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성당 복원,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나?

2020-08-31     필립 파토 셀레리에 | 저널리스트 겸 작가, 현대예술 전문가

2019년 4월 15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은 화염 속에서 사라졌다. 성당 복원을 위해 프랑스 재계의 거물들이 몰려들었다.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케링 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부이그 그룹의 부이그 형제, 토탈, 로레알... 1유로, 2유로씩 후원 약속이 이어졌다. 1년이 지난 지금 약속된 10억 유로 중 절반이 모였고, 나머지 절반도 서서히 입금되고 있다. 이 같은 후원은 지난 9세기 동안 존재하며 프랑스의 주요상징 중 하나가 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전례 없는 사회운동이었다. 2017년부터 파리 대주교는 이미 성당의 상태에 대해 경고했다. “노트르담의 상태는 뼈대가 버틸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는 문화유산 자체의 존속을 위협할 것이다. 장식용 조각상들도 완전히 소실될 것이다.”(1) 첨탑, 성가대석, 후진 등 해야 할 공사가 알알이 꿰인 묵주처럼 이어져 있었다. 향후 20년간 복원공사를 진행하려면 1억 유로 긴급한 공사를 위해 당장 2백만 유로가 각각 필요했다. 바로 비올레르뒤크 첨탑에 복원작업을 위한 비계를 설치하는 공사로, 국가재산인 노트르담에 배정된 1년 치 예산과 맞먹는 금액이었다. 

2017년 5월 파리에 위치한 유서 깊은 교회와 소속 예술품들을 보존하기 위해 국가와 ‘문화유산의 미래 재단(la Fondation Avenir du Patrimoine)’ 간의 기본협정이 체결됐다. 이 협정에 의하면 연간 4백만 유로 한도에서 후원금 1유로당 국가가 1유로를 추가로 지원한다. 하지만 후원이 충분치 않자 파리 대주교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인지도가 높은 대서양 너머를 노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2017년 개시된 ‘노트르담 대성당 후원재단(la Fondation Friends of Notre-Dame de Paris)’ 프로젝트다. 

 

문화유산 복원을 퇴역군인에게?

협정 체결 2년 후인 2019년 4월 16일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 차원에서 기부금 접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전 육군 참모였던 장루이 조르쥬랭이 정부와 대통령의 ‘특별 대변인’으로 임명돼 모금과 공사가 절차대로 진행되는 것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다. 조르쥬랭의 임명은 많은 의혹을 낳았다. 87개 국가소속 성당의 유지복원 공사를 위한 자금조달이라는 문화부의 임무를 퇴역군인에게 넘긴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1월 22일 상원 내 문화위원회가 던진 이 질문에 조르쥬랭은 “마크롱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이고 국가에 대한 책임감이 크며 권위를 널리 인정받는 사람이 임무를 맡길 원했다”고 말했다. 2019년 4월 29일 정부는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와 보존을 위한 법안을 국회에 긴급히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 성당 복구공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 모든 조처를 취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을 스스로 부여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이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 환경, 건설과 문화유산 보존 관련 규정에 순응, 혹은 위반할 수도 있음을 각오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정부의 표명이라고 하기엔 이례적이다. 국가야말로 이런 규정의 최고위 수호자가 아닌가? 당연히 상원 측에서는 이 문서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평가하며 이 법안의 목적에 대해 “원활한 공사착수를 위해 보통법에 특례규정을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상원에서는 “아직 확실하게 진단된 것이 전혀 없는데도 벌써 이런 특례를 강요하는 이유”, “문화부가 복구공사를 책임질 역량이 없다는 인상을 줄 위험을 무릅쓰고 공기관을 새로 설립하는 이유” 등을 물었다.(2)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2019년 7월 29일에 공포된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와 보존을 위한 법률에 의거한 2019년 11월 28일자 법령을 참고해야 한다. 법령 제2항에 의하면 본 공기관은 “파리시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파리시 소유인 성당 주변환경, 특히 성당 앞 광장, 측면 산책로와 요한 23세 광장을 즉시 정비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성당 주변을 정비할 가능성을 생각하자 불쑥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2015년 12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도미니크 페로에게 의뢰한 프로젝트다. 도미니크 페로는 미테랑 대통령이 재임하고 필립 벨라발이 국가기념물센터 책임자이던 시절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건설한 건축가였다. 올랑드와 페로 모두 시테섬의 향후 25년간의 미래에 주목했다. 22헥타르에 달하는 섬의 면적에 대해 페로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계획의 초안은 (...) 시테섬에 약 10만 제곱미터의 땅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다. 시테섬의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10억 유로가 넘는 새로운 부동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간 방문객이 1,500만 명에 달하는 인구밀집지역인 노트르담을 중심으로 기획된 프로젝트였다. 두 사람은 노트르담에서 불과 400미터 떨어진 생 샤펠 성당의 연간 방문자 수가 50만 명에 불과한 것을 아쉽게 여겼다. 그리고 유럽 최대 방문객 수를 자랑하는 관광의 성지, 노트르담의 잠재력을 끌어내고자 했다. 특히, 노트르담을 찾는 3만5,000명의 일일 방문객들은 몇 시간 동안 기다리며 성당 주변에 머무는데 페로와 올랑드는 이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간의 구획정리만으로 악천후를 피해 산책할 수 있고 화장실, 상점가, 카페 등의 편의시설이 가까워진다. 성당 앞에 가로 135미터, 세로 100미터 면적의 광장을 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 아래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지하 납골당이 숨어있고, 거대한 유리타일로 천정을 덮어준다. 이는 분명히 다음과 같은 페로의 말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성당 근처에는 수영장, 카페, 레스토랑, 콘서트홀을 품고 세느강변에 떠 있는 선착장, 시테섬의 앞뒤 꼭지점을 이어주며, 자동차 통행이 금지된 녹지로 둘러싸인 기다란 세느강변 산책로, 강 너머와 섬을 이어주는 두 개의 다리, 곳곳에 설치된 유리창, 천정이 덮힌 통행로, 지하 상점가, 채광창으로 덮힌 지하 중앙홀...”(3)

