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녘의 비엔나

2020-08-31     에블린 피에예 | 문화비평가

30여 년 전, 조르주 퐁피두 센터는 <1880-1938, 빈, 세기의 탄생> 이라는 제목으로 인상적인 전시회를 열었다.(1) 당시 사람들은 전쟁으로 혼란스러워진 시기 속에 피어난 예술적 생명력에 의아해하며, 불안한 심정으로 세기말을 맞이했다. 사람들은 옛 중앙 유럽, 특히 ‘이중 군주제’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매력에 열광했지만, 이후 다른 주제들에 눈을 돌렸다. 

로잔에서 열린 전시회에 출품된 이 책은,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를 통해 이 중부유럽의 전성기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듯하다.(2) 이 책에 수록된 많은 이미지들은, 화가들과 건축가들의 독창성을 가늠하기 충분할 만큼 세부적인 묘사에 충실하다.  반면 이 책의 텍스트는 전시회의 핵심 주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들 예술가들이 <인간과 세계의 접점인 살갗>을 통해, <전부와 전무(全無) 사이 인간 존재의 민낯>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것이다. 아, 이것은 다른 예술사조들과의 비교·대조에 소홀한, 그리고 정치·사회적, 지식적 맥락을 크게 간과하고 있는 빈약한 분석이다.  

 

 

글·에블린 피에예 Evelyne Pieiller
작가. 문화비평가. 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극작가 겸 영화배우. 격주간지 <La Quinzaine littéraire>에도 비평 기사를 쓰고 있다.

번역‧김명효 
번역위원


(1) <Vienne, 1880-1938, L’Apocalypse joyeuse 비엔나, 1880-1938 즐거운 묵시록>, Jean Clair, Éditions du Centre Pompidou, 1992년.
(2) 『A fleur de peau. Vienne 1900, de Klimt à Schiele et Kokoschka 피부로 느끼는. 비엔나 1900, 클림트부터 실레와 코코슈카까지』, Catherine Lepdor, Camille Lévêque-Claudet, Hazan, Paris,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