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항 하수(下水)에서 발견되는 코로나19

건강의 지표, 하수 분석

2020-08-31     모하메드 라르비 부게라 | 교수

부패한 권력과 수사권 남용을 검증하기 위한 방법이 ‘자금추적’이라면 공중보건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하수 분석’이 있다. 아편이나 항생제의 지역별 소비량을 보여주는 하수가 코로나19의 원인 병원체, SARS-CoV-2 전파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유럽에 상륙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최초 확진자가 발견된 1월 하순에서 최초 사망자가 발생한 2월 하순 사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고등보건위원회는 지난 6월 18일 전혀 다른 가설을 공개했다. “2019년 12월 18일 밀라노와 토리노에서 채취한 (하수) 샘플에서 제2형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의 RNA가 검출됐다.”

주세피나 라 로사 수질보건부장은 “연구소 두 곳에서 각각 다른 방법으로 확인한 결과”라면서 “2019년 10월과 11월 샘플을 비롯해 다른 모든 샘플은 음성이었다”(1)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감염병 전파 양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이번 연구결과는 2019년 12월 말 프랑스 비말 샘플과 바르셀로나 하수 샘플이 각국에서 공식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기 40일 전에 이미 양성이었던 연구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하수도망에서는 인간 신진대사로 발생한 화학적 분비물이 검출된다. 이것을 바탕으로 섭취한 음식과 약 목록, 불법 물질(마약 등) 복용 여부나 앓고 있는 질병까지 파악할 수 있다. 수인성 감염병 전파 경로를 연구하는 헤르티안 메데마 교수(델프트 기술대학교, 네덜란드 수자원연구소)는 하수처리장에서 백만 명 이상이 배출한 하수를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2) 하수추적 연구를 통해 진단검사보다 효과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예상할 수 있다. 메데마 교수는 “경증이나 무증상 감염자도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하수기반역학관리청은 파리 수도권 소재 하수처리장 3개소에서 지난 3월 5일부터 4월 23일까지 검출된 바이러스 양과 코로나19 확진자 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3)

높은 아편 중독률로 인해 사망자 수천 명이 발생하는 미국에서 처리과정을 거치기 이전의 하수 분석 방법은 아주 유용하다.(4) 2006~2014년 미국 제약업계는 잠재적으로 중독성이 있는 약품 600억 개를 판매했다. 이에 대해 192억 달러(170억 유로)를 30여 개 주에 배상하라는 판결이 얼마 전 나왔다.(5)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연구원들은 항정신성 약물로 인한 사망자가 유독 많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의 하수를 분석했다. 2018년 여름 이들은 사생활 침해 문제없이 도시 하수망 내 강력진통제 분포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위치추정 정보를 바탕으로 캐리시는 구역별 강력진통제 오남용 방지 캠페인을 통해 과용 환자 수를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6) 

 

비행기 하수는 잠재적 위험요소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이동범위가 확대되면서 인간과 가축에게 항생제를 남용한 탓에 등장한 항생제 내성균과 내성 유전자가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됐다. 내성균의 발생원과 확산경로를 밝히기 위해 국제연구진은 최근 5대 공항과 국제선의 위생설비에서 배출된 하수를 분석했다.(7) 복합적인 환경에서 채취한 샘플의 유전정보(메타게놈)를 새로운 염기서열분석법으로 분석한 덕분에 ‘항생제 내성균과 내성 유전자의 예상치 못한 발생원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지’ 확인했다. 이 연구진은 비교연구를 위해 공항과 연관성이 있는 마을의 하수처리장과 연관성이 없는 곳의 하수에서 검출한 내성균과 내성 유전자를 계량화했다. 

예상했던 대로 비행기 하수에는 마을 하수망과 비교해 놀랄 만큼 많은 전이 유전인자가 검출됐다. 비행기 하수에서 발견된 일부 대장균주는 바실루스 감염증에 자주 처방되는 세팔로스포린을 비롯해, 여러 항생물질에 평균 이상의 내성을 보인다는 점이 우려된다. 국제연구진은 공항 하수가 인접 지역에 존재하지 않던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전파한다는 점에서 잠재적 위험요소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 세계적으로 물리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고 있는 시점에 도시 하수의 주기적 검사는 당국에 유용한 경보지표가 될 것이다. 네덜란드 환경보건연구소 연구원들은 첫 번째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진 4일 만에 스피홀 공항의 하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메데마 교수의 미생물학 연구진은 아메르스포르트시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하수에서 바이러스 RNA를 검출했다. 이탈리아 고등보건위원회는 하수 내 코로나 바이러스 추적망 구축을 제안하고, 바이러스 확산 최대 위기로 점쳐지는 이번 가을 동안 전국적으로 감시체제를 운영하려고 준비 중이다. 

프랑스 연구원들은 “하수를 대체수단으로 활용하면 경제적(특히 빈국의 경우) 부담으로 물리적인 이동이 어렵거나, 윤리적 문제로 국민 대상 역학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병원균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진다”(8)고 설명했다. 6월 말 그들은 하수기반역학으로 바이러스 확산세를 확인한 바 있다. 1989년도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조슈아 레더버그는 “지구상에서 인류에게 가장 강력한 적은 바이러스다”라고 단언했다. 현재 창궐한 감염병은 육지와 바다를 통틀어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지닌 존재가 다름 아닌 ‘바이러스’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글·모하메드 라르비 부게라 Mohamed Larbi Bouguerra
대학교수, 튀니지 문화예술아카데미(튀니지, 카르타고 소재) 회원, 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겸임연구부장

번역·서희정
번역위원


(1) Communiqué de l’Instituto superiore di sanità n°39/2020, 2020년 6월 18일. 
(2) Smriti Mallapaty, ‘How sewage could reveal true scale of coronavirus outbreak’, <Nature>, London, 2020년 4월 3일, www.nature.com
(3) Sébastien Wurtzer (coll.) ‘Evaluation of lockdown impact on SARS-CoV-2 dynamics through viral genome quantification in Paris wastewaters’, 2020년 5월 6일, www.medRxiv.org
(4) Maxime Robin, ‘Overdoses sur ordonnance 약물남용 조장, 제약회사의 대량 살인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8년 2월호. 
(5) Jan Hoffman, ‘Opioid settlement offer provokes clash between state and cities’, <뉴욕타임스>, 2020년 3월 13일.
(6) Celia Henry Arnaud, ‘Maria Matus means to combat the opioid epidemic with chemical data’, <Chemical & Engineering News>, Washington, n° 98-9, 2020년 3월 8일, 
(7),(8) Stefanie Hess et al, ‘Sewage from airplanes exhibits high abundance and diversity of antibiotic resistance genes’,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Washington, vol. 53, n°23, 2019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