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에 유린된 아프리카의 국립공원

자연 보호, 사파리, 돈 되는 사업

2020-10-05     장크리스토프 세르방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과거 서구 관광회사들의 전유물이던 아프리카의 자연은 이제 이 지역 단체들의 먹잇감이 돼버렸다. 그 선봉에는 아프리칸 파크스라는 남아프리카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환경보호에 기업 정신을 끌어들여 아프리카 대륙 15개 보호구역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9년 프랑스 관광객 두 명이 납치된 베냉의 펜자리 국립공원까지 손에 넣었다. 

 

장피에르 빌헬름은 “TV 드라마 〈닥타리(Daktari)〉(1)에서처럼 내가 사자들과 함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공원을 관리하는 일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직원들과 아침 식사를 하는 곳에서는 4,800㎢에 이르는 대초원과 구릉들이 만들어낸 장관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2019년 6월부터 60대의 알자스 사람 장피에르 빌헬름의 관할 구역이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NGO) 아프리칸 파크스(AP)의 대리인 자격으로 펜자리 국립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펜자리 국립공원은 베냉 북서부에 자리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탕기에타 시에서 40㎞가량 떨어져 있다. 2017년 5월 베냉 정부는 AP에 이 동물 보호구역을 양도했으며, 이곳으로 진입하려면 농민들이 일구는 목화밭과 감자밭을 거쳐야 한다. 

이 구역에 서식하는 코끼리와 사자들의 마지막 피난처이자, 공원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는 펜자리 강(오티 강이라고도 함)의 이름을 딴 펜자리 국립공원은 ‘W-아를리-펜자리 복합 유산(WAP complex)’에 속해 있다. W-아를리-펜자리 복합 유산은 국경을 초월한 광활한 보호구역으로 펜자리 국립공원 외에 부르키나파소의 아를리 국립공원과 니제르-베냉 양국에 걸쳐 있는 W 국립공원을 포함한다. AP의 이사장 피터 피언헤드는 정부 당국이 관리하는 아를리와 W 국립공원에 비해 펜자리 국립공원이 “가장 덜 훼손됐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프리카의 국립공원을 NGO가 관리한다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몇몇 단체들이 국가 보호구역 운영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정도에 그쳤다. 물론 세계자연보전기금(WWF)처럼 경비대원들이 저지르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도 있어왔지만 말이다.(2) 그런데 20년 전 네덜란드의 억만장자 파울 펜텐네르 판 블리싱언(박스 기사 참조)이 설립한 AP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NGO가 아프리카의 자연 유산에까지 직접 손을 뻗쳐 수익을 노리는 기업 정신(이윤 추구)을 퍼뜨리고 있다. 

