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큰 TV방송국, 아멘!

2020-08-31     안 비냐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교회 홍보에 방송만큼 좋은 것이 없다. 또한 방송국 수익을 위해 교회만큼 좋은 것이 없다.

 

새벽 5시 30분, TV 방송국 팀이 방탄조끼 차림으로 리우데자네이루 헌병22대대 지부에 모여있다. 이들 가운데 월~토요일 오후 방송되는 <시다데 알레르타(Cidade Alerta, ‘도시 내 경보’라는 뜻)> 프로그램의 스타 저널리스트, 에르나니 알베스가 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온갖 종류의 범죄를 다룬다. 2시간 내내 최악의 강간 사건부터 강도 사건까지 두서없이 보도한다. 방송은 항상 단정한 제복 차림과 선정적인 톤으로 진행된다. <시다데 알레르타>는 ‘레코드 TV’(브라질에서 보급률 및 청취자 수 2위를 기록하는 TV 방송국)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말과 똑같은 방송”

비정부기구(NGO)인 ANDI와 커뮤니케이션 집단인 인터보즈(브라질 연방검찰국과 함께 설립한 단체)의 합동 보고서에 따르면 <시다데 알레르타>는 무죄 추정원칙 미준수, 사법 결정 불이행, 미성년자 유기, 범죄 선동, 혐오 발언 및 편파적 발언, 진술거부권 침해, 심리적 고문 등의 다양한 위법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1) 인류학자이자 인터보즈 커뮤니케이션 집단의 코디네이터인 올리비아 반데이라는 “이 방송에서는 ‘좋은 악당은 죽은 악당이다’라고 말한다. 경찰이 저지른 폭력은 무시하고 강압적인 개입을 옹호한다. 한 마디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몇 년 동안 했던 말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레코드 TV의 프로그램 편성표는 ‘악당’과 강간범만 국한되지 않는다. 흔히 ‘세계교회(Universal)’라고 불리는 ‘하나님의 나라 세계교회(Universal Church of the Kingdom of God, UCKG)’의 목사들이 정기적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그들이 겪는 비극에 대해 명상하고 기도하라고 말한다. 이는 브라질에서 신도 수가 세 번째로 많은 복음주의 교회이자 95개국에 퍼져 있는 ‘세계교회’의 창시자이자 주교인 에디르 마세두가 레코드 TV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75세의 마세두는 금욕적인 인상을 지녔지만 실상 수완이 뛰어난 사업가다. <포브스>는 2015년 마세두의 자산을 19억 헤알(확인 가능한 마지막 수치 기준으로 약 4억5,000만 유로에 해당)로 평가했다. 마세두는 1977년에 한 장례식장에 ‘세계교회’를 처음 세웠고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재빠르게 라디오 방송에 이어 TV 방송을 갖췄다. 이후 1989년에는 신도들을 동원해서 4,500만 달러를 모금해 부채와 부실경영에 시달리던 레코드 TV(1953년 설립)를 인수했다. 

그로부터 30년 후인 2019년 시효가 소멸되기까지 브라질 사법부는 이 인수사건에 관심은 가졌지만, 합법성 여부에 대한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마세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던 저널리스트 길베르투 나시멘투는 “마세두는 신도들에게 포르노도, 술도 없는 복음주의 TV의 개념을 팔았다. 하지만 레코드 TV를 인수하고 나자 글로부(브라질 최대 방송사)를 이기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복음주의 TV를 상업 TV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2)

 

“언론 미규제가 유착관계를 만든다”

레코드 TV의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방송에서는 ‘세계교회’의 예배만 나온다. 방송은 무료가 아니다. 신(新) 펜테코스트파(성령의 힘을 강조하는 기독교 교파-역주) 교회가 레코드 TV의 관대한 고객이다. 예배 방송은 가장 선호도가 낮은 시간대에 나가도 방송국 수익의 30%를 차지한다. ‘세계교회’의 신도들이 후원하는 은총인 셈이다. ‘세계교회’의 예배 방송은 대개 아주 저렴한 시간대인 늦은 밤에 나가지만, 지난 10년간 이렇게 ‘세계교회’에서 레코드 TV로 흘러 들어간 돈은 약 230억 헤알(현 시세 기준 3억5,000만 유로에 해당)에 달한다. 

