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박물관에 대한 공포를 뛰어넘어…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논쟁

2020-08-31     필립 바케 | 작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가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반환하겠다고 공약한 후 약 3년이 흘렀다. 이후 대통령이 약속한 문화재 반환은 각종 난관에 부딪혔다. 유럽의 수집가와 박물관들이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동안 아프리카 국가들은 문화재를 환수하고 보존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2019년 3월 23일 낭트의 어느 홀에서 경매가 열렸다. 경매에 부쳐진 물건은 아프리카에서 온 무기와 제례 유물 300여 점. 갑자기 아프리카-루아르 협회(association Afrique-Loire) 토마스 불리 대변인이 끼어들었다. 그는 “여러분이 이 물건을 사면 영수증을 받겠지만, 이 물건을 만든 사람들은 죽음을 받았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프랑스 정부가 약탈 등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에 관한 원칙을 이제 막 공표했습니다. 이 경매에 나온 물건들에도 적용됩니다.” 

그러자 경매인은 문화부의 요청으로 베냉 유물 30여 점을 경매품 목록에서 제외했다고 변명했다. 낭트 활동가들로부터 경매소식을 접하고 이렇게 ‘부정취득 유물 반환’을 요청한 것은 베냉 정부뿐이었다. 생제르맹데프레 고미술품 수집가연합의 이브베르나르 데비 변호사는 “이들은 대의명분에 먹칠하고 있습니다. 설령 이들이 옹호해야 할 명분이 있다 해도 말입니다”라고 반박했다. 데비 변호사는 ‘반환’이라는 개념이 두 진영(불법 소유자와 문화재를 약탈당한 국민)간의 대립을 조장한다며 개념 자체를 강하게 부정했다. 경매가 열리기 1년 반 전인 2017년 11월 28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 대학 연설에서 의견이 분분한 이 주제를 언급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문화재가 상당 부분 프랑스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지만, 타당성과 지속성을 갖춘 명분은 찾을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의 문화재가 유럽의 개인이나 박물관의 소장품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향후 5년 이내에 아프리카 문화재를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아프리카 본토에 반환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기를 바랍니다.”

2016년 7월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총리는 문화재의 ‘양도 불가’를 명목으로 파트리스 탈롱 베냉 대통령이 요구한 베냉 궁중 예술품 반환을 단박에 거절했다. 1892~1894년 알프레드 아메데 도드 사령관의 다호메이(Dahomey, 베냉의 과거 명칭) 군사정권 당시 프랑스 원정군이 ‘수집해간’ 이 유물들은 현재 파리 소재 케브랑리 자크 시라크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식민지 문화재를 마구 약탈하던 시기”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 이어 베네딕트 사부아 베를린공과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와 펠륀 사르 세네갈 가스통 베르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게 연구조사를 의뢰했다. 2018년 11월 연구결과를 모아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1) 사부아와 사르 교수는 서구에 소장된 유물 수십만 점 중 8만8,000점과 아프리카 대륙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 수천 점을 비교, 분석했다. 사부아와 사르는 “식민 시대, 프랑스가 수집 강박증에 빠져 자국 식민지 문화재를 탐닉하고 마구잡이로 거둬들였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당대의 지배 논리를 볼 때, 지역 주민들의 동의 없이 유물을 발굴해 부정한 수단이나 조건으로 취득했으리라 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 보고서가 주장하는 바는 ‘군사력을 동원해 획득한 유물은 물론, 과학적 조사나 식민통치 과정에서 수집한 유물도 모두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1960년 이후 미술품 밀매로 불법 취득한 유물의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유물 반환과 관련된 법적 걸림돌을 제거하려면, 공공 소장품에 대해 양도 불가능성과 시효 불가침성을 규정하고 있는 프랑스 국유재산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보고서 발표 직후 왕좌, 조각상, 조각문, 성 유물함, 다호메이 왕의 레갈리아(왕권의 상징물) 등 유물 26점을 베냉에 반환하기로 약속했다. 

이 중에는 2016년 베냉이 반환을 요구한 유물도 포함돼 있다. 박물관 학예사들은 프랑스 정부의 이런 방침에 반감을 표시했다. 스테판 마르탱 전 케브랑리 박물관장은 “박물관이 식민주의의 아픈 역사의 인질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규탄했고 유럽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의 아프리카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브뤼셀의 테르뷔랑 박물관 소속 줄리앙 볼페르 학예사는 벨기에 소장 유물을 반환하게 될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2) 

