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부끄러운 ‘청색 금속’ 코발트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광산에서 일하는 아동들

2020-08-31     아크람 벨카이드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전기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코발트는 수요가 가장 많은 자원 중 하나다. 희귀광물인 코발트의 향후 고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제일의 코발트 생산국 콩고민주공화국(RDC)에서는 자동차·IT·휴대전화 분야의 대기업에 코발트를 공급하기 위해 아동들이 광산에서 일한다.

 

전 세계 산업은 언젠가 코발트 고갈위기를 겪게 될까? 2019년 총 생산량이 13만6,000톤으로(1) 소규모인 코발트 시장은 최근 수년간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자원고갈에 대한 걱정으로 시세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오래전 부터 의학영상 촬영과 방사선요법에 사용돼온 ‘청색 금속’ 코발트는 휴대전화와 전기차 대부분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필수 소재가 됐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서는 휴대전화와 전기차에 이용되는 코발트의 비중이 2030년에는 전 세계 코발트 사용량의 22~30%에 달할 것이라 예측한다.(2) 코발트를 대체하는 광물이 없고, 배터리 재활용도 부차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코발트 채취량은 10년 내 22만 톤으로 늘어 162%의 상승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이 수치는 현재 각광 받는 전기자동차 산업의 수요를 배제한 최소 추정치다. 

게다가 코발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자원도 아니다. 전체 매장량 중 2/3가 콩고민주공화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 제일의 코발트 생산국이지만(2019년 생산량 10만 톤) 광산업 인프라를 발전시키고 현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2019년 생산량 6,100톤), 호주(5,100톤), 심지어 쿠바(3,500톤)나 모로코(2,100톤) 등 기타 코발트 생산국에서 여러 채취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경제학자들이 이름 붙인 ‘전기자동차 혁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코발트 생산량 부족의 위험은 크다. 

극단적인 추론까지 나아가 보면,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전 세계인이 100% 전기자동차를 이용한다면, 세계 코발트 총 생산량은 1,928% 상승해야 한다는 분석결과를 공개했다(리튬 생산량은 2,898%, 희토류 생산량은 655% 상승해야 한다).(3) 매우 높은 환경비용을 들여 코발트가 매장된 지역 전체를 광산업 단지로 개조하지 않는 한, 달성 불가능한 수치다.(4) 

 

‘청색의 금’을 둘러싼 지질학적 스캔들

이런 상황은 시장에도 잘 반영되고 있다. 2018년 3월 21일, 세계 비철금속 거래 시장인 런던금속거래소의 코발트 가격은 톤당 9만5,000달러 까지 상승해 신기록을 세웠다. 이렇듯 코발트는 2010년대 초반 대비 가격이 약 300% 상승하는 태세를 보이며 ‘청색의 금’이라는 별명을 갖기에 손색없음을 증명했다. 이후 시세는 그보다는 덜 충격적인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상당한 가격을 자랑한다. 2020년 1분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 활동이 둔화됐는데도 톤당 평균가는 2만8,000~3만5,000달러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다. 

여러 다른 원자재처럼 코발트도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정책의 수혜를 입고 있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에 유동자산을 얻고자 하는 이들의 투기종목이 되기 쉽다. 그러나 코발트 시세 상승을 설명하는 주요 근거는 바로 중기적 고갈에 대한 두려움이다. 2018년부터 휴대전화 제조업계와 자동차 건설업계는 산업에 필요한 코발트 공급량을 안전히 확보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경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모든 코발트 생산량을 차지할 것을 걱정하는 애플과 삼성 등의 기업은 광산 대기업들과 비밀스러운 직거래 유통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향후 몇 년간 필요한 코발트 납품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코발트의 시장 내 고갈을 상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재고를 비축하고, 비축한 재고의 관리는 전기 배터리 사용자들을 위해 일종의 협동조합에 맡기겠다는 아이디어는 실패로 끝났다. 스위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 원자재 중개인은 “광산기업들은 그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코발트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라며 “휴대전화 또는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재고를 안전하게 비축하고 싶다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2000년대 초반부터 면, 석유, 희토류를 막론하고(위 기사 참고) 대부분의 원자재 상황은 중국의 경제활동(수요, 현지생산, 해외공장 설립 등)에 따라 요동쳤다. 코발트의 경우 가장 중요한 정련공정은 중국이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2019년 중국 현지 광산의 코발트 생산량은 2,000톤에 불과했지만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 중 80%가 중국에서 정련을 거쳤다. 코발트를 ‘전략’이라 정의하는 미국에 있어 이는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 국방부는 2016년부터 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 기업들이 코발트 정련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지난 5월 6일 캐나다 기업 퍼스트코발트(FirstCobalt)는 2021년부터 북미 최대 규모의 코발트 정련소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해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북부에 위치한 이 정련소 사업에 투입된 금액은 5,600만 달러에 달한다. 2015년 폐업한 산업시설을 재개발한 이곳에서 취급 가능한 코발트는 약 2만5,000톤이다. 정련소 건설을 주도한 이들은 이곳이 중국 공장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지닐 것이라고 한다. 그 경쟁력의 원천은 캐나다 정부의 지원과 사업개시를 도운 북미 시장에서 보장하는 수요일 것이다.(5) 퍼스트코발트 경영진에 의하면, 정련해야 할 코발트 공급은 영국-스위스 광산 대기업 글렌코어(Glencore)가 담당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 정련소를 거칠 코발트의 산지가 콩고 광맥인지 여부이다. 19세기 말 광산 기업들을 대리해 조사를 실시한 벨기에 지질학자 쥘 코르네(Jules Cornet)는 아프리카 콩고, 특히 콩고 카탕가 주에 엄청난 규모의 각종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붙인 ‘지질학상의 스캔들(Scandale géologique)’이라는 용어는 오늘날까지 유명한 표현이 됐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건재한 콩고의 지하자원은 탄화수소 수출액을 포함해 약 10억 달러라는 수출·수익을 창출하며 이 나라의 주요 수입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자원 스캔들은 코발트 광산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 그리고 전 세계 10대 최빈국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콩고의 무력함과 관련이 있다.

