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에 사로잡힌 미 대선

2020-10-05     토마스 프랭크 | 기자 겸 작가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 인선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파 인사를 적극 고려 중이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지면, 권력을 평화롭게 이양할 것인지’라는 질문에, 우편투표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복을 시사했다. 이를 볼 때, 추후 보수파 중심이 될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미국 사회는 분열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에게 최악의 해였을 올해, 나는 참으로 즐거운 여름을 보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캔자스시티 교외에 있는 집에서 7월 한 달을 지낸 것이다. 지붕이 다소 낡은 그 집은 마치 귀족의 저택처럼, 넓고 푸른 잔디밭을 갖춘 웅장한 주택들이 늘어서 있는 동네에 있다. 이곳에서 나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고, 낡은 농가를 수리하고, 오래된 영화를 보고 미주리 주 와인을 마시며, 치명적인 전염병과 세계 경제의 완전한 붕괴에 대해서는 거의 잊고 지낼 수 있었다. 아침에는 태양이 빛나고, 꽃은 강렬한 향기를 풍기고, 자동차라고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 할 수 있는 그 곳의 조용한 골목길을 자전거를 타고 누볐다. 운동 후에는 트위터에 접속하고, 현관에서 신문을 가져와서 펼치면...

'쾅'하는 소리와 함께 트위터와 신문에서 전날처럼 공황, 혼란, 규탄,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고, 총기를 휘두르고, 시위대 군중을 향해 자동차로 돌진하고, 이성의 끈을 잡으려 건국 문서들의 몇 구절을 신경질적으로 낭송하는 사람들의 동영상이 이어졌다.

매일 퇴화의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든다.

 

2020년 7월 14일 <캔자스시티 스타 Kansas City Star>에 실린 두 가지 뉴스:

 

- 집 근처 바비큐 레스토랑에 빨간색 트럼프 모자를 쓴 한 남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왔다고 한다. 계산대에 있던 젊은 아르바이터(시급 8.5달러를 받는다고 보도됨)가 그 남자에게 규칙에 따라 코와 입을 가리라고 요청하자, 남자는 이탈리아 서부극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셔츠를 걷고 권총을 내보였다고 한다.

 

- 그 날 1면에는 캔자스 주가 코로나19의 통제 불가 확산을 겪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캔자스시티 스타>가 캔자스 주의 여러 지역에서 들어온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게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 전국 전염병 지도를 보고 내린 결론이다. 멀리서 이 지도를 올린 어느 기관이 캔자스 주를 빨간색(나쁜) 범주에서 더 진한 빨간색(더 나쁜!) 범주로 옮긴 모양이다. 거기에다 일부 지역 사정을 추가한 것이 그 기사의 전부였다. 이런 기사가 헤드라인이 돼 캔자스시티의 2백만 주민에게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혼란의 대선 용광로

인터넷 상의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이제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관행이 됐기 때문이다. 지역 신문에는 대개 이런 사건을 담당할 기자가 별로 없어서, 주 전역의 보도를 샅샅이 살펴볼 수도 없다. 미국의 다른 많은 신문사와 마찬가지로 <캔자스시티 스타>도 지난 몇 년간 소유주가 계속 바뀌었고, 재능 있는 기자들은 계속 빠져나갔다. 몇 년 전에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신문사 건물도 매각했다. 신문사 소유주는 2월에 파산했다. 7월에는 뉴저지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가 이 신문사를 인수했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2020년 미국의 현실이다. 이제 더 이상 어느 것에 대해서도 확실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신문의 죽음은 문제의 시작일 뿐이다. 전국적으로 전례 없는 격리조치가 시행되면서, 타인과 개인적으로 교류하는 것조차 문제시 된다. 공공건물은 폐쇄됐거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살인이 급증하고, 사람들은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만 가능하다. 사람들은 ‘카우보이의 악몽’류의 영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폭스 뉴스>는 폭력적인 혼란의 장면을 보여주면서 연로한 아버지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아버지의 구식 전화기가 울리는 것은, 컴퓨터로 녹음된 목소리가 특정 은행계좌에 수천 달러를 입금하지 않으면 감옥에 가게 될 거라는 협박 전화가 올 때뿐이다. 

