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붕괴의 트라우마, 러시아가 비어간다

2011-06-07     필리프 데캉

출생률 저하, 높은 사망률, 이민자에 대한 공포…. 201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러시아는 확실히 인구 감소 추세에 직면했다. 이런 현상은 소련의 붕괴와 연관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척도를 보여준다.

러시아의 인구 위기를 증명하는 자료를 구하러 기후차가 극심해 접근이 어려운 지역까지 갈 필요는 없다. 모스크바에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트베르 지역은 지난 10년 동안 신생아가 1명 태어날 때마다 2명이 숨졌다. 지난해 가을에 실시한 초기 인구조사 결과, 이 지역 주민은 132만 명에 불과했다. 지난 20년 동안 이 지역은 주민의 18%(30만 명) 이상이 줄었다.

소련 붕괴 20년 만에 600만 명 감소

모스크바발 지역 열차 ‘엘렉트리치카’의 객실 안. 혼자 사는 나이 많은 여성들이 몇 가지 주방용품을 남몰래 팔기 위해 꼬리를 물고 지나다닌다. 그들은 얄팍한 연금을 어떻게든 벌충해야 한다. 얼어붙은 볼가강 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얼음 구덩이를 파고 있다. 그들이 추위를 이겨낸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확 트인 이즈바 마을. 전나무로 만든 러시아 북부 농촌의 통나무집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대도시 모스크바를 둘러싼 콘크리트 기둥들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통나무집들은 오래전부터 비어 있다. 트베르대학의 지리학자 안나 추크키나는 “이 지역의 9500개 마을 중 절반은 상주 주민이 10명도 채 안 된다”고 했다.(1)

1991년 말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러시아는 대략 600만 명의 인구가 감소했다. 옛 소련의 ‘위성 공화국들’에 정착했던 러시아인들의 본국 귀환에도 불구하고, 낮은 출산율의 여파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영토는 중국보다 2배나 넓은데 국민은 고작 1억4290만 명뿐이다.(2) 모스크바국립대학의 인구통계학연구소 소장 아나톨리 비시네프스키는 “광활한 영토에 주민이 적은 것이 러시아의 가장 큰 빈곤이다”라고 했다.

유엔은 2025년 러시아의 인구가 1억2천만 명(평균 시나리오는 1억2870만 명)으로 줄고, 이후 상황은 더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했다. 러시아연방통계청(ROSSTAT)은 최근 자료를 통해, 그때가 되면 러시아 인구는 1억4천만 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06년 5월 10일, 당시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러시아의회 두마(Duma) 연례 연설에서 인구문제를 국가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최우선 과제 3가지를 정했다. “첫째, 사망률을 줄여야 한다. 둘째, 적절한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그는 무사태평한 대중과 미디어, 그리고 정책 결정자들을 상대로 출산(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영역임)을 장려했지만, 신(新)러시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수준의 불평등에 대한 모순을 지적하진 않았다.

한겨울 트베르나 볼가강 유역의 눈 덮인 보행자 거리에서는 바퀴가 달리거나 스케이트가 장착된 유모차를 볼 수 있다. 공중보건부 사무실에서 만난 아동복지 책임자 리디아 사모슈키나는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두세 명의 자녀를 둔 가족이 점점 많이 눈에 띈다. 5년 전부터 출산율 감소가 멈췄다. 경제가 좋아졌다.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 이들 가족을 돕고 있다.”

푸틴 “사망률 낮추고, 출산율 높이고, 이민 받자”

정부가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새로운 정책은 소비에트 시대의 ‘사회주의 가족’ 제도를 고양시키고 있다. 주로 다자녀 부모에게 ‘육아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2007년 이후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어, 얼핏 이 정책이 성과를 거두는 것처럼 보인다. 1999년 8.6퍼밀(‰·천분율, 예를 들어 여성 1천 명당 출산여성이 8.6명)로 떨어진 출산율이 2010년 12.6‰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여성 1인당 출산율 종합지수도 1.16명에서 1.53명으로 올랐다.