AP가 관리하는 공원들(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약 15개)은 주로 서양의 부유층 고객들에게 각광 받고 있다. 이들은 이런 곳에 여행을 와서 현지 가이드를 고용하고 하룻밤에 600달러(540유로)가 넘는 고급 호텔(로지)의 숙박비를 지불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AP는 베냉에다 최고 부유층 고객들만 즐길 수 있는 전용 사파리 구역에 성대한 5성급 롯지를 세우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NGO는 베냉 국립공원 내에서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사냥 관광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국립공원에는 아프리카 멧돼지 같은 대형 사냥감을 포획할 수 있는 사유 보호지가 세 군데 있고, 사진 촬영 사파리에서도 수입을 얻을 수 있다. NGO는 약초 가공으로 호황을 이루는 시장에도 진입할 계획이다. 펜자리 국립공원 내에는 현지의 민간 약방에서 사용하는 약초들이 풍부하고, 대부분 아직 특허를 받지 못한 원료들도 부지기수다. 결론적으로, 자연을 보호한답시고 범법자들에게는 무관용 정책을 적용하면서 자기들은 자연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AP는 “기업 정신으로 자연보호에 봉사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AP의 지국장으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오지’에서 나고 자란 스웨덴인 에릭 마라르프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 남아공 단체는 “아프리카 대륙의 광범위하면서 동질적인 생태 환경에 속한 11개 생물군을 보전하는” 민관 협력의 선두주자처럼 보인다. 현재 이곳에서 거의 규정으로 자리 잡은 관행에 따라 AP는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과 (평균 20년에 이르는) 장기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각국 정부가 국립공원의 통치권을 유지하되, 공원 복구 및 야생동물 복원, 인근 마을 공동체 지원에 대해서는 NGO가 군대를 포함한 각종 수단을 제공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 기구는 남아프리카(말라위와 잠비아)까지 활동 범위를 넓힌 다음,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콩고민주공화국에 이르는 재건 지역의 중립지대에 위치한 다수의 보호구역을 관리할 권한도 획득했다. 마라르프는 이 지역 경비대원들이 대개 “아프리카에서 가장 낙후되고 가장 소외된 지역들에서 치안을 유지할 유일한 공권력”이라고 강조한다. NGO는 아프리카 현지에서 유혈 사태를 일삼는 우간다 내 ‘신의 저항군(LRA)’(3)이나 수단의 잔자위드 무장 민병대 같은 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밀렵 및 상아 밀수 조직과도 맞서고 있다. 이렇게 NGO는 아프리카 국립공원의 군사화에 앞장선다. AP 홈페이지를 보면 “NGO가 운영하는 아프리카 생태계의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라는 소개글을 볼 수 있다. 이처럼 AP가 관리하는 지역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10개국의 국립공원 16곳을 아우르며 총면적 1,200만ha(헥타르)에 달한다. 환경 감시단 1,000명을 비롯해 AP가 고용한 직원만 5,000명에 이르며, 이는 아마도 아프리카 대륙 내 민간 경비대 가운데 최대 규모일 것이다. 

 

백인 구세주들의 ‘회담장’

AP는 멸종 위기종을 국립공원 내로 다시 들여오는 과정에서 큰 공을 세웠는데, AP의 후원 단체 중 하나인 미국의 월간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앵글로색슨계 언론들은 이를 두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4) 이 NGO 주변에는 2017년부터 명예 의장을 맡고 있는 서식스 공작 해리와, 국제자연보전연맹(UICN) 전 사무총장인 미국인 존 스캔런을 비롯해 전 세계 대사들과 같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AP 소속 경비대원들은 ‘백인 구세주들’의 보호 아래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으며(베냉의 월평균 임금이 65유로인데 반해 이들의 임금은 300유로에 육박함), 남아공, 프랑스 및 이스라엘의 전직 장교들이 정규적으로 이들에게 군대식 훈련을 한다. AP는 검문 실적이 월등히 높거나 사냥용 덫의 적발 사례가 많은 열성적인 경비대원들에게는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또한 해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평가 테스트를 실시한다.

장피에르 빌헬름의 이력을 살펴보면 AP라는 단체의 운영 모델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낭시 광업학교를 졸업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코소보 부대(KFOR)에서 예비역 사관후보생으로 복무한 바 있다. 이후에는 18년간 모리타니의 아프리 철광석 광산에서 부르키나파소의 금광맥에 이르는 광산 지대의 개발 및 채굴을 감독했다. 환경 파괴의 주범인 채굴 사업과 AP의 새 책임자가 밀어붙이는 신념이란 정반대의 성격을 띠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빌헬름은 채굴업과 국립공원 관리라는 두 사업이 “강 주변 마을을 지원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는 접점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공동체들이 이런 사업들에서 소외되면 전부 급속히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펜자리 인근에는 대략 2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새로 채용한 100여 명의 환경 감시단원과 베냉 정부가 파견한 산림청 공무원 4명을 포함한 노동자 230명의 사기진작을 위해 펜자리 책임자는 자기계발 매뉴얼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원칙들을 즐겨 인용한다. “혼자 하면 빨리 할 수 있다. 다 같이 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지역 라디오 민방인 낭토FM 소속 기자 제롬 삼비니는 “AP의 무관용 정책 덕분에 베냉의 아타코라 주 주도(州都)인 나티팅쿠 교도소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이고, 국립공원 내 강 인근 주민들과의 관계도 원만해졌다”라고 말했다. NGO가 이곳에 온 지 1년 만인 2018년 2월, 금지령을 무시해온 이 지역 사냥꾼들은 국립공원 내에서 조직적인 사냥감 몰이를 일삼았다. 경비대원들은 이 범법자들의 차량을 탕기에타 경찰서로 견인해 갔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100여 명이 AP 사무소를 습격했고 차량 10여 대를 불태웠다. 

