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북적대지 않는다
인구가 너무 많은가? 몇 가지 목적에 따라 산아를 제한해야 하는가? 산전이나 산후에 아이의 생존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가? 부모가 올바른 자질과 자녀 키울 능력이 있는지에 관계없이 출산은 늘 장려해야 옳은가? 인간이 생식 과정에 관여할 권리가 있는가? 문화적·도덕적 규범을 지닌 체계적인 국가가 탄생하면서, 인류는 수많은 질문에 직면해 있다.
2008년 과잉인구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일시적으로 세계 식량 재고량이 줄어들고, 환경 파괴가 가속되면서 과잉인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통계수치에 나타난 현실도 결코 안심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전세계적으로 우리가 먹여 살려야 할 입이 하루 21만8천 개, 1년이면 8천만 개씩 늘어났다. 세계인구는 70억 명에 육박했고, 그와 더불어 식량 수요도 급증했다. 한정된 자원에 인구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원문 보기>>
인류가 과잉인구를 고민한 것은 결코 21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가 아니다. 21세기가 되기 전, 인구가 2억 명이 채 안 되던 시기에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가 엄격하게 산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과잉인구는 숫자가 아닌 문화의 문제였다. 성경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가르침을 내린 이후, 인구 증가 지지자와 산아 제한 지지자 사이에는 뜨거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전자는 과잉인구가 허상에 불과한 개념이라고 비판했고, 후자는 과잉인구가 종국에는 비극적 결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플라톤의 인구 걱정은 치안 걱정
아주 오랫동안 인류는 인구를 측정할 능력이 없었다. 신뢰할 만한 수치가 없으니 과잉인구를 둘러싼 논쟁은 당연히 철학적·종교적, 혹은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 인구통계 자료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오늘날, 인구 논란은 여전히 대체적으로 이념 혹은 정치노선에 의해 좌우된다. 한편 과잉인구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느냐는,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이나 삶의 가치에 기본적으로 어떤 신념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과잉인구 문제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인구 논쟁이 우리 삶과 밀접하게 관련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몇천 년 동안 인류는 출산율이 너무 낮아 걱정했다. 하지만 13세기 말과 14세기 초 유럽과 같이, 일정 시기가 되면 나라 전체나 지역이 심각한 과잉인구 문제(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문제지만)에 직면하게 된다. 심지어 신학자가 입장 변화를 보이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정조’라는 도덕적 관념과 우월적 가치로서의 처녀성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고, 피임 찬반론이 일어났다. 한편 오나니즘(형이 죽자 형수와 결혼해 자식을 낳으라는 신의 지시를 어기고 ‘형의 자손’을 낳지 않기 위해 땅바닥에 사정을 한 ‘오난의 죄’)을 금지한 성서의 가르침을 두고 오랫동안 논란이 지속됐다.
4만 년 전만 해도 지구상 인구는 전부 합해 약 50만 명에 불과했다. 과잉인구로 인한 위기는 아주 먼 미래 이야기로만 여겼다. 대신 이 시기 사람들에게는 사냥터에서 잡아온 사냥감을 저장할 만한 공간이 필요했다. 저장고 확보는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였다. 수렵과 채집에만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1인당 필요로 하는 공간은 10~25㎢였다. 그 정도 공간을 확보하려면 어쩔 수 없이 부족 규모를 엄격히 제한해야 했다. 결국 과잉인구란 사용 가능한 자원의 양이 얼마인지에 따라 변화하는 가변적 개념인 셈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과잉인구 하면 흔히 비좁은 장소에 사람들이 발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린다.
인류는 금세 숫자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이를테면 그리스 도시국가는 험난한 산악 지대가 많아 폐쇄적 구조를 띠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별로 개별 도시국가가 형성됐다. 공간이 비좁고 닫혀 있는 탓에 사람이 많으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리스 도시국가는 일찍이 인구학적 요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정치적으로 출산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플라톤은 2개의 주요 ‘대화’ 편인 <국가>와 <법률>에서 사용 가능한 자원과 공간에 따른 최적인구를 규정했다. 이상적인 인구 수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사회를 조직하고 운영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그와 유사한 인구론을 펼쳤다. 그는 “무조건 인구가 많아야 도시국가가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1) 그러면서 “인구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질서 확립이 어렵다. 시민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통제에 어려움이 생긴다. 또 서로 안면을 아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욱이 수많은 군중에 묻혀 외국민이나 거류 외국인(메테크)이 그리스 시민을 사칭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2) 시민, 특히 빈곤층이 많으면 사회 소요가 일어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량이나 자원 때문이 아니라 질서 유지 측면에서 인구 증가를 우려했다. 고대 그리스의 인구론은 이미 근·현대 인구론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폭넓게 포괄하고 있었다. 당대 인구론에는 우생학과 맬서스주의, 심지어 외국인혐오주의까지 총망라했다.