그러나 인구통계학자들은 회의적이다. 재정적 인센티브는 대부분 임신 계획을 앞당기는 효과에 그치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추진한 출산정책은 초기에 출산율을 높였지만, 이후 훨씬 심각한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 출산율은 대부분의 선진국들과 비슷하게 변해가고 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산아제한과 함께 출산율 종합지수(여성 1명당 출산율 2.1명)가 떨어지면서 러시아는 세대교체를 코앞에 두게 된다. 러시아가 서구와 유일하게 다른 점은 피임법을 거의 보급하지 않은 것이다. 당국이 피임약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러시아 여성 대부분은 낙태를 선택했다. 이오시프 스탈린은 1920년부터 허용한 낙태법을 1936년 금지했다가 1955년부터 다시 합법화했다. 낙태 통계는 1986년까지 비밀에 부쳐졌다. 사람들은 1965년 540만 건의 임신중절(IVG)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한다. 적어도 1970년 중반까지 여성 1명당 임신중절이 4번 이상 이뤄진 것으로 추정한다. 소련 붕괴 이후에야 피임법이 널리 보급됐다. 2007년부터 낙태율이 출산율 밑으로 떨어진데 이어 계속 감소하고 있다(2009년 임신중절은 129만 건이었다).

러시아의 낮은 출산율은 유럽에서 특별할 것도 없지만 높은 사망률, 특히 남성의 사망률은 특이사항이다. 2009년 러시아 남성의 기대수명은 62.7살(여성은 74.6살)로, 유럽에서 가장 짧을 뿐 아니라 세계 평균 기대수명(2008년 66.9살)에도 훨씬 못 미친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서양인의 기대수명은 10여 년 늘어난 데 반해, 오늘날 러시아인은 1964년의 기대수명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트베르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200km도 안 떨어진 수도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한다고 했다. 진취적인 사람들이 좀더 나은 급여와 흥미로운 일자리를 구하러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났다. 하지만 이런 이주인구는 타 지역과 중앙아시아에서 유입되는 이주인구로 충분히 벌충된다. 인구 감소의 주된 이유는 베냉이나 아이티보다 낮은 남성의 기대수명(2008년 58.3살)에 있다.(3)

의료체계 붕괴와 보드카, 남성 수명 62.7살

1950년대 러시아는 전염병 등과의 전쟁에서 비약적인 승리를 거뒀다. 백신 접종과 항생제를 이용한 건강 모니터링 덕분에, 1964년 레오니트 브레즈네프가 정권을 잡자마자 서방국가와의 격차를 거의 따라잡았다. 하지만 이후 격차는 점점 벌어져 20세기 초반 때보다 더 벌어졌다. 보건 시스템은 경제침체기에 빠진 소비에트 정권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었다. 정부는 암이나 심혈관 질환 같은 현대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정부는 예산을 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시설을 현대화하거나 의료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데 쓰기보다 의료시설 수를 늘리는 데 썼다. 무능한 소비에트 정부는 개개인이 자신의 위생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국민 계도도 하지 못했다.

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되고 1991~94년, 러시아인들의 기대수명은 대략 7년이 줄었다. 사망률 증가가 모든 옛 공산국가에서 나타났지만, 동부 쪽으로 갈수록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변화는 옐친 시대 (1991~99)의 무질서에서 비롯됐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의 자크 사피르 교수는 “옐친 시대의 대중은 1928~34년 소비에트 대중이 경험했을 법한 충격을 겪었다”고 평했다.(4) 1998년 국내총생산(GDP)과 투자 수준은 1991년의 60%와 30%에 그쳤다. 러시아 자본주의는 2000년대 말에야 비로소 소비에트연방 말기의 소득수준을 따라잡았다.(5)

이 시기는 옛 소련의 특권층인 소수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 출신들이 공공자산으로 포식하고 천연자원을 약탈하던 때였다. 미국의 제프리 삭스와 프랑스의 다니엘 코앵, 크리스티앙 드부아시외(경제분석 자문위원장) 같은 서양인들의 조언을 받아 러시아 최고경영자들이 선택한 정책은 러시아를 불평등한 국가 중 하나로 만들었다.