탕기에타의 한 소식통에 의하면, 같은 해인 2018년에 경비대원들이 “국립공원 내에서 불법으로 사육되는 가축 무리를 풀라니족 목동들과 협의 없이 적어도 350마리 가량 도살했다”고 한다. 국립공원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이동하는 가축 수는 계절에 따라 많게는 1만 마리에 달한다. 베냉의 기자 플로르 노빔은 “펜자리 국립공원 둘레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숭배하는 신에게 주로 건강을 염원한다. 그런데 이 신이 국립공원 내에 있다 보니 주민들이 그곳에 접근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5)고 강조했다. 지붕을 엮을 때 필요한 야자수와 대나무 잎을 거두거나, 민간에서 약제로 사용하는 약초나 뿌리를 캐는 일도 제약을 받고 있다. 전에는 국립공원 내에서 몸집이 큰 설치류(사탕수수쥐류)를 포획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야생동물 고기를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비싸다. 

AP의 행보가 물의를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남아프리카 국립공원의 역사 및 상업화를 연구해온 네덜란드의 정치생태학자 브람 뷔셰는 “2004년에 에티오피아의 오모 국립공원 및 부근에 거주하는 유목 민족인 무르시 족 수천 명을 이주시킨 일에 AP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항의가 빗발쳤다”고 회고했다. 이 일로 당시 NGO는 에티오피아에서 철수해야 했다. 또한 뷔셰는 “신식민지적이고 지역적 특성을 무시한 이런 국립공원 모델은 ‘환경 보전의 요새’라 할 수 있다. 대다수가 백인인 고객들을 겨냥해 구축된 이 모델은 강 주변에 거주하는 공동체가 국립공원 관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펜자리 사무소에서 빌헬름은 “남아공의 앵글로색슨식 운영 방식을 프랑스어권 아프리카에서 정착시키는 데는 문화적인 문제가 뒤따른다”고 마지못해 인정하면서 “국립공원으로 들어온 낚시꾼들에게는 좀 더 관용을 베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원장은 안전이 위협받는 긴박한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아직 빌헬름이 부임하기 전인 2019년 5월 초, 펜자리 국립공원을 방문한 프랑스인 관광객 두 명이 한 ‘무장’ 단체에 납치되는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관광객들의 휴대전화 덕분에 위치 추적이 가능했고, 프랑스 특수부대가 부르키나파소에서 납치범들을 진압했다. 이들은 2016년 말리에서 풀라니족이 결성한 이슬람 무장단체 안사룰 이슬람에 인질들을 팔아넘길 계획이었다.(6) 이 과정에서 프랑스인 관광객들의 가이드를 담당한 29세의 베냉인 가이드 피아크르 그베지가 납치범들에게 암살당했고, 난데없이 이런 범죄를 겪은 베냉에는 격한 소요가 일었다. 