신학이 개입한 인구학, ‘낳느냐 참느냐’
3~5세기, 기독교 발전과 더불어 국가는 모든 인구통제 정책을 포기한다. 이제 출산과 관련한 문제는 시민이나 정치의 문제에서 종교나 도덕적 영역의 문제로 넘어간다. 처녀성과 결혼, 재혼을 둘러싼 가치 논쟁에도 불이 붙는다. 이를테면 처녀성은 모두가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는 우월적 가치인 반면, 금욕주의 풍토에서 결혼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재혼은 단죄의 대상이 됐다. 사회에는 금욕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그 분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었다. ‘인구를 늘릴 것인가, 줄일 것인가?’ ‘출산을 장려할 것인가, 억제할 것인가?’ 기독교도에게는 해답이 신의 말씀 속에 있었다. 하지만 성서의 가르침은 모순으로 가득했다. 그 결과, 초기 기독교 교부(‘교회의 아버지’란 뜻으로, 5~8세기 교리의 정립과 교회 발전에 이바지하면서 신앙이나 교회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의 역할은 온갖 수사학으로 교리를 비틀고 미화함으로써, 신의 말씀에 아무런 모순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만드는 일이었다.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은 곧 하나였다. 비록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에게는 생육을 명하고, 훗날 신약에서 사도 바울에게 “남자가 여자를 가까이 아니함이 좋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이런 신학적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학자에게 불가능한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신학자들은 구약의 가르침은 명쾌하다고 결론지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그리고 다산하라.
중세시대의 상대적인 과잉인구 현상은 현실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 11세기 말부터 서구인은 수의 위력을 잘 활용했다. 중세인들은 자신이 수적인 면에서 우월하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이를 무기로 삼았다. 이를테면 1095년 교황 우르바노스 2세는 예루살렘에 수많은 기사단을 파견했다. 훗날 십자군은 서에서 동으로 수많은 군사를 끊임없이 파견하며 무훈을 쌓는다. 기독교 가르침에 따른 인구 증가가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19세기 초까지 서구 세계에는 인구 논쟁이 계속 이어졌다. 성직자, 지성인, 신학자, 철학자, 작가가 바통을 주고받으며 인구론을 정립해갔다. 과잉인구에 대한 공포와 대대적인 인구 감소의 충격, 인구 번성의 유토피아와 신의 질서만이 이 땅의 인구를 조절할 수 있다는 불변의 믿음 등이 이어졌다. 서구인에게 ‘불굼 페쿠스’(Vulgum Pecus), 즉 ‘대중’은 때에 따라 재앙을 의미하기도 풍요를 상징하기도 했다. 비록 통계학적 도구는 빈약하기 짝이 없었지만, 저마다 인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바람직한 인구의 모습을 제안했다. 과소인구인가, 과잉인구인가? 수세기에 걸쳐 인류의 생존에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를 놓고 논쟁이 지속됐다.