러시아의 쇠락은 수많은 극단적인 죽음을 낳았다. 현재 러시아는 세계 2위의 남성 자살률뿐 아니라, 유럽 최고의 도로 사망률(연간 3만3천 명 사망) 및 살인사건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6) 또한 러시아인들은 겁에 질려 갈팡질팡하며, 자신들의 ‘사회적 자산’인 인맥을 상실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단체 활동가를 만나기 힘든 나라 중 하나다. 산악 사이트 기자로 일하는 안나 피우노바는 심지어 스포츠 분야에서 “특권층을 제외한 러시아인들은 더 이상 자신의 건강 상태에 신경 쓰지 않는다. 유망주를 조기 발굴하는 스포츠 엘리트 정책 덕분에 국제대회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대중 스포츠가 없다”고 했다.

보드카는 대중의 건강을 해치는 최고의 적이다. 고르바초프 정권 때 음주를 제한했으나, 1990년대에는 보드카 소비가 한층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의 알코올 사망률은 대략 5명당 1명(세계 평균 사망률은 16명당 1명)이다. 러시아는 독주를 지나치게 자주 취할 때까지 마시는 유럽 국가다.

‘신러시아’의 계층 간 충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러시아 신고속열차 ‘삽산’(Sapsan)(일명 ‘페레 팔콘’이라고 부른다)을 타고 모스크바에 입성해봤다. 서민들이 붐비는 낡은 전동열차 엘렉트리치카를 이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신러시아인들은 시속 250km로 달리며, 편안하게 자신의 태블릿 PC의 좌판을 두드린다. 요금을 6배 더 낼 수 있어야 30분 더 빨리 갈 수 있다. 2010년 여름, 신(新)노멘클라투라가 프랑스 지중해 연안 코트다쥐르나 흑해 연안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동안, 모스크바와 서부 지역에서 무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이전 여름에 비해 5만5천 명 늘어나 의료 시스템의 비효율성이 드러났다.

신러시아인들이 교육과 건강 분야에서 값비싸고 질 높은 민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다수 러시아인들은 낙후된 공공서비스에 만족해야 한다. 유엔의 세계건강지수 순위에서 러시아는 1970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122위에 머물렀다.

러시아 정부는 1993년 의료 분야의 만성적인 적자와 낭비를 해결하겠다며 중앙집권화한 국가 시스템을 급여 분담금으로 비용을 조달하는 의무질병보험으로 대체하는 의료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지방분권화와 민간보험사 간 경쟁체제 도입은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방국가들은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및 민간 비용을 늘렸다. 대부분 GDP의 10%(프랑스 11%, 미국 16%) 이상을 공공 및 민간 비용으로 쓰고 있다. 1991년 전에도 이미 아주 낮았던 러시아의 공공 및 민간 비용 지출 지수는 2000년 GDP의 2.7%로 하락했다가 2010년 4.5%로 다시 상승했다.(7)

