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패권을 겨루는 미·중 오디세이

2020-08-31     샤를 페라갱 외

현재 우주분야의 최강국은 미국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미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우주패권은 경제적,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관련 규제는 거의 없어 심각한 갈등이 유발될 위험이 크다. 이제 우주를 인류의 공동자산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국제조약이 필요한 때다.

 

2006년 9월 미 국방부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공개적으로 첫 경고장을 보냈다. 미국의 지상촬영용 저궤도 위성이 중국 상공을 지날 때마다 레이저가 위성활동을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미 관계자는 중국의 이런 행위가 미국의 우주패권을 위협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국은 그럴 힘이 충분히 있으며, 이미 그 힘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1)

그 후 10여 년 동안 미 국방부는 계속해서 경고를 이어갔다. 위성해킹, 사이버 공격, 통신차단 등 중국이 각종 방법을 동원해 미국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2007년에서 2018년까지 중국은 고도 1만km 이상 날아갈 수 있는 위성공격 미사일 발사 실험을 수차례 실시했는데, 이는 통신·촬영용 위성까지 충분히 도달하고도 남는 거리였다.(2) 2015년에 발표된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군사통신, 미사일 감지, 감시 및 정찰 목적으로 사용되는 고도 3만6,000km의 정지위성까지 공격할 수 있다.(3) 중국은 이제 미사일이나 방해위성을 통해 타국의 위성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궤도에서 이탈시키는 수준을 넘어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국 드론이 사용하는 GPS 신호를 교란시킬 수 있는 지상방해 장치까지 개발했다.(4)

 

미국은 40년 걸려, 중국은 단 10년 만에

백악관과 국방정보국에 의하면 중국은 우주 문제를 현대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요소이자 ‘미군과 동맹국 군의 효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5) 이와 관련해 장-물랭 리옹3대학의 정치학과  올리비에 자젝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국은 이미 5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인정하기를 두려워한다. 중국의 성장세, 특히 로켓산업에서의 발전속도가 놀랄 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40년이 걸린 일을 중국은 단 10년 만에 해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20년 안에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연구원이자 우주정책 비교전문가 이자벨 수르베스-베르제는 “러시아가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기도 전인 1955년 이미 마오쩌둥은 중국이 우주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켓을 발사하려면 우선 강철을 제작하고 철도를 건설해야 했다. 중국 대약진 운동(1958~1960)과 문화혁명(1966~1976)까지 이어지면서 1970년대에 들어서야 중국은 첫 번째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었다.” 낙후된 농촌경제, 주민들의 낮은 교육수준, 물과 전기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1979년 개방개혁정책을 이끌었던 덩샤오핑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게, 우주는 최우선 과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미군이 첩보 위성과 정찰기를 적극 활용했던 1990년 제1차 걸프전은 전투의 조직화, 전파방해, 군대의 이동경로 안내, 타격의 정확성 향상, 전투의 추이 및 강도 제어 등 우주개발의 군사적 효용성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준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중국군 전문가이자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연구원이며 미 공화당의 측근인 딘 쳉은 그 이후 중국군의 목표와 실행 방향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6) “우주문제가 중국성장의 우선과제로 떠오르면서 우주개발 예산이 국방예산을 뛰어 넘었다. 정보통신과 인터넷의 경우 중국은 땅 위에 인프라 시설이 전혀 없었다. 낙후된 지역들을 연결하는 케이블망도 없었다. 모든 것이 위성을 통해 이뤄진다. 중국에서 위성은 환경, 하천, 지반 침하 등을 감시하는 작업에도 사용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연구원이자 우주정책 비교전문가인 이자벨 수르베스-베르제가 설명했다. 

2003년 중국은 처음으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6년까지 5개를 추가로 발사했고, 2019년 1월 3일 창어 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다. 중국은 앞으로 10년 내 우주정거장과 연구기지를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중국은 2년 연속 34차례의 로켓 발사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미국은 27차례). 국제 언론이 미국에 대적할만한 새로운 우주강대국으로 중국을 지목하는 이유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현재 중국의 우주개발 예산(최대 100억 달러로 추정)은 미국(450억 달러)의 1/4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은 이 정도의 예산을 20년 넘게 매년 지출해 왔다. 중국의 경우 5년 전만 해도 우주개발 예산이 50억 달러에 그쳤다.” 이자벨 수르베스-베르제 연구원의 지적이다. 