사부아와 사르의 보고서는 비록 공공 소장 유물만을 대상으로 삼았지만, 미술품 딜러와 개인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 대부분이 회원으로 가입된 생제르맹데프레 고미술품 수집가연합의 베르나르 뒬롱 회장은 분개했다. “프랑스가 아프리카에서 지배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중국에 맞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프랑스 대통령이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문화재 반환을 제안한 것입니다. 인류 유산에 해당하는 이 미술품이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과연 아프리카 정부들이 우리와 같은 문화유산 보존개념을 갖추고 있을까요? 이들 정부가 문화재를 매각할 권리까지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문화재 반환 발표는 교역량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고미술품 판매상 레지날 그루씨는 이미 이번 조치가 가져올 장기적 파장을 우려했다. 레지날 그루씨는 “수집가가 아니었다면 유럽에 들어온 유물의 99%가 대부분 무지와 풍화 현상, 화재 등의 이유로 유실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3) 그러나 고미술품 소장가들이 문화재 유실을 일부 예방한 공로가 있다 해도, 많은 소장가가 전쟁과 기근 등을 틈타 문화재, 고미술품을 손에 넣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 베네딕트 사부아 교수는 자신이 발표한 보고서가 프랑스보다 독일에서 더 호평받은 점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프랑스 학예사들이 보고서의 쟁점을 헤아리지 못하는 점을 유감스러워했다. “아프리카에서 인터뷰에 응한 모든 사람은 한결같이 프랑스 박물관으로부터 모든 문화재를 환수하는 것이 결코 목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런 유물이 자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훌륭한 역할을 하기도 하니까요.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유럽에 올 수 없는 아프리카의 젊은 세대가 이런 문화유산의 상당 부분을 직접 접하고, 자신의 뿌리를 알고 조상들의 창의성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미술사학자 마리세실 쟁수(금융 사업가 출신 베냉 전 총리이자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 리오넬 쟁수의 딸)는 삼각무역 시대 노예무역의 중요한 중심지인 베냉 남부 해안 도시 우이다에 현대 미술관을 개관했다.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아프리카-브라질 양식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세련된 이 공간은 아프리카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소개한다. 이중 상당수는 가족 소장품이다. 마리세실 쟁수는 “문화재 환수는 베냉 고유의 존엄성과 자부심을 재발견하는 일입니다”라고 기뻐하며 말했다. 

쟁수 재단(Fondation Zinsou)은 2006년에 케브랑리 박물관과 공동으로 베냉 남부도시 코토누에서 베한진 왕 특별전을 개최했다. 3개월 동안 무려 27만5,000명이 이 특별 전시회를 관람했다. 마리세실 쟁수는 “매우 성공적인 전시였다”면서도 “그러나 많은 베냉 사람들이 전시가 끝난 후에 왜 그들의 유산을 프랑스로 돌려보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물 반환은 일회성 생색내기”

코토누 소재 프랑스-베냉 문화유산 협력 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은 알랭 고드킨트 씨는 “우리는 중장기적으로 프랑스의 결정을 피동적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베냉이 이런 문화재의 소유권을 되찾는 것입니다. 문화재가 공식적으로 베냉에 반환되면 파리나 아보메(Abomey), 다카르를 순회하며 전시될 것입니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문화재의 향방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환을 기다리는 동안 문화재를 어디로 돌려보낼지 결정해야 한다. 많은 식민지 시대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여러 박물관, 그중에서도 특히 아프리카연구소(IFAN)가 설립한 아프리카 국가의 박물관들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돼, 소장품을 도난당하는 일이 흔했다. 2016년 베냉의 예술가 로뮈알드 하주메는 자국 박물관들의 취약한 실태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며 전시품 도난이 수없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주메는 심히 불쾌해하면서 “우리 문화는 무려 50년 동안 외면받아왔다”고 말했다.(4) 그는 베냉 왕실 유물 26점 반환이 ‘일회성 생색내기’ 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유물들을 다시는 뺏기고 싶지 않습니다.”

당초 베냉에 반환될 유물들을 수용할 적합한 장소로 아보메 역사박물관이 지정됐어야 마땅하다. 이 박물관은 17~19세기까지 아보메 왕국을 다스린 12명의 왕이 세운 광활한 아보메 왕궁 부지에서 유일하게 대중에게 개방된 두 건물 안에 들어서 있다. 올해 초 왕궁을 신속히 재건한 후에 왕실 유물 일부를 다시 한번 선보이는 전시가 열렸다. 