빈부 격차 따른 계층 수명 격차도 심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근의 경제회복으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심장병 치료나 도로 사고 응급구조에 대한 더 나은 의료보험을 출시하기 위해 가동 중인 특별 프로그램 덕분에, 심혈관 질환과 우발적인 도로 사고 사망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5년 동안 유아 사망률이 2분의 1로 줄며 서방국가 수준(2010년 7.5‰=1천 명당 7.5명)에 도달했다. 트베르에는 장비를 잘 갖춘 분만시설과 공사 중인 심혈관 진료소 한 곳이 있다. 이 지역에 심혈관 진료소 5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보건정책은 학수고대하던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 1월 1일부터 보험료가 실질적으로 인상돼, 의료 분담금은 급여의 3.1%에서 5.1%로 상향 조정됐다. 러시아 보건부 장관의 수석 보좌관인 소피야 말랴비나는 “이 조처로 4600억 루블의 추가 기금을 국민건강보험 기금에 출연할 수 있게 됐다. 이 기금은 우선 보건소의 개축과 전산화, 진료 수준 향상에 쓰일 것”이라고 했다. 이런 결정적인 변화는 조기 진단을 책임지는 500개 보건소 건설로 이어져, 러시아인들은 큰돈 들이지 않고도 주치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질병 예방에 관한 광범위한 정책 수립 작업이 진행 중이다. 청소년이 ‘건강 여권’(Passeport Santé)을 가지고 정기적인 종합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되며, 산업의학이 재평가받고 있다. ‘건강 학교’들은 고령자에게 건강 상담을 해주고 있다. 국가보건시스템 전환의 징표로, 지난 4월 말 모스크바는 ‘건강한 삶의 형태와 비전염병과의 투쟁’에 대한 세계 장관급 회의를 처음으로 열었다.

이런 건강 프로그램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회적 여건의 변화 없이 어떻게 건강 상태가 나아질 수 있을지 의아해한다. 극빈층(독거인, 은퇴자, 시골 사람 등) 지원과 분배를 좀더 늘리는 재정정책을 통해 불평등을 감소시키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의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번창하는 시베리아 일부 지역과 지난 20년 동안 주민이 150만 명 이상 불어나며(최근 인구조사 결과, 주민 수는 1150만 명) ‘세계의 중심지’로서 야망을 드러내는 모스크바를 제외하면, 인구가 증가하는 곳은 서부 지역이 유일하다. 체첸공화국의 전쟁 이후 러시아인들이 두려워하는 북코카서스의 산악 사람들 또한 아이를 예전보다 많이 낳고 있다.

러시아의 영토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경제정책이 석유 수익에 의존하는 쪽으로 전환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가 산업에 대한 야망을 점차 포기한 채 오직 지하자원 개발에만 매달리며,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 불평등을 키웠다. 예를 들어 북극권 북쪽에 위치한 무르만스크 지역은 지난 20년 동안 주민의 4분의 1을 잃었다. 옛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 콜리마 굴라크(Goulag)로 영원히 각인된 마가단 지역의 주민은 소련 시대 주민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유럽연합보다 더 큰 러시아 극동 지역의 인구는 640만 명(소련 시대보다 20% 감소)에 불과해, ‘지속적인 공동화 현상 저지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8) 심지어 이곳의 인구밀도는 인접한 중국 지역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지역별 공동화 속 외국인 혐오증까지

단일 산업 도시인 모노그라드(Monograd)의 운명 또한 숙제로 남아 있다. 낙후된 카라바흐의 구리 제련소와 마그니토고르스크, 수많은 유사 도시들의 용광로 시설의 오염을 막는 데 막대한 투자가 요구된다. 이 지역의 많은 실업자들이 지역을 이탈해 도시로 떠나고 있다.(9)

외국인혐오증이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슬라브족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인구정책을 추구하며 모호한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다. 푸틴 총리는 ‘동포’의 귀환과 ‘교육받고 법을 준수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선택적인 이민을 선호한다. 하지만 옛 공산국가 출신 러시아 동포 수는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옛 소련 인접 국가에 정착한 러시아인 가운데 본국 송환을 희망하는 이들에 대한 조처는 이미 1990년대에 마쳤다. 중앙아시아 지역(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과 가난한 코카서스 지역의 희망자들이 우선 송환됐다. 이들은 대부분 악조건 속에서 주로 도로 건설과 보수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러시아 인권단체 ‘소바’(Sova)에서 외국인혐오자들의 일탈 행위를 연구하는 알렉산더 베르콥스키는 “러시아는 줄곧 다문화 국가였다”고 했다. “옛 소련 시대 때는 사람들이 하나의 국적뿐 아니라 하나의 언어와 교육을 공유했다. 현재는 러시아 공화국 출신 이민자들조차 러시아 사회에서 격리되고 있다. 러시아인 같지 않은 모든 이들이 외계인 취급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 이민자를 상대로 한 이런 위선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사람들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착취 사슬을 겨냥한 조처나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사회 통합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위한 방안을 취하지 않은 채, 이구동성으로 이들을 규탄만 하고 있다.