 

두 장애물을 부숴버린 일련의 사건들

이 문화유산 개발계획에는 두 가지 장애물이 있었다. 자금조달처의 부재, 그리고 엄중한 보호를 받는 구역에서 공사에 착수하려면 필수적인 문화유산보호법, 도시계획법, 환경법 관련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862년에 국가역사기념물로 분류됐고, 1991년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 보호구역은 “쉴리 다리와 이에나 다리 사이 역사지구에 자리한 다리와 부두, 강변로, 시테섬과 생루이섬을 포함한다.” 자금조달과 법. 페로는 이 두 장애물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두 장애물을 부숴버리는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말이다. 

첫 번째 사건은 2017년 8월 파리가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것이다. 1,500만~2,0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과 2만여 명의 기자들이 모일 예정이기 때문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원일정은 급물살을 탔다. 두 번째 사건은 수많은 역사기념물이 폐쇄됐거나, 곧 폐쇄될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임대수입의 잠재력이 높은 시테섬에 자리한 대법원이나, 오르페브르 강변로 36번지에 위치한 파리 경찰청과 같은 특정 지역의 문화유산 관리에 국가 예산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시테섬에 위치한 기념물들을 현대적으로 보수하기 위해서다. 파리 지역 소재 39개 종합 병원의 연합체인 파리병원연합(APHP) 측이 소유한 파리시립 자선병원(l’Hôtel-Dieu)도 이 공사에 포함됐다. 파리시립병원은 완전히 낙후되기 직전의 상태였으나, 철거를 반대하던 이들이 주장하듯 이번 기회에 문화유산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됐다.(4) 5만5,000제곱미터의 병원 면적 중 2만2,000제곱미터가 노바시아 그룹에 임대됐는데 1억4,400만 유로에 건설허가를 포함한 80년간 유효한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성당 앞 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이곳은 이제 면적의 1/3이 의료서비스가 아닌 특별행사공간과 레스토랑, 상점 등으로 이뤄질 것이다. 화룡점정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다. 성당복구를 위한 법령 제2항 덕분에 페로의 시테섬 프로젝트가 다시 궤도에 올랐다. 제2항에 의하면 성당복구를 맡은 기관이 성당 주변환경을 즉시 정비할 수 있다. 후원금도 모였으니 이제 장애물이 모두 사라진 듯하다. 페로는 2024년 파리올림픽을 위한 센생드니 지역의 수석 도시계획가로 임명됐다. 동시에 루브르 가에 자리한 유서 깊은 우체국 건물을 럭셔리 호텔을 포함한 복합건물로 탈바꿈하는 리모델링 프로젝트도 맡았다. 페로는 노트르담에 알맞은 조건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한 후 시테섬 프로젝트에 착수할 예정이다.(5)