한편, 허리케인 몇 개가 루이지애나를 강타할 것이라고 예고되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산불이 많이 발생해 하늘이 온통 오렌지색이다. 모두가 우울하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으며 이를 복구할 사람은 없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이 나라 지도자들은 모두 암울한 시기에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데 특화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의 백악관 주인은 그런 문제에는 관심도 없으며 비난에서 벗어나려고만 한다. 오로지 자기생각에만 몰두해서 진실한 발언을 할 수 없는 도널드 트럼프는 국민의 고통에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목격한 정신병자처럼 반응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만 끊임없이 늘어놓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겪고 있는 인식론적 곤경을 가장 잘 요약할 수 있는 사례로 캔자스시티 시장이 이 도시에 파견된 연방 수사요원에 대해 한 말을 들 수 있다. 시장은 연방 수사요원이 이 도시로 파견됐다는 소식을 듣긴 했으나, 그 이상의 정보는 전혀 접한 바가 없었다. 그래서, 논평을 요청받자 이렇게 말했다.애석하게도, 나는 아무 것도 확인한 바 없기에, 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으면, 상상력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공포를 과장하는 데는 많은 상상력이 필요치 않다. 우리는 미국인들이 세상의 종말, 우리의 삶의 방식의 종말, 크고 중요한 무언가의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지목할 수는 없지만, 정말로 화가 난 상태다.

 

미국판, ‘자유로부터의 도피’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공포 콤플렉스가 과열돼 발생한 사건이 적어도 열 가지는 넘는다. 경찰이 책임질 일 없이 마구잡이로 구타하고 살해하는 데 대한 공포, 거리의 폭동에 대한 공포, 실직에 대한 공포,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포, 마스크에 대한 공포…

미 대통령 선거의 해인 올해의 최고 공포는 정치적 공포, 즉 미국 민주주의 자체가 병들어 있거나 독재로 인해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공포다. 이는 지금까지 흔히 들어온 말이다. 이 나라의 리버럴리스트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래 이 말로 서로를 위협해왔다.(1) 지난 몇 년 동안 유명 저널리스트들과 소셜미디어 슈퍼스타들은 트럼프를 ‘러시아 요원’에 비유하며, 그의 모든 실정을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악마적 음모’로 규정했다. 트럼프가 취임한 이래 그의 재임기간은 줄곧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견됐다.(2) 2017년, 월스트리트 출신의 한 경영인은 ‘멍청한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앞세워 우리를 끌어내리는 방법들’을 나열해 유명해졌다. 그 다음 해에는 하버드 교수 두 명이 저술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How Democracies Die』 라는 제목의 학술도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규범도, 전통도, 언론도, 기존의 외교정책도 무시한 채, 오로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리버럴리스트들은 더 이상 러시아게이트(3)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지만,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모든 것이 최대한 공황상태와 긴급상황에 맞춰져야 한다는 코로나 시대의 문화규범은, 이 만연한 공포를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힘을 얻는 거대한 불안의 폭풍으로 바꿔놓았다. 최근 <뉴욕 타임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말은 “미국 민주주의의 종말을 목격하게 될 것이 두렵다”다. 나의 진보적 친구들이 지금 돌려보는 글의 제목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심각하게 경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은 죽어가고 있다”(4)다. 그 글의 필자는 자신은 독재국가에서 탈출한 난민으로서 이 주제에 대해 특별한 통찰력을 지녔다면서, “우리 사회는 극단적 권위주의자 즉, 트럼프와 그의 광신도들 때문에 민주주의의 최종 붕괴에 직면해 있다”라고 호소했다. 한 퇴역 육군장교의 글을 포함해, 정치 붕괴의 임박을 경고하는 이와 유사한 글들이 매일 소셜미디어에 등장하고 있다.