펜자리의 ‘치안 유지력 강화’ 즉 군사화와 2019년 5월의 비극을 연결 지을 공식적인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위험 발생 가능성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납치 사건이 있기 3개월 전, 그리고 프랑스 외교부가 펜자리를 적색 지역으로 분류한 이후, 프리토리아에 본부를 둔 남아프리카 전략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베냉 극단주의 세력의 위협에 대한 예방책은 지역 갈등, 특히 토지 자원 및 국립공원 관리와 관련된 갈등을 고려해야 한다.”(7) 펜자리 국립공원의 한 가이드는 자신의 동료가 왜 암살당해야 했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하며 “과연 보복 행위가 문제일까?”라고 물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접경지역에서는 지하디스트와 무장강도와 국경을 넘나드는 상인들끼리 상황에 따라 동맹을 맺을 시, 이제 경비대원이든 관광객이든 상징적인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삼림 감시원에 따르면, 펜자리 국립공원의 안전요원은 “베냉 정규군보다 더 정교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빌헬름은 “여기서 사건이 또 터지면 그걸로 펜자리는 끝장이다. 우리는 이제 군대식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특히 우선시하는 것은 바로 정보다. 강 인근 거주민들이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지불한다. 이것은 체스 게임이나 다름없다. 일보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둘러댔다. 국립공원 원장은 베냉인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발언으로 그들의 애국심을 자극한다. “이 공원은 이 나라의 자랑거리이며, 우리는 당신들과 여기에 있다.” 혹은 “요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프리카인이다’.”

 

“우리는 이제 군대식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베냉 대통령 파트리스 탈롱에게 국립공원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다. 그는 목화사업으로 재산을 구축한 사업가로, 주로 관광업에 기반을 둔 ‘베냉을 알리자(Revealing Benin)’라는 개발 및 투자 프로그램에서 펜자리 국립공원을 주력 사업으로 내세웠다. 파트리스 탈롱은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같은 해 8월 르완다의 키갈리를 공식 방문하면서 AP를 알게 됐다. 이 NGO는 2010년부터 르완다의 아카게라 국립공원을 공동 관리하고 있으며, 파트리스 탈롱은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이 실현한 자유주의적 권위주의 모델을 스스럼없이 지지한다. 야당인 ‘희망을 재건하자(Restaurer l’espoir)’의 전직 국회의원인 기 도수 미토크페는 “AP는 베냉에서 몹시 불투명한 절차를 거쳐 설립됐다. 입법자들의 참여나 제안 요청 과정이 없었으며, 계약서 사본도 볼 수 없었다…. 문제의 소지가 매우 많다. 필요할 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전용 비행장은 물론 국립공원이, 베냉이라는 한 국가와 동떨어진 고립된 영역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AP는 탈롱 대통령을 공격하는 비난들에 끊임없이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탕기에타의 관광업 종사자들은 남아공 사람들이 온다고 했을 때 한시름 덜었다고 털어놨다. 펜자리에서 교통 및 관광 가이드 연맹 의장을 맡고 있는 아다무 아크파나는 “나는 날마다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밀렵꾼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공원은 망해가고 있었다. 아무런 제재 없이 공원으로 아무나 막 들어왔다”고 말했다. 펜자리 국립공원은 1961년 식민지 정부의 옛 수렵구역에 조성됐으며, 1996년부터는 국립 야생동물 보호관리센터(Cenagref)와 펜자리 야생동물 보호관리 마을협회(Avigref)가 운영을 맡았다. 두 단체는 협의를 거쳐 강 인근 주민들이 일부 보호구역에서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일정 시간 동안 접근 제한을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마을 주민들은 공원 경계에 있는 좁은 완충지대인 ‘통제 점유 구역’에서 농사를 짓고 가축에게 물을 먹이고 낚시 및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아크파나는 “그러나 2011년부터 Cenagref와 Avigref가 팽팽하게 맞서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일부 삼림 감시원들이 조직한 ‘행정적 밀렵’이 강화됐다. 그때부터 펜자리는 정계에 인맥이 있는 일부 거물급 지역 상인들의 노천시장으로 전락했다. 동물은 물론 귀한 목재도 밀렵의 대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AP는 베냉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Cenagref를 국립공원 관리에서 배제했다. ‘훈련이 부족한 경비대원’ 15명과 삼림 감시원들을 걸러내고, 강 인근 거주민 중에서 ‘환경 감시원’을 새로 채용했다. 이 ‘소탕’ 작업 역시 다소 정치적인 색채를 띠었다. 남쪽으로 700㎞ 떨어진 경제 수도 코토누에서 파트리스 트레크포 대장은 2017년부터 공무에 복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직 부사관이었던 그는 전국 삼림 및 수렵 조합(SYNA-EFC)의 사무총장 대행을 맡고 있었으며, 그해에 골프TV 아프리카에 ‘펜자리의 계획적 민영화’와 권한 양도에 기재된 ‘불간섭 조항’을 고발했다. 불간섭 조항에는 삼림청 소속 무장 병력의 공원 내 순찰을 금지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 부사관은 직무 정지 이후 60일 금고 및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며, 결국 “소속 부대원들에게 항의를 촉구해 반란을 꾀했다”는 이유로 내각이 그를 파면됐다. 2019년 6월 초, 베냉 노동조합연합(CSTB)은 ‘노동자의 권리 및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베냉 정부 및 의회를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했다. 베냉 자치조합 연맹(CSA-Bénin) 사무총장 안셀름 아무수는 “그러나 산림청 공무원들조차도 보복이 두려워 파트리스 트레크포를 거의 지지하지 않는다”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자선자본주의(philantrocapitalism)를 이끄는 전 세계 상류층 인사들의 후원을 받는(박스 기사 참조) AP는 노동조합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요하네스버그 위치한 AP 운영 위원회에서는 장사꾼 냄새가 풀풀 풍긴다. 위원회 소속 위원인 발렌틴 치탈루는 잠비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중 하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잠비아 언론인은 “1990년대에 그는 230여 개 공기업 매각을 담당한 잠비아 민영화청 청장을 역임했다. 문제는 치탈루가 자신이 민영화한 일부 기업의 이사직을 맡거나 심지어 사장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잠비아 정부는 AP에 리우와 플레인 국립공원 및 방웨울루 국립공원을 양도하게 된 것”이라고 간추렸다. 

