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응우옌잡 장군은 동지인 호찌민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국민의 저항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잡 장군은 디엔비엔푸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쳤고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승리를 거두었다. 군에서 은퇴한 뒤에도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특히 인도차이나 초기 전쟁 연구 전문가인 역사가 알랭 뤼시오와의 인터뷰는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뤼시오의 질문은 날카로울 때가 많다. 잡 장군은 드골 장군의 술책을 숨기고 역사를 왜곡하는 프랑스식 역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잡 장군은 중국 혁명전쟁과 베트남 혁명전쟁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베트남의 혁명전쟁은 마오쩌둥의 이론에 따른 것이 아니다.” 끈질긴 저항 정신에 기반한 애국심을 지지하는 잡 장군은 언제나 국민에게 이렇게 말한다. “민중 전쟁에 대한 프랑스어 번역에는 한 가지 개념이 부족하다. 바로 만장일치 개념이다.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어 참여하는 전쟁, 그것이 우리 베트남이 승리한 비결이다.”
<가부키 민주주의> 에릭 앨터맨
2008년 대선은 1932년 대선만큼 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을까? 버락 오바마 정부는 뉴딜이라기보다는 ‘합리적 중도파’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진보주의자들은 오바마 정부에 건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하지만 에릭 앨터맨은 지금 문제는 오바마의 정책이 아니라 미국 시스템의 논리에 있다고 지적한다. 즉, 구조적 장애물 때문에 백악관의 대통령이 정책을 마음껏 펼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계와 로비계의 막강한 힘, 법률 시스템의 안이한 늑장 등이 현재 미국 시스템이 안고 있는 장애물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여기에 앨터맨은 미국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와 정보 왜곡을 일삼는 미디어의 세계를 분석한다. 오바마는 중도우파를 지향하지만, 미국 시민들의 가치에 적대적인 위험한 좌파로 묘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 라이트 턴> 데이비드 T. 커트라이트
미국에서 공화당 정치인들은 겉보기와 달리 지난 40년간의 패배자라 할 수 있다. 역사가 데이비드 T. 커트라이트는 공화당의 연설, 정책, 미국 사회보장의 변화를 자료로 내세운 뒤 공화당은 보수주의의 환상에 가려진 실패한 정치세력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극도의 보수주의자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정치 시스템에서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좌파이면서 경제적으로는 우파, 혹은 그 반대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보수주의를 추구하다 보면 중산층의 바람을 묵살하고 사기업의 이익에 반대될 수 있다. 요즘처럼 결혼하지 않아도 섹스를 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섹스가 미디어를 통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는 사회에서 공화당의 낙태 제한 정책은 실현될 수 있을까? 외국인 노동력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주장하는 엄격한 이민 정책이 과연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청소에 관하여> 프랑수아 자비에 드베테·상드린 루소
“자유 시간을 가지십시오.” 이 광고 카피는 봉사 직종의 개발 플랜이 담는 철학을 잘 요약하고 있다. 2005년에 출범한 일명 ‘보를로 플랜’은 가정부를 고용하면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 취지다. 이것이 시행되면 커플 사이의 불평등한 가사 분담 문제가 해결될 뿐만 아니라 실업률을 줄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윈윈’ 해결책처럼 보이는 이 플랜 뒤에는 불평등을 유지하는 위험성이 내포됐다. 부유한 가정에 보조금을 줌에 따라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 받을 보조금 혜택이 줄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3D’ 일을 하게 하는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