“낳아서 번성하라”… 구약의 판정승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면서, 토머스 맬서스(4)의 저작을 시작으로 인구론사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영국의 목사이자 경제학자인 맬서스는 “인구 증가 속도가 식량 생산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고 했다. 그 결과 불가피하게 인구 폭발과 대규모 기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예견했다. 만일 늘어나는 인구를 통제하지 못하면 급격하고 고통스러운 결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자연이 스스로 ‘잉여 인간’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출산율을 제한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빈곤층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가난한 이들이 좀더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도록 유인하는 것이었다. 책임감 있는 태도란 처자식을 부양하거나 교육할 능력이 있을 때만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것을 의미했다. 맬서스는 빈곤층이 급격히 확산되는 것은 인류에게 위험한 일이라 보고 빈곤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맬서스 이론에 대해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은 “과잉인구라는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빈곤이 확산되는 이유는 불공정한 사유재산제도로 인해 일부 계층에게 권력이 편파적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한편 인구학적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카를 마르크스도 맬서스를 노동계급의 적으로 여겼다. 마르크스는 그를 “과학을 반역하고, 인류의 명예를 훼손한 죄를 저지른 오만불손한 지배계급의 앞잡이”로 취급했다.(5) 마르크스는 맬서스가 인구가 항상 자원의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난다는, 시대나 장소에 따라 결코 변하지 않는 절대적 자연 법칙인 ‘인구 법칙’을 신봉하는 것을 비난했다. 마르크스는 “이 추상적이기 짝이 없는 인구 법칙이란 동식물의 세계에나 존재하는 것이다. 적어도 인간이 이에 중대한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 수가 아니라, 부의 재분배다”라고 지적했다.(6)
맬서스와 프루동, ‘폭발이냐 분배냐’
인구 논쟁은 인류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20세기 중반까지 계속 이어졌다. 1950년 30억 명이던 인구는 2000년 60억 명으로 급증했다. 더 이상 단순한 인구 증가라고만 볼 수 없었다. 가히 인구 폭발이라 부를 만했다. 인구학자, 경제학자, 지리학자뿐 아니라 철학자, 역사가, 민족학자, 심지어 정치가까지 가세해 불꽃 튀는 인구 논쟁을 벌였다. 어떤 이는 환경에 관계없이 아이는 많이 낳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이는 산아를 제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어떤 이는 불평등한 개발이 문제지, 과잉인구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한 반면, 또 다른 이는 수억 명의 인구를 굶주림으로 죽게 만드는 출산 장려자의 살인자에 가까운 광기를 비난했다. 1980년대부터는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이 인구론에 가세하기 시작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맬서스주의에 반대하는 이들은 당시 진행 중이던 인구전환(다산다사에서 소산소사에 이르는 전환) 현상에서 위안을 찾는다. 가난한 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급감했다. 인구전환 현상은 1934년 아돌프 랑드리가 말한 ‘인구혁명’을 더욱 강하게 뒷받침했다. 이제는 재화 생산이 크게 증가한 덕분에 ‘인구 대 자원’의 문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 이상적인 인구란 ‘행복’이라는 문화적인 개념, 다시 말해 양이 아닌 질 차원의 개념을 지향하게 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구는 2050년에는 90억 명, 2150년에는 100억 명 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다. 대부분의 인구학자가 주장하듯 지구는 100억 명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어찌 70억 명을 과잉인구라고 표현할 수 있겠는가? 지구상에 영양실조를 겪는 사람이 10억 명이나 되고 빈곤한 사람이 그 2배에 이르지만, 이는 그저 자원 재분배가 공정하지 않은 탓일 뿐이다. 재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진다고 반드시 100억 명을 바람직한 수치라고 볼 수 있을까? 어쨌든 아무리 배불리 먹는 100억 명이라고 해도 100억 명은 100억 명이지 않은가.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1997년 살만 루슈디는 그해 태어날 ‘60억 번째 세계 시민에게 보내는 편지’(7)를 썼다. “상당히 흥미로운 종족의 새로운 일원이 된 너는 머잖아 6만4천 달러(미국의 1인당 GDP 추정치)에 두 가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란다. 어느 순간부터 나머지 59억9999만9999명도 궁금하게 여겨온 질문이지. 대체 우리는 어쩌다가 지금의 처지가 됐을까? 이런 상황에서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러면 이런 대답이 돌아올 거야. 그런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먼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저 위’에 계신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먼저 믿어야 한단다. 많은 국가들이 인류의 수가 폭증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은 모두 그분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는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들의 광기가 어느 정도 한몫했어. 아마 너는 살아 있는 동안 90억 번째 세계 시민이 탄생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거야. 종교가 산아 제한에 반대하는 바람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게 됐다는 사실을, 그리고 또 반대로 종교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란다.”
루슈디가 60억 번째 세계 시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 지 13년이 지나는 2011년이나 늦어도 2012년 초가 되면, 비로소 70억 번째 세계 시민이 탄생하게 된다. 이 아이는 10 중의 7은 아주 가난한 나라, 그것도 열악한 가정에서 태어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이 아이에게 환영의 편지를 써야 할까, 아니면 사죄의 편지를 보내야 할까?
글·조르주 미누아 George Minois
소르본대학 교수. 학술지 <인구와 미래> 발행인. 이 글은 그의 최근 저서 <숫자의 위력>(페랭 출판사·파리·2011)에서 발췌했다.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각주>
(1)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7장, 4, 1326a.
(2) 같은 책.
(3) 티투스 리비우스, <로마사>.
(4) 토머스 맬서스, <인구원칙에 관한 에세이>, 1803.
(5)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6) 같은 책.