 

‘죽음의 터널’에서 맨손으로 일하는 아동들

콩고 내 코발트 총 생산량의 약 80%는 글렌코어, 유미코아, BHP 등 대기업이 담당하고, 나머지 약 20%는 수작업 채취를 통해 이뤄진다. 약 20만 명에 달하는 수작업 채취 노동자들은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열악한 도구를 사용하며 목숨을 걸고 일한다. 그들 중 상당수가 폐질환과 피부질환을 앓는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수천 명의 아동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광산에서 일한다는 것이다.(6) 

어떤 아동들은 잔해를 운반하고, 어떤 아동들은 코발트 분류 및 세척 작업을 한다. 그리고 어떤 아동들은 좁은 갱도 안으로 들어가 맨손으로 코발트 덩어리를 캐내야 한다. ‘죽음의 터널’이라 불리는 갱도에서는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2019년 6월 27일, 콩고 코발트 생산 수도인 콜웨지 인근에 위치한 갱도 2곳이 무너져 36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인권수호 기관들은 정기적으로 이 상황을 고발한다. 2019년 12월 15일, 국제권리변호사회(International Rights Advocates, IRA)는 콩고 코발트 광산에서 아동 14명이 사망한 사건에 연루된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고소장을 미국 법원에 제출하면서 애플,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델,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에 책임을 물었다. 이 변호사회는 고발장에서 “코발트는 석기시대 수준의 극도로 위험한 조건에서 일당 1~2달러를 받는 아이들에 의해 채취되고 있다. (중략)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몇 기업이 생산하는 값비싼 신제품 제작에 필요한 코발트를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7)

국제권리변호사회의 활동은 수 년 전부터 이미지 자료를 포함해 콩고 광산 자료를 수집하는 국제앰네스티의 활동을 떠오르게 한다. 2016년, 국제앰네스티는 아프리카 자원 감시단인 아프리워치(African ressources watch, Afrewatch)와 함께 보고서를 출간했다. 이 보고서는 IT 및 자동차 분야의 16개 대기업(애플, 다임러, 레노보,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삼성 등)이 자사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코발트의 노동윤리성, 즉 아동노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기업과 인권 조사관 마크 더멧은 “세련된 매장 쇼윈도와 최첨단 IT기술 마케팅은, 돌이 든 자루를 이고 휘청이는 아이들, 폐질환을 입을 위험에 노출된 채 좁은 갱도터널을 판 후 그 속에서 일하는 미성년자들의 모습과 확연하게 대조를 이룬다”(8)고 비판했다. 