실제 이 백만장자는 잠비아 내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잠비아 야생동물 관리국(ZAWA) 이사회에 선임됐다. 앞서 언급한 익명의 기자는 “그가 중재한 덕분에 AP가 국립공원 관리 권한을 얻었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치탈루가 소유한 기업의 하나인 무쿠바 부동산 개발회사는 모시-오아-툰야 국립공원 내에 4성급 호텔과 골프 복합시설, 컨벤션 센터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국립공원은 빅토리아 폭포 아래쪽 강 부근에 위치하며,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자연보호주의자들과 주민들은 이렇게 묻는다. “이 사업으로 코끼리들의 마지막 통행로가 사라질 것인가?”(8)

 

92㎞의 전기 담장

반대 여론에 개의치 않는 치탈루는 아프리카 농업 산업으로 눈을 돌려 파티사(Phatisa) 투자기금도 운영하고 있다. 파티사는 영연방 개발그룹(영국계 개발금융기금) 및 프로파르코(프랑스 개발청 은행)와 함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페로니아 캐나다 그룹의 팜유 생산에 투자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강 인근 공동체는 팜유 생산에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2019년 7월 전국 NGO 정보 및 지원 네트워크(RIAO-RDC)의 한 회원이 페로니아의 보안 요원에게 살해당했다.(9) AP의 피언헤드 이사장은 일반론적이고 용의주도한 해명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런 모순은 인간에 내재한 것이다. 누구든지 인류가 산출한 부는 다른 데 쓰일 수 있고 긍정적인 효과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돈이 되는 네트워크를 개발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굳건히 다질 수만 있다면,  AP의 요정들에겐 환경 문제도 돈줄로 보이는 모양이다. 앙골라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모두가 이곳이 보호구역이 되기를 바라지만, 특별히 자기들이 거기에 기여하길 바라고 그런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10)

2020년에 AP는 수렵 목록에 세 가지 권한을 추가할 것이다. 또한 앙골라 남서쪽의 이오나 국립공원과 르완다 남서쪽의 늉웨 국립공원의 양도를 목전에 두고 있다. 베냉과 니제르 양국 국경에 걸쳐 있는 W 국립공원의 베냉 쪽 관리 권한 양도는 몇 달 내로 성사될 것이다. 펜자리의 강 거주민들에 따르면 AP는 곧 국립공원 남쪽으로 92㎞에 이르는 둘레에 남아공에서 수입한 재료로 만든 전기 담장을 세울 계획이다.  

