이터베이스의 해킹 기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영업 전쟁과, 최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네티즌들이 클릭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배너 광고로 연결되는 사기 행위 같은 무대 뒤의 내막을 밝혀냈다.(3)
현실세계 못잖은 영업 경쟁과 사기
인터넷상에 늘어나고 있는 ‘음란 채팅방’들이 수많은 모델을 제공하는 가운데, 우리가 발견한 것은 경제적 유대관계와 종속관계의 변화다. 영화와 달리, 어떤 감독도 이 배우들을 통솔하지 않는다. 정보통신 서비스나 핍쇼(Peep Show)와 달리, 이들에겐 어떤 교육도 필요 없다. 단지 고객과 나눌 대화 대본만 있으면 된다. 연기자는 네티즌의 욕망과 코드와 이들의 환상을 통합해 재현하게 되어 있다. 연기자는 선호하는 수많은 연기자 명단을 보고 찾아온 고객을 위해 장면을 연출하고, 고객이 만족할 만한 행동을 취하며 수익의 일정 비율을 챙기면 된다.
인터넷 섹스에 대한 의회 토론 때 정기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어린이 보호 및 아동 포르노와 포르노 성매매 단속에 관한 것뿐이다. 사이버섹스와 성인 오락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 잇속이 많은 섹스산업의 ‘고객들’에 관한 논의는 없다. 물론 이들이 ‘연기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삶의 여건에 대한 거론도 없다.
글 · 올리비에 오베르 Olivier Aubert
번역 · 조은섭 chosub@ilemonde.com
<각주>
(1) 나탈리 바조, <프랑스의 성(性)에 대한 조사: 관행 및 종류와 건강>, La Découverte, 파리, 2008.
(2) Alvin Cooper, <Sex and the Internet: A guidebook for clinicians>, Brunner-Routledge, New York, 2002.
(3) <Is the Internet for Porn? An Insight Into the Online Adult Industry>, séminaire WEIS 2010, 하버드대학, 2010년, 6월 7~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