지금의 이 순간이 두려운 동시에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같은 공포에 떨고 있다고 주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쿠데타가 실제로 다가오고 있으며, 쿠데타를 기획하고 있는 것은 행정부와 미디어 엘리트에 속하는 리버럴리스트들이라고 주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파는, 우파 집권에 징징대는 리버럴리스트들에게서 좌파의 정권 장악이 임박한 것처럼 공포를 느끼고 있다. 우파는 2019년 베스트셀러에 나오는 말처럼, 러시아게이트 수사는 실제로 “행정부와 언론의 반(反)트럼프 음모론자들”이 주도한 쿠데타 시도였다고 주장한다. 

이런 공포는 현 행정부 이전에 생겨난 것이다. 많은 리버럴리스트들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4년 대선을 도둑질했다”라고 주장했고, 2008년 그가 다시 한 번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수주의자들은 좌파들이 정권을 탈취해 자유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에게 스탈린 체제를 강요할까봐 수십 년 간 전전긍긍하고 있다. 2009년과 2010년에 보수파 정치평론가 글렌 벡이 “버락 오바마가 이런 위협을 현실로 만들었다”라고 주장함으로써 TV 슈퍼스타가 된 것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올해의 정치 행사의 정점인 대면 전당대회를 취소하고 별로 재미없는 TV쇼―기본 4일 간 방영되는 각 정당 유명인의 엉성한 독무대로 구성되는―두 개로 대체해야 했다. 어떤 면에서, 두 쇼는 상당히 달랐다. 공화당원은 큰 소리로 으르렁거렸고, 민주당원은 인종 다양성과 자신들의 지도자들의 도덕적 덕성을 더욱 강조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이 코로나 시대의 대화는 매우 비슷했다. 양쪽 진영 모두 공포의 경연을 펼치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상대방을 절대적 악으로 믿게 만들고, 올바른 후보가 11월에 승리를 거둔다면 냉정한 정상상태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주입했다.

 

오바마의 맹비난,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로 취급”

민주당원들에게 공포를 자극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단지 4년 동안 주류 언론이 말한 것을 반복하기만 하면 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 정부의 전통에 위협이 된다”, “트럼프는 고집불통”, “트럼프는 코로나19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망쳐놓았다”, “트럼프는 분명 무능하다”, “트럼프는 정당한 선거 절차를 온갖 수를 써서 의심해 왔다” 등이다. 이런 공격은 다소 근거가 있기에, 민주당으로서는 특히 쉬운 일이었다.

일리노이 주 출신의 민주당 상원의원 태미 덕워스는 트럼프를 “러시아에 강경하지 못해 미 병사들을 실망시킨 겁쟁이 지휘관”이라고 불렀다. 팝 가수 빌리 아일리시는 “트럼프가 우리나라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자신이 행정력의 화신이라고 강조하며, “트럼프주의 자체가 일종의 바이러스다”라고 빈정거렸다. 쿠오모는 전염병 확산 초기에 TV에 출연해, 능란하고 박식한 모습으로 리버럴리스트들 사이에서 널리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전염병과 관련해 그가 취한 조치를 보면, 트럼프보다 나을 게 없었다.(5)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주의의 위험성을 냉철하게 요약했다. 오바마는 트럼프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주면, 이 TV 억만장자가 행정부 수반의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그러나 트럼프는 그 일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라며, “그는 직책 수행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자리를, 관심을 얻기 위한 리얼리티쇼로 취급하고 있다”라고 혹평했다. 오바마는 이어 전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언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미국을 파괴했다”라고 트럼프를 비난했다. 오바마는 공화당 측이 제기하는 선거 신뢰도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우파의 창의적 공격에 더욱 독창적인 말로 응수했다. “그런 공격이 민주주의를 전혀 다른 것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조 바이든은 얼마나 훌륭한 친구인가. 이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또 다른 주요 주제였다. 오바마는 자신의 전 부통령 바이든을 “형제”라 불렀다. 버니 샌더스는 바이든에 대해 “공감력 있고, 정직하고, 점잖은”이라는 표현을 썼다. 바이든의 오랜 워싱턴 경력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는데, 바이든의 무역 및 범죄 이력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측면이 있다. 또한 코로나 시대의 모든 갈등을 선악의 대결로 몰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혹은 바이든이 말했듯, “미국에서 이 어둠의 시절을 극복하기 위한 빛의 노력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선거는 중요합니다.” 바이든은 호감을 살 만한 적당히 서툰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선거가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미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인격도, 공감도 투표용지에 달려있습니다. 품위, 과학, 민주주의…모든 것이 투표로 결정됩니다.” 이 전임 부통령은 사실을 잠깐 언급했다. “전염병의 대유행 시기에 미국이 지금까지 지구의 어떤 국가보다도 최악의 성과를 보였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사태를 이 중차대한 전투에서의 무기로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사랑과 희망과 빛이 국가의 영혼을 위한 싸움에 동참했으니, 미국에서 암흑의 장은 오늘 밤 여기에서 끝나기 시작했다고 역사가 기록하기를 바랍니다.”