하지만 서둘러야 할 것 같다. 필요한 연간 예산이 3억3,800만 유로에 달하는데, 국가는 과연 충분한 재원이 있을까? 설령 국고가 충분하다 해도 시테섬 프로젝트에 할애할 용의가 있을까? 복원공사보다 돈벌이 목적의 재개발에 더 관심 있지 않을까? 세계적 건축가들의 손아래 동일한 형태와 미적 기준이 적용되면서 전 세계 도심지역의 외관이 표준화되고 있다. 관광객 유입에 따른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문화유산은 현대화, 다시 말해 획일화되고 있다. 방문객들의 행동 또한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줄을 서서 관람하고 사진을 찍고 소비하며 이 공간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식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의미를 잃은 채 기념물은 단지 ‘거쳐야 할 문화체험’으로 전락한다. 현대화 된 기념물에 공영주택, 탁아소, 아티스트 작업실 등을 약간 가미해 프로젝트의 사회공헌도를 과대포장한다. 세련된 소비 취향을 가진 이들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사회공헌이다. 국가가 실패한 자리에 민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장한다. 이는 문화유산(오뗄 드 라 마린 박물관, 루브르가의 우체국, 파리시립 자선병원 등)의 보존보다 이윤추구가 주목적으로 보인다. 역사기념물의 리모델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오늘날 대세가 된 이런 흐름은 각 기념물이 가진 기억을 지워버린다. 이는 곧 우리 역사를 뿌리 뽑는 일이다. 

기념물을 올바른 방식으로 재개발하는 길은 분명 존재한다. <라 트리뷘 드 라르(La tribune de l'art)>지의 편집장 디디에 뤼크너는 “관광객에게 1박당 1유로 이하의 숙박세를 징수하고, 스포츠계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복권수익에 1.8%의 세금을 징수하면 투입될 예산의 최소 2배를 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6) 우리의 문화유산이 속 빈 강정이 되는 것을 막는 길이다. 

 

 

글·필립 파토 셀레리에 Philippe Pataud Célérier
저널리스트 겸 작가, 현대예술 전문가. 
아시아 예술가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설립된 협회 Est-Ouest 371의 공동 창립자(2015년)이다. 자신의 웹사이트 www.philippepataudcélérier.com에 예술과 국제 관련 기사를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번역·정나영
번역위원


(1) Marc Fourny, ‘Il faut sauver Notre-Dame de Paris !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켜라!’, <Le Point>, 2017년 6월 1일.
(2) ‘Projet de loi pour la restauration et la conservation de la 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 et instituant une souscription nationale à cet effet 노트르담 대성당의 보존·복원과 이를 위한 국가차원의 기부금 접수처 설립을 위한 법안’, 문화·교육·통신 위원회 보고서’, 상원의회, 2019년 5월 22일.
(3) Philippe Bélaval & Dominique Perrault, ‘Mission île de la cité, le cœur du cœur 시테섬 프로젝트, 파리의 심장부’, <Centre des Monuments nationaux>, Paris, 2016년 12월. 
(4) ‘Une pétition pour sauver l'Hôtel-Dieu 파리시립 자선병원 보존을 위한 국민청원’, <Le Parisien>, 2020년 2월 6일. 
(5) ‘Notre-Dame de Paris - Dominique Perrault : Il faut repenser la cathédrale avec son île 노트르담 대성당 - 도미니크 페로:  복원은 시테섬과 더불어 다시 생각해야 할 것’, <Le Point>, 2019년 4월 23일.
(6) Didier Rykner, 『L'incendie de Notre-Dame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 Editions Gourcuff-Gradenigo, Paris,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