하지만 전시관의 커다란 유리 진열장은 텅 비어있었다. 이 자리에는 전장에서 베냉 왕들이 발휘한 신비한 힘을 상징하는 신성한 대도(大刀)가 있었지만, 이 유물은 2001년에 도난 당해 이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도 없이 수많은 절도와 화재를 겪은 이 박물관에서는 문화재 보존을 보장할 수 없다. 이제 같은 궁터에 새로 들어설 아마존과 다호메이 역사박물관에 반환 문화재 26점이 소장될 것이다. 프랑스 개발청이 1,200만 유로를 지원했지만, 아직 공사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베냉 문화재 홍보 및 관광 진흥청(ANPT)의 조제 플리아 프로그램국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문화재를 즉각 반환한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을 듣고 우리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탈롱 대통령의 생각은 사뭇 명료합니다. 문화재 환원이나 복구된 기억 같은 상징을 넘어, 문화재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가 가장 중요한 것이죠. 프랑스에서 반환되는 유물은 관광을 활성화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게 될 것 입니다.” 베냉 대통령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관광분야 육성을 위해 ‘베냉의 발견’이라는 대대적인 투자 유치 계획을 수립하고 자연유산의 가치 확산, 지중해 해변 스타일의 해안유적지 개발, 동물공원의 사파리 운영, 그리고 최소 4개 이상의 박물관 설립 등의 내용을 담았다.(5)

하지만 국가재정이 부족한 가운데 2명의 프랑스인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해 관광 수입이 줄었다. 그러자 베냉 정부는 세금수입으로 진행하려던 2개 공공사업을 포기했다. 아보메 대학교 공예 고미술 문화 진흥원장 디디에 우에누데는 온갖 분야를 뒤섞은 정부 계획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정부가 문화재 회수를 요구한 이유는 대규모 관광을 촉진하려는 것입니다. 문화재가 순전히 돈벌이를 위해 악용될 위험이 있는 것이죠.”

대학에서 고고학과 선사학 강의를 하는 디디에 은다는 왕궁 공사현장에서 조가비 크기의 아주 오래된 화폐 유물을 발견했다. 흔히 보기 힘든 독특한 유물도 여럿 출토됐다. 그는 “프랑스에서 반환할 왕실 유물이 학술연구에도 잘 활용됐으면 합니다. 역사적 맥락에서 학술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자신의 희망을 밝히면서 학자들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했다. 디디에 은다는 아보미칼라비 대학에 있는 작은 연구실에서 현지의 척박한 여건에서 어렵게 추진 중인 발굴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화재 조사도 없이 세계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며 건설사업을 무턱대고 진행해 유적지가 여러 개 파괴됐다. 게다가 사전 조사도 생략한 채 중국이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송유관 사업으로 여러 유적지가 파괴될 위협에 처해 있다. 디디에 은다는 전국을 다니면서 지역 주민들이 종교 유물이나 성물, 문화 유물 등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중에는 몇 세기가 지난 유물도 있었는데, 지역 원로들은 그에 관한 역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디디에 온다는 “발굴사업을 벌여, 지역 유물에 얽힌 문화를 샅샅이 밝혀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관광을 활성화하기 전에 유물의 문화적·유산적 가치를 지역 주민들이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유물을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도 중개상에 의해 고고학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많은 유물이 팔리거나 도난되고 있다. 골동품상을 통해 해외 수집가들에게 밀매되는 등 문화유산의 해외유출은 끝이 없다.(6)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물건은 베냉에 널리 퍼진 정령숭배 신앙인 부두교와 관련된 공예품이다. 

 

 

지켜지지 않은 마크롱의 반환 약속

베냉 현대미술계의 유명 조형예술가 도미니크 징페는 베냉에 머물렀거나, 거주 중인 서양미술품 수집가들이 이런 상황을 부추겼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미술품을 마을에서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가난에 찌들린 사람들은 조부모님 집에 있는 물건까지 훔쳐서 그들에게 팔곤 하니까요.” 도미니크 징페는 덧붙였다. “훔치는 사람은 장물을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수집가들은 각종 제례에 쓰는 성물(聖物)만 찾습니다. 우리 종교에 필수적인 성물을 유출하는 것은 정말 나쁜 짓입니다.” 중개상들은 이슬람교와 복음주의 교회의 영향력을 악용해서 신자들에게 악령이 들린 장신구를 처분하라고 부추긴다. 

포르토노보 아프리카 문화재 학교(EPA)의 프랑크 오구 교장은 한탄했다. “프랑스 박물관에 전시된 베냉 유물 개수는 파악이 가능하지만 골동품상과 개인 수집가가 유출해온 유물의 수는 파악이 불가합니다. 국경선은 감시가 허술하고 통제가 어렵습니다.” 원칙적으로 진품은 베냉 밖으로 반출할 수 없다. 모조품도 문화재 사무소에서 발급한 증명서가 있어야 해외로 내보낼 수 있다. 디디에 은다는 “수집가들은 진품을 모조품으로 바꿔 반출하고 있다”며 “유물의 유출을 적발할 수 있는 세관원을 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밀거래를 퇴치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지난 1월 17일 베냉의 경제 수도 코토누 교외에 자리한 다호메이 왕실 전시관(Petit musée de la Récade)에는 예사롭지 않은 행사가 거행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프랑스 대사, 베냉 문화부 관계자, 아보메 왕족 후손, 생제르맹데프레 고미술품 수집가연합, 예술가 한 무리, 그리고 대학생들 앞에 아보메 왕실 유품 30여 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시품은 전형적인 다호메이 왕홀(王笏) 여러 점과 왕권을 상징하는 유품이 주를 이뤘다. 다호메이 왕실 전시관은 생제르맹데프레 고미술품 수집가연합과 프랑스 미술상 로베르 발루아 후원을 받아 2015년에 설립됐다. 