수십 년 간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항상 예측가능한 거대한 테마가 있었다. 이 전당대회는 중산층의 파티였고, 당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고, 힘 있는 자들이 규칙을 지키면서 경기에 임하게 하는 파티였다. 세월이 흐를수록 민주당 전당대회가 주는 메시지는 점점 현실에 맞지 않게 됐지만, 그래도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유서 깊은 브랜드 이미지였고, 그들도 당신들에게 그 사실을 상기시키는 데 신경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트럼프 정권에서 발생한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 침체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언급이 곳곳에서 있었다. 이번에는 대체로 중산층 테마는 강조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평생을 비즈니스와 노동, 빈곤, 기업, 규제 완화와 불평등, 그리고 계층에 대해 글을 써온 누군가에게는 다소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내가 신경 쓰던 그 모든 일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불평등에 대해 그토록 설득력 있게 말하던 민주당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코로나19시대에 그런 생각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 한 곳이 바로 그 다음 주에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였다. 실제로 민주당의 오랜 주제가 바로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밤 첫 번째 연설에서 부각됐다. ‘국기에 대한 맹세’ 직후, 진보파 교수들을 비난하는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설립자 찰리 커크가 무대에 올라 계급투쟁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찰리는 청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양당 지도자들은 수십 년 간 우리의 미래를 중국에, 얼굴 없는 기업들에, 이기적인 로비스트들에게 팔아치웠습니다. 자신들의 세력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입니다. 가정을 꾸리고 품위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 애쓰는 선량하고 점잖은 중산층 애국자들을 핍박하기 위해 그 모든 시스템을 조작하면서 말입니다.” 찰리의 뒤를 이은 다음 연사는 교원 노조를 공격했다. 

공황은 2020년 가장 큰 선거의 테마가 됐다. 당원들은 모두 자신들의 캠프를 위해 이 선풍적이고 섹시한 테마를 들고 나섰다. 민주당원은 조직적인 인종차별주의와 트럼프가 민주주의 제도에 가한 위험에 대해 냉철하게 경고하는 한편, 자신들조차 공황의 도전에 대책 없이 압도당하고 말았다. 공화당원들은 공포의 렘브란트들이며, 이 세계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악몽의 대가들이다. 그들은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처럼 노련하게, 2020년을 지배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놀았다. 리버럴리스트들에게 다시 책임을 묻자면, 그들이 계속 경고했듯 당신들은 민주주의의 위기는 물론, 문명 그 자체의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지난 여름 일어난 몇몇 폭력 시위같은 폭동이 일어날 것이고, 재산은 파괴될 것이며, 동상들은 철거될 것이다. 교외 지역은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날 것이다. 그리고 이 중 어떤 사건도 제대로 공정하게 보도되지 못할 것이다. 뉴스 미디어든, 어떤 분야의 전문가든, 무분별한 무정부주의적 자유주의의 울부짖음에 완전히 최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  짐 조던(오하이오 주 출신의 공화당 하원의원): “미국의 도시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라”, “범죄, 폭력, 폭도들의 지배”, “민주당은 당신을 일자리로 돌려보내지 못할 것이다. 대신, 폭동을 일으키게 만들 것이다.”

