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는 어떻게 용병의 메카가 됐나

2020-10-05     아크람 카리에프 | 군사문제 전문 기자

2011년 이후 리비아는 참혹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먼저 무아마르 카다피가 이끄는 정부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대의 지원 공습을 받은 반군이 충돌하면서 제1차 내전이 발발했다. 이어 2014년 제2차 내전이 터졌다. 트리폴리에 근거지를 둔 리비아통합정부(GNA)에 충성하는 세력과 벵가지에 근거지를 둔 칼리파 하프타르 원수의 리비아국민군(LNA) 군대가 서로 격돌하면서 리비아는 완전히 두 동강이 났다. 분명 리비아 내전은 이집트·아랍에미리트·러시아(칼리파 하프타르의 동맹들) 대(對) 터키·카타르(리비아통합정부 지지세력)의 대결처럼 여러 강대국이 대리전을 펼치는 각축장이자 세계 도처에서 파견된 용병들의 전투무대가 되기 수월했다.

 

아프리카 대륙에 넘쳐나는 ‘전투견’들

비아프라가 나이지리아에서 분리·독립(1967~1970)을 시도한 이후 아프리카 대륙에 이토록 많은 ‘전투견’들이 등장한 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내전의 두 당사자는 현지 민병조직에 의지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잘 훈련된 유급 용병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는다. 여기서 용병은 구인광고를 통해 모집하던 과거의 ‘무시무시한 백인 용병들’과는 다르다. 1960년대 이후로 군사사업은 진화를 거듭했고 수많은 분쟁지역에 군사사업에만 특화된 여러 기업이 진출해 있다.(1) 

흔히 ‘군사 전술·작전 지원’ 기업으로 자사를 소개하는 프랑스 기업 세코펙스(Secopex)는 공식적으로 리비아에서 작전 수행을 시작한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다. 2011년 5월 11일, 전직 카르카손 제3낙하산해병보병연대 장교 출신 세코펙스의 수장 피에르 마르지알리 대표가 벵가지에서 과도국가위원회(NTC) 보안군에게 피살됐으며, 4명의 세코펙스 직원들이 체포됐다. 당시 NTC는 무아마르 카다피에 대항해 반군을 이끌고 있었다. 당시 보도에 의하면 세코펙스는 현지 활동 기자와 비정부기구(NGO) 인사들을 보호하는 것을 자사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리비아인들 사이의 분쟁에 직접 간여했으리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NTC는 피살 및 체포된 5명의 프랑스인이 “자유 리비아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불법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세코펙스는 NTC와 함께 일하다가 갈등을 일으킨 것일까? 마르지알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익명의 소식통들은 이 기업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그들은 프랑스 법률이 해외에서 군사적 조언과 훈련을 제공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용병 공급은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세코펙스로부터 코트디부아르에서 사설 용병들을 교육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한 프랑스 장교는 프랑스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군사업계에서 세코펙스 직원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그들에게 윤리의식이란 없다. 돈만 되면 전쟁광인 국가수반이든 혹은 그의 적이든, 가리지 않고 일을 수락한다.” (2)

 

차드, 말리, 세네갈에서 온 이슬람 외인부대들

2011년 10월 권좌에서 쫓겨나기까지 무아마르 카다피의 용병들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았다. 대부분 차드, 말리, 세네갈 출신인 그 용병 중 일부는 ‘최고지도자’가 프랑스 외인부대를 본떠 창설한 ‘이슬람 외인부대’ 일원이었다. 그들은 2월 벵가지에서 처음 출현한 반군세력을 격파하기 위해 암살부대를 조직하면서 비난의 표적이 됐다.(3) 당시 미국은 리비아 지도자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발언을 통해 이 문제를 거론했다. “우리는 카다피가 떠나기를 원하며, 그가 용병들을 철수시키기를 희망한다.” 2011년 2월 국제연합(UN) 인권위원회 회의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용병 기용이 다시 활발해진 것은 리비아 내전의 두 당사자가 공군전력을 높일 방법을 찾으면서부터다. 2014년 벵가지를 근거지로 삼은 칼리파 하프타르 원수의 리비아국민군(LNA)과 트리폴리를 근거지로 삼은 리비아통합정부(GNA)는 각각 지상군을 지원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공군전력을 보강해야 했다. 초기 하프타르 진영의 지원자로 나섰던 아랍에미리트는 농업용 경비행기를 개조한 ‘AT-802’ 폭격기와 중국산 군사용 무인기 ‘윙룽II’를 리비아국민군(LNA) 측에 제공했다. 게다가 알카딤의 소규모 비행장을 공군기지로 개조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와 자본도 지원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 항공기들을 누가 조종할 것인가? 아랍에미리트는 리비아인들을 전문성이 부족하고 언제든 리비아통합정부(GNA) 편으로 변절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별로 신뢰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자국 조종사를 태우기도 원하지 않았다. 자국 조종사가 적에게 잡히는 순간 이 작은 걸프만의 군주국이 리비아 내전에 직접 개입했다는 확증을 남기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구원투수로 떠오른 것은 ‘리플렉스 리스판스’(알투)(R-two)였다. 이 회사는 2011년 사설 보안업체 ‘블랙워터’의 전 대표였던 에릭 프린스가 아부다비에 세운 기업이었다. 이 기업은 5년 간 5억2,900만 달러를 받고 아랍에미리트에 800명 규모의 ‘외인부대’(콜롬비아인들도 자국의 극우 민병조직을 위해 이용한 적이 있다)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아랍 저항운동으로 인한 소요사태를 해결하거나, 특히 이란 측을 비롯해 온갖 정국혼란 시도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리비아국민군(LNA)에게 항공기 관리 인력과 조종사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은 것은 ‘리플렉스 리스판스’였다.

