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복구하기

2020-08-31     세르주 알리미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2008년 당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가 중도파 노장 조 바이든을 부통령 후보로 지목한 것은 신중한 결정으로 보였다. 민주당원들은 공화당 소속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후임으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진보주의자 흑인 버락 오바마를 선택, 변화의 의지를 표명했다. 올해 11월, 이번엔 바이든이 유색인종을 대변할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다.

그러나 비백인 유권자들로서는 백인 후보가 그들을 대변한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큼 강한 상징성을 지닌 부통령 후보가 필요했다. 정치적 급진주의가 아닌 ‘포용’의 상징 말이다.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이유다. 해리스는 자메이카계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를 둔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남편은 유대인이다. 

하지만 참신한 시도는 여기서 그친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해리스는 틀에 박힌 기회주의자 정치인이다. 내세울 것 없이 개인적 야망만 강렬하고 백만장자 곁에서 기금을 모금하는데 재능을 발휘할 뿐이다.(1) 지난 3월 바이든이 버니 샌더스를 누르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바이든 진영에 뛰어든 월스트리트 금융가들도 해리스 지명에 한몫했다. 작년 말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사퇴해야 했던 처참한 캠페인 실패를 지우고, 해리스는 순전히 조 바이든의 선택으로 부통령 후보가 됐다. 

바이든의 후임이 될 수도 있는 해리스는 다행히 그와 생각도 비슷하다. 미국은 위대하고 아름다우며, 몇 가지 개혁을 한다면 더욱 훌륭한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 미국이 대변하는 가치는 전 세계에 영감을 주며, 미국의 군사동맹은 폭군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믿음이다. 바이든과 해리스의 공약은 오바마가 두 번의 임기 동안 한 것보다 적다. 하지만 그들은 오바마보다 신중하기는 할 것이다. 당선 당일 저녁, 다음과 같은 경솔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우리는 오늘을 기억해, 우리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날 해수면 상승이 느려지기 시작했고, 지구가 치유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8년 후 오바마가 트럼프에게 자리를 내줄 때까지 해수면 상승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비록 바이든-해리스 콤비의 청사진에 제약이 있을지라도,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한 가지 목표는 있다. 트럼프를 몰아내고, 민주당원들이 미꾸라지 한 마리가 더럽혔다고 생각하는 백악관을 정화하는 일이다. 민주당 지도부 중 한 명은 최근 “푸틴은 히틀러”(2)라고 말하며, 트럼프를 베니토 무솔리니에 비교했다. 다가올 11월 3일 민주당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려면, 그들이 매우 싫어하는 강력한 대상을 언급할 필요가 있었다.

대다수 유럽국가 또한 워싱턴에 ‘정상적인’ 대통령이 귀환하길 바란다. 천박한 이미지에 목소리만 높이는 트럼프는 미국식 리더십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국가들은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워싱턴이 연민을 가지고 자신들을 대할 것이며, 민주주의와 ‘자유세계’, 서구의 가치에 대한 장황한 훈계를 한층 빛나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종말과 민주당 정부, 둘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민주당의 귀환을 기뻐해야 하는 것인가?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미국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파리 8대학 정치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1992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합류한 뒤 2008년 이그나시오 라모네의 뒤를 이어 발행인 겸 편집인 자리에 올랐다. 신자유주의 문제, 특히 경제와 사회,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 신자유주의가 미치는 영향과 그 폐해를 집중 조명해 왔다.

번역·정나영
번역위원


(1) Michela Tindera, ‘Billionaires Loved Kamala Harris’, <Forbes>, New York, 2020년 8월 12일. 
(2) 지난 8월 2일 CNN에서 방영된 하원 다수당 원내 총무 짐 클라이번의 발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