러시아 사회는 진정한 이민정책을 시작할 준비가 안 됐다. 인구통계학적 현상에 대한 무기력증이 이러하다 보니 인구 추세의 반전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추세를 완화하는 데 만족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런 무기력증으로 인해 러시아 인구의 감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글·필리프 데캉 Philippe Descamps
언론인

번역·조은섭 chosub@ilemonde.com
파리 7대학 불문학 박사로 알리랑스 프랑세즈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 <착각>(2004) 등이 있다.

<각주>
(1) Alexandre Tkatchenko & Lydia Bogdanovo & Anna Tchoukina, <트베르 지역의 인구 문제>, Faculté de géographie de Tver, 2010.
(2) 2010년 10월에 실시한 인구예비조사 결과와 러시아연방통계청(ROSSTAT)이 조사한 연간 인구조사 결과.
(3) 세계은행의 지표, 2008.
(4) 자크 사피르, <러시아의 혼돈>, La Découverte, 파리, 1996.
(5) 유엔개발계획, 유엔자료(UNdata) 참조.
(6) <WHO 2009 et European Sourcebook of Crime and Criminal Justice Statistics>, 4e édition, 2010.
(7) 2007년 러시아 공중보건 통계연감, 보건부, 2011년 2월.
(8) 세드릭 그라·비아체슬라프 스베도프, <러시아의 극동, 지속적인 경제 정복>, Hérodote, Paris, n°138, 2010년 8월.
(9) <모스크바 타임스>, 2010년 3월 17일.


보조금 프로그램, “낳기만 해다오”

2006년,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족·엄마·아동 지원 계획’의 모델로 연방 육아보조금 ‘마트카피타’(Matkapita)를 내놓았다. 지난 1월 1일 평균임금 18개월분을 웃도는 36만5천 루블(약 9200유로)로 인상된 마트카피타이 신생아든 입양아든 가리지 않고 둘째 아이부터 할당되고 있다. 부모는 이 돈을 자녀가 세 번째 생일을 맞는 날부터 교육, 엄마의 퇴직 저축, 주거지 개보수 등 특정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 긴급 상황에서는 부모가 1만2천 루블(약 300유로)을 즉각 전용할 수 있다. 또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부모는 이 자금을 자녀 나이에 상관없이 부채를 갚는 데 쓸 수 있다. 부모들은 마트카피타를 사용하는 데 융통성이 없어 아쉬워하긴 해도, 농촌에선 상당히 큰돈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

첫아이부터 1만1천 루블(약 275유로) 출산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아버지가 군 복무 중인 자녀에게 지급하거나 입양을 촉진하기 위한 특별수당도 준비돼 있다. 산모는 112일로 정해진 출산휴가  동안 주치의와 병원을 선택할 수 있고, 임금을 전부 받는다. 의료비용도 지급된다.

사회보험은 대부분의 엄마들에게 18개월 동안의 유급 육아휴직을 주고 있다. 이들은 국가에서 이전 임금의 40%, 최대 1만3800루블(약 350유로)까지 수당을 보장받는다. 18개월의 유급 육아휴직이 끝나면 수당 없이 휴직을 연장할 수 있다. 연금 혜택은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아버지, 특히 할머니에게도 육아휴직의 길이 열렸다. 취학(7살) 전 아이 교육에 할머니의 전통적인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래 부모의 주요 근심거리 중 하나는 아이 맡길 데를 찾는 것이다.

지역 프로그램이 연방 대책을 보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울리야놉스크 지역은 35살 미만 여성이 셋째 아이를 가질 경우 10만 루블(약 2500유로)을 지급하고, 육아휴직을 3년까지 연장해 쓰는 트베르 지역의 엄마들은 직업훈련 비용을 지원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