서부의 리비아통합정부(GNA) 지도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대의 공습에서 살아남은 일부 카다피군의 항공기를 수중에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민중봉기 초기 자국 동포에 대한 폭격을 거부하며 몰타로 도주한 조종사들이 사용하던 ‘미라주 F1’ 전투기 2대도 확보했다. 트리폴리 정부는 리비아 출신의 조종사들이 동포를 공격하기를 꺼린다는 점을 잘 알고 콜롬비아나 포르투갈, 심지어 미주로부터 조종사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조지아, 에콰도르 등 다양한 출신지에서 온 용병들이 ‘미스라타 공군사관학교’로 전부 집결했다.

게다가 트리폴리 정부는 터키의 지원에도 의존했다. 특히 터키산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는 리비아통합정부(GNA)의 공군전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줬다. 이에 맞서 하프타르 원수를 지원하는 러시아 동맹군도 지난 5월 ‘미그-29’ 전투기 여러 대를 급파했다. 외관상 국적이나 정체를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이 전투기들이 러시아가 사용 중인 시리아 내 흐메이밈 기지를 경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방문제에 정통한 한 러시아 전문가가 설명했다. “이 전투기들이 동원된 사실은 러시아가 충분히 개입수준을 높여 리비아 내에 상당한 군사전력을 동원할 수 있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용병 또는 임시직 보안 인력

공군전력 지원 외에도 유전지대의 보호 및 관리 업무도 외국인 용병들이 선호하는 분야다. 이들은 용병이라는 지위로 일하기도 하고 임시직 보안 인력의 형태로 고용되기도 한다. 하프타르 원수는 대부분의 송유시설(오일터미널)이 집중분포한 ‘초승달 유전지대’(시드라 만을 둘러싼 해변)를 포위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의 재정지원 하에 수단군의 지원사격을 받았다. 공식적으로는 그들은 석유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보안인력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실상 그들은 모하메드 함단 다갈고, 일명 ‘헤메티’(수단의 아랍어로 ‘나의 보호자’란 뜻)의 부하들이며, 일부는 다르푸 전쟁에도 참전했던 병사들이다. 그들은 하프타르 원수가 리비아의 서부와 남부를 공격할 때 동원된 병력을 대거 형성했다.

아랍에미리트와 더불어 러시아도 리비아국민군(LNA)에 많은 무장조직원을 제공한 국가다. 지난 4월 국제연합(UN)으로부터 임무를 위임받은 전문가들은 최근 작전 현장에 활동 중인 러시아 민간업체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4) 그 중에는 전직 군인 출신의 올렉 키닛스틴이 소유한 ‘러스키 시스템 베조파스노스티’(RSB 그룹)도 포함됐다. 2016년 이후 리비아에 진출한 이 기업은 트리폴리 정부군에게서 빼앗은 유전지대와 시설물의 지뢰제거 작업을 맡고 있었으며, 하프타르 원수의 군대가 보유한 공군장비를 유지·보수하는 업무도 수행했다. 

국제연합(UN) 보고서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CHVK바그너’에서 파견된 인력의 역할이었다. 이 회사의 파견인력은 800~1,200명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가 하면, 2019년 봄에는 수단이나 차드 전투원들과 함께 트리폴리 점거를 위한 리비아국민군(LNA)의 공격에도 가담했다. 도대체 왜 하프타르 원수는 상당한 보유병력이 있음에도 굳이 용병을 기용해 리비아인들의 불신을 자초하는 것일까? 미스라타의 한 네티즌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서도 보듯 많은 리비아인은 “기독교도들에게 돈까지 줘가며 동원해 리비아 시민을 죽이는 것”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덴하그(헤이그)에 소재한 클링엔다엘 연구소에서 일하는 할렐 하차오이 연구원은 군대의 사기 저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벵가지 출신의 병사들은 고향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트리폴리 점령을 목표로 목숨을 걸고 싸우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리비아통합정부(GNA) 군대의 저항이 거센 상황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사실상 여러 부족이 자기 진영에 엄청난 피해가 속출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하프타르 원수의 체면을 살려주는 존재가 용병들이다.” 특히 전투 초기에 ‘CHVK 바그너’는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하루 만에 이 러시아 회사는 무려 40명의 인력을 잃었다. 하지만 이 회사 소속 용병들은 트리폴리 군대가 내버린 지역에 지뢰를 설치하면서 최대한 반격 시기를 늦추는 데 일조했다. 덕분에 하프타르 원수는 전쟁에 완패하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트리폴리타니아에는 ‘ChVK 바그너’의 터키 버전에 해당하는 ‘사다트 인터내셔널 디펜스 컨설턴시’ 그룹이 있다. 2012년 전직 터키 특수부대 장성 출신인 아드난 탄리베르디(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지인)가 설립한 이 기업은 터키 정보국과도 긴밀히 협업 중이다. 사다트는 과거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에 공헌한 강력한 민병조직 ‘2월 7일 순교자여단’에서 반군 지휘관이었던 파우지 부카티프와 손을 잡고, 터키가 2019년 12월 트리폴리 군대의 전력강화 목적으로 ‘수입한’ 시리아 전투원들을 훈련 및 교육하는 일을 맡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시리아 전투원 중에는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급진이슬람 세력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의 조직원도 포함돼 있다. 

 

리비아인의 목소리는 없다

리비아 전쟁에 정통한 한 전문가의 설명처럼 “한편으로는 터키가 돈을 내고 데려온 시리아 전투원, 다른 한편으로는 아랍에미리트가 자금을 댄 수단 전투원들이 자신들과 전혀 무관한 분쟁에 총알받이로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 이후 아랍 매체가 보도(UN에서는 공식 확인해주지 않은 보도)한 소식에 의하면 현재 리비아에는 ‘알이슬라’(무슬림 형제단) 정당 소속 예맨 전투원들도 터키로부터 장비를 지원받아 널리 활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미 꼬여버린 상황을 악화시키려는 듯 하프타르 원수는 2020년 상반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연대의 표시로 잘 훈련된 시리아 지원병 수백 명을 자국에 파병하는 것을 용인했다. 

터키,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어느 나라의 위임을 받았든 리비아 전쟁에서 용병들은 전장에서 무기만 들고 싸우는 것은 아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연구조사 결과에 의하면 리비아 전쟁은 사이버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실상 ‘바그너’를 비롯한 러시아의 여러 사설 보안업체들은 이집트의 IT인력의 지원을 받아 친 하프타르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와 페이스북 계정을 대거 운영 중이다.(5) 또한 동일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카이로에 스튜디오를 이전한 옛 국영 TV 알자히리야(정권이 흥하던 시절에 진정한 카다피의 ‘입’ 노릇을 했다)의 장비를 새로 갖추고 현대화하는 일에도 바로 러시아가 팔을 걷어붙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직 터키의 참여는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이 사이버 용병의 존재를 여실히 증명하는 증거가 하나 있다. 2019년 5월 리비아통합정부(GNA) 산하 보안군이 막심 슈갈리를 전격 체포한 것이다. 모스크바 전통가치수호재단을 위해 일하던 정치전문가인 슈갈리는 공식적으로는 리비아에서 인권, 문화, 정치적 상황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인 것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가 ‘바그너’ 그룹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친 하프타르 성향의 사이버 전쟁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을 받는 바람에 트리폴리 정부에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또 다른 소식통에 의하면 막심 슈갈리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하프타르 원수가 퇴진한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몰락한 독재자의 아들인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일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피 튀기는 전투현장이든 혹은 사이버 전쟁터이든 그 어디에서도 리비아인의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글·아크람 카리에프Akram Kharief
알제리 출신의 군사문제 전문 기자. 온라인 매체 <메나 디펜스(MENA Defense)> 발행인이며 주로 북아프리카의 정치와 군사에 관한 기사를 보도한다.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번역위원


(1) Philippe Leymarie, ‘En Afrique, une nouvelle génération de chiens de guerre 아프리카, 새로운 전투견 세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4년 11월호.
(2) Francetvinfo.fr, mai 2011년 5월 17일.
(3) ‘Qui sont les mercenaires de Kadhafi? 카다피 용병들의 정체는?’ , <Europe 1>, 2011년 3월 1일.
(4) ‘Libye : des mercenaires russes et des soldats syriens soutiennent le maréchal Haftar selon l'ONU 리비아 : UN에 의하면, 하프타르 원수를 지원하는 러시아 용병과 시리아 군인’,  <France 24>, 2020년 5월 7일.
(5) 'Blurring the lines of media authenticity : Progzhin-linked group funding Libyan broadcast media', <Stanford Internet Observatory>, 2020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