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먹여살린다는 것의 의미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농업의 세계> 이자벨 사보르타
1958년 자크 포베와 앙리 망드라가 처음 출간한 총서 시리즈 중 네 번째 작품의 제목은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농업 세계>(1)다. 이 책은 정치와 농업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설명한다. 실제로 이제는 농업을 건강한 유기농업과 위험한 집약농업의 대결로 단순화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단순한 도식은 너무 멀리 나간 관점이다. 농업 세계는 훨씬 복잡해졌다. 농부라는 직업에 변화가 왔고, 단결력을 잃은 농업 노동조직이 분열의 위기를 맞았고, 농업 정책이 변하는 등 농업 환경이 달라졌다. 이처럼 농업 환경이 새롭고 복잡해지면서 농업 자체에도 변화가 왔다.
이자벨 사보르타는 집약농업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그녀가 지적한 집약농업의 현실은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빽빽한 사육장에서 항생제를 맞으며 자라는 가축, 질 낮은 외국산 음식물 찌꺼기로 만든 사료, 그리고 질산·농약·비료에 오염된 채 돼지와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는 물이 바로 그것이다.(2) 원인은 최근 문제가 되는 비만도 생산성 경쟁, 오메가3가 부족하고 오메가2가 넘쳐나는 불균형한 식단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비판의 근거가 되는 증거는 많이 제시하지만,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는다.
사보르타는 자신의 비판에 대한 근거로 농부들의 증언, 전통적 농업 방식을 참고자료로 한다. 또 페탱 장군이 주장했던 것처럼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독자를 이끌어가는 듯하다. 하지만 집약농업의 위험성, 이를테면 과도한 농약과 비료 사용이 음식 맛을 무미건조하게 표준화하는 현상은 비판하지 않아 아쉽다.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은 꼭 필요하다. 연례 보고서 ‘세계의 현황’(3)이 지적했듯이 농업은 세계의 관심사다. ‘세계의 현황’은 특히 아프리카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유엔 식량권리 특별보고관 올리비에 드슈테가 서문을 쓴 보고서인데, 내수뿐 아니라 수출할 식량 생산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세세하게 제안한다. 특히 보고서는 토양, 농업기구, 관개산업, 종자, 동물에 필요한 투자를 검토하고 농촌의 노하우와 과학기술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보고서 작성자들은 고용을 창출하고,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에 잘 맞는 식량을 공급하는 전통적 농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 전통적 농업은 저장·가공·도로 같은 인프라를 개발하고, 필요한 교육과 연구가 함께 이루어질 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토지 구매와 관련해 외국인 투자 문제도 다룬다.
보고서는 농부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윈윈’ 전략이 있어야 하고, 각국 정부도 농업 정책과 식량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글 · 베르나르 A. 볼페 Bernard A. Wolfer
<각주>
(1)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농업 세계: 농부의 몰락에서 농업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심에 이르기까지>(Les Mondes agricoles en politique: De la fin des paysans au retour de la question agricole), Presses de Sciences Po, Paris, 2010.
(2) 이자벨 사보르타, <프랑스 농업 흑서>(Le Livre noir de l’agriculture française), Fayard, Pari.s
(3) 월드워치연구소 보고서 ‘세계의 현황 2011: 세계를 먹여 살리는 혁신’(State of the World 2011: Innovations that Nourish the Planet), Washing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