저널리스트 나시멘투는 조정 및 규제가 없는 브라질 언론의 상황이 이런 유착관계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마세두는 레코드 TV가 ‘세계교회’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세계교회’가 방송료를 지불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그런 식으로 ‘세계교회’가 방송료를 지불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레코드 TV는 ‘세계교회’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

지난 30년 동안 레코드 TV는 이렇게 ‘세계교회’와 함께 성장했다. 2010년 브라질 지리통계연구소(IBGE)가 실시한 종교조사 결과에 의하면 ‘세계교회’는 브라질 내에 신도가 180만 명, 교회가 5,000여 개, 목사는 1만 명이다. 레코드 TV는 라디오 네트워크 1개, TV 채널 17개, 복음 영상플랫폼(UniverVideo) 1개를 포함해 인터넷 포털 4개와 일간지 <코레오 두 포부>(Correo do Povo, ‘국민 통신’이라는 뜻으로 브라질 내 발행 부수 9위)를 거느린 미디어 제국이 됐다. 또한 레너은행 지분의 75%를 인수했으며 100여 개의 기업(교통, 보험, 요식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교회’는 브라질 영토 내 75% 지역에 송출되는 라디오 방송 64개(헤지 알렐루이아, Rede Aleluia), 출판사(우니프루, Unipro), 음반사(라인 레코즈, Line Records), 인터넷 TV 및 무료신문(<폴랴 우니베르사우, Folha Universal>)을 소유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 유료 일간지인 <라 폴랴 데 상파울루(La Folha de São Paulo)>의 발행 부수가 33만 부인데 반해, <폴랴 우니베르사우>는 무려 200만부에 달한다. 

저널리즘 조사기관인 푸블리카(Publica)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한 후부터 레코드 TV는 연방정부가 광고 형태로 투자하는 사업의 주요 수혜자가 됐다.(3) 그전까지 이런 종류의 예산은 시청률에 따라 배분됐다. 2019년 사라 노수 테하(Sara Nossa Terra) 복음주의 교회의 미디어 수입은 74만1,000헤알(17만 유로)이었고, 하나님의 성회(Assembly of God) 복음주의 교회의 미디어 수입은 47만2,000헤알(10만8,000유로)이었다. 

레코드 TV는 위의 두 복음주의 교회보다 훨씬 많은 3,000만 헤알(약 700만 유로)의 광고수익을 기록했다. 2007년만 해도 글로부 TV는 연방정부의 광고예산 중 절반에 달하는 48.5%를 받았지만 2019년에는 16.3%에 그쳐 1/3로 감소했다. 글로부 TV는 여전히 시청률 35%를 기록하는 인기 채널임에도 말이다. 반면 평균 시청률 13.1%의 레코드 TV가 국가 광고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6.6%에서 2년 후인 2019년에는 42.6%로 증가했다.

 

모든 권력을 지지한 레코드 TV

브라질 대선 당시 보우소나루 후보를 지나치게 지지했던 레코드 TV는 의심을 샀고, 결국 선거법원의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후보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선거운동 당시 토론이 불편했던 보우소나루 후보는 결선투표 상대인 노동자당(PT, 좌파정당)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와의 토론회를 거부했다. 이뿐 아니라 1차 투표 전에 열렸던 다른 7명의 대선 후보들과의 토론에도 불참했었는데, 토론회 한 달 전에 흉기에 찔렸던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글로부 TV에서 후보들 간 토론이 열리던 그 순간 레코드 TV는 보우소나루 후보와의 독점 인터뷰를 30분간 방영했다. 일간지 <라 폴랴 데 상파울루>의 칼럼니스트이자 미디어 전문가인 마우리시오 스티세르는 “이 인터뷰를 통해 보우소나루 후보는 자기 생각을 말하고 경쟁자들을 공격할 기회를 얻었다. 소규모 정당 소속인 그에게 후보토론회에서 공식적으로 주어진 방송시간이 10초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에게 이 인터뷰는 횡재였다”라고 평가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이 인터뷰를 얻기 며칠 전 마세두는 소셜 미디어에서 보우소나루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힌 바 있었다. 

