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복음주의, 반동적인 초국가기구

2020-08-31     아크람 벨카이드 외

복음주의자 또는 복음서의 저자

이 기사에서 ‘복음주의자(evangelical)’라는 용어는 복음주의(evangelism 다른 표현으로는 복음주의 개신교)에 속한 교회와 운동의 신자들을 일컫는다. ‘복음주의자’를 신약의 4복음서의 저자인 마가, 마태, 요한, 누가를 일컫는 ‘복음서의 저자(evangelist)’나, 개신교에만 국한되지 않는 복음 전도(evangelization)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복음주의자’는 비(非)교인을 상대로 전도를 하는 설교자를 지칭할 수도 있다. ‘복음주의 개신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16세기에 생겨난 개혁교, 루터교와 같은 전통적인 개신교와 구분함이다. 이 기사는 복음주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신오순절주의 또는 신비주의 교단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지만, 이 교단들이 모두 복음주의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1980년대 초부터 비약적으로 성장해온 복음주의는 극보수적 세계관을 공유하는 신자들을 결집하고 있다. 한국-미국의 경우처럼 국경을 초월한 연합을 구성할 힘을 지닌 목사들은 성경해석을 앞세워 낙태나 동성결혼을 격렬히 비난한다. 그런 한편 넉넉한 수입을 챙기는 것에도 부지런하다. 오랫동안 정계에서는 존재감이 없던 복음주의자들은 이제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선거에 영향을 끼칠 만큼 공적인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멕시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를 거쳐 한국에 이르기까지 개신교는 지난 4세기 동안 극단적인 보수세력을 형성해 사회 문제와 사교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외교 분야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개신교의 한 교파로 신도 수가 6억6,000만 명에 달하는 ‘복음주의 기독교’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1)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남미 인구의 94%는 천주교 신자였으며, 개신교 신자는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 후자는 20%로 증가한 반면 전자는 69%로 감소했다. 브라질의 경우 1970년 국민의 92%에 달했던 천주교 신자가 2010년 64%로 줄어들었다. 이런 ‘변절자’들은 브라질에서 성행 중인 복음주의 교회, 그중에서도 오순절주의 교회로 돌아섰다.(2) 2018년 브라질 대통령 선거 당시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의 70%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투표했다. 총 1,100만에 달하는 이들의 표는 그가 노동당 후보 페르난두 아다지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 출신 전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W. 부시보다 더 공개적으로 복음주의자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으려 애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에 예정된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려면 이들의 지지가 필수적이라 여기고 있다. 이제 복음주의는 정치와 짝을 이뤘다. 

이런 진화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성서에 나오는 오순절 이야기와 성령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들에 미친 영향을 강조하는 오순절주의는 1910년대 미국에서 태동했다. 이때부터 이 교단의 선교사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오순절주의의 핵심 교리를 설파하기 시작했다. 이 핵심 교리란 ‘두 번째 세례’를 통한 개인적인 개종에 의한 부활 또는 새로운 삶의 시작, 성경이 중심을 차지하는 일상생활, 그리고 성경은 오류가 없다는 교리적 확신인 성경의 무오성에 대한 믿음이다. 

뿐만 아니라 간증을 중요한 신앙 표현 수단으로 간주한다. 1960년대 ‘제2의 물결’을 거친 오순절주의는 20년 후 미국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부흥기를 경험한다. 그 결과로 생겨난 것이 신오순절주의다. 이 ‘제3의 물결’ 이후 신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악과 악마와의 싸움을 의무로 여긴다. 또한 신의 상징과 계시에 각별한 중요성을 부여한다. 기적, 질병의 치료, ‘예언’, ‘방언’은 공개적인 포교를 추구하는 이 교단의 주축이다.(3)

이와 동시에 신오순절주의자들은 믿음으로 경제적 부를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번영신학을 설파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경제적 부는 단죄의 대상이 아니라 건강한 영적 상태의 상징이다. 반면 가난은 ‘신이 내린 벌’이다. 신도들은 교회에 주기적인 기부를 독려받는다. 기부를 하면 악에서 멀어지고 개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며,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신오순절주의의 비약적인 성장은 곳곳에서 터져 나온 재정 및 도덕성과 관련된 대형 스캔들로 얼룩졌다.(4) 

피해를 입은 신도들의 소송이 잇따랐고, 카메라 앞에서 벼락이라도 내릴 듯이 악을 비판하던 그 유명한 지미 스와가트를 비롯한 텔레비전 전도자들은 육욕에 무릎을 꿇었음을 고백하고 참회의 기도를 올렸다. 이 사건들은 록그룹 제네시스의 히트곡 ‘예수, 그는 날 아네(Jesus, He Knows Me)’에 영감을 제공했다. 그럼에도 복음주의 기독교의 발전은 멈추지 않았다. 점차 초국가적인 복음주의 기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가 간 교류도 증가했다. 이제는 현지 기구들이 미국 선교사들의 뒤를 이어 새로운 신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5)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학교와 대학, 문화센터, 병원들을 지었다. 

