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으로 정치학 하기
“지리학은 초강대국과 다국적 대기업만 활용하는 전유물일까? 지리학은 대다수 시민과도 관련 있지 않을까?” 프랑스 지리학자 이브 라코스트는 이런 의문을 품고 잡지 <에로도트>(1)를 창간했다. 프랑스 지정학학교가 탄생된 해는 1976년이다.
<에로도트>는 정치 문제에 등 돌린 지리학을 비판하며 프랑스에 지리학 쇄신 운동을 광범위하게 일으킨다. 프랑스 지정학학교는 68운동(5월 혁명) 이후 세워진 뱅센실험대학(현 8대학)에서 탄생했다. 이 학교에 발령받은 라코스트는 학생들에게 지리학 역시 진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로부터 얼마 안 돼 라코스트를 중심으로 소그룹이 형성된다. “우리가 오직 관심을 갖는 것은 지리학의 존재 이유, 즉 지리학은 무엇에 사용되는가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2년, 라코스트는 북베트남 당국으로부터 미군 전투기의 홍강 방파제 폭격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하노이로 간다. 라코스트는 야간에 이동하면서 폭파 지점들을 지도로 작성하고, 베트남 북쪽 인구가 밀집된 평야에 폭격해 물난리를 일으키려 한 미군의 의도를 알아낸다. 라코스트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제3세계(논문 주제이기도 하다)에 관한 연구와 지정학 분석 방법을 소개한다. 그가 소개하는 지정학 분석 방법은 ‘지정학 법칙’ 이론을 거부하고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국가끼리, 그리고 국가 안에서 벌어지는 힘의 경쟁, 이 경쟁의 주역들을 분석한다.
라코스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설명하면서 <에로도트>를 맨 처음으로 펴내준 출판사 프랑수아 마스페로에 경의를 표하고, 쥘리앵 그라크와 그의 ‘지정학 소설’ 작품들을 언급한다. 일련의 대담 형식으로 된 라코스트의 저서는 국가를 탈식민주의 문제와 연결해 생각하는 것으로 결론 맺는다. “국가라는 개념은 이제 많은 의문점을 낳는다”라고 밝힌 라코스트는 국가 정체성에 관한 토론에 관심이 많으며 탈식민지 문제에 의문을 갖는다.(4)
“많은 시민들이 지정학에 대해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올지 모른다.” 라코스트가 평생 몰두해온 연구를 읽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이 저서에 담겨 있다.
글 · 폴 바니에 Paul Vannier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각주>
(1) <에로도트>(Hérodote), 지리학과 지정학 잡지, 계간지, La Découverte, 파리.
(2) <지정학과 지리학자>(La Géopolitique et le géographe), 이브 라코스트, 파스칼 로로와의 대담, Choisel, 파리, 2010.
(3) 이브 라코스트, <지리학은 우선 전쟁을 하는 데 사용된다>(La Géographie a sert, d’abord, à faire la guerre), François Maspero, 파리, 1976.
(4) 이브 라코스트, <탈식민지 문제>(La question post-coloniale), Fayard, 파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