마세두는 레코드 TV를 인수한 뒤 곧바로 정치판에 뛰어들어서 가장 먼저 상파울루의 지방직 후보들을 지원했고, 이어서 연방직 후보와 대통령 후보들을 지지했다. 2005년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노동자당 소속)의 첫 임기 당시 마세두는 브라질공화당(PRB)을 설립했고 브라질공화당은 곧바로 내각에 진출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의 홍보학과 교수인 수지 두스 산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마세두는 정치색과 무관하게 모든 권력을 지지했다. 마세두는 룰라 대통령과 싸워서 이겼고, 그가 설립한 브라질공화당은 마침내 연정에 참여했다. 또한 2016년 의회가 신과 가족의 이름으로 탄핵을 확정하기 전까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운영했다. 이후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는데, 마세두는 테메르 정부에서도 곧바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함께함으로써 이 둘 간의 이데올로기적인 유사성은 훨씬 더 강해졌다.”

두스 산토스 교수는 동료인 자나이니 아이레스와 함께 언론과 정치 간의 관계에 대한 책을 집필했는데 여기에서 브라질공화당 소속 의원들 대부분이 ‘세계교회’나 레코드 TV 중 한 곳, 또는 두 곳 모두에 몸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4) “‘세계교회’와 레코드 TV와 브라질공화당은 그들 간의 악명 높은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각자 독립적인 단체라고 소개한다. 실제로는 브라질공화당에게 레코드 TV는 선거에서 강력한 디딤판이다.”

2006년까지만 해도 브라질공화당 소속 연방의원은 1명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브라질공화당은 소속 의원이 32명이나 되는 제8위의 교섭단체가 됐다. 그 가운데 14명은 여전히 레코드 TV 소속이다. 브라질공화당은 2016년부터 리우데자네이루를 통치하고 있는데, 그 수족은 다름 아니라 마르셀루 크리벨라다. 그는 호세프 정권에서 장관을 역임했고, 마세두의 조카이자 ‘세계교회’의 주교이며 복음 가수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크리벨라 시장은 직업 하나로 레코드 TV 매체에 엄청나게 출연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브라질공화당 당수인 페레이라는 오랫동안 레코드 TV를 이끌었으며 테메르 정권에서 산업부 장관을 역임했고, 현재는 하원 부의장을 맡고 있다. 페레이라는 하원 의장직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이는 모든 대통령 탄핵절차가 하원 의장직을 통해 진행될 만큼 브라질에서 하원 의장직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페레이라가 의장직을 맡는다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진행 중인 50건의 소송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지난 3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두 아들, 플라비우 의원(상원)과 카를루스 의원(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이 브라질공화당에 입당했다. 역시 브라질공화당 소속인 그들의 어머니 호제리아 브라가는 2020년 지방선거를 위해서 크리벨라 시장의 보좌관을 맡았다. 보우소나루와 마세두 두 가족은 이제 그들의 가장 강력한 우방인 구세주 그리스도가 지배하는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글·안 비냐 Anne Vigna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Violações de direitos na mídia brasileira’, ANDI – comunicacão e Direitos, 인터보즈 커뮤니케이션 집단과 브라질연방검찰국과 함께 진행함, Brasília, 2016.
(2) O Reino, Companhia das Letras, São Paulo, 2019.
(3) Mariama Correia et Bruno Fonseca, 『Governo gastou mais de R$ 30 milhões em rádios e TVs de pastores que apoiam Bolsonaro』, Publica, São Paulo, 2020년 6월 15일, apublica.org
(4) Janaine Aires et Suzy dos Santos, 『Sempre foi pela familia : Midias e politicas no Brasil』, éditions Mauad, Rio de Janeiro,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