현재 신도 수가 70만에 달하는 프랑스에서도 복음주의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복음주의자들의 힘은 낡은 위계 구조를 전복시킨 ‘실용주의’다. 이들은 어디에라도 교회를 열 수 있다. 폐관한 극장, 음식점, 낡은 차고 등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천주교단에서는 사제가 부족해 애를 먹고 있지만, 복음주의 개신교에는 목사가 넘쳐난다. 약간의 카리스마, 전자 키보드와 의자들을 놓을 공간, 성경책 한 권만 있으면 누구나 목사가 될 수 있다. 

복음주의자들의 예배는 감동에 기반을 두며 신도들은 더 강한 교감을 나눈다. 이들은 예배 중에 함께 노래하며 웃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망아지경(忘我之境)에 도달한다. 음악이 예배 집전의 핵심요소를 이룬다. 복음성가, 크리스천 록, 복음 컨트리 뮤직 등, 활용할 수 있는 음악적 자산은 풍부하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홍보와 대중 매체 설립은 거리 포교나 SNS상에서의 집중적인 포교 활동과 함께 핵심적인 포교수단이 된다.

복음주의자들은 통일성과는 거리가 멀다. 17세기에 생겨나 현재 1억 명의 신자를 보유하고 있는 침례교 내부에는 다양한 중도 및 진보주의 성향의 교회들이 존재한다. 200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침례교 신자다. 신오순절주의의 경우 모든 신자가 번영신학에 동조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우파에 표를 던지지도 않는다. 베네수엘라의 일부 신자들의 경우, 우고 차베스와 니콜라스 마두로의 주요 지지층이다. 

하지만 핵심 사조는 반동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극단적인 보수주의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사형에 찬성하고 낙태를 완강하게 반대하는 신오순절주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LGBT+(동성애자(Lesbian, 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및 다른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더하기(+)의 합성어) 집단에 호의적인 법제를 거부한다. 우간다에서는 이미 동성애를 법률로 처벌하고 있지만, 복음주의 교회들은 처벌법 강화를 요구하며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 LGBT+에 속한 사람들의 성적 취향을 ‘바로잡기 위한’ ‘전환 치료’를 허가하는 새로운 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말라위, 남아프리카 공화국, 짐바브웨에서는 텔레비전 전도사들이 동성애자와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키고 있다. 가장 유명한 ‘예언자 셰퍼드 부시리’를 비롯한 이런 텔레비전 전도사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복음주의자들은 이제 정교분리원칙과 세속주의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브라질, 나이지리아. 한국에서는 정치적 담화 속에 종교적 인용이 넘쳐난다. 그리고 이런 인용들은 때때로 현대성과 진보에 적대적이다. 브라질의 정치학 교수이자 신학가인 발데마르 피구에르도에 따르면, 많은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세속 국가, 독립적인 과학, 대학들의 중요성, 자유로운 사상, 여성의 삶의 조건, 젠더 문제, 소수의 권리에 반대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중세시대의 집단이다. 이는 정치에서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사람들은 더 이상 민주주의적인 맥락에서의 보수와 진보를 논하지 않는다. ‘가장 높으신 하나님’이 정부의 구호가 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재검토된다.”

좌파로의 정권교체를 실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자처하며 성경을 정치적으로 인용한 발언을 종종 한다. 그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이끄는 소규모 보수정당인 사회적 연대당(Encuentro Social)과 연합을 구성했는데, 이 정당은 ‘생명과 가족’ 분야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곳곳에서 복음주의자들이 득세하면서 종교 간 관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천주교와 전통적인 개신교는 다양한 이슬람 종파들과 주기적으로 대화를 이어오고 있지만,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복음주의자들은 무슬림을 적이나 개종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이슬람에 대한 적대심을 숨기지 않는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라미아 우알랄루 Lamia Oualalou

기자, 『Jésus t’aime! La déferlante évangélique 예수는 너를 사랑하신다! 복음주의자들의 쇄도』 (Cerf, Paris, 2018)의 저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별도의 언급이 없으면 이 기사에 언급된 통계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주로 종교와 관련된 조사를 실시하는 퓨 리서치 센터가 발표한 연구들에서 인용한 수치들이다. (www.pewresearch.org)
(2) Lamia Oualalou, ‘Les Évangélistes à la conquête du Brésil 브라질 정복에 나선 복음주의자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4년 10월.
(3) Jean-Yves Carluer, 『L'évangelisation. Des protestants évangeliques en quête de conversions 복음전도, 새로운 신자들을 찾아나선 복음주의 개신교』, Exelcis, Charols, 2006.
(4) Ingrid Carlander, ‘La foire aux miracles des télévangélistes américains 미국 텔레비전 전도사들의 기적 시장’,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988년 6월.
(5) 52분짜리 다큐멘터리 <Évangéliques de France, la course aux adeptes 프랑스의 복음주의자들, 신자 모집을 위한 경쟁> Cyril Vauzelle, LF Production, Montreuil,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