 

미국의 강박관념과 공포

한편 몇 년 전부터 미국은 공포카드를 흔들고 있다. “미국이 기술적으로 훨씬 앞서 있음에도 정부가 의도적으로 중국의 위협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전략연구재단(FRS)의 소장인 자비에 파스코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오랜 군사적·산업적 콤플렉스를 자양분 삼아 NASA의 주도로 공공 프로그램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록히드마틴, 보잉, 스페이스X와 협력해 민간 우주항공산업을 발전시켰다. 이는 정부가 보호해야 하는 일자리가 미국 전역에 수십만 개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 중국의 반응은 어떨까? “중국은 미국의 두려움이 중국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기뻐하고 있으며, 이를 원동력으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이자벨 수르베스-베르제 연구원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공포심을 국내 정치문제 해결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주군(Space Force)’이 있다. 우주군은 2019년 12월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의해 창설됐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중국 위성의 ‘고도로 정확한’ 작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우주군의 창설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사실 미국은 전파방해 및 정밀 감시시스템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우주군을 만든 게 아니었다. “수십 년 전부터 들어온 이야기다. 우주군의 창설 배경은 이렇다. 예산분배를 놓고 공군과 육군 간에 경쟁이 벌어졌고, 미 행정부는 우주개발 분야를 군의 지원조직으로 만들 것인지, 독립적인 조직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했다. 결국 독립적인 조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자비에 파스코 전략연구재단 소장이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우주개발 능력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중국이 절대로 미국에 준하는 우주강대국이 될 수 없도록 공격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 중국이 1980~90년대에 우주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 및 군사첩보 활동을 벌였다는 내용의 콕스 보고서가 공개된 1999년 이후 미국은 우주 분야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끊었다. 게다가 미 정부는 1976년에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 부품이 포함된 설비를 제3국(특히 유럽 국가들)이 중국 측에 판매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금지했다.

이는 “중국이 우주개발을 할 수 없도록 동맹국들의 기술 이전을 막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유럽우주정책연구소(ESPI)의 세르주 플라타르 전 소장이 설명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미 의회는 2011년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에서 중국을 배제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NASA가 중국과 그 어떤 협력도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심지어 NASA는 2013년 국제 컨퍼런스에서 중국 국적자의 참석을 거부하기까지 했다.(7) “이런 종류의 일화는 수도 없이 많았다. 강박관념이 너무 심하다. 이따금 중국과의 협력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일단 현 시점에서 구체화된 계획은 아무 것도 없다.” 자비에 파스코 전략연구재단 소장이 이같이 배경설명을 했다.

세르주 플라타르 전 소장은 양국의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미국이 중국에의 기술 이전을 원천봉쇄했던 덕분에 중국은 스스로 힘을 키웠고 완벽하게 독립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은 이런 성공에 힘입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해외에 판매하기까지 했다. 이미 2019년 12월에 중국은 에티오피아가 첫 번째 위성을 쏘아 올리도록 도왔다. 이집트와는 고해상도 정찰위성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이 위성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중국은 미국의 GPS 격인 중국 독자적인 위성항법 시스템 ‘베이더우’(北斗)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중국의 동맹국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8) 그리고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에 로켓과 위성을 판매할 계획도 있다”고 이사벨 수르베스-베르제 연구원은 전망했다.

“세계 최고 강대국이 되려면 정보, 통신, 정찰, 첩보, 내비게이션 등의 우주항공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미국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중국만이 이 사실을 이해하고 또 실행하고 있다. 경제에서 우주항공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어 현재 10~60%로 추정된다. 또한 iOS와 안드로이드 체제의 40%가 위치측정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세르주 플라타르 전 소장은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목표를 가지고 있을 뿐,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미국의 영향력에 도전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혼자 조용히 우주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억제력을 갖추고자 할 뿐이다. 중국은 우주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올리비에 자젝은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은 이런 입장을 명확히 내보이고 있다. 10여 년 전에도 중국은 러시아에게 대기권 밖의 우주공간에서 무기사용을 금지하는 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9) 미국은 이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

 

달의 자원을 둘러싼 전쟁 ‘위성 충돌’ 

오늘날 우주개발의 법적 근거는 1967년 냉전 시대에 미국과 옛 소련의 주도로 체결됐던 우주조약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우주조약은 중국을 포함해 100여 개국에 의해 비준됐다. “우주조약은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지만, 기본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조약에는 우주공간의 평화적인 사용, 대량살상무기를 궤도에 올려놓지 않을 것, 달의 전체 혹은 부분적 소유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네브래스카 대학교 링컨 캠퍼스의 우주법 교수인 프란스 반 데르 덩크가 이같이 분석했다. 