(7) 이 글은 <Ther portable atheist>(크리스토퍼 히친스·다 카포 출판사·필라델피아·2007)에 인용된 살만 루슈디의 책 <Imagine there’s no Heaven>에 실렸다.
용어 설명
중위연령 Median Age 한 나라(혹은 한 지역)의 전체 인구를 연령별 인구수로 순서대로 나열해 균등하게 2분등한 연령. 프랑스 본국의 2010년 중위연령은 40.1살이다. 즉 전체 인구의 절반이 40.1살 이하이고, 나머지 절반이 40.1살 이상이다.
인구감소 연령집단 Small Age Group 전세대 혹은 후세대에 비해 인구가 감소한 세대를 뜻한다. 전쟁이나 출산율 감소가 원인이다.
인구밀도 Density 어떤 지역의 단위 면적에 대한 인구 비율을 뜻한다. 보통 ㎢당 인구수(명/㎢)로 표현한다.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모나코(1만6235명/㎢)이고, 가장 낮은 지역은 몽골(1.8명/㎢)이다. 프랑스의 인구밀도는 114, 미국은 31이다.
자연적 인구감소 Depopulation 사망률에 비해 출산율이 저조한 현상을 의미한다. 태어나는 사람의 수가 사망하는 사람의 수보다 적으므로 ‘자연적 인구감소’라고 부른다. 이민자 유입에 의해 부족한 출산율이 상쇄되는 경우 ‘일반적 인구감소’(Population Decrease)로 보지 않는다.
출생시 기대수명 Life Expectancy at Birth 한 집단의 인구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수명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출생시 기대수명은 1900년 45살, 2000년 79살, 2010년 81.6살이었다.
건강기대수명 Healthy Adjusted Life Expectancy 심각한 장애 없이 한 집단의 인구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수명을 의미한다. 프랑스인의 건강기대수명은 63.3살(여성 64.3살, 남성 62살)이다.
인구한파 혹은 인구학적 겨울 Demographic Winter 인구전환(아래 참조) 후반기에 한 나라의 사망률은 안정세를 보이지만, 출생률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인구고령화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다.
합계특수출산율 Total Fertility Rate 연령별 출산율을 합산해 계산한 통계지수(여성 1명당 자녀 수)를 의미한다. 프랑스의 경우 2008년 합계특수출산율은 여성 1명당 자녀 1.98명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여성 1만 명당 자녀 수가 1만9882명인 셈이다. 이 수치는 15살 여성(여성 1만 명당 자녀 5명), 16살 여성(여성 1만 명당 자녀 19명), 17살 여성…, 그리고 49살 여성(여성 1만 명당 자녀 1명)까지의 출산율을 모두 합산한 결과다.
기업의 주재원 파견에 따른 이민 Entrepreneurial Migration 기업이 국외에 직원을 파견하면서 이루어지는 이민을 뜻한다.
경제이민 Economic Migration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외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출신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 외국의 생활 여건이나 노동조건이 이주 동기다. 때로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극단적 방법으로 경제이민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새로운 직업에 대한 비전을 찾아 이민 가는 사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족이민 Family Migration 가족 전체나 일부가 이미 외국에 사는 1명 이상의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외국으로 이주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족재결합’(Family Reuniting)이라고도 부른다.
연령피라미드 Age Pyramid 인구의 연령별·성별 분포 형태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나타내는 2개의 막대그래프가 서로 겹치는 모양으로 그려진다. 수직은 연령층을, 수평은 연령대별 인구수를 나타낸다. 어린이가 고령자보다 적을 경우(피라미드 하단이 더 좁으면) ‘역연령피라미드’라고 부른다.
총부양비 Total Dependency Ration 생산 가능 연령 인구에 대한 고령층 및 유년층(어린이·청소년)의 비율을 의미한다. 고령층과 유년층은 건강하고 안락한 생활을 위해 경제활동 가능 연령층에 경제적으로 의존한다.
출생성비 Masculinity of Birth 일정 인구의 여아에 대한 남아 비율을 의미한다. 출생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많은 아시아 국가(중국·인도 등)가 남아선호로 인해 불균형한 출생성비를 보인다.
인구변천 단계 Demographic Regime 한 나라의 출생률과 사망률이 각기 어떤 특징을 보이고, 또 출생률과 사망률의 관계가 어떤 양태를 띠는지 나타낸다.
자연증가율 Rate of Natural Increase 일정한 연도를 기준으로 본, 일정 인구에 대한 출생자 수와 사망자 수의 차이를 뜻한다.