 

●  마크 맥클로스키, 패트리샤 맥클로스키(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시위대에 총을 겨눈 것으로 유명해진 부자 부부): “그들은 이 교외지역을 완전히 파괴하려 한다”, “급진적 민주당원들이 지배하는 미국에서는 당신의 가족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폭도들은 언론에 보도된 동지들을 보고 자극을 받아 당신을 파괴하려 할 것이다.”

 

●  킴벌리 길포일(워싱턴DC 어딘가의 빈 방에서가 아니라 관중으로 가득 찬 경기장에서 연설하는 것처럼 포효하는 연설을 한 TV 방송인이자 트럼프 가족의 지인): “이번 선거는 미국의 영혼을 위한 싸움이다”, “그들은 이 나라를, 우리가 싸우면서 소중히 지켜온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 “미국이 위태롭다!”

 

●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과거에는 양당 모두 미국의 선함을 믿었다. 이번에 상대방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법치주의라는 우리나라의 건국이념 그 자체를 공격하고 있다.”

 

위의 발언은 공화당 전당대회 첫 날 나온 것들이다. 다른 날에는, 트럼프가 모든 혐의에서 무죄평결을 받은 상황에서 현실에 대한 대안적 비전을 구축하는 데 전념했다. 공화당원들은 트럼프가 코로나19에 대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중국 탓으로 돌리며 경제회복이 코앞에 있다고 주장했으며,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옹호했다. 일련의 흑인 프로선수들도 이 주장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들의 전당대회 출연은, (당연히)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의 대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이 나라의 주류 언론들이 최근 4년 간 도널드 트럼프에게 어떤 식으로 덩크슛을 해왔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워싱턴 포스트>는 가능한 한 가장 가혹한 표현으로 트럼프를 비난하는 오피니언 기사를 하루에 서너 개씩 올렸다. 신뢰할 수 있는 매체의 뉴스 기사들은 계속해서 트럼프의 말에 틀린 말이나 노골적인 거짓말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그 목적은 분명 트럼프의 인기를 무너뜨리는 것이지만, 또한 트럼프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춰주는 아이러니한 효과도 가져왔다. 트럼프는 미덕이라고는 없고, 가장 급이 낮은 비열한 인간으로, 심지어 반역자로 묘사된다. 미국인들은 매일매일 그런 묘사를 듣고 산다. 만약 공화당이 그가 실제로 좋은 사람, 주변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이것이 국가의 소뇌에 가져올 수 있는 수백만 볼트의 인지 부조화의 충격을 생각한다면,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을 만큼 충분한 보상으로 보였음에 틀림없다. 이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명백한 승리로 만든 단 한 순간, 웅장한 피날레의 순간을 설명한다. 빈 방에서 연사들이 가만히 서서 지루한 연설을 이어가던 순서가 끝나고, 갑자기 대통령의 세련된 딸 이방카 트럼프가 미국 국기들 사이로 백악관을 걸어 나오는 영상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코로나19에 대한 반항의 표현으로), 살아있는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트럼프의 반격, “바이든은 노동자 계급을 속이는 사기꾼”