국제권리변호사회의 고소장이나 국제앰네스티의 규탄에 맞서, 산업계는 단정적인 반박을 답변으로 내놓는다. 먼저 IT기업과 자동차 기업들은 “자사 부품에 아동노동으로 채취된 코발트는 전혀 활용되지 않는다”고 확언했다. 이후 비판이 계속되자 이들은 공급사슬의 ‘복잡성’을 거론하며 “코발트 생산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바뀌었다.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 이 두 단어는 2000년대 초반 ‘피의 다이아몬드’ 불법 거래에 수동적인 공범으로 참여해 지탄받던 보석세공업자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한다.(9)

기업들을 향한 미디어의 거센 압박이 계속되자 2019년, 자동차 제조 기업 BMW는 자사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코발트를 더 이상 콩고에서 공급받지 않기로 했다. 테슬라 역시 미래에 생산할 자동차에는 코발트가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 확언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발표는 회의적 반응을 불러왔다. 전기 배터리 생산에 있어 코발트는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자사의 협력업체인 정련소들은 수작업 노동자들이 채취한 코발트를 공급받았는지를 확인하는 ‘제3자 실시 독립 감사’ 제도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 제도에 따라 2019년 자사 공급망에서 6개 업체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코발트 생산문제를 둘러싼 소통의 논리는 광산기업과 정련기업에 책임을 지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사 코발트 생산량의 60%를 콩고에서 창출하는 글렌코어는 “우리 회사에서는 아동은 고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방식으로 목숨을 걸고 코발트를 채취하는 수작업 노동자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콩고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코발트 정련소인 중국 기업 화유코발트(Huayou Cobalt)는 지난 5월 28일 재래식 코발트 광산에서 생산된 코발트 구매행위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때까지 수작업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코발트를 도매상들에게 유통했고, 그 중 대부분이 중국 도매상들이었다. 주로 루알라바 지역에 자리 잡은 중국 도매상들이 화유코발트와 기타 정련 기업에 코발트를 공급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도매상들의 역할은 현재까지도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스위스 중개인은 “이들이 채취장에서 코발트를 사서 되판다. 이들의 활동을 완전히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관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취장 갱도를 파는 사람들로부터 코발트를 구매하는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화유코발트의 결정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 결정은 아마도 국제권리변호사회의 고소로 인해 들썩이는 미디어의 열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콩고 정부는 현 상황을 제어할 능력이 없는 듯하다. 2019년 11월 24일, 집약적 채취활동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콩고 정부는 콜탄, 게르마늄과 함께 코발트를 ‘전략 광물’로 지정했다. 또한 자국 광산에서 채굴 활동을 하는 기업에 부과하는 사용료의 세율을 3.5%에서 10%로 인상하는 새로운 광산법을 제정하며 광산 기업들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광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콩고 정부가 먼저 한 일은 콩고의 자원을 노리는 행위에 경고를 보내고, 기자와 단체들이 주창한 ‘우리 코발트에 손대지 마(Touche pas à mon cobalt)’ 캠페인을 지지하는 것이었다.(10) 아동노동 문제가 더 큰 규모로 폭로되자, 콩고 정부는 “자국 내 아동노동은 금지”라며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만으로는 불법노동이 만연한 이 나라의 정부가 자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산업발전 계획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가릴 수 없다. 그토록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했음에도 말이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문수혜 souhait.moon@gmail.com
번역위원


(1) ‘Les principaux pays producteurs de cobalt dans le monde de 2013 à 2019 2013~2019년 전 세계 주요 코발트 생산국’, statista.fr. 상반되는 정보가 없는 한, 본 기사에서 인용된 생산량(단위: 톤)은 2019년에 대한 추정치. 
(2) ‘Lithium and cobalt : a tale of two commodities’, <McKinsey>, 2018년 6월, www.mckinsey.com
(3) ‘UBS takes apart Chevy Bolt, says electric vehicles will disrupt commodity markets’, <Financial Times>, 런던, 2017년 5월 19일.
(4) ‘Cobalt : le coût humain et environnemental de l’or bleu de nos transitions énergétiques 코발트: 우리의 에너지 전환기에 대한 청색 금의 인적 비용과 환경 비용’, <UP’ Magazine>, Château l’Hermitage, 2020년 5월 18일.
(5) ‘First Cobalt seeks government backing to restart Canadian refinery’, <Reuters>, 13 2019년 11월 13일.
(6) ‘Inside the Congo cobalt mines that exploits children’, Sky News 다큐멘터리, 2017년 2월 27일.
(7) International Rights Advocates, 2019년 12월 15일, www.iradvocates.org
(8) ‘Voilà pourquoi on meurt. Les atteintes aux droits humains en République démocratique du Congo alimentent le commerce mondial du cobalt 이것이 우리가 죽는 이유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인권 침해는 세계 코발트 거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든다’, Amnesty, 2016년 1월 19일, www.amnesty.org
(9) Greg Campbel, ‘Diamants de sang. Trafic et guerre civile en Sierra Leone 피의 다이아몬드. 시에라리온의 불법거래와 내전’, 『Les Belles Lettres』, coll. <Le bruit du monde>, Paris, 2013.
(10) ‘Don’t touch my cobalt, to dirty it, to blacklist it’, congomines.org, 2018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