그러나 우주조약에도 빈틈은 있다. 2015년 미국은 일명 ‘우주법’이라 불리는 SPACE(Spurring Private Aerospace Competitiveness and Entrepreneurship) Act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기업이 소행성과 우주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민간 주체는 우주에서 채굴한 자원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것이 1967년 우주조약 내용과 대치된다는 의견도 있다. 

“우주법이 통과되자, 러시아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룩셈부르크와 아랍 에미리트는 이와 유사한 법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중국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프란스 반 데르 덩크 교수가 설명했다. 현재 1기 이상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국가가 80개가 넘는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조약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조약을 탈퇴하려는 경향이 강한 만큼, 기존 조약의 모호한 부분을 보완할 새로운 국제조약이 탄생할 가능성은 미미해 보인다.

“사실 미국은 중국 등 다른 국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단독으로 우주개발 기준을 결정하기를 원한다. 조약체결을 위해 옛 소련과 협상을 벌여야 했던 냉전시기를 재현하기 원치 않기 때문이다. 1972년 전략무기제한에 관한 ABM 조약과 1987년 중거리 핵무기 폐기에 관한 INF 조약이 그 예다.” 올리비에 자젝이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이 우주개발 분야에서 발전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이렇듯 국가들 사이에 불신이 만연하고 법적 기준이 부실한데, 상황이 더 위험해지지 않을까? 이미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이 약 2,000개, 조만간 SpaceX, OneWeb, 페이스북, 아마존의 위성 인터넷 프로젝트까지 실행되면 약 1만 개가 된다. 위성충돌의 위험은 높아지는데, 누가 우주로의 접근을 규제할 것인가? 미국의 연구센터 The Aerospace Corporation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모두 실행될 경우 매년 6만7,000건의 위성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10)

게다가 중국과 미국은 2030년 이전에 달 탐사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핵융합의 원료가 될 수 있는 헬륨-3 등의 희귀자원이 달에 상당량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몇몇 국가들이 달의 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면, 누가 중재할 것인가? “내 생각에는, 매우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 후에야, 모든 국가가 통일된 우주정책의 필요성을 깨닫지 않을까….” 세르주 플라타르 전 소장이 한숨 섞인 어조로 우려했다. 

 

 

글·샤를 페라갱 Charles Perragin
기욤 르누아르 Guillaume Renouard

기자, Singulier 단체 소속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번역위원


(1) Francis Harris, Beijing secretly fires lasers to disable US satellites, <The Telegraph>, 런던, 2006년 9월 26일.
(2) Todd Harrison, Kaitlyn Johnson, Thomas G. Roberts, Space Threat Assessment 2018,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er For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 워싱턴 DC, 2018년 4월.
(3) 미국 의회, 2015 Report to Congress of 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워싱턴 DC, 2015년 11월.
(4) Bill Gertz, Inside the Ring : China Target Global Hawk drone, <The Washington Times>, 2013년 12월 11일.
(5) Defense Security Agency, Challenges to security in space, 워싱턴 DC, 2019년 1월.
(6) Dean Cheng, China's military role in space, Strategic Studies Quarterly, 워싱턴 DC, 미국 공군, 2012년 봄.
(7) Ian Sample, Nasa admits mistake over Chinese scientists' conference ban, <The Guardian>, 런던, 2013년 10월 11일.
(8) Defense Security Agency, Challenges to security in space, op. cit.
(9) Treaty on Prevention of the Placement of Weapons in Outer Space, 중국 외교부 사이트.
(10) Mark Harris, Why satellite mega-constellations are a threat to the future of space, MIT Technology Review, Cambridge(Massachusetts), 2019년 3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