완벽한 상속녀 이방카는 가벼운 산들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며 백악관의 남쪽 잔디밭에 설치된 마이크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국민의 대통령”, “미국 근로자들의 챔피언”, “이 나라의 잊혀진 남녀들의 목소리”가 선한 사람이고, 미디어와 정치에 종사하는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멍청하고 거짓말쟁이이며, 한심한 인간들인 세계로 우리를 인도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손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를 만나면 눈물이 맺힌 채 감사를 표하는 “기계공들과 철강 근로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 특히 수감된 사람들에 대해 깊은 동정심을 가지고 있으며, “위스콘신의 낙농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평생의 가장 강하고 포용적인 경제를 희생하고 국경을 닫아야 했을 때” 얼마나 참담한 기분이었을지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가 직접 연단에 올랐다. 그리고 당의 대선후보 지명을 수락하고, 자신도 보통 사람들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 후, "미국은 어둠에 가려진 땅이 아니며, 미국은 전 세계를 밝히는 성화"라는 말로 조 바이든의 미국에 대한 이원론적 이미지를 뒤집었다. 트럼프는 “내가 흔히 노동자 계급을 속인 사기꾼이라고 비난받지만 바이든이야말로 그런 사기꾼”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바이든이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기부를 받고, 그들을 안아주기도 하고 키스를 해 주기도 했다"면서, 청중들 가운데 여성들에게 원치 않는 애정표현을 하는 바이든의 유명한 습관을 꼬집어 말했다. 그리고는 “바이든은 그들의 고통에 공감한다고 하고서는, 워싱턴으로 돌아가서는 중국과 다른 먼 나라들에 그들의 일자리를 넘겨버렸다”라면서,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모두 틀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나라의 정치 계급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악당이다. 트럼프는 짐짓 회상하는 투로 말했다. “워싱턴의 내부자들은 중국이 우리 일자리를 계속 훔쳐가고, 우리를 갈취하고, 미국을 강탈하게 내버려두라고 내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미국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트럼프는 그 악당들은 독설적이고 반역자이며 권력에 푹 빠져 있다고, 만약 당신이 그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그들은 미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들이 미국의 국경을 ‘해방’할 것이고, 불법 이민자들은 경찰을 무시하고, 폭동을 조장하고, 납세자들의 돈으로 불법 체류자에게 무료로 변호사를 붙여줄 것이라며 핏대를 올렸다. 

그리고는 “40만의 범죄자들을 길거리와 여러분 동네로 풀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그들이 도덕적 우월함에 취해, 자랑스러운 미국인들을 기꺼이 영원한 룸펜 상태에 머물러 있게 만든다면, 이는 곧 세상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 리버럴리스트들은 학교선택제를 없애려 하면서도, 자기 아이들은 가장 좋은 사립학교에 등록시킨다. 국경 개방을 원하면서도 담장이 둘러쳐진 부촌에서 세계 최고의 이웃들과 살고 있다. 경찰예산의 삭감을 원하면서도 정작 자기들은 무장 경호원을 두고 산다. 올 11월, 우리는 이 실패한 정치 계급의 페이지를 영원히 넘겨야만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트럼프의 이런 터무니없는 말들을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묵살해버려도 좋을, 공허한 거짓말로 치부하지 않는 까닭이 있다. 그의 헛소리 밑바닥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좌파 정치가 사회 상류층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안다. 지난 몇 년 간 미국의 권위 있는 언론과 일류대학, 엘리트 문화기관의 급진화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지난 몇 주간의 대표적 예를 살펴보자면 이렇다. 미국의 화이트칼라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고급 무선 네트워크인 NPR은 최근 『약탈의 옹호 In Defense of Looting』 라는 책의 저자에게 거대한 메가폰을 빌려줬다. 

트럼프는 대선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내가 여러분을 위해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공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가 우리를 위해 싸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트럼프를 공격하고 있다. 이 부분은 사실이다. ‘그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증오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그 정도는 수긍이 간다. 우리는 그들의 증오를 환영한다. 이건 많은 미국인들에게 이 끔찍한 세월의 갈등 제 1호가 아닐까 한다. 이건 러시아게이트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이 규범을 무시하거나 군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수만 구의 시신으로 가늠할 수 있는 트럼프의 무능이 드러난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특이한 계급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트럼프와, 미국 상층부 중 좀 더 계몽된 세력 간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그들이 트럼프와 맞서서 우리 대부분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일종의 상류층 연대를 형성하는 걸 지켜봤다. 그들이 트럼프를 증오한다고 해서 트럼프가 좋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트럼프는 형편없는 대통령이다. 하지만 트럼프를 향한 그들의 증오는, 정상대로라면 트럼프의 바보짓과는 무관했을 수백만의 사람들을 트럼프 주위에 집결시키고 있다. 

미국 상층부의 경멸은 트럼프가 남긴 족적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자랑스러운, 활활 타오르는 경제는 이제 나무를 감싸고 있는 연기 나는 금속조각이 됐다. 그가 맞이했던 용감하고 근면한 시민들은 다른 모든 선진국들이 이미 통제하고 있는 치명적인 팬데믹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지하실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다. 심판관의 얼굴을 한 리버럴리스트들에 대한 두려움은, 말 그대로 선거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남자의 전부다.

