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모두를 향한 쿨한 시선

2011-05-09     나탈리 카레

<터번과 모자> 소날라흐 이브라힘

터번과 모자. 제목부터 상징적인 느낌이 강하다(표지 일러스트레이션도 상징적 느낌을 더욱 부각시킨다). 터번과 모자는 서로 대비되는 두 세계, 아랍권과 서구를 상징한다. 두 세계를 중심으로 현대 역사는 계속 만들어진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과 그 뒤 3년 21일간 계속된 프랑스의 이집트 지배는 이집트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동양과 서양의 관계가 복잡해진다. 소날라흐 이브라힘은 역사학자 자바르티 압델라흐만 알 가바르티(1754~1822)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면서 서구 독자들의 시각을 바꿀 수 있게 새로운 구성 방식을 택한다. 스승을 모방하되 역사를 가감 없이 기록하는 익명의 젊은 제자를 내레이터로 세워 새로운 방식으로 소설을 써나간 것이다. “나는 허벅지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불라크 전투와 이브라힘 베이의 패전 이후 일어난 사건을 전부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흑인 노예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주저했다. 아랍 부족장 셰이크는 공식적 사건만 기록하고 개인적 문제를 애써 회피했으나, 나는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이런 결심으로 내레이터는 파격적 시각으로 글을 쓰게 된다.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말이다.

전도유망한 역사가 내레이터는 이집트 연구소에서 이집트인, 프랑스인, 오스만 터키인을 관찰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 자신이 터번과 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내레이터는 이집트인, 프랑스인, 오스만 터키인을 전부 똑같이 냉소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내레이터는 중립적 내레이션 방식(간결한 묘사, 병렬 전개)을 사용하고 전쟁의 공포, 정치인의 술책, 위선이야말로 힘의 관계에 변화가 올 때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팩션 소설 <터번과 모자>는 제국주의 체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동양에서 기독교인이 차지하는 위치에 관심을 가지며 동양과 서양의 만남으로 나타난 결과를 설명한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면서 정체성 혼란이 일어나고, 19세기 아랍권에서 문화부흥운동이 일어나 프랑스 학자들이 아랍어를 배우게 되었다.

“우리의 지혜로운 조상이 기록한 것을 다시 읽으면 조상이 모든 학문에 방대한 지식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현대의 우리는 조상들이 기록한 것을 그대로 따라할 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답이 모호한 이론을 만나면 답을 찾는 것은 철학자들의 몫이라고 간단히 생각해버린다. 더 큰 문제는 자연과학과 기하학 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브라힘의 결론이다.

글 · 나탈리 카레 Natalie Carré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