영아사망률 Infant Mortality Rate 출생 후 1년 동안 생존한 아기 1천 명당 태어난 지 1년이 되지 않아 사망한 아기 수의 비율.
유아사망률 Child Mortality Rate 출생 후 5년 동안 생존한 유아 1천 명당 태어난 지 5년이 되지 않아 사망한 유아 수의 비율.
유아청소년사망률 Infant-Jevenile Mortality Rate 초기 출생자 수 대비 생후 1년부터 성인이 되기 전 사망한 사람(즉, 어린이와 청소년) 수의 비율.
모성사망률 Maternal Mortality Rate 일정 연도의 생존 출생자 수 10만 명에 대한 출산 및 산후 부작용으로 사망한 여성 수.
인구전환 Demographic Transition 사망률과 출생률이 모두 높은 단계에서 사망률이 낮은 단계로 인구가 이행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인구전환의 기간과 강도는 경우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국가별 출산율 변화
알제리
알제리 독립 당시 출산율은 여성 1인당 자녀 수 8명 이상으로, 아랍권에서 출산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였다. 인구구조 변화는 이웃 국가에 비해 뒤늦게 시작됐는데, 알제리 정부의 출산장려정책보다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정책 유지를 가능하게 한 연금 경제체제라는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20년간 출생률이 급감하면서 튀니지나 모로코와 비슷한 수준이 됐으나, 2000년부터는 이웃 국가와 상반되는 양상을 띠면서 점차 출산율이 증가했다. 정치적 폭력이 줄어들고 경제위기가 점차 해소되면서 혼인 건수도 증가했다(2005년 28만 건이던 혼인 건수가 2009년 34만1천 건이었다).
리비아
인구가 적고 연금생활 국가인 리비아는 걸프만 산유국들의 인구구조 변화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오랜 기간 출산장려 정책은 석유 수익에 의존한 관대한 재분배 정책과 맞물려 실시됐다. 그러나 석유 파동의 반작용과 국제적 무역제재를 겪으며 출산율이 감소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출산율은 여성 1명당 2.4명이었다.
이집트
현재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는 상반되게, 이집트의 인구 변화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국토 전체 면적의 4~5%만 거주에 적합하기 때문에 인구밀도가 매우 높지만, 인구는 연간 2%씩 증가하고 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높은 출생률이 이어질 것이다. 여성 1명당 약 3.25명의 출생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모로코나 튀니지의 출생률보다 50% 높은 수치다.
요르단
교육 증진과 문맹 퇴치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요르단의 출생률은 여성 1명당 3.5명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며, 10여 년 전부터 안정적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계 중심적 전통에서 벗어난 마그레브 지역과는 달리, 여전히 부계 중심 사회가 깊게 뿌리박고 있어 남아 출산이 중요시되고 있다. 종파 간 또는 지역 간 경쟁과, 팔레스타인계 또는 트랜스 요르단계 출신에 따른 경쟁으로 높은 출산율이 지속되고 있다.
레바논
여성 1명당 1.69명의 출산율로 아랍권에서는 예외인 경우에 속한다. 내전 종결(1976~90) 뒤부터 1960~70년대 인구 경쟁은 사라졌다. 하지만 정도 차이는 있으나 마론교(레바논 지역의 가톨릭교), 시아파, 그리스정교, 천주교, 수니파 및 드루즈파에 걸쳐 종파에 따른 인구 경쟁 양상은 여전히 남아 있다.
터키
터키는 인구 대체 수준인 여성 1명당 2.09명에 못 미치는 출생률을 보이기 시작했다. 즉 1996년과 97년 네지메틴 에르바칸 정부처럼 지금의 무슬림 정부도 출산장려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자녀수는 전적으로 부부 선택에 달려 있어, 자녀 수를 줄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란도 터키와 비슷한데, 무슬림 정권임에도 여성 1명당 1.83명이라는 낮은 출산율을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놀랍게도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출생률은 여성 1명당 3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 추세에 있다. 반면 식민통치하에 있는 예루살렘 동부 지역을 포함한 시조르다니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출생률은 최초 인티파다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출생률을 보인 후로 계속 감소 하고 있다. 현재 출생률은 여성 1명당 3.6명이며,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시조르다니의 출생율은 3.1명, 가자지구는 4.7명이다. 이스라엘 아랍인들은 출생률이 여성 1명당 3.4명으로 이스라엘 유대인의 출생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번역·김윤형 hibou98@naver.com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