 

대선을 앞두고 왜 리버럴리스트들을 경멸하나?

내가 이 일을 하는 내내 던져온 질문이지만, 그 답은 항상 우리 얼굴에 있다. 진보적인 지도자들은 중산층에 대해 말하는 것은 포기했을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선함에 대해서는, 그리고 자신들보다 덜 세련된 열등한 이들에 대한 경멸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확고함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꾸지람의 리버럴리즘이며, 이런 리버럴리즘은 코로나 시대에 거의 모든 곳에서, 당신 주변의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어쩌다 지지하게 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시위에 참가한 한 무리의 군중이 노천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을 몰아붙이는 비디오를 보게 됐다. 비디오에서 군중은 그 여성에게 동조의 뜻으로 주먹을 치켜들라며 소리를 질렀다.(6) 그 광경을 보면서, 매카시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짐작이 갔다.

비슷하지만 스케일이 좀 더 큰 에피소드들―사회 전반에 걸친 비난과 비판의 격발과 관련된―이 코로나 시대에 매일 소셜미디어를 휩쓸고 있다. 나의 지인 세 사람―모두 리버럴리스트 중에서도 왼편에 속하는―도 이런 종류의 에피소드에서 자신들의 평판이 공격당하는 경험을 했다. 그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사법절차는 극도로 불공평했고, 그들의 주장에 대한 사법적 저울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정치적 쇼 같았다. 수백만의 다른 미국인들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지난 한 달간 교외에서 온건파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조 바이든과는 큰 관계는 없다. 바이든의 장점이라면, 그는 일반 시민들의 도덕적 결함을 용인하거나 용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문화의 유물로서, 점잖은 개인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보통 때라면 그런 사람은 현재 백악관에 앉아 있는 무능한 엉터리를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넓은 정치적 그림은 상황을 좀 더 모호하게 만든다.

리버럴리즘이 상류층의 집단 괴롭힘과 인격모독의 정치가 되어버렸다는 느낌이 갈수록 강하게 든다. 공황, 혼란, 비난, 날카로운 비판. 이런 세상으로 우리는 내려가고 있다. 이 세상에서는 많은 미국인들이 그에 대해 트럼프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은 리버럴리스트들을 비난한다. 그들은 부자들을 비난한다. 독자들이여, 그들은 당신들을 비난한다. 

 

 

글·토마스 프랭크 Thomas Frank 
미국 정치분석가, 역사가, 저널리스트. 잡지 <The Baffler> 공동 창간자 겸 편집자. 
문화와 이념의 역사가로서 미국 선거정치와 선동, 대중문화, 주류 저널리즘, 경제 등의 경향을 분석한다. 그의 집필 분야는 미국 정치에 있어서 문화 전쟁의 수사학과 영향, 미국 내 정치와 문화 간 관계를 포함한다. 저서로는 『Listen, Liberal』(2016), 『The Wrecking Crew: How Conservatives Rule』(2008) 등이 있다. 

번역·김루시아
번역위원


(1) Bob Fitrakis and Harvey Wasserman, ‘Will Bush Cancel The 2008 Election?’, 2007년 7월 31일, www.commondreams.com
(2) Elizabeth Drew, “Is This Watergate?”, 2017년 2월 6일, www.politico.com 
(3) ‘Russiagate, la débâcle 러시아게이트, 패주(敗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블로그, 2019년 3월 26일. 
(4) Umhair Haque, ‘We Don’t Know How to Warn You Any Harder. America is Dying’, 유데모니아 웹사이트, 2020년 8월 30일. www.eand.co 
(5) 2020년 3월, 쿠오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를 뉴욕 주의 한 노인 요양시설에 입원시키도록 명령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들 중 상당수가 요양원에서 발생했으므로, 그의 이런 조치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6) Lauren Victor, ‘I was the woman surrounded by BLM protesters at D.C. restaurant. Here’s why I didn’t raise my fist’, 2020년 9월 4일, www.washingtonpo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