로베르 발루아는 베냉 현대미술품을 대거 소장 중이다. 전시관은 이미 약 4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지만 새로 추가된 유물은 전시의 품격을 한층 드높였다. “우리에게 문화재 반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베냉의 문화유물을 베냉에 돌려주고자 이 전시관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로베르 발루아가 강조했다. 그러나 생제르맹데프레 고미술품 수집가연합의 변호사 이브베르나르 데비의 눈에 이 전시관은 ‘프랑스의 후원과 재원으로 세워진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의 박물관’이었다. 

문화재 반환 반대론자들은 이처럼 세간의 이목을 끄는 전시를 통해 자신들이 주장에 타당성을 부여하려 했다.(7) 이 전시는 반대론자들이 프랑스 문화부에 보낸 일종의 야유인 셈이다. 전시에 선보인 소장품 30여 점은 다름 아닌 2019년 3월에 문화부 요청으로 경매품 목록에서 제외됐던 바로 그 유물이기 때문이다. 이후 베냉 정부가 해당 유물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고, 생제르맹데프레 고미술품 수집가연합은 당초 계획대로 이를 2만4,000유로에 사들였다. 

“베냉 정부는 그 유물들을 충분히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아프리카-루아르 협회 토마스 불리 대변인이 분개했다. “자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의지에 의구심이 듭니다. 문화재 환수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엉켜있어서 국익은 뒷전이 되곤 합니다.” 불리 대변인은 세네갈로 전달된 과거 프랑스령 서아프리카(1895~1958년, 아프리카대륙 중서부 프랑스의 식민지 연방-역주) 유물 수천 점이 여전히 다카르에 있는 아프리카연구소 지역 사무소에 보관돼 있을 뿐 아니라, 원래의 유물 지역에 돌려줄 계획은 전무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와가두구에서 연설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는 반환할 문화재 목록도 만들지 않았고, 문화재법도 개정하지 않았으며, 유물을 반환하지도 않았다. 2019년 11월 17일 에두아르 필리프 당시 프랑스 총리는 주요 무기 거래 체결에 앞서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에게 오마르 사이두 탈(1794~1864, 프랑스 식민 지배에 대항해 투쟁을 이끈 서아프리카 통치자)이 쓰던 칼을 전달했다. 다카르 소재 아프리카 문명 박물관(Musée des civilisations noires)에 5년 동안 대여하는 조건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잡음을 일으킨 마크롱 대통령의 ‘개인적 바람’은 결국 세일즈 외교도 아닌 그저 가능성이 희박한 소망에 그치고 말았다. 

 

 

글·필립 바케 Philippe Baqué
저서 『Un Nouvel Or noir, pillage des œuvres d'art en Afrique 새로운 검은 금, 아프리카 예술품 약탈』(Agone, 2021년 재발행 예정).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Bénédicte Savoy, Felwine Sarr,  ‘Restituer le patrimoine africain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 Philippe Rey/Seuil, 파리, 2018년.
(2) Nicolas Truong, ‘Restitutions d’art africain: “Au nom de la repentance coloniale,des musées pourraient se retrouver vidés 아프리카 미술품 반환: 식민지 시대를 참회의 명분으로 박물관이 텅 빌 수도”’, <르몽드>, 2018년 11월 28일.
(3) Réginald Groux, ‘Restitutions: et si on faisait un peu d’histoire… 문화재 반환: 역사 되짚어보기’, <La Tribune de l'art>, 파리, 2018년 12월 4일.
(4) Romuald Hazoumé, ‘Cela fait cinquante ans que la culture béninoise est à l'abandon 베냉 문화가 외면당한 지 장장 50년이 지났다’, <Télérama>, 파리, 2016년 9월 17일.
(5) Jean-Christophe Servant, ‘Protection de la nature, safaris et bonnes affaires 중국 품 안의 잠비아, 깊어가는 서구의 고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0년 2월호.
(6) Philippe Baqué, ‘Enquête sur le pillage des objets d'art 미술품 약탈에 관한 조사’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5년 1월호.
(7) ‘Retour au Bénin de vingt-huit objets appartenant aux anciens rois d’Abomey 베냉으로 돌아가는 아보메 왕조 유물 28점’, <르몽드>, 2020년 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