 

 

글·장크리스토프 세르방 Jean-Christophe Servant
기자

번역·조민영
번역위원


(1) 1960년대에 케냐에서 방영된 TV 드라마. ‘닥타리’는 스와힐리어로 ‘의사(doctor)’라는 뜻이며,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한 수의사 가족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원문 내용에 추가로 덧붙였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밑줄 친 부분은 삭제해주세요)  
(2) Tom Warren & Katie J. M. Baker, ‘WWF funds guards who have tortured and killed people’, Buzzfeed, 2019년 3월 4일, www.buzzfeednews.com
(3) Anouk Batard, ‘Le lobby évangélique à l’assaut de l’Ouganda(우간다 공격에 대한 개신교의 로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8년 1월 참조.
(4) David Quammen, ‘To save wildlife, African governments turn to private management’, <National Geographic>, 2019년 11월 12일, www.nationalgeographic.com 참조.
(5) Flore Nobime, ‘Difficultés d’accès aux ressources: grincements de dents autour de la Pendjari(자원 접근성의 문제: 펜자리를 둘러싼 분노)’, L’Evénement précis, Cotonou, 2019년 10월 9일 참조.
(6) 레미 카라욜, ‘아프리카를 덮친 풀라니족 지하디스트의 공포(En Afrique, le spectre d’un djihad peu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7년 5월호 참조.
(7)  Michaël Matongbada, ‘Can Benin protect itself from terrorism in the region?’, Institute for Security Studies, 2019년 3월 8일, https://issafrica.org 참조.
(8) Dan Nosowitz, ‘In Angola, conservationists make the case for a massive new national park’, Atlas Obscura, 2019년 1월 15일, www.atlasobscura.com에서 재인용. 
(9) Karen McVeigh, ‘UK development bank launch inquiry after murder of Congolese activist’,<The Guardian>, London, 2019년 9월 27일 참조.
(10) Dan Nosowitz, ‘In Angola, conservationists make the case for a massive new national park’, 앞의 기사.

 

불안한 과거를 만든 공동 설립자

파울 펜텐네르 판 블리싱언(2006년 사망)은 1999년에 아프리칸 파크스(AP)를 설립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부유한 기업 가문 출신으로, 과거 백인들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과 거래한 SHV 홀딩스 에너지 종합회사를 이끌었다. AP를 만들자는 생각은 그가 넬슨 만델라의 자택에서 열린 연회에 네덜란드의 베아트릭스 여왕과 함께 참석했을 때 떠올랐다. 이 자리에서 남아프리카 국립공원의 앞날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 억만장자에게 이날의 대화는 인종 차별이 자행되던 시기에 자신의 만행으로 얼룩진 가문이 재기할 절호의 기회가 됐다. AP는 애초에 무역회사로 설립됐으나, 기부자들(정부, 국제기구, 재단, 후원자 등)을 끌어모으기 쉽게 2005년에 비정부기구(NGO)로 탈바꿈했다. 환경보호와 박애주의에 경도된 남녀 기업가들이 AP의 남아공 이사회를 차지했다. 파티사 농업 산업 투자기금에 참여한 로베르 얀 판 오그트로프는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고, 남아공의 은행가 테드 우즈, 호화 관광 회사인 송가 아프리카의 창립자인 르완다인 로제타 샹탈 루감바도 이름을 올렸다. AP 재단은 유럽, 미국, 스위스 등지에서 그럴듯한 홍보 활동을 펼쳐 재정 후원자들의 모금을 조직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유통 기업이자 제1의 민간기업 월마트의 현직 사장인 새뮤얼 롭슨 월튼도